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는 다양한 언어를 가진 사람 같아요. 사진과 손글씨의 조합, 책과 영상, 모든 게 한 권의 책에 모여 어우러지는 결과물이 멋져요. 언제부터 이런 기록을 시작했나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여덟 살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써왔어요. 겪은 일을 글로 적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감정을 알고 돌보는 데 도움이 됐죠. 사진은 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흥미롭고 창의적인 시각적 언어예요. 열 살 무렵부터는 손이 가는 대로 콜라주 작업을 했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주로 빛과 자연에 초점을 두었고요. 책도 좋아해서,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책의 템플릿에서 시작해요. 어떤 프로젝트가 그 책의 형식에 적합한지를 생각하는 편이죠. 헝겊으로 만든 책, 페이지 안에 살아 있는 초목이 있는 책, 단어가 숨겨진 책들처럼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상상력 있는 책을 좋아해요. 요즘은 지난 2년 동안 제가 경험한 변화를 기록한 책을 만들고 있어요.
새로운 책도 궁금하네요. 지금까지 공개된 콜라주 북 작업 중 한 가지를 꼽아 소개해 볼까요?
‘98 ways to say very good’라는 제목의 콜라주 북이 있어요. 저는 열 살 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어요. 여러 면에서 이 진단은 제 인생의 진로를 바꿔 놓았죠. 저는 교실에서 시끄럽게 행동하는 아이였고 우울증을 겪으며 불안했어요.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는데, 진단 후 약물 복용을 하면서부터 변하기 시작했어요. 좀더 침착해졌고 불안과 우울증도 조금씩 나아졌죠. 학교에서도 잘 적응하기 시작했고요. 그 진단을 받은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약을 먹어요. 이런 성장 과정이 제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영향을 줄지 많은 고민을 해왔어요. 그 고민을 배경으로 했던 콜라주 작업은 제 정체성을 둘러싸고 있는 무언가를 연구하고 해석할 공간을 주었어요. 오래된 의료 기록, 가족사진, 노트, 일기장을 다시 살피면서 저 자신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싶었어요.
오랜 과정이 담긴 책이네요. 요즘 마음 상태는 어떤가요?
여전히 길을 잃을 때도 있어요. 아직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두려움을 느끼고요. 약이 없다면 제가 어떤 사람이 될지, 새로운 모습을 가진 저 자신을 포용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요. 작업은 늘 진행 중이에요. 지난 몇 년 동안 제 어린 시절이 어떻게 지금의 저를 만들고 있는지 주목해 왔어요. 저는 제가 만드는 작업물을 자주 돌아보는 편인데 이런 일을 반복하는 이유는 저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는 ‘희망’에 있어요. 제 과거를 어떤 형태로든 눈에 보이는 작품으로 만들고 저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저 자신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