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AKE OUT,PLEASE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것

TO TAKE OUT,
PLEASE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것

10년 전, 고등학생인 내가 처음으로 스타벅스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친척 언니가 ‘캐러멜마키아토’라는 커피를 주문해줬다. 처음 보는 종이컵에 음료가 나왔고 그걸 한참 들여다봤다. 이름도 낯설고 컵도 신기했다. 색다른 기분에 취해 커피를 마시다 궁금한 게 생겼다. “이 컵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거야?” 언니는 촌스럽다는 듯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버려야지. 이걸 다시 쓰게?” 카페를 나오며 컵이 버려진 쓰레기통을 다시 한 번 돌아봤다. 종이를 낭비했다는 죄책감도 있었겠지만, 예쁜 컵이 버려지는 것도 안타까웠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버리는 일은 차츰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가끔 여기저기 쌓여있는 종이컵들을 보며 아쉬울 때가 있다. 버리는 게 정말 자연스러워져도 괜찮은 걸까.

테이크아웃 컵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들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테이크아웃이란 말을 사용했을까
한때 생소했던 ‘테이크아웃Take out’은 이제 익숙한 말이 되었다. 가지고 다니며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포장해서 판매하거나 포장된 음식을 지칭하는 단어. 영국에서는 ‘테이크어웨이Take away’라고도 한다. 테이크아웃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1999년이다.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그때부터 한 손에 종이컵을 든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테이크아웃을 시도하는 카페가 늘어갔다. 카페의 커피가 비싼 이유가 자릿세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한국 사람들에게 꽤 낯선 것이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익숙한 커피 문화로 자리 잡았다.

테이크아웃점 일회용 컵 환불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제지하기로 했었다. 2002년, 환경부는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였다. 음료를 밖에서 마시기 위해 일회용 컵을 가지고 나가려면 50원 또는 100원의 보증금을 내야 하고, 매장에 반납하면 돈을 돌려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이는 여러 패스트푸드점과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되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며 공식 폐지되었다. 일회용 컵의 회수 및 재활용은 개별 업체의 자율에 맡기도록 한 것이다. 2009년, 환경부의 조사를 따르면 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후,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50% 증가하였다고 한다.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시도한 재활용 프로그램의 실패
스타벅스는 연간 40억 개의 종이컵을 사용해 커피를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이를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스타벅스는 그에 대한 이유를 밝혔다. 첫째, 안감이 코팅되어 있는데 재활용할 경우 제거하고 새로 입히는 비용이 든다. 둘째, 한번 사용하든 두세 번 사용하든 일회용 컵은 사용하는 순간 오염이 시작된다. 셋째, 도자기 컵 사용을 유도했지만 설거지에 필요한 가상수, 직원의 노동 강도, 파괴나 마모, 시간 등의 부가 비용이 더 들었다. 스타벅스는 현재에도 다른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각기 다른
여덟 가지 테이크아웃 커피

여러 이유에서 되도록 일회용 컵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버려질 것을 알면서도 정성껏 만든 테이크아웃 컵을 발견할 땐, 더욱 그렇다. 어쩔 수가 없다. 일단 기분 좋아지는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행복하게 마시기로 했다. 대신 그 컵을 버리지 않고 하나씩 모아뒀다.

01. 펌킨테리어

펌킨테리어는 이름만 들으면 호박요리를 하는 곳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귀여운 아이를 지칭하는 단어인 ‘펌킨Pumpkin’에 매장의 마스코트인 보스턴테리어의 ‘테리어Terrier’를 섞어 만든 이름이다. 디저트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으로 다양한 푸딩, 케이크, 쿠키, 스콘 등을 맛볼 수 있다. 달콤한 것들과 어우러지도록 산미가 강한 원두를 사용하며 컵에는 그들의 마스코트인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5길 41
02 545 7566

02. 커피리브레

영화 <나쵸 리브레>의 주인공은 레슬링을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레슬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커피리브레는 이런 모습에 감명받아 이름을 지었다. 커피를 향한 자신들의 태도가 그것과 닮았다고 여겨 주인공 ‘나쵸’를 마스코트로 삼아 컵에도 새겨 넣었다. 생두 구매부터 보관, 로스팅, 추출까지 전 과정을 꼼꼼히 점검하기 때문에 나쵸를 닮은 노력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로 198
02 334 0615

03. 커피워커스

카모플라쥬(군인들이 위장을 위해 사용하는 무늬를 의미하는 단어) 패턴으로 만들어진 컵을 사용하는 커피워커스. 카페에 들어서면 신나는 힙합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쩐지 저녁에는 클럽으로 변해도 어색할 것 같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이다. 그런 그들의 느낌이 테이크아웃 컵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구속당하지 않는 공간에서 여유를 즐기길 원했다는 그들의 작은 바람을 커피를 통해 느껴보자.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43
070 4224 5453

04. 더화원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화원이다. 밖에서 보면 식물에 둘러싸인 이곳을 꽃집으로만 생각하고 지나치기 쉬운데, 들어가면 커피를 즐길 수 있는 편한 의자와 테이블을 발견할 수 있다. ‘우드사이드’에서 블렌딩한 구수하고 쌉쌀한 원두를 사용해서 커피를 내린다. 식물의 신선한 향과 잘 어울리는 맛의 커피. 알록달록한 꽃이 그려진 이들의 컵은 일러스트레이터 최규리가 디자인했다.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156길 49
02 542 5565

05. 슬로우스테디클럽

기존의 테이크아웃 컵에서 볼 수 없던 디자인을 선보인 슬로우스테디클럽. 이들은 1967년에 지어진 삼청동의 가정집을 편집숍, 카페 그리고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 옥상에는 삼청동 일대를 둘러볼 수 있는 정원이 마련되어 있어 커피를 들고 올라가 보기 좋다. 컵홀더는 은색과 금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금색은 커피를 열 잔 이상 먹은 후에 도장이 찍힌 쿠폰을 제시해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5길 17
02 725 1301

06. 오프

수입브랜드 편집숍 ‘에크루’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양옆에 의류 매장을 끼고 있는 작은 공간인데, 커다란 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신사동 일대에서 쇼핑을 즐기다가 잠시 들르면 좋을 장소. 원두는 ‘앤트러사이트’에서 블렌딩한 것을 사용한다. 또한, 두툼한 종이로 만든 테이크아웃 컵을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홀더가 없어도 뜨겁지 않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49길 16-4
02 545 7710

07. 모제인송

디자이너 송자인의 숍으로 의류, 인테리어 소품 등을 판매하며 카페로도 활용하고 있다. 평소 식물을 사랑하는 그녀는 이 공간에 50여 개의 화분을 두었다. 식물은 말이 없지만 분명하게 존재한다. 모제인송에 들어섰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소리 없는 것들이 주는 좋은 기운. 그들이 제작한 테이크아웃 컵에는 그런 식물의 윤곽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57
02 797 6231

08. 던킨도너츠

던킨도너츠는 시즌마다 귀여운 테이크아웃 컵을 선보이곤 한다. 이번에는 디즈니 캐릭터인 ‘푸우’를 컵에 담았는데, 아쉽게도 커피를 마실 땐 이 컵을 받을 수가 없다. 핫프룻티인 자몽, 오렌지, 유자를 마실 때만 받을 수 있는 것. 뚜껑의 귀까지 완벽하게 매력적인 컵이지만, 모두 소진되면 더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니 더 버릴 수가 없다. 아이들의 연필꽂이나 장난감으로도 활용할 수 있겠다.

dunkindonuts.co.kr

테이크아웃 컵에 담아본
작은 식물

버리지 않고 모아둔 컵에 다육식물을 심어봤다. 매일 아침, 책상에 놓여있는 테이크아웃 컵들 사이에 다육이 얼굴을 내밀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였다. 커피를 자주 마신만큼 컵도 많았기에 주변 이들에게도 전해주기로 했다. 아침 일찍 꽃시장에 들러 좋아하는 사람들을 닮은 다육을 찾아봤다. 각기 다른 컵에 옮겨 담은 식물의 얼굴이 어찌나 예쁘던지…. 자주 잊게 되는 사실이지만 종이컵은 한때 나무였다. 누군가의 책상 위에 작은 식물을 품고 서 있는 나무가 ‘이쯤이면 그래도 괜찮은 삶을 살았네.’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의 욕심이겠지?

01. 미파
원산지는 남아프리카다. 겨울철이 성장기이고 덩어리 형태로 자라며 11월경 지름 3cm의 노란색 꽃을 피운다. 가시가 없고 삼각형의 잎 테두리에 백색의 띠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뭄에 강하고 배수가 잘되는 흙에서 잘 자라며 일반적으로는 잎이나 줄기 꺾꽂이로 번식한다.

02. 십이지권
남아프리카 원산으로 식물 몸통의 지름이 약 3~4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소형 종이다. 삼각형의 짧은 잎들이 줄기를 따라 뻗어 올라가는 모습이 매력적인 종류. 용의 발톱을 닮아 용발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얀 것이 가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뭉툭하고 귀여운 무늬이다.

03. 까라솔
돌나물과의 다년초인 까라솔은 통풍이 좋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기르는 것이 좋다. 빛을 잘 받지 않은 까라솔은 잎의 상태가 좋지 않다.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은 잎 테두리가 핑크나 붉은색으로 곱게 물이 들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조금 더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신호다.

04. 우주목
만화주인공 슈렉의 귀 모양을 닮은 우주목.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죽을 수 있고, 햇빛은 많이 볼수록 예쁘게 자란다. 언제 물을 주길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 표현이 분명한 식물이다. 잎이 말라 움츠러들기 시작할 때, 적당히 물을 주면 금세 잎이 싱싱하게 차오른다.

05. 비모란
초록 기둥과 빨간 머리의 형태를 묶어서 비모란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빨간 머리만이 비모란이다. 초록 기둥은 삼각주라고 불리며 비모란에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죽기 직전까지도 예쁜 빨간빛을 잃지 않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선인장으로 손꼽힌다.

06. 마블
기괴하게 변형되며 자라는 특징을 가진 변종이다. 같은 종 내에서도 모양이 서로 달라 한 가지 종으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이다.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종이지만 내한성이 있어서 잠깐의 서리 같은 것은 거뜬하게 견딜 수 있는 튼튼함을 지니고 있다.

07. 알로에
약용이나 화장품의 원료로도 쓰이고 있는 알로에. 투박한 겉모습과는 달리 줄기에 각종 영양과 수분을 잔뜩 머금고 있어 두루두루 도움을 주는 식물이다. 습하면 시들게 되므로 적당한 물을 주고, 햇볕은 가능한 한 많이 쬐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08. 요술꽃
샛노란 꽃이 예쁜 다육. 오전이나 밤에는 꽃잎을 다물고 있다가 오후에 개화한다. 매일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요술을 부린다고 해서 요술꽃이라는 귀여운 이름이 붙었다. 연약하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길가나 적은 흙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는 식물이다.

일회용 컵에
다육식물을 옮겨 심는 방법

재료
종이컵, 거름망, 분갈이 흙, 마사토, 다육식물, 송곳

01 종이컵 바닥을 뾰족한 것으로 뚫어준다. 

02 거름망을 적당히 잘라 컵의 바닥에 놓아준다.

03 다육식물용 분갈이 흙을 반쯤 넣어준다.

04 조심스레 다육을 꺼내 뿌리의 흙을 잘 털어준다.

05 컵의 원하는 위치에 다육을 놓고, 빈틈에 흙을 눌러 담는다.

06 윗부분에 마사토를 넣어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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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선아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