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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mall Miracle A Street Dog Triggered
작은 기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거리의 쓰레기통 아래서 가족을 기다리던 까만 개에서 시작된 이야기. 40마리의 개와 수십 명의 사람이 만난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제 시작인 이야기.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커다란 분리수거 통, 그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까만 개를 친구가 처음 발견했다. 처음 봤을 때 죽은 줄로 알았을 정도로 개는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몹시 마른 상태였다. 친구가 가지고 다니는 사료를 주자 허겁지겁 먹었다. 멀리 도망치지는 않았지만 가까이 곁을 주진 않아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갈 때마다 사료를 주는 일뿐이었다. ‘레오’라고 이름 붙이고 서서히 친해져 갔다. 사료를 꾸준히 먹였더니 살도 조금씩 붙었다. 낮이고 밤이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레오는 한자리에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게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일단 주린 배를 채워주자고만 생각했다.
언제 가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있던 레오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혹시 가족이 찾아온 건가, 누군가 좋은 사람이 데려간 건가 부질없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예상한 대로 레오는 유기견 보호센터에 잡혀가 있었다. 누군가 ‘유기견이 떠돌아다닌다’며 신고한 것이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개 두 마리까지 모두 세 마리가 함께 잡혀갔고, 흔한 믹스견이라 공고 기간 2주가 지난 뒤에 바로 안락사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평소에 사설 보호소에 함께 봉사를 다니던 친구들과 합심하여 세 마리 모두 보호센터에서 꺼내 왔다. 임시 보호 기간을 거쳐 ‘레오’는 캐나다 밴쿠버로 해외 입양되었고, 나머지 두 마리도 각각 좋은 가정에 입양되어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생각했다. 착한 레오가 두 마리를 더 구한 셈이라고. 레오는 정말 복이 많은 개라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이야기지만, 사실 유기견들에게 이런 엔딩은 몹시 드물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입양처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고, ‘바베시아증’이나 ‘심장사상충’ 같은, 길에서 얻기 쉬운 병에 걸려 있어 치료하느라 몇 달의 시간과 돈을 쓰는 경우도 많다. 이 세 마리의 개들은 아주 운이 좋은 편이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완벽한 해피엔딩인데, 행복한 에필로그가 추가된다. 셋 중 누런 개 ‘망고’를 입양한 가족에게서 ‘망고’ 같은 유기견들을 위해 사료를 기증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무려 2톤이나. 레오는 망고를 구하더니, 더 많은 유기견까지 구하게 되었다. 두 트럭분의 사료를 기부받은 유기동물 후원 단체 ‘프렌들리 핸즈’에서는 여러 사설 보호소에 사료를 넉넉하게 전달했다. 그러고도 남은 사료를 더 나누기 위해 열다섯 마리 이상 유기견을 돌보는 개인을 수소문했다. 그러다가 이곳, ‘호호쉼터’를 알게 되었다.
제보를 받아 간 곳은 내년이면 아흔 살이 되는 할머니와 개 마흔 마리 정도가 함께 사는 곳이었다. 대충 세어 마흔 마리지, 더 될지도 모른다. 할머니 집은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곳이고 밭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열 마리쯤은 나무 아래 묶여 있고, 스무 마리쯤은 줄 없이 집 주변에서 머물고, 나머지는 아가들이라 어미 개 옆에 모여 있었다.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이곳저곳에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방치된 분변도 많아 지린내가 진동했다. 개들은 평소 사료는 거의 먹지 못하고 당면이나 옥수수 같은 걸 먹고 살았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었다. 큰 플라스틱 드럼통 같은 걸 눕혀 개집처럼 쓰고 있었지만 그나마 몇 개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처음에 ‘프렌들리 핸즈’에서는 사료만 전달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사료를 전하며 할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두 마리만 키우셨다고 한다. 암컷 수컷 두 마리 사이에서 새끼가 여러 마리 태어났고, 그 새끼가 자라고, 밖에서 다른 개가 들어오기도 하고, 외출했다가 임신을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채, 줄도 울타리도 없이 살고 있는 개들 때문에 개체 수는 계속 늘어났고, 그 개들이 근처 밭을 헤치는 바람에 민원은 끊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개들을 좋아했고, 그보다 더 개들은 할머니를 좋아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며 사이좋게 살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프렌들리 핸즈’는 더 돕고 싶어졌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역부족인 상황 때문에 생긴 일은 조금만 도우면 해결될 수도 있다. 해결할 수 있는 일에는 힘이 나는 법이다.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견사를 지어주자고 결심한 뒤 우선 ‘호호쉼터’라고 이름을 지었다. 돈을 모금하고 일할 사람을 구했다. 십시일반 돈이 모였고, 사람도 모였다. 여기에 나는 ‘사람’으로 참여했다. 공사는 닷새간 진행되었다. 포클레인이 동원되어 평평한 밭을 고르고, 자갈을 사다 날라 펼쳤다. 밭 가장자리에 펜스를 치고 방을 나누었다. 문과 지붕을 만들고, 수도를 연결하고, 가림막을 설치했다. 개집을 조립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개들을 한 마리 한 마리 데려다 방에 넣고, 개들이 원래 있던 자리를 청소했다. 목줄을 채우고 이름을 써 붙였다. 목욕을 시키고, 진드기를 뗐다. 소문을 들은 수의사 선생님들이 직접 와서 인식 칩 삽입을 하고 예방 접종과 함께 간단한 건강 체크도 해주었다. 예방약을 바르고 먹였다. 가장 필요한 중성화 수술도 지원해 주시기로 약속했다. 적고 보니 네다섯 줄로 끝나는 일이지만 한두 명의 힘으로는 힘들었을 일이다. 수십 명의 사람이 마음을 모아 해냈다.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다들 어디선가 하나둘 모이더니 말도 없이 척척 일을 찾아서 했다. 무거운 돌도 번쩍 나르고, 자기 키보다 훨씬 큰 펜스를 들어 옮겼다. 드릴 사용은 기본이고, 전문가가 아닌데도 용접도 거뜬하게 해냈다. 함께 나눠 먹을 음식을 푸짐하게 싸 왔고, 개 간식도 넘쳐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들 웃고 있었다. 똥을 치우면서도 웃고, 옮겨도 옮겨도 끝이 없는 벽돌을 나르면서도 웃고, 하다못해 목욕시키다 강아지한테 물려 피가 나도 웃었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깔깔 많이 웃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낡은 삽으로 자갈을 퍼 나르고, 펜스를 옮기고, 그늘막을 치며 자꾸 손에 상처가 나는데도 웃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마주 보고 웃었다. 이름도 나이도 묻지 않은 채 여전히 모르는 사이인 채로 즐겁게 대화를 했고, 밥을 나눠 먹었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면, 제대로 사람 노릇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뿌듯했다. 몸을 움직이니 잠이 잘 왔고, 마음이 편안해서인지 꿈도 좋은 꿈만 꾸었다. 다음 날 아침이면 또 벌떡 일어나 작업복을 챙겨 입고 쉼터로 갔다. 좋은 에너지로 가득하던 닷새간의 현장이었다. 그렇게 하하 호호 웃으며 호호할머니의 ‘호호쉼터’를 완성했다.
“할머니, 애들이 다들 순해요. 겁은 많은데 사나운 아이들이 없어요.” “때리지 않아서 그래요. 개를 때리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얘네가 때릴 데가 어딨어요. 사랑해 주니까 애들이 순해요.” “어머, 사람 무서워하는 애들도 할머니가 오니까 옆에 다가와요.” 하니 “그럼요 제가 엄만데요.” 하신다. 그러니까, 사료 대신 당면을 먹이고, 똥을 제대로 치워주지 못해 똥 밭 위에 누워 살았더라도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사랑하는 엄마. “할머니, 얘 이름은 뭐예요?” “들레예요. 옆에 얘가 들레 자식인데 이름은 빌레예요. <민들레>라는 드라마 할 때 새끼 낳아서 들레라고 지었지요.” 이름도 있고 사연도 있었다. 연신 고개 숙여 “고마워요.”라고 말씀하시던 할머니는, 우리가 나머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새로 지은 견사 하나하나에 들어가서 한참 앉아 계셨다. 한 마리 한 마리 곁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셨다. 괜찮다고, 놀라지 말라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오래오래 함께 살자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어떻게 이런 환경 속에서 개를 키울 수 있느냐고 화를 낸다. 학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군가 넌지시 말했다. 더 빨리 오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그간 홀로 고생이 많으셨다고, 이렇게라도 지켜주어 감사하다고. 나는 이 마음이 좋다. 화를 내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더 많은 개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런 마음은 지치지 않고, 지치지 않는 마음이 기적을 만든다.
프렌들리 핸즈 유기동물 후원 단체
A. 제주도 제주시 연오로 59
H. instagram.com/friendlyhands.k
글 정다운
사진 박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