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Name Clinic’

이름 산부인과

© 정신

탄생하자마자 가장 먼저 손에 쥐는 것 중 하나는 이름이다. 사람 이름을 짓기 위해 찾는 곳이 작명소라면, 브랜드와 가게, 유튜브 채널과 작가명 등 좀더 다양한 영역의 이름을 짓고자 너도 나도 모여드는 곳이 있다. ‘이름을 낳아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산모들을 환영하는 이곳. 간호사들이 두 팔 벌려 입원을 기뻐하는 이곳. 누구나 간호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아이를 순산할 수 있는 이곳의 이름은 ‘이름 산부인과’다.

이름을

낳아드립니다

여기는 이름 산부인과

이름 산부인과엔 원장이 있다. 네이미스트Namist로 활동하며 홍진경의 ‘더 김치’,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등의 이름을 만든 바로 그 ‘정신’이다. 직접 이름을 짓고, 이름 짓는 법을 알려주던 그는 이제 간호사라 명명한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 집단지성의 힘으로 이름 낳기를 돕는 프로젝트를 해나가고 있다. 이름 산부인과엔 간호사가 있다. 출산일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이 열리고, 참여하는 누구나 간호사가 될 수 있다. 간호사들은 채팅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출산에 힘을 보탠다. 간호사들에게는 고유한 넘버가 주어지는데, 현재 100호까지 발행되었으며 5호 강태윤 간호사는 무려 초등학생이다. 이름 산부인과엔 산모도 있다. 이름 낳기를 원하는 사람이 입원 신청서를 작성해 노크하면, 원장님의 검토를 통해 입원 수속을 밟게 된다.

 

웃음이 피어나는 분만실

이름 산부인과는 불규칙적으로 오픈한다. 신청서를 검토하여 입원할 산모를 결정하고 오픈 일시를 공지하면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 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식이다. 이름 산부인과의 출산 과정은 축구 게임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한 시간 안에 이름을 낳는 것을 규칙으로, 산모의 입원 신청서를 토대로 채팅창을 통해 활발히 아이디어를 확장시킨다.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 여러 사람의 머리를 맞대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경험을 통해 느꼈다는 정신. 간호사들과 채팅을 주고받을 때마다 유대감은 한결 끈끈해진다. 비명보다 웃음이 훨씬 많은 곳, 유쾌한 분만 현장은 이 산부인과만의 이색적인 풍경이다.

“저는 이름 산부인과 원장으로, 진행을 도맡아요. 이름을 낳아야 하는 산모 님이 배가 부른 채 산부인과를 노크하면 이름 낳은 경험이 많은, 혹은 처음 이름 낳기에 참여하는 간호사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산모 님이 이름을 낳을 수 있도록 최종 골을 넣는 슈터를 수간호사라고 부르는데요. 이름 산부인과에서의 순산은 결코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에요. 경기에 참석한 모든 간호사가 함께하기 때문에 서로 끈끈해질 수밖에 없어요.”

진료 차트를

공개합니다

이름 산부인과에서 순산한 이름이 벌써 스무 개를 넘어간다. 간호사들이 머리를 맞대 떠올린 이름들은 산모의 품에 안겨 나날이 성장 중이다.

© 이때다 제주

Medical Chart. 1

이때다 제주

제주의 제철 재료를 가장 신선한 상태로 육지에 보낼 순 없을까? 산모는 제주살이를 시작하면서 제주의 특산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제철 재료들이 담긴 꾸러미를 육지로 보내기 위해 브랜드 론칭을 꿈꾼 산모는 마음을 잘 보여줄 이름이 필요했다. 브랜드 특징을 잘 살린 이름을 순산하고 싶단 설렘으로, 산모는 산부인과 문을 두드린다.

“작년에 신랑의 이직으로 제주도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제주에서는 작은 텃밭을 ‘우영팟’이라고 하는데, 우영팟에서 작물을 짓는 할머니나 감귤 농사를 짓는 이웃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제철에 먹으면 맛이 정말 환상적인데요. 이걸 육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공동구매 시스템을 떠올렸어요. 인터넷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의 농작물을 육지로 바로 배송하는 브랜드를 해보기로 한 거죠. 같은 제철 재료여도 마트에서 구입한 거랑 농장에서 바로 나온 걸 먹는 건 다르거든요.” – 산모 박하나 님

이름 산부인과가 보통의 산부인과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오픈만 하면 한 시간 내리 웃음이 담뿍하다는 거다. 산고로 비명과 울부짖음이 가득한 여느 분만실과 달리, 이름 산부인과는 웃음과 감탄이 뒤섞여 왁자지껄하다.

“‘이때다 제주’ 이름을 만들던 날엔 채팅창에 웃음이 가득했던 기억이 나요. ‘ㅋㅋ’으로 도배가 되었거든요. 여러 이름을 거쳐 3호 간호사 김성룡 님이 ‘지금이다 제주’라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포커스를 제철에 맞추어서, 이때 아니면 만날 수 없다는 의미로 ‘이때다 제주’를 제안했어요. 영어 단어 ‘Eat’을 활용해 먹다는 의미를 중의적인 표현으로 살렸죠. 지금 아니면, 지금을 놓치면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제철 재료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수간호사 10호 김은아 님

H. instagram.com/eatteda_jeju

© 무양도원

Medical Chart. 2

무양도원

양고기 집 이름을 짓고자 하는 산모의 입원 신청서가 들어왔는데, 기존 산모들과는 작성 형식이 좀 달랐다. 이미 신청서에 산모가 지은 이름 후보가 나열돼 있었고, 원장님은 이 자체로 충분히 훌륭한 이름들이 도착했다고 판단했다. 산모가 제안한 이름은 죽미원, 무양재, 희희양양, 금의환양, 무양도원 등이었다. 간호사들은 후보들을 나열하고 머리를 맞댔다. 등록된 상표가 있는지,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모아 가장 알맞은 이름으로 순산을 도왔다.

“처음에 신청서 형식을 제대로 안 읽고, 저희가 지은 이름과 의미를 적어서 보내드렸어요. ‘이미 다 지으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고 형식을 다시 보니까 기존에 있는 이름들을 활용해서 예시를 보내는 거였더라고요. 대전 봉명동에 양고기 집을 차리게 되었는데, 손님들이 밥 한 끼 먹는다는 생각보다는 행복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원해서 ‘무릉도원’이란 단어를 떠올린 거였죠. 지어놓고도 확신이 없어서 입원 신청서를 보낸 건데, 간호사분들이 봉명동 이름 기원까지 찾아서 순산을 도와주시더라고요. 성심껏 도와주시니까 책임감을 가지고 이름을 다시 보게 됐어요.” – 산모 장아람·박충수 님

무양도원은 이름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이름 중 가장 먼저 오프라인 매장으로 성장한 프로젝트다.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밀키트를 준비하면서 무양도원의 가치가 전국으로 뻗어 나가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원장님은 이미 출산하고 산부인과를 찾은 산모에게, 오늘은 ‘이름 산후조리원’이었다는 말과 함께 “양고기로 만나는 무릉도원”이라는 슬로건을 선물했다.

“무양도원의 콘셉트는 가드닝이었어요. 어느 날은 한 가족이 저희 가게 이름이 왜 무양도원인지를 물으시더라고요. 행복하고 즐거운 한 끼가 무릉도원처럼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름 정말 잘 지었다.’라고 해주셨거든요. 정말 눈물이 날 뻔했어요.” – 산모 장아람·박충수 님

H. instagram.com/muyangdowon

© 산터키터키야

Medical Chart. 3

산터키터키야

터키 페티예에서 지내고 있는 산모가 이름 산부인과의 문을 두드렸다. 터키살이를 유튜브 채널에 담아보고자 한 산모는 유튜브 채널을 열기 전에 이름을 출산하고자 했다. 간호사들이 머리를 합쳐도 뾰족한 답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 간호사 옆에 있던 시청자가 툭 던진 한마디가 순산을 이끈 프로젝트다.

“제가 간호사로 참여해서 여러 이름을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남편이 ‘어떻게 되고 있어?’ 하면서 툭툭 던지다가, 잘 안되고 있다는 말에 ‘주변에 산 있으시대? 그럼 산터키터키야 어때.’ 하고 제안한 게 채택되었어요. 산모님은 세련되고 간결한 단어로 채널명을 생각하셨는데, 그렇지 않은 단어로 완성되었죠(웃음). 그래서 지금 이 이름으로 활동하시는 거 보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 수간호사 41호 김슬아 님

H. youtube.com 산터키터키야 검색

© 이순간

Medical Chart. 4

이순간

본명과 활동명이 다른 작가들이 있다. 일하는 자아를 새롭게 만들어 명명하는 일은 일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고, 일하는 자아와 나를 분리하여 좀더 전문적인 걸음을 가능하게 한다. 활동명을 가지게 된 순간, 산모는 더 많은 프로젝트가 가능하리라고 직감했다. 참, 이 산모는 남성이다.

“사진 작업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어요. 그렇다고 파리에 관련된 작업만 하는 건 아니어서, 시작은 파리지만 지금은 강원도 고성에 있거든요. 순간을 남기는 직업이어서 이 활동명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저한테 사진 작업을 맡겨주시는 모든 분께 순간을 포착해서 행복을 남겨드리고 싶어요.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하는 작업도 생겼는데요. 아내 이름이 ‘슬아’인데, 제 활동명과 합쳐서 ‘슬아의 순간’이라는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구상 중이에요. 이름이 생기니까 더 좋은 작업, 더 재미있는 작업이 나오는 것 같아요.” – 산모 이상민 님

H. instagram.com/leesoonkan

한 사람 한 사람

빛나는 단어를 모아

정신 이름 산부인과 원장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원장 ‘정신’은 이름 산부인과 시스템을 살려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인터뷰하면 어떻겠냐고 전해왔다. 인터뷰가 생중계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 걱정부터 앞섰는데, 선글라스를 끼고 하면 좀 낫지 않겠냐는 원장님 말에 홀린 듯 선글라스를 끼고 방송에 입장하게 되었다. 간호사들 이야기까지 두루 듣고 나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왜 이름 산부인과의 산고가 이토록 발랄한지, 분만실에 가득한 게 어떻게 비명 아닌 웃음인지를.

《어라운드》에서 2014년에 인터뷰하고 정말 오랜만이네요.

와, 정말 옛날 일 같네요.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어요. 미국에 어학연수를 왔다가 캘리포니아에 정착했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았어요.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이름과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다만, 그땐 ‘콜마이네임’으로 이름 짓는 법을 알려주고 네이미스트로 직접 이름을 짓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이름 산부인과’를 운영하며 이름 짓는 집단을 끌어나가고 있죠.

 

지금은 직접 이름을 짓진 않나요?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작업도 이름 산부인과로 돌려서 간호사들과 함께 만들고 있어요. 수입도 나누고요.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혼자 할 이유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이 시스템을 점차 키워서 집단지성의 힘을 더욱 강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사실 집단지성으로 이름 짓는 프로젝트는 제가 은퇴를 하고 난 뒤에 해보고 싶던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당장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천천히, 오래 이름 산부인과를 운영해 나가고 싶어요.

 

이름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본명 ‘정경아’와 활동명 ‘정신’의 뜻도 궁금해지네요.

경아는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경 자가 서울 경京 자거든요. 제가 이 이름으로 살아서인지 사람은 이름 따라 흘러간다는 걸 많이 느껴요. 서울예술대학에 다닌 것도 그렇고, 서울대학교 교수님과 함께 수업한 것도 그렇고,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거주지와 활동지가 서울이었던 것도 그렇고…. 정신이란 이름은 제 남동생이 아이를 낳으면 지어주고 싶던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예기치 않게 제 활동명을 짓게 되면서 그 이름을 사용하게 됐어요. 이름처럼, 정신적인 걸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활동해 오고 있어요.

 

‘이름 재단’, ‘네이미스트’, ‘콜마이네임’, ‘이름 산부인과’ 등 이름과 연관된 활동을 계속해서 해오고 있는데, 이름에 어떤 가치를 두고 있어요?

이름에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건 아주 어릴 때 알았어요. 저는 슈퍼마켓 집 딸이었거든요. 이름 만들기는 제 기준에서 시작을 의미하고, 시작을 열어주는 행위 같아요. 모든 게 다 되어도 이름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 이름을 만들고 시작하는 걸 보면서, 이름의 가치를 점점 더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 이름을 지은 건 초등학생 때였어요. 슈퍼마켓에 매일같이 신제품이 들어오니까 초콜릿, 사탕, 만두 같은 것들의 신제품 이름을 많이 보고 지냈거든요. 어느 날은 ‘오늘은 집에 가면 또 어떤 제품이 어떤 이름으로 들어와 있을까?’ 생각하면서 하교하는데, 아파트들 이름이 눈에 띄더라고요. 근데 전부 건설 회사 이름으로 만들어져있는 거예요. 그때 어린이 시각으로 ‘밀크 아파트’란 이름을 붙여 봤어요. 고층 아파트니까 맨 위 지붕을 우유갑처럼 뾰족하게 만들고, 유통기한 적는 부분엔 굴뚝을 달고, 평수에 따라 200밀리리터 동, 500밀리리터 동 등으로 구분하는 거죠. 그렇게 이름과 가까이 지내면서 대학에 가서는 지금 작가로 활동하는 ‘나난’의 이름을 짓고,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나 홍진경 씨의 ‘더 김치’, ‘네스트 호텔’ 같은 이름들을 지으며 지냈어요.

 

이름 지을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뭐예요?

이름 만들 때 고민하는 지점을 다르게 말하면 어떤 이름이 좋은 이름인지가 될 거예요. 저는 이름이 시작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오래 고민하거나 어렵게 만드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어렵게 만든 이름은 듣는 것도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이름 짓기는 곰탕 끓이듯 오랫동안 붙잡지 않고, 오히려 평상시에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해요. 실제로 작업할 땐 오래 생각하지 않는 편이죠. 그래서 이름 산부인과도 한 시간 안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보통 한 프로젝트마다 30-50명의 간호사가 모이는데, 그들이 한 시간을 쓴다는 건 30시간, 50시간이란 뜻이거든요.

 

이름 산부인과도 벌써 20회를 넘어가고 있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간호사들만의 노하우도 생겼을 것 같아요.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태어나는 이름 결과물이나 다 같이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우리 안의 연대감이 무척 귀해요. 스무 번을 모두 출석한 간호사도 있는데, 매일 함께 머리를 맞대며 이야기를 섞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친해지거든요. 처음 경기를 뛴 선수들과 스무 번을 함께 뛴 선수들의 연대감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이름 산부인과에서 원장님은 직접 이름을 짓진 않잖아요. 간호사들 의견이 원장님 의견과 다르게 흘러가는 일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저는 개입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흘러갈 거라고 믿기 때문에 대화가 흘러가는 대로 두죠. 이름을 짓는 데 정답은 없기 때문에 거슬리는 경우도 없었고요. 제가 하는 건 맺고 끊는 걸 도와주는 일이에요. 저는 제가 진행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왜 과거형이냐면(웃음) 하루는 원장도 제가 할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어서 1일 원장 제도를 마련해 봤거든요. 그래서 제가 간호사가 되고, 3호 간호사 김성룡 님이 원장이 되었는데 역시나 제가 굳이 원장을 할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1일 원장 제도를 하는 날에는 저도 간호사가 되어서 이름 짓는 데 동참했어요. 제가 낸 아이디어가 이름으로 뽑힌 적도 있죠(웃음). 이름 산부인과는 이렇게 활짝 열어두고 모두가 힘을 합쳐서 만들어나가는 프로젝트예요.

 

이름 산부인과에서 만난 간호사끼리의 유대감도 단단한 거 같아요. 간호사 개인 작업에서도 상부상조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거,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한 간호사의 브랜드 로고를 다른 간호사가 그려주기도 하고, 서로 선물도 주고받으면서 어느새 돈독해져 있더라고요. 제가 아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아마 제가 모르는 곳에서 서로 연락하면서 생기는 연대감도 있을 거예요. 저는 이런 풍경을 멀찌감치 서서 바라보며 흐뭇해하고 있어요. 지금 저희 선글라스 끼고 인터뷰하고 있잖아요(웃음). 채팅창을 보니 간호사분들도 선글라스를 끼고 듣고 계신대요. 정말 상큼한 연대감이지 않나요?

 

다들 활발히 참여해 주셔서 집단 인터뷰를 하는 기분이에요(웃음). 집단지성을 활용하면서 느끼는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집단지성으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당연하고, 집단을 이루는 하나하나 모두가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름 산부인과를 운영하면서 얻은 깨달음이죠. 우리 모두는 특별해요. 간호사들도, 산모들도, 저도요.

 

모두 특별하다는 말에 제 마음이 다 따듯해져요. 이름 산부인과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는 금일봉을 수간호사에게 드린다는 거였어요. 온전히 한 사람이 만드는 이름이 아니기 때문에 금전이 오가는 데 민감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최대한 잡음이 없도록 철저히 확인하고 있어요. 금일봉을 드리면서도 계속해서 ‘이견이 있으면 메일을 보내달라.’고 하죠. 이름을 지은 수간호사분들도 이 이름이 본인만의 공이 아닌 걸 알아서, 어시스트해 준 간호사에게 금일봉으로 선물을 보내거나 편지를 주고받는 등 끈끈하게 지내시더라고요. 아마 언젠가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겠죠?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저도 계속 보완점을 고민하고 있어요.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예민하게 대처하려고요. 금일봉이 커지면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데, 문제 상황이 오더라도 잘 해결하면서 천천히 나아가고 싶어요. 그럴 날이 언제쯤 오려나 궁금해지네요(웃음).

 

이름 산부인과는 아주 먼 미래까지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제 원대한 꿈이 뭐냐면요. 인터뷰나 팟캐스트 같은 데 부지런히 출연해서 나중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가는 거예요(웃음). 이름 산부인과를 잘 알리고, 이름 산부인과에서 이름을 낳은 산모들이 계속 잘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지금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름 마켓’인데요. 이름 산부인과에서 이름을 얻고 시작된 브랜드들이 있잖아요. 그 브랜드들이 잘 되는 게 저희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름을 잘 알리고 판매도 도와드리고 싶어요. 이를테면, ‘무양도원’의 밀키트나 ‘이때다 제주’의 특산물 같은 걸 이름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저는 한국의 나이 시스템을 참 좋아하거든요. 잉태했을 때부터 나이를 먹어서, 태어나면 한 살이 되잖아요. 이름 산부인과도 똑같아요. 아이디어를 품은 산모가 이름 산부인과에 노크해서 간호사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0살, 그리고 이름이 탄생하는 순간부터가 한 살이라고 보거든요. 그 이름들이 나이를 먹고 자라나는 걸 보는 게 저는 너무 기뻐요. 이렇게 꾸준히 이름 산부인과를 운영하다가 100회 차가 되면 그땐 《이름 책》이라는 걸 만들어보려고 해요. 저는 100회부터가 이름 산부인과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H. instagram.com/name.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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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