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s Exercise

꾸준히 하고 있나요?

‘꾸준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다.”이다. 누군가가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온 마음의 근육, 그 안에 새겨 있는 바로 그 단어다.

Park Jin Young
1971 ~

멋쟁이 딴따라의 아침 루틴

뮤지션 박진영과 아침 체조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체조를 해야 한다. 나는 매일 아침 58가지 체조 동작을 한다. 체조 음악도 직접 만들었다. 이걸 다 하는 데는 딱 30분이 걸린다.”

어린 시절엔 방학을 앞두고 선생님이 꼭 ‘생활 계획표 만들기’ 숙제를 내줬다. 동그란 시계 안에 해야 할 일을 나누어 적는 일은 지루했고, 완성된 숙제는 언제나 허울뿐이었다. 그나마 글자를 쓰고 색칠하는 걸 좋아해 묵묵히 해왔지만 그뿐이었다. 한 번도 계획표를 지키거나 지키려고 해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하루를 계획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성실한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불과 얼마 전에도 누군가의 꾸준한 시간 관리를 슬쩍 살피며 감탄했다. ‘딴따라’라는 단어를 내게 처음 알려준 뮤지션, 박진영의 일과를 엿보면서다.

실루엣만 보고도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비주얼을 가진 뮤지션 박진영. 그가 끌어온 유행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지금은 내로라하는 아이돌 음악 도입부에 “제이와이피”라는 입말을 넣는 프로듀서로 더 유명한 것도 같지만, 그의 전성기 시절은 웃음기를 싹 빼고 말하건대, 정말로 대단했다. 외모의 잣대가 견고하던 1990년대 박진영은 강렬한 인상과 독특한 패션으로 무대 위를 자유로이 수놓았다. 긴 팔을 흐느적거리며 추는 춤은 보드라운 선을 그렸고 사람들은 그의 춤사위에서 관능미를 배웠다. 박진영은 1992년 그룹 ‘박진영과 신세대’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JYP엔터테인먼트 이사, 음악 프로듀서, 안무가, 댄서, 뮤지션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박진영의 하루는 7시에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일본어 공부를 하고는 체중계에 오른다. 매일 아침 몸무게를 체크하면서 춤추기 좋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의 아침 식사는 올리브 오일을 비롯한 각종 단백질. 벌써 이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시계는 이제야 9시를 가리킨다. 귀찮아하는 기색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 시작되는 것은 다름 아닌 아침 체조다. 무려 58가지 체조 동작을 순서에 맞추어 반복하고 체조 음악까지도 직접 만들어 재생한다. 박진영이 매일 아침 이 루틴을 지켜온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다. 매일을 반복하며 쌓아온 이 건강한 시간은 마음의 근육이 되어 오늘도 그를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하루라도 루틴을 어기면 입안에 가시가 돋칠 것처럼 생활 계획표를 정확하게 따르는 사람. 이것이 ‘진짜 딴따라’가 계속 멋진 장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이유 아닐까.

Immanuel Kant
1724 ~ 1804

초침과 발맞춘 걸음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와 산책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탄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 즉 법칙이다.”

오후 4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슬슬 간식 생각이 난다. 달달한 쿠키일 때도 있고 짭짤한 빵일 때도 있고 때때로 마실 게 떠오르기도 한다. 매일 같은 시각 간식을 먹다 보니 그 즈음이 되면 배 속에서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의 생체 리듬엔 어느덧 간식 신호가 깃들었는데, 그렇다면 임마누엘 칸트에겐 산책 신호가 새겨 있던 건 아닐까?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157센티미터 단신의 키와 마른 몸, 허약한 체질을 지닌 인물이었다. 서양 근대 철학을 종합한 칸트에게서는 희한한 점이 몇 발견되었는데, 살아 있는 동안 태어난 도시인 쾨니히스베르크 바깥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는 것이나 매일 회색 옷을 입고 등나무 지팡이를 짚고 다녔다는 사실이 그렇다. 또 존경스러운 지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는 것인데, 일어나는 시각, 밥 먹는 시각, 잠자는 시각은 물론이고 산책 시각까지 정확하게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마을 사람들이 산책하는 칸트를 보고 시계를 다 맞추었을까. 칸트가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다면 산책하는 그를 보고 신발 끈을 고쳐 매던 총각이 “천천히 저녁 메뉴를 생각해 봐야겠어!” 하면서 장 볼 채비를 하거나, 빨래를 널던 엄마가 “어머, 벌써 4시가 다 돼 가나 봐!” 하고 후다닥 티타임을 준비할 수도 있겠다. 학원을 땡땡이친 아이가 “한 시간만 더 놀고 들어가면 딱 맞겠다!” 하고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게 해줄 수도 있겠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책 루틴을 반복했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듯 그에게도 산책을 거른 의외의 날들이 있었다. 한 번은 18세기 프랑스의 소설가 장자크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또 다른 한 번은 프랑스 혁명을 보도한 신문을 읽다가라고 하는데, 평생에 단 이틀뿐이라니 어떤 의미에선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매일 똑같은 시간을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온 칸트의 묘비엔 그의 인생을 대변하듯 이런 문구가 적혔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탄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 즉 법칙이다.” 칸트는 지금도 오후 3시 30분이면 산책을 나설 것 같다. 회색 옷을 입고, 지팡이를 짚고, 구름 너머를 느긋하게 산책하며 세상 저편에 시간을 알려주고 있지 않을까.

Bernard Werber
1961 ~

꿈인 듯 멍인 듯 상상인 듯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명상

“꿈을 꿀 땐 아무 장면이 머릿속에 펼쳐집니다. 명상도 그런 거예요. 편견 없이 어떤 장면이든 머릿속에 다 떠오르게 하는 거.”

명상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경건하고, 진중하고, 경지에 다다른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몸을 움직이는 신체 운동보다는 정신 수양의 경지에 이른 도인의 이미지. 그래서인지 혼자 하기엔 장벽이 너무나 높아 보인다. 몸과 마음,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우려고 다리를 정갈하게 굽혀앉을 때마다 잠이 와서 곤란해진다. 명상의 굳건한 장벽에 도전도 하지 않게 된 어느 날, 누군가 장벽을 살살 두드려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그 얼굴이 익숙해 가만히 들여다보니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베르베르에게 명상은 꽤나 중요한 행위다. 어느 강연에서 그는 청중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허리를 곧추세워 척추 신경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 보자”고. 이때, 눈은 시야에 잡히는 모든 것에 집중해야 한다. 눈동자를 한군데로 몰 듯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눈에 들어오는 장면에 집중해서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는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몸이 자각하는 모든 감각을 어루만지듯 느끼는 게 중요하다. 명상 시간은 길지 않아도 좋다. 단 30초만이라도 내 감각에 집중한다면 과거나 미래로 흘러가지 않고 오롯한 지금의 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베르베르가 작품을 위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끌어 모으는 기초 작업이 바로 이 명상이다. 흔히들 명상이 머릿속을 다 비우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머릿속을 비우든 머릿속에 가득한 이미지를 곱씹든 그 방식은 크게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을 채우거나 비우는 거에 ‘집중’한다는 것, 눈을 감고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살뜰히 보살핀다는 것, 내 안에 뒤섞인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들여다본다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명상이라는 건 멍 때리기보다는 꿈꾸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오늘도 습관처럼 베르베르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허리를 곧추세운다. 천천히 눈을 감고 모든 감각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상상력이 싹터 있을거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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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연

일러스트 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