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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샘킴
THE VALUE OF FOOD
THAT LINKS LIFE
AND THE FUTURE
샘킴 요리사
모든 일에 정직과 확실한 가치관이 필요하겠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해 보인다. 음식과 건강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은 자연에서 오기 때문이다. 자연이 가진 빛깔과 맛, 향을 귀하게 여기고 그 가치를 아는 요리사, 샘킴 셰프를 만났다.
장을 보고
음식을 손질하던 꼬마
마침내! 샘킴 셰프를 만났네요. 작년, 스케줄 때문에 인터뷰를 못 해 무척 아쉬웠거든요. 그사이 오스테리아 샘킴을 오픈하셨어요.
(웃음) 반가워요. 오스테리아 샘킴을 오픈한 지는 1주년이 지났어요. 식당 두 개를 꾸리다 보니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점심까지 오스테리아 샘킴에 있다가 오후 한 시 정도에 보나세라로 건너와서 저녁까지 일해요. TV 프로그램은 <냉장고를 부탁해>를 하고 있고 옥스팜, 서울시 급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오스테리아 샘킴’은 보나세라보다는 캐주얼한 이탈리아 식당 같아요.
맞아요. 자연주의 레시피는 그대로 하되, 좀 더 자유롭고 경쾌한 콘셉트를 목표로 했어요. 바가 있어서 손님들은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걸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고요. 보나세라는 격식을 갖춰서 특별하고 소중한 날을 기념하러 온다면, 오스테리아 샘킴은 좀 더 쉽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의미를 부여했어요.
화가나 음악가가 전시를 하고 앨범을 내야만 예술가의 의식을 갖는 건 아니잖아요. 그 이전부터 자기 암시나 의식 같은 게 있기 마련인데, 요리사가 되기 전 셰프님은 어땠나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어린 시절, 친인척이 하숙집을 많이 했고 어머니에게도 권유했어요. 그러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자식들이 부모 일을 돕는 게 자연스러웠어요.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이면 집안일 돕는 자식을 칭찬하잖아요. 거기에 자극받고 칭찬 들으려고 어머니를 도왔어요. 그래서 저의 주된 환경은 늘 주방이나 시장이었죠. 요리사라는 직업을 잘 몰랐지만 옆에서 조금씩 도우면서 보람과 흥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어떤 일을 주로 했나요?
초등학교 1~2학년 무렵부터 시장 심부름을 많이 했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에 다녀왔는데, 88올림픽 경기가 나오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재래시장 가는 걸 좋아했어요. 명절 때면 서너 바구니 장을 봐야 하는데, 식재료 구경도 재미있고 흥정하는 모습도 신기했어요. 지금도 시장의 에너지를 좋아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어머님이 요리를 하시면 위에 줄 맞춰 얹는 정도인데, 어린 나이에 다 제가 한 거 같고 뿌듯했어요.
어머니를 도와 요리하는 게 왜 재미있었나요?
사실 저희 어머님은 요리에 재주가 없었어요. 생계를 위해 시작하신 거죠. 반 년 정도 하숙집 형들도 다른 데서 밥 먹고 그랬어요(웃음). 여기저기서 레시피를 공수 받으며 착오를 거쳐 가는 어머니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어요. 요리가 맛있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고, 매력 있다는 걸 알았죠. 뭔가를 만들어서 흡족해하는 상대를 보는 게 어린나이에도 신기했거든요. 많은 인력과 시간, 투자가 필요하거나 로봇처럼 조립하고 기계를 이용하는 게 아니잖아요. 음식으로 사람을 기쁘고 밝아지게 할 수 있구나, 또 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경험했어요.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기억이 셰프님을 요리사의 길로 이끌었나요?
그렇죠. 어릴 때 요리하는 어머니 옆에서 재료를 다듬고 설거지를 하던 추억이 컸어요. 어머니에게 기술을 배우진 못했지만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마음을 배웠어요. 그 음식을 먹고 사람들이 좋아하던 따뜻한 기억이 성장하고서도 남아 있었고요. 어머니는 부끄러워하시지만 제 요리 스승은 어머니인 거죠.
직접 텃밭을 가꾸기도 하셨죠? 보나세라 옥상에도 있고요.
5년 정도 김포공항 근처에 50여 평의 텃밭을 운영했어요. 10종류 정도 심고, 수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못 하게 되었어요. 매장을 두 개 하다 보니까 갈 시간이 없더라고요. 보나세라 옥상에는 여전히 텃밭을 가꿔요. 예전에는 노지에 컨테이너를 만들어서 하나씩 심었다면 최근엔 좀 더 현대식으로 바꿨어요. 손님들도 원하시면 옥상에 올라가서 보고, 허브도 딸 수 있어요. 대부분 직접 재배한 허브로 요리를 해요. 파프리카와 토마토도 심었는데, 토마토는 거의 다 익었어요.
직접 채소를 기른다는 건 요리에 어떤 영향을 주던가요?
텃밭을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요. 보통, 식재료를 주문하면 배달이 오잖아요. 그런데 그 재료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긴 힘들어요. 직접 키우면서 재료들을 매일 보니까 ‘아, 가지가 이렇게 휘는구나. 두 번째 딸 때는 가지 알이 더 얇구나.’라는 걸 알죠. 토마토의 경우도 언제 따야 가장 맛있는지 알 수 있고요. 장마가 지나기 전과 후의 맛도 정말 달라요. 그리고 밭을 이사해봤는데, 땅이 무척 중요하더라고요. 기름지고 해와 바람이 잘 드는 곳이 농사가 잘돼요. 건조하고 해만 지나치게 많이 드는 곳은 농사가 잘 안 되더라고요. 농사를 짓는 게 힘들지만 직접 기른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는 기쁨이 컸어요. 모든 음식 재료는 자연에서 나오잖아요.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배우며 레시피를 구상하기도 했죠.
셰프님을 행복하게 하는 식재료를 꼽는다면요?
너무 많은데요. 제 텃밭에서 가장 신기한 거는 토마토예요. 주재료로 방울토마토를 쓰기 때문에 많이 키우기도 했고요. 농약을 안 쓰면 배추나 상추는 벌레가 많이 꼬여요. 오이도 진드기가 많고요. 그런데 방울토마토는 벌레가 안 끼어요. 줄기가 독해서 병충해도 없더라고요. 집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으니 도전해보세요. 최근에 이탈리아 풀리아 지방에 다녀오고 나서 올리브에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풀리아는 대부분의 올리브가 생산되는 지역이에요. 농장 할아버지들이 오래된 차 안에서 큰 바구니를 꺼내 올리브를 담아 오시거든요. 그걸 공장에서 바로 다 갈아버려요. 간 올리브를 둥근 원형 짚으로 된 판 위에 올리고, 켜켜이 쌓이면 위에서 압착이 시작되죠.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더 나은 음식이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
자연주의 요리에 대한 신념이 궁금해요.
음식은 배를 채운다는 의미도 있지만, 건강해야 하거든요. 아이들의 경우 잘 먹어야 공부나 운동 같은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기회도 오는 거죠. ‘더 나은 음식이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결국 모든 일의 기본은 먹는 거예요. 먹는 거에 목숨을 걸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한 끼를 먹더라도 어떤 음식이 좋은지 의식을 하고 식단을 찾아보면 삶이 좀 나아질 거예요. 그런 변화들로 더 나은 미래가 되는 거고요. 다행히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어요. 그래서 셰프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죠.
옥스팜, 서울시 친환경 급식 캠페인 등 음식 프로젝트도 그러한 생각의 연장인 건가요?
그렇죠. 제 신념이 확실하기 때문에 다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니까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도 있고요. 옥스팜 푸드트럭은 3년 넘게 해오고 있는데, 해외의 굶주린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는 게 목표예요. 서울시 친환경 급식은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의 급식을 색다르고 건강하게 바꾸자는 취지 아래 진행하고 있어요.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감도 있을 거 같아요.
직업마다 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저보다 더 훌륭한 셰프님도 계시지만, 셰프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레시피가 많이 공유될수록 사람들이 더 좋은 음식을 먹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레시피를 공유하는 게 사회에 대한 헌신이라고 봐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푸드트럭을 나가봤는데, 쟁쟁한 셰프님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어요. 훌륭한 셰프는 좋은 레시피와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스킬과 요리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중심을 어디에 잡는지가 중요하더라고요. 저도 음식으로 교감하고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요. 요리하다 보면 요리로 이어지는 다른 영역이 생기잖아요. 식재료, 사람, 방송 같이 집중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죠. 저는 늘 새로운 영역을 향해 열려 있어요.
친환경 급식 캠페인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2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작년에는 버스 안에서 한 반의 아이들과 요리를 하고 수업을 했어요. 올해는 학교 식당에서 조리사들과 함께 직접 급식을 만들어요. 급식은 90% 이상 친환경 식재료를 쓰고 있는데, 여전히 옛 스타일로 조리하고 있는 게 문제예요. 조리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소스들이 나타나요. 거기에 조미료가 잔뜩 들었거든요. 아이들 음식에 무조건 사용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런 화학조미료를 안 써도 충분히 맛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건강식이라면 먹어보지도 않고 맛없을 거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아이들의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채소를 안 먹는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채소 요리를 조리사님들과 함께 만들어보고 있어요.
많은 부모가 아이의 편식 때문에 고민하죠.
맞아요. 많이들 물어보세요. 편식의 원인이 다양하겠지만 우선 왜 그 음식이 싫은지를 알아야 해요.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지, 맛이 마음에 안 드는지, 형태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도 파악해서 그 원인을 없애가야겠죠. 색다른 요리를 시도하면서 잘 먹는 요리에 끼워 넣는 식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게 좋아요. 싫어하는 맛이 최대한 안 느껴지도록 거부감을 줄일 수 있게요.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저는 아이 이유식을 만들면서 식재료의 다양함을 알고 놀랐어요. 재료들 간의 이로운 조합과 해로운 조합도 배웠고요. 그 경험으로 건강한 음식에 대한 기준이 생겼는데요. 아이에게도 스스로 건강한 식재료를 선택하도록 교육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어릴 때 식재료 교육을 받는 게 가장 좋아요. 뉴욕의 한 초등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반별로 아이들의 텃밭이 있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신들이 기른 채소로 음식을 해 먹는대요. 채소가 자라는 걸 보고 먹어 보는 일이 학습 효과가 있는 거죠. ‘이 모양과 이 냄새가 신선한 거구나.’ 언제 먹으면 가장 맛있는지를 알고 나면 다른 음식에도 대응이 되더라고요. ‘이건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거야.’라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어서 무척 부러웠어요.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자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서울시에 그런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아직은 제도적인 문제와 비용의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크면서 학원 다니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끼니를 대충 때우게 되는데, 식재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스스로 분류하여 선택할 수 있으니까 도움이 될 거예요.
주말농장 같은 데서 텃밭을 가꿔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네요.
그럼요. 아이들과 텃밭 체험 꼭 해보세요. 어린이집이나 집, 심지어 마트에서도 완제품만 보잖아요. 씨앗에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잘 모르죠. 저도 식재료가 어디서 나는지 보여주려고 주말에 아들을 텃밭에 데려가곤 했어요. 가지, 호박, 토마토, 바질, 옥수수 등을 보여줬죠. 벌레를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수확물을 따서 바구니에 담으며 너무 즐거워했어요. 심지어 어린이집에서 키운 걸 제 텃밭에 옮겨달라고 했어요. 잘 자라고 있냐고 묻기도 하고요. 편식을 고치는 데도 도움이 될 거예요. 제 아들이 토마토를 안 먹었거든요. 그런데 텃밭에 갔을 때 옆집 농장 주인분이 토마토를 준 적이 있어요. 당연히 안 먹을 줄 알았는데 받아먹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토마토를 먹기 시작했어요. 수확한 재료가 요리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에도 관심을 갖고 호기심을 보이더라고요.
다니엘의 식습관은 어떤가요?
아기일 때부터 지금까지 식사 전에 브로콜리나 당근 데친 걸 한 그릇씩 먹어요. 샐러드를 성인만큼 먹죠. 보쌈을 제일 좋아하고, 김치는 종류별로 다 잘 먹어요. 고추장도 좋아하고 양식도 잘 먹고요. 그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 있어요. 이유식을 하면서 채소를 종류별로 먹이고 간식으로도 계속 노출시켰어요. 자라면서 선호도가 바뀌긴 해요. 사탕이나 젤리 같은 식품에 눈을 뜨죠. 그거까지 막을 순 없지만 대처를 할 순 있어요. 습관이 중요하거든요. 지금도 아침에 사과 꼭 먹고, 채소를 꼬박꼬박 먹어요. 채소 본연이 내는 맛을 어릴 때 다 먹여봐서 채소가 맛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교육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잘 먹는 아이어서 그런 거도 있겠지만요(웃음).
이유식을 직접 만드셨다고 했는데요. 자연주의에 대한 가치관도 깊어지던가요?
이탈리아 요리도 재료 본연의 맛에 의존하긴 하는데, 이유식 만들며 더 자연주의에 빠져 있었어요. 사실 소금과 후추를 안 쓰고 요리한다는 게 셰프에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간을 낼 수 있는 음식이 한계가 있어요. 조개나 새우 같은 해산물은 편한데 채소만으로 맛을 내긴 힘들죠. 양파, 파프리카, 호박은 그 자체로 달긴 한데 소금을 조금만 쳐도 엄청 맛있어지거든요. 그런 핸디캡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겨서 많이 만들어봤어요. 만들다 보니 굳이 간을 딱 맞추는 게 필요할까 같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식재료 안에서 아이가 잘 먹는 방법을 찾고, 간을 하지 않고 맛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제 요리에도 적용하게 되었죠.
아이와 함께 장을 보고 요리도 하나요?
예전에는 장보기 정말 좋아했어요. 집 근처인 화곡본동 시장에 주로 갔어요. 100미터 되는 꾸불꾸불한 길을 걷는데, 좋아하는 채소나 과일류를 손으로 만져보고 관심 가졌어요. 사람도 많고 다니엘이 좋아하는 순대나 떡볶이도 있죠. 좀 크니까 생선 구경도 좋아했어요. 이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알고, 신기해하는 것도 많이 줄긴 했어요. 장난감 가게로 가려고 하고요. 요즘은 함께 자주 못 가요. 알아보는 분도 많은데 “우리 아빠 샘킴이에요.” 하면서 말을 걸어서 낯 뜨거울 때도 있죠(웃음).
요리사를 꿈꾸던 다니엘의 꿈이 최근 바뀌었다면서요.
요리사를 하고 싶어 했는데, 이제 안 한대요. 학교에 가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과학자로 바뀌었어요. 조금 서운했어요. 하지만 어차피 또 바뀔 거잖아요. 먹는 거, 요리하는 거 좋아하니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어요(웃음). 아내는 별로 안 좋아해요. 요리사라는 직업이 남들 밥 먹을 때 못 먹고 남들 쉴 때 못 쉬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부모는 결국 자식들이 좋아하는 걸 응원하겠죠.
셰프가 꿈인 아이들이 아주 많아요. 셰프가 되기 위해 중요한 자질이 있을까요?
저는 전문적으로 일을 하기 전부터 정말 잘 먹었어요. 이 일을 하면서도 다른 장르의 음식을 많이 먹고요. 입으로 기억하는거죠. 그래서 잘 안 먹는 요리사는 의심스러워요. 먹는 것만 먹는 사람은 천재가 아닌 이상 다양한 맛을 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먹는 것도 다 학습이거든요. 편식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맛을 기억하면서 자료를 쌓아야 여러 조합을 만들 수 있어요. 요리사가 꿈이라면 먹고 싶은 거 다 먹어보고 여러 음식을 접하면서 맛을 축적해 둬야 해요.
수학적 감각이 요리에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요.
오, 맞아요. 저 어릴 때 수학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주산과 암산 학원에 보내주신 어머니께 감사해요. 초등학교 4학 때 이미 암산으로 1급이었어요. 1급은 세 자릿수 곱하기가 되어야 해요. 첫 자리 계산한 거를 머리에 찍어 넣고 두 번째 자리 계산한 거를 기억했다가 합치는 거예요. 그걸 일 년 넘게 했는데, 요리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미국에서 시험 볼 때도 유리했고요. 다른 친구들은 전자계산기를 꺼내서 하는데, 저는 없이도 할 수 있었어요. 요리할 때도 세배 합, 두배 합일 때 계산을 빨리 해야 해요. 양이 많아졌을 때 열에 대한 변화도 잘 계산해야 하고요. 무작정 인원별로 곱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도 신메뉴를 개발했을 때 가격 대비 원가가 얼마인지, 빈도수 추적이나 전체적인 메뉴의 가격을 구성할 때도 도움이 되죠.
가정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많이 비추셨어요.
가족은 큰 힘이에요. 싱글일 때는 일에만 빠져 있으니까 하루하루가 충전되지 않고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채워져요. 지치고 힘들 때도 아이 보면 힘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래서인지 애착이 두터운 편이에요. 오스트리아 샘킴 매장을 시작하고 토요일에도 일을 하게 되었는데, 아빠를 뺏겼다며 안 좋아하죠(웃음). 일요일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베이블레이드, 공룡메카드로 놀고 책을 좀 읽어요. 영화 보거나 음악을 듣고, 레슬링이나 총싸움 같은 몸 쓰는 것도 하고요. 최근에는 자전거를 사서 공원에 주로 가요. 엄청 장난꾸러기라 피곤해요. 사랑스럽긴 한데, 사실 매장에 나와 있는 게 몸은 편해요(웃음).
요리 책 이외에 에세이 책도 두어 권 내셨어요. 음식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와 다정한 시선이 참 좋았어요. 특히 《이 맛에 요리》에서는 남편, 아빠에게 앞치마를 두르라고 조언했어요.
맞벌이인 케이스가 있고 엄마나 아빠 중에 육아를 많이 하는 쪽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떠나서 저는 아빠들에게 요리를 해보라고 권해요. 저희 집만 해도 바쁘다 보니 제가 집에서 요리하는 걸 생소해하거든요. 아빠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주면 집안 분위기도 부드러워지고 아이도 좋아해요. 물론 아빠에게도 좋아요. 요리는 정말 해봐야 아는 건데, 한번 해보기가 쉽지 않은 거 알아요. 요리는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이 있어요. 누군가 맛있다고 애기해주면 정말 기분 좋죠. 많은 아빠들이 요리를 하면서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셰프님 요리책들은 조리법도 간편하고 재료도 구하기 쉬워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전문가에게 보여주는 책이 아니니까요. 예술 서적은 한 번 내본 적이 있기에 만족해요. 캐주얼한 음식을 알리는 걸 좋아해서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용기와 자신감을 주고 싶었어요. 모든 음식에는 균형이 있기 때문에 음식 간의 균형만 잘 맞으면 한 그릇에도 영양이 충분하고, 끼니도 될 수 있죠. 주말에 한 번 정도 잘 차려 먹고, 평일 바쁜 시간에는 한 그릇 음식을 하는 것도 괜찮아요.
채소를 꺼리는 가족에게
추천하는 요리법
채소 스프링 롤
재료
표고버섯 3개, 오이 1개, 당근 1개, 아보카도 1개, 양파(중간 크기) 1개, 방울토마토 10개, 라이스 페이퍼, 간장, 참기름 조금
재료 준비
다진 마늘 1큰술, 생강 ½작은술, 간장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레몬 ½개, 꿀 1큰술, 파슬리 ½작은술, 올리브오일 3큰술을 넣어 잘 섞는다.
만들기
1 표고버섯과 양파를 깨끗하게 씻은 뒤 채 썬다.
2 당근은 강판에 갈고, 오이는 돌려 깎아 채 썬다.
3 오일을 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당근, 표고버섯, 양파를 순서대로 넣고 간장, 참기름, 깨소금으로 간하며 볶는다.
4 라이스 페이퍼에 3을 올리고 채 썬 오이와 아보카도를 함께 잘 말아 준다.
5 그릇에 소스를 부은 후 4와 방울토마토를 썰어 올린다.
에디터 김현지
어시스턴트 강나영 포토그래퍼 안가람 자료 협조 이덴슬리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