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Find The Lost Being

여전히 길을 잃지만
Heather Rattray

자신의 언어를 찾아간다는 것, 끝내 더 넓은 세상을 발견한다는 것.

한 사람의 여러 언어

헤더의 사진을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고마워요. 저는 스물세 살의 퀴어 사진작가예요. 얼마 전까지 퍼시픽 노스웨스트에서 살다가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나서는 가족들이 있는 토론토로 거처를 옮겼어요. 요즘은 자주 산을 타며 시간을 보내요. 집 근처 온대 우림을 탐험하기도 하면서요. 

 

SNS를 보니 계속 여행을 다니는 것 같았어요. 피드가 온통 푸른 산 이미지로 가득하더라고요. 

이제 막 6개월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원래 여행을 좋아해요. 특히 현지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함께 일하는지, 가까이서 경험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번 여행에서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전역 시골 마을의 작은 유기농 농장에서 지냈어요. 그곳에 뿌리내리고 직접 살을 부대끼며 추억을 쌓았죠. 농장에서의 일상을 영상으로도 기록했어요. 곧 공개할 텐데 기대해 주세요(웃음).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이 있나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운 것이 많았어요. 농사철 내내 다양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었거든요. 예술은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다는 가치도 알게 됐어요. 소젖 짜는 일, 새벽에 닭에게 먹이 주는 일, 채소를 수확하는 일처럼 매일의 예술은 어디에나 있었어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를 바라보고, 그로 인해 무언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좋았어요.

 

중요한 가치를 몸소 깨달았네요. 헤더는 주로 자아를 주제로 다양한 독립 서적을 만들고 있잖아요. 이번 호의 주제어가 ‘말’이라서 그런지 특히 헤더와 어머니가 네덜란드어를 배우는 과정이 담긴 작업물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저희 어머니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셨어요. 캐나다로 이민하실 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권유로 영어를 배우셨다고 해요. 제가 어릴 때 돌아가신 조부모님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어요. 그분들의 언어를 알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네덜란드어를 배우기로 했죠. 그 모든 과정을 책에 기록했어요. 이 작업을 통해 제가 몰랐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있는 통로를 찾게 된 것 같아요.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지난했을 것 같아요.

저는 네덜란드어가 처음이었고, 어머니는 네덜란드어를 두 번째로 배우신 셈이었어요. 원래 알고있는 언어와 새롭게 알아갈 언어 사이를 오가는 일은 어려웠지만 어머니와 저는 서로에게 배울 점을 찾기도 했어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죠.

헤더는 다양한 언어를 가진 사람 같아요. 사진과 손글씨의 조합, 책과 영상, 모든 게 한 권의 책에 모여 어우러지는 결과물이 멋져요. 언제부터 이런 기록을 시작했나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여덟 살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써왔어요. 겪은 일을 글로 적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감정을 알고 돌보는 데 도움이 됐죠. 사진은 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흥미롭고 창의적인 시각적 언어예요. 열 살 무렵부터는 손이 가는 대로 콜라주 작업을 했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주로 빛과 자연에 초점을 두었고요. 책도 좋아해서,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책의 템플릿에서 시작해요. 어떤 프로젝트가 그 책의 형식에 적합한지를 생각하는 편이죠. 헝겊으로 만든 책, 페이지 안에 살아 있는 초목이 있는 책, 단어가 숨겨진 책들처럼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상상력 있는 책을 좋아해요. 요즘은 지난 2년 동안 제가 경험한 변화를 기록한 책을 만들고 있어요.

 

새로운 책도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공개된 콜라주 북 작업 중 한 가지를 꼽아 소개해 볼까요?

‘98 ways to say very good’라는 제목의 콜라주 북이 있어요. 저는 열 살 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어요. 여러 면에서 이 진단은 제 인생의 진로를 바꿔 놓았죠. 저는 교실에서 시끄럽게 행동하는 아이였고 우울증을 겪으며 불안했어요.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는데, 진단 후 약물 복용을 하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했어요. 좀더 침착해졌고 불안과 우울증도 조금씩 나아졌죠.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기 시작했고요. 그 진단을 받은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약을 먹어요. 이런 성장 과정이 제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영향을 줄지 많은 고민을 해왔어요. 그 고민을 배경으로 했던 콜라주 작업은 제 정체성을 둘러싸고 있는 무언가를 연구하고 해석할 공간을 주었어요. 오래된 의료 기록, 가족사진, 노트, 일기장을 다시 살피면서 저 자신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싶었어요.

 

오랜 과정이 담긴 책이네요. 요즘 마음 상태는 어떤가요?

여전히 길을 잃을 때도 있어요. 아직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요. 약이 없다면 제가 어떤 사람이 될지, 새로운 모습을 가진 저 자신을 포용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작업은 늘 진행 중이에요. 지난 몇 년 동안 제 어린 시절이 어떻게 지금의 저를 만들고 있는지 주목해 왔어요. 저는 제가 만드는 작업물을 자주 돌아보는 편인데 이런 일을 반복하는 이유는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희망’에 있어요. 제 과거를 어떤 형태로든 눈에 보이는 작품으로 만들고 저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저 자신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겠죠.

H. heatherrattray.com

에디터 김지수

Photographer Heather Ratt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