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son he went on the field

그가 들판에 나간 건: 김목인

노래를 만드는 마음 

The reason
he went on the field

그가 들판에 나간 건

김목인은 2006년 캐비넷 싱얼롱즈Cabinet Singalongs의 멤버로 본격적인 음악을 시작해 2010년에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GIPSY & FISH ORCHESTRA의 멤버로 활동했다. 2011년 12월 [음악가 자신의 노래]라는 앨범을 통해 사람들에게 ‘김목인’이라는 이름을 알렸고, 2013년 10월 두 번째 앨범 [한 다발의 시선]을 발매했다. 물론 그의 새 앨범도 좋지만, 어라운드 식구들의 만장일치로 1집 앨범의 여섯 번째 트랙, ‘그가 들판에 나간 건’이란 곡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가
들판에 나간 건

00:04:38

그가 들판에 나간 건 마음이 어지러워서였는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
풀과 하늘과 바람이 있었지만 노래는 떠오르지 않았고
도시에서는 그래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었는데 어느 날 벽에 가로막혔고
글과 노래야 쓸 수는 있었지만 마음은 아니라고 말하고
그러나 그 때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있었지
들판에서는 사람들이 흩어져 일을 하고 있었고
모두 다 아름다워 보였지
그의 마음과 주머니 속 수첩만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러나 그 때에도 인생은 계속되고 있었고
그리고 그 때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있었지
저녁이 다시 찾아왔고 가만히 방에 누워
창밖을 차츰 물들이는 어둠을 바라보다
삶의 귀퉁이 한쪽을 적어보다 어느새 잠들었나
인생이 여행일 때 모든 건 여행기로 변하고
남겨도 되고 그냥 가도 되는
그의 노래와 주머니 속 수첩만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러나 그 때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있었지

이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007년에 친구들과 함께 스반홀름Svanholm(덴마크의 스키비라는 마을에 있는 공동체 이름)에 다녀왔어요. 그곳에는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데, 저희는 손님으로 2주 정도 방문했어요. 밭을 갈거나 집안일을 도우면서 지냈죠. 외국에 나가면 곡이 잘 써진다는 분들도 있는데 제겐 별로 자극이 안 되더라고요. 곡을 쓰지 않고 조금씩 일을 하면서 제 자신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들판에 서있었는데 옆의 덤불에서 새들이 너무나 평화롭게 지저귀고 있더라고요. 곡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느껴졌어요. ‘그가 들판에 나간 건’이라는 노래는 그때 기록한 메모로 만들어졌어요. 2009년 즈음에 완성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11년에 발매한 1집 앨범에 담겼죠.

그렇다면 이 곡을 통해 연상되는 들판의 이미지는 스반홀름의 풍경인가요?

꼭 그렇진 않아요. 그곳에서 어떤 느낌을 받긴 했지만, 스반홀름의 풍경을 직접적으로 묘사한 곡이 따로 있어요. 이 노래의 이미지는 제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조금 추운 가을, 건조해진 들판의 풍경을 막연하게 떠올렸어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어릴 때, 부모님이 어딘가에 바람을 좀 쐬러 가자고 해서 따라 나왔을 때의 기분. 어른들은 즐거워서 나왔는데 나는 왠지 귀찮고 고민도 많아서 그 공간에서 홀로 쓸쓸하게 서있는 거예요. 곡을 쓸 땐 종종 혼자만 보는 풍경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묘사하는 거고요.

들판에 나가있는 ‘그’는 목인 씨 자신인가요?

이 곡이 음악가로서의 자화상이긴 해요. 하지만 실제 저의 경험담이라기보다 그런 심상을 빗대어서 표현한 거예요. 소년이 서있는 쓸쓸한 들판 풍경을 상상했듯이 ‘그’라는 음악가의 상황을 상상해 본 거죠. 물론 ‘그’는 제 자신과 주변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해요. 곡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아니면 잘 되고 있다가 슬럼프에 빠져서 여행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많은 상상을 하며 가사를 썼어요.

이 곡은 앨범 전체의 느낌과도 닮아있어요.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는 이 곡에서 실마리를 얻어서 만들었어요. ‘작은 한 사람’과 ‘그가 들판에 나간 건’은 1집 앨범의 다른 곡들보다 먼저 쓰였는데, 두 곡을 듣다 보니 앨범 전체가 어떤 분위기로 진행될지 예상이 되더라고요. 두 곡 사이에는 어떤 연관도 없었는데, 어느 날 보니 서로 닮아있는 거예요. ‘너는 주로 이런 노래를 만들고 있다’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목인 씨의 가사는 솔직하면서도 성실한 느낌이 들어요. 가사를 쓰실 때 특별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세상에는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 많잖아요. 예전에 밴드활동을 할 땐, 밴드의 이미지와 어울릴 만한 얘기만 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 얘기만 골라서 했죠. 그러다 보니까 외부에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의 제 모습이 분리되면서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있을 때에도 해오던 얘기를 계속 해야만 하는 거예요. 나는 더 많은 얘기를 하고 싶은데도 못하는 거죠. 어느 날 문득, 사람들이 조금 더 진실된 이야기를 듣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혼자 음악을 하게 되었을 때, 가명 대신 ‘김목인’이라는 제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스스로 곤란해지더라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후회는 안 하나요?(웃음)

후회보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예를 들면, 한 가게의 주인이 메뉴판에 재미로 뭘 써놨는데 손님들이 그걸 통해서 주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면 그 둘 사이의 친밀한 틈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주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죠. 다행인 것은 저는 상대방과 소통을 할 때, 다 얘기를 하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성격이라 그런 일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솔직하게 다 말하는 것보다 아이러니한 말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것도 그 나름대로 멋진데 저는 되도록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정확하게 이해하고 왜곡이 없는 소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늘 있어요.

그렇게 가사를 쓴다는 것이 목인 씨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혼자 가사를 쓰는 순간은 굉장히 사적이고 진지한 것 같아요. 다른 것을 하기 싫을 때에도 가사를 쓰는 일은 꾸준히 하게 돼요. 늘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본 모습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볼 때가 있어요. 제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주로 쓰게 되거든요. 공연이 끝나고 집에 와서 씻고 일기를 쓸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데, 그러다가 가사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노래 중간에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거든요. 이 곡 말고 다른 곡에서도 그 소리가 나오던데, 일부러 만드신 건가요?

1집 앨범의 몇 곡을 시골 고향집에서 녹음했어요. 집 거실에서 종일 녹음 했는데, 연주가 끝나고 조용해지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 소리를 지울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냥 뒀어요. 곡을 들으며 상상했던 들판 분위기와 비슷해서 누군가는 일부러 넣었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니에요.(웃음)

이런 대답을 듣고 나니 그의 음악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 편안함, 정직함, 엉뚱함, 자연스러움…. 그의 노래에는 놀랄만한 완벽함은 없지만, 여과 없는 담백함이 들어있다.실내 인터뷰가 끝난 후, 우리는 사진촬영을 위해 들판으로 갔다. 그곳에서 나는 잠시 일에 대한 걱정을 했다. 원고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제목으로 뭘 써야 할지, 당연한 고민들이었다.그땐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아름다운 들판만 구경하다가 돌아왔다. 

그는 이 노래 속의 ‘들판에 나간 그’가 누구라고 얘기해주지 않았다. 자신이거나 주변의 사람들일지 모른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해줄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제야 나도 수많은 ‘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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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선아

포토그래퍼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