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Our Cozy Home Every Day

일러스트레이터 임두두

그리는 엄마 아빠와 해사한 웃음을 가진 아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고 싶은 곳을 가고,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찾아가는 어느 가족의 하루가 여기에 있다. 녹음진 나무가 흔들리는 동네에 사는 율이네는 일상이 풍요로운 가족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매일, 좋아하는 것을 놓치지 않으며 단단한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렇게 쌓인 가족의 시간은 집 안 곳곳에 묻어나 다정함이 피어난다.

일상이 풍요로운 가족

Living Now
지역 경기도 용인시
형태 복도식 아파트

Trace
0~3세 서울시 성북구
3~6세 서울시 동대문구
7세~ 경기도 용인시

반가워요. 가족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저희는 캠퍼스 커플로 만나 결혼한 12년 차, 그림 그리는 부부예요. 열두 살 딸 율이, 반려견 시루까지 넷이 살고 있어요. 저희 가족은 같은 공간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해요. 집에서 뒹굴뒹굴할 때도 전 거실에 있고 남편과 율이는 안방에서 노는 시간이 많죠. 두 사람은 지독한 집순이, 집돌이라서 제가 나가자고 하지 않으면 밖으로 잘 안 나가요(웃음).

 

창밖 풍경을 보면 밖으로 나서고 싶을 것 같아요. 참 푸르른 동네네요.

나무가 많죠. 이곳은 용인인데, 곳곳에 작은 공원이 있어서 좋아요. 원래는 서울에 살았어요. 오래되었지만 빛이 좋았던 빌라가 첫 집이었고요. 작은 텃밭이 있는 단독 주택을 거쳐 이곳으로 오게 됐죠. 지금은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현관문을 열고 무성한 나무 풍경을 보며 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게 우리 가족의 작은 기쁨이에요. 이 동네의 첫인상이 참 좋았어요. 처음 왔을 때 율이가 킥보드를 가져왔는데, 쭉 뻗은 길 위에서 킥보드를 슝슝 타는 율이의 모습에 개운함을 느끼기까지 했어요. 서울에 살 땐 좁은 골목길에서 차를 피해 다니며 킥보드를 탔거든요. 그 모습이 참 불안해 보이고 안타까웠는데 여긴 아이가 지내기에 안전한 동네라는 확신이 들어 이사를 결심했어요. 제가 살기엔 조금 재미없는 동네이긴 하지만요(웃음).

 

동네도 좋지만 집 풍경이 무척 아늑하고 포근해요.

집에 있는 시간을 모두가 좋아하다 보니,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이 중요해요.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어느새 뭔가를 옮기고 치우고, 버리거나 사거나 하며 집을 다듬고 있어요. 아무리 예뻐도 분명 관리를 못할 것 같은 물건들은 웬만하면 들이질 않고요. 제가 정리 정돈에 아직 서툴거든요(웃음). 오래도록 두고 봐도 질리지 않는 것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죠. 집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우리 가족을 편안함으로 감싸길 바라요.

 

SNS를 보니 가족 모두가 집에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같았어요. 율이는 그림 그리는 부모님이 있어서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아요.

그렇게 보실 수 있지만(웃음) 의외로 함께 그림 그리는 시간은 많지 않아요. 율이가 어릴 때는 노트를 펴고 모여 앉아 이야기를 만들며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았어요. 동그라미로 시작해 눈, 코, 입을 그리고 꼬리를 붙여 상상 속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하루를 겪고 있는지, 이야기를 만들며 놀곤 했죠. 셋이 번갈아 가며 그림에 상상을 더하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연출되곤 했어요. 그때 노트를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참 많죠. 오히려 아이가 크니까, 율이에게 저희가 직접 배우고 겪은 경험을 가르쳐주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그림에 대한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해 주고 있어요. 

 

요리도 많이 하시더라고요.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웃음).

손으로 하는 건 다 좋아하는데 요리가 그중 하나예요. 결과물도 피드백도 빠르잖아요(웃음). 

 

레시피 하나만 알려주세요!

요즘처럼 습도가 높고 따뜻한 날에는 빵 굽기 제격이거든요. 무반죽 빵은 밀가루, 소금, 물, 이스트를 섞어 시간에 맡기기만 하면 발효가 되어서 아이와 함께 만들기에도 아주 좋아요. 발효가 되는 동안 반죽 크기가 부푸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요. 벌써 꽤나 그럴듯한 빵이 나오죠. 율이도 자화자찬을 하며 먹더라고요. 율이는 연희동의 유명한 빵집, 폴앤폴리나의 ‘깜빠뉴’를 “겉은 바삭, 속은 촉촉 빵”이라면서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요(웃음). 자기가 만든 빵에서 그 맛이 난다고 뿌듯해하더라고요. 저희는 유튜브에서 ‘마카롱 여사’님과 ‘자도르’님의 ‘무반죽 빵 레시피’를 보고 만들었어요. 참고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집에서 보내는 일상이 참 풍요롭네요. 율이네 가족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집은 나를 가장 ‘나답게’ 해주는 곳이에요.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하다 보니 집에서는 자연히 좋은 에너지를 받죠. 그래서 늘 이 상태 그대로 집을 돌보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저 자신을 넘어 우리 가족을 함께 돌보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 저절로 그 안에서 진짜 내 모습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마음이 복잡해서 집에 있는 묵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제가 오래 품고 있던 묵은 마음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요.

 

매일 같은 하루지만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네요. 함께 기록한 필름 사진 속에서 그 따스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최근엔 지금까지의 필름 사진을 모아 독립 출판 책을 출간하기도 했죠.

그저 율이가 너무 예뻐서 찍은 사진들이 모였어요.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이 너무 예뻤거든요. 가족사진뿐만 아니라, 현재를 잘 살아내는 미래의 나에게 보물찾기 하듯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숨겨두는 마음으로 찍은 사진을 모았죠. 늘 필름 사진을 묶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제가 추억 팔이를 좋아해서요(웃음). 같은 장면이라도 필름 사진은 유독 다른 사진보다 근사하고 멋진 느낌을 주잖아요. 사진에만 그치지 않고 글로 쓴 기록을 함께 모아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들어 두니 꽤 근사한 선물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목을 《근사한 포장법》이라고 짓게 됐고요. 책 속 사진들 중에 남편과 율이의 뒷모습을 담은 챕터가 있어요. “그들의 뒷모습에 내 행복이 뒤따라간다.”라는 문장이 제 마음을 설명해 주는 말이에요. 여전히 남편과 율이의 뒷모습을 절로 담을 때마다 느끼는 마음이거든요.

 

사진 속 율이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엄마의 사랑스러운 시선이 담겼어요. 훗날 율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나요?

제가 혼자서 정한 것은 없어요. 다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언젠가 학교 통지문에 율이를 바라본 선생님이 “회복탄력성이 좋은 아이”라는 말을 써 주신 적이 있어요. 율이가 자기 자신을 믿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실패하더라도 크게 상심하지 않고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다시 또 시도해 보는 씩씩한 어른이 되었으면 해요. 사실 이 모든 것들은 제 욕심이고요(웃음). 때가 되면 율이는 저희에게서, 또 저희는 율이한테 독립하겠죠. 지금은 그날을 막연히 그리면서 각자 또는 같이 재미있게 잘 살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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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사진 임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