travel to Daemado

한 시간 거리의 낯선 삶

한 시간 거리의 낯선 삶

어디에서나 삶이 비슷하게 펼쳐진다면, 여행이라는 건 곧 여권이나 티켓이 가져다주는 기분이 아닐까. 어디로, 얼마 동안, 누구와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다만 손에 쥔 한 장의 종이가, 여권에 찍히는 도장들이 주는 설렘 같은 것. 잠깐 동안의 낯선 삶을 꿈꾸며 대마도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는 섬에서 할 수 있는 것

딱 하루짜리 여행이었다. 짐을 꾸리고, 한 시간 거리인 서울역에 가고, 부산여객터미널에 도착해 대마도에 가는 시간은 KTX를 타지 않았다면 대마도에 머무른 시간과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효용만을 생각했다면 떠나지 않았을 여행이었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쯤 지나 히타카츠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은 꼭 시골의 버스 터미널 같은 분위기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줄에서 큰 캐리어를 끌고 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간단하게 짐을 챙긴 배낭여행객이 대부분이라, 손님이 많은 날 동네 마트와 별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대마도는 두 개의 섬이 마주 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 나가사키 현에 속해 있으며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있다. 두 개로 나뉜 본섬 외에 107개의 섬이 있어 높은 곳에 올라가 보면 섬들이 섬을 감싸고 있는 듯하다.

가이드조차 대마도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통에 무얼 기대해야 하는지 모른 채 버스에 탔다. 사실 처음엔 그 말이 무책임하게 들렸지만, 나중에는 자랑이었다는 걸 눈치챘다. 물이 깨끗해 정수기를 판매하는 곳이 없고, 동물원은 없지만 보호동물로 지정된 삵이 살고, 국토의 89%를 편백나무가 가득한 산림이 차지하고 있다. 무얼 봐야겠다는 생각에 쫓기지 않는 섬, 그런 곳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괜찮은 일은 숲에서 혹은 바다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 아닐까. 사실 대마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캠핑, 카약,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온다. 관광지를 찾아 다니기보다 자연에서 레저를 즐기기에 적합한 섬인 것이다.

와타즈미 신사와 에보시다케 전망대를 돌아본 후 해가 질 무렵, 캠핑장으로 향했다. 대마도에는 남부의 자연공원 내에 위치한 아유모도시 캠핑장, 휴경지를 이용한 생태 공원에 있는 아소베이파크, 미우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해수욕장 옆 언덕에 있는 미우다 캠핑장 등 자연 환경을 활용한 캠핑장이 곳곳에 있다. 그날 대마도의 밤을 보낸 곳은 신화의 마을 캠핑장이다. 캠핑장에는 놀이터, 일본식 정원, 일본 전통 가옥 구조의 관리동이 갖추어져 있다. 아소만에 면해있는 곳이라 꼭 바다의 품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밤이 깊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자리마다 불빛이 켜졌다. 마트에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장바구니엔 무엇이 들었는지 유심히 들여다보며 산 재료로 저녁을 장만하는 일이 어쩐지 즐거웠다. 아소만이 잔잔하게 파도를 움직이는 동안 노을이 바다에 잠겼다. 하루쯤 낯선 삶이 그리워진다면 다시 대마도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한 시간 거리의 다른 나라의 저녁이 저물어 갔다.

대마도가 보여준
장소들

01 와타즈미 신사
아소만 입구에 있는 바다의 신을 모신 신사. 본전까지 이어지는 다섯 개의 도리이鳥井중 바다 위에 서 있는 두 개의 도리이는 만조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어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사 뒤의 울창한 숲을 거니는 것도 좋다.

02 친구야 히타카쓰 점
대마도에서는 오래전부터 친구라는 단어를 우리와 같은 뜻으로 사용해왔다. 카페와 펍으로 알려진 친구야는 캠핑 장비 렌탈, 자전거 렌탈, 렌터카 서비스, 여행 상품 상담까지 함께 한다. 톳과 오징어가 들어간 ‘쓰시마 버거’가 유명하다.

03 에보시타케 전망대
동서남북 사면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와타즈미 신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면면이 다른 나무들의 모습과 리아스식 해안의 크고 작은 섬들을 볼 수 있다.

04 미우다 하마 해수욕장
미우다 해수욕장은 쓰시마에서는 보기 힘든 고운 입자의 천연 모래 해변이다.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캠프장이 있고 도보 3분 거리에 나기사노유온천이 있어 해수욕과 함께 온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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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포토그래퍼 이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