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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
집 안의 물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고 믿었다. 어수선하게 밖에 펼쳐져 있지 않았고, 수납공간 안에 분명 들어있으니까. 하지만 아이와 수영장을 가기로 한 날, 수영복의 행방을 몰라 모든 수납장을 뒤지며 알았다. 정리는 물건이 안 보이게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바로 꺼내어 쓸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올해의 목표 중 하나를 ‘집 안 물건 어디 있는지 알도록 정리하기’로 정했다. 그리고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고 말하는 곤도 마리에의 책을 펼쳤다.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 마리에는 다섯 살 무렵부터 정리하기를 좋아했고, 노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내내 엄마가 즐겨 보던 라이프스타일의 잡지를 보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대학 시절에는 친구 집을 방문할 때마다 집을 정리해주곤 했는데, 친구들 사이에선 곤도가 다녀가면 집이 마술처럼 깔끔해진다는 소문이 생겼다. 그 말이 퍼지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집을 정리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정리 컨설턴트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는 주변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다고 했다. 함께한 물건들과 기쁨을 쌓는 법을 익히면서 자신감이 높아졌고 덩달아 삶도 행복해졌다고. 곤도 마리에는 자신이 쌓은 이상적인 정리 노하우를 책 《버리면서 채우는 정리의 기적》,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등을 통해 나누고 있다.
곤도 마리에는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이상적인 생활을 떠올려보라고 조언한다. 정리는 결국 마인드의 문제라서 왜 정리를 하고 싶은지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정리해놓아도 원상태로 쉽고 빠르게 돌아가는 법이다. 이제 물건의 카테고리를 나누자. ‘의류 → 책 → 서류 → 소품 → 추억의 물건’ 순서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남길 것과 버릴 것에 대한 판단이 빨라져 혼란을 줄이고 정리를 빨리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옷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나한테 이런 옷도 있었구나.’ ‘이건 정말 비싸게 주고 산 옷인데 몇 번 못 입었네.’ 옷마다 하나같이 사연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버리는 것보다 남길 것을 고르는 일이다. 단 손으로 만지면서 ‘설렘’이라는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지금까지 설레었던 것이 아닌, 앞으로 나에게 ‘Spark Joy’를 줄 것인가를 감각으로 느끼면서.
곤도 마리에는 최근 넷플릭스의 리얼리티쇼 <Tidying Up with Kondo Marie>를 통해 다양한 가족들의 정리 코치로 나섰다. 육아와 살림에 허덕이다 사이까지 소원해진 부부, 자녀들이 독립하고 남겨진 짐에 둘러싸여 사는 노부부, 좁은 집으로 이사 와 물건을 찾을 때면 엄마를 부르는 가족 등 환경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집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한발 더 나아가고 싶은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나요.”
의뢰인들은 곤도 마리에에게 코칭을 받고 한 달간 집 안을 ‘곤마리’ 정리법으로 정돈했다. 정리하면서 그들이 물건에 가지고 있던 태도와 생각이 바뀌는 모습은 꽤 흥미롭다. 집 안의 물건 중 무엇을 남길지 집중했고, 설렘과 감사를 배워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번잡한 물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아진 것이다.
곤도 마리에가 의뢰인의 집을 처음 방문하면 하는 일이 있다. 집 안의 입구가 될 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집과 공간에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의식을 갖는다. 이때 가족들도 집에 감사 인사를 하고,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는지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집 안의 모든 물건에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이 물건이 우리에게 온 데는 반드시 의미가 있고, 물건도 사람과 같이 본래의 역할과 머물러야 할 곳이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물건을 대하다 보면 소유가 아닌 존재의 관점이 생긴다. 소유해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지 않고 함께 머물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모습으로. 정리된 집을 보며 내가 설레는 방식을 알아가고, 내 삶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미뤄두던 정리를 시작했다. 모든 물건을 꺼내서 필요한 것들만 분류해서 남겼다. 한 번 쓰고 안 쓰는 그릇, 지금 당장 필요 없는 물건도 많았다. 설렘이라는 감각을 이용하니 남길 것과 버릴 것에 대한 명확한 시각이 생겨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출근 준비를 하려고 양말 서랍을 열었다. 색과 모양을 뽐내며 가지런히 진열된 양말을 보면서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행복의 반대는 슬픔이 아니라 혼란과 무질서’라는 ‘곤마리’ 체험자의 말처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무질서를 하나씩 정돈하고 싶은 아침이다.
곤도 마리에는 아이가 네 살이 되면 자신의 정리법을 알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이들 앞에서 빨래를 접어서 얼마나 즐겁게 정리하는지를 보여주고, 아이들에게 정리가 위안과 기쁨을 얻는 즐거운 과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이다. 아이가 자신의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는 일은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습관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이 가고 손이 움직이는 반응 양식처럼.
매일을 살아가면서 집과 물건을 즐거움으로 대하고 함께 머무는 것으로 균형을 잡는 삶. 내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습관이다.
에디터 김현지
일러스트레이터 최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