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
무심코 표지를 넘겼다가 나도 모르게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버린 책, 아이에게 읽어주려고 집어 들었다가 내가 더 좋아하게 된 책, 그저 이유 없이 이끌려 머리에, 마음에 맴맴 도는 책. 취향과 꼭 맞는 그림책을 발견하는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글과 그림 너머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마저 사랑하게 된다. 여기 네 명의 에디터가 사랑하게 된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에서 겪는 모호한 감정을 세밀한 선과 신비한 색으로 말하는 그림책 작가. 1994년 첫 그림책 《나의 왕국》을 펴냈고, 해마다 새로운 책을 발표하며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누구나 자기만의 우주 안에서 기쁨과 상실, 즐거움과 괴로움과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는 걸 그의 책을 통해 깨닫는다.
개를 원합니다 – 어떤 개든 상관없음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이주희 | 논장
‘세 겹 왕관 학교’ 친구들은 어딜 가나 개 이야기뿐이고 주말 약속도 개를 데리고 나가야 한다니 밀리는 너무 슬프다. 드디어 엄마가 개 기르기를 허락했고, 밀리는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쓸쓸히 앉아 있는 개를 선택한다. 소외와 차별이 가득한 삶에서 자신을 바라봐 줄 누군가를 원했던 밀리는 개 ‘프린스’와 같이 자라난다. 존재를 인정하며 서로를 돌보는 밀리와 프린스의 성장이 화사하고 유쾌한 색으로 펼쳐진다.
메두사 엄마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김영미 | 논장
작가는 왜 신화 속 괴물인 메두사를 엄마로 만들었을까. 그렇다면 머리카락은 저주일까, 무기일까. 분명한 건 그는 남들과 다른 욕구와 도구를 지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외딴곳에 살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워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욕구를 숨기지 않는 이리제와 자신의 상징인 긴 머리카락을 잘라내면서 아이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메두사의 건강한 관계가 좋다. 서로의 욕구가 부딪치고 믿음이 거세게 흔들리더라도 둘은 함께 걸을 것이다.
대혼란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이주희 | 논장
에밀리엔의 집에는 여기저기 물건이 널려 있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친구 실바니아를 계속 만나고 싶어 집을 대청소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건을 잘 정리하지 못하지만 꿈을 꾸고 자유롭게 사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삶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정렬되어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방식도 있다. 우리는 다른 삶의 방식을 평가할 수 있을까? 나와 물건 사이의 질서를 정하고, 애정 하며 돌보는 삶은 그 자체로 얼마나 멋진가.
대학생 때 처음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을 접했다. 오랫동안 품어온 그림이라는 꿈을 직접 그림책을 만드는 것으로 실현하고 싶어 작가가 되었다. 쓰고 그린 첫 책 《감기 걸린 날》 이후로 자기만의 작업 세계를 꾸준히 확장했고, 여러 차례 해외 도서전에 소개되고 선정되며 국내외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작가는 여전히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감기 걸린 날
글·그림 김동수 | 보림
이야기는 엄마에게 초록색 오리털 점퍼를 선물 받은 아이를 따라 흘러간다. 삐져나온 오리털 하나를 발견한 그날, 아이의 꿈에는 몸 이곳저곳 털이 숭숭 빠진 오리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오리들이 안쓰러웠는지 점퍼 속 오리털을 심어주기 시작한다. 재채기를 하며 꿈에서 깨어난 아이에게 묻고 싶다. “아이야, 네가 가진 따뜻함을 나누니 어때?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해지지 않았니?”
잘 가, 안녕
글·그림 김동수 | 보림
작가는 운전을 처음 시작한 후로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자주 스쳐 지나가고 는 했다. 동물들이 죽어가고 방치되는 게 안타까워, 상상 속에서라도 편안히 눈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그림책에 담았다. 동강 난 뱀을 실로 잇고, 납작해진 개구리 몸에 후 하고 바람을 불어넣고, 강아지의 상처를 꿰매고 털을 빗어주는 할머니의 손길에 보는 이의 마음도 함께 보듬어진다.
학교 가는 날
글 송언 | 그림 김동수 | 보림
책의 등장인물은 구동준, 김지윤 두 명이다. 두 어린이는 모두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둔 예비 초등학생. 책의 왼쪽 페이지는 동준이의 시점, 오른쪽 페이지는 지윤이의 시점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둘 다 초등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데, 동준이는 구슬치기를 하고 지윤이는 엄마랑 노트북을 켜놓고 글씨 쓰기 연습을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1960년대와 2000년대의 풍경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수수한 그림들로 읽는 이의 마음에 고요히 스미는 작품들을 꾸려왔다.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스토리를 전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으며, 그림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는 작가였다. 그는 2017년 일흔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한 날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평온한 작품 세계는 여전히 많은 독자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브루키와 작은 양
글·그림 M. B. 고프스타인 | 옮김 이수지 | 미디어창비
작은 양 한 마리와 사는 브루키. 브루키는 단짝 친구이자 너무나도 사랑하는 양에게 노래를 가르쳐주지만 양은 그저 “매애 매애” 하고만 운다. 고민하던 브루키는 작은 양과 놀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린다. 바로, 가사가 ‘매애 매애’인 노래를 알려주는 것. 오직 흑백의 펜 드로잉으로 그려낸 브루키와 양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새어 나온다.
우리 눈사람
글·그림 M. B. 고프스타인 | 옮김 이수지 | 미디어창비
기다리던 첫눈이 내린 날, 단단히 옷을 챙겨 입은 남매는 진흙이나 나뭇가지를 피해 뽀얀 눈만을 골라 열심히 눈사람을 만든다. 뿌듯하게 집으로 돌아왔지만 밤이 찾아올수록 남매의 마음은 속상하다. 혼자 있는 눈사람이 너무나도 외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저 눈사람 만들지 말걸.”이라며 후회하는 남매에게 아빠는 친구를 만들어주자고 한다. 작가 특유의 포근한 그림체가 솜뭉치 같은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름을 알고 싶어
글·그림 M. B. 고프스타인 | 옮김 이수지 | 미디어창비
모든 것의 이름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밤하늘을 떠다니는 별부터 무리 지어 다니는 물고기, 풀과 꽃까지 하나하나 알아보고 따스하게 맞이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는 책이다. 책장을 쉽게 넘기기보단, 그림과 글에 담긴 이름 모를 존재들을 떠올리며 느긋이 머물러보자.
내 안의 여러 감정들을 끄집어내 그림책으로 표현하는 작가. 20권 이상의 책을 쓰고 그렸으며, 그림 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걱정, 불안의 감정을 연작으로 그리다 2019년 《불안》이라는 책을 내면서 도서출판 ‘핑거’를 만들었다. ‘핑거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더욱 개성 있는 그림체와 자신만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두 발을 담그고
글·그림 조미자 | 핑거
파란 강물 위에 떠 있는 작은 낚시터. 아빠와 아이는 미끼를 매달아 낚싯대를 던진다. 어떤 물고기가 잡힐까? 물결 소리, 풀과 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 새소리. 강물에는 하늘과 산이 비치고 물결 위로 하나가 된 세상을 두 사람은 가만히 바라본다. 수채화로 표현된 청아한 물빛. 그 속에 담긴 두 발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한 어느 여름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불안
글·그림 조미자 | 핑거
크고 작은 불안들은 궁금하기도, 알고 싶지 않기도 한 두려운 감정이다. 사랑, 행복, 기쁨과 함께 불안도 내 안의 감정. 아이는 불안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강렬한 색감과 유려하고 리듬감 있는 선들이 어우러져 아이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깜깜하지 않은 밤에
글·그림 조미자 | 핑거
밤이 되면 아이들은 왜 안 자려고 하는 걸까? 밖은 깜깜해졌지만 텐트 놀이도 하고 싶고, 그림책도 읽고 싶고, 공놀이도 할 거란다. 그렇게 시작된 아이의 상상 여행. 잠이 올랑 말랑한 밤, 지금 내 옆에서 안 자려고 버티는 얄밉고도 사랑스러운 작은 아이와 이 책을 펼쳐보자. 초롱초롱했던 아이의 두 눈이 이야기가 끝날 즈음엔 스르륵 감길지도 모르겠다.
에디터 김현지, 이다은, 이명주, 황지명
자료 협조 논장, 보림, 미디어창비, 핑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