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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진 이유
여행이 미지의 도시를 즐기는 일이라면 거주는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여행자에게 마냥 친절했던 도시가 이방인에게는 냉담히 돌아설 수 있기에 해외 이주에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그렇게 용기를 품고 떠난 이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얻을까? 각기 다른 곳, 다른 사정으로 떠난 다섯 가족에게 답을 들었다.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김민주 가족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나요?
로마살이 15년 차 김민주입니다. 여섯 살 류이안, 두 살 류이도 남매의 엄마, 가신(가이드의 신) 류재선의 아내, 그리고 글을 씁니다. 올해 초 첫아이를 낳고 키우며 5년간 썼던 글이 《로마에 살면 어떨 것 같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어요. 경력 단절의 두려움, 육아의 고충, 이방인 엄마의 막막함을 토로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좀더 직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가이드로 지낼 때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다니셨을 텐데, 로마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직업 덕분에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더 구석구석 이 나라를 다녀본 것 같아요. 현재 제가 몸담은 유로자전거나라 이탈리아 팀은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에도 지점이 있지만 일을 시작한 2006년은 정말 초창기였기 때문에 투어 프로그램은 모두 로마가 베이스였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로마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15년을 그곳에서 살았으니 이제는 한국이 더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아요.
한국이 낯설어진 지는 오래되었어요. 익숙한 풍경이 거의 없죠. 한국말을 쓰고 가족이 있는 곳인데도 오히려 외국 같아요. 작년 휴가 때는 가족 모두 한국에 갔다가 물갈이를 했어요. 한국에서 물갈이라니, 체질도 변해버렸구나 싶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저는 한국은 물론 어느 나라에 가도 이탈리아만 한 곳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해요. 일 년 내내 여름만 기다릴 만큼 이탈리아의 길고 긴 여름휴가도 이제는 너무 익숙해요. 여기 사람들은 매년 같은 곳으로 휴가를 가는데 처음에는 그게 이해가 잘 안 됐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되더라고요. ‘매번 같은 곳에서 뭐 할 게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익숙하니까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해요. 아침 먹고 해변에 가고, 점심 먹고 해변에 가고, 매 끼니 뭐 먹을까 생각만 하다 돌아와요. 신기한 건 그런 날들이 많은 걸 한 날들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는 거예요. 이젠 아무것도 안 하는 계절 없이는 못 살아요.
아이들은 방과 후에 주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정규 수업은 한 시 사십 분에 끝나지만 두 아이 모두 유치원, 초등학교에 네 시 반까지 있어요. 정규 수업 이후에 유치원 아이들은 학교 정원에서 놀거나 교내 스포츠 수업을 신청할 수 있어요. 학습에 관련된 방과 후 과외 활동은 없다고 봐야 하고, 거의 스포츠 활동을 해요. 첫째는 주 2회 축구 학교를 가고, 집 근처 어린이 서점에서 매주 책을 읽어줘서 거기에 놀러 가기도 해요.
아이들이 현지 친구들과 무척 친밀해 보여요.
이곳에 살면서 좀 의아했던 게 성인이 되어서도 어릴 적 친구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함께 있고, 반도 하나뿐이에요. 반과 담임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초등학교 5년 동안 같은 선생님, 같은 반 친구들과 생활하는 거죠. 첫째는 13개월에 어린이집을 다녔으니 걷기 전부터 친구가 된 거예요.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데 이미 5년을 함께한 거잖아요. 앞으로 초등학교 5년도 같은 반, 거기에 중학교도 같이 가는 분위기이니 아이들이 돈독할 수밖에 없어요. 학부모끼리도 무척 가깝고요. 거의 같이 키우고 있는 거예요(웃음). 나이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심지어 베이비시터와도 친해요. 여기 사람들이 이사를 잘 안 가는데, 이곳 정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 학교를 옮기는 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한 호흡으로 키운다고 해야 할까요?
언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집보다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많고 이탈리아 친구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이탈리아 말은 어떻게든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만, 학교에 간다고 뚝딱 이탈리아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교육기관에 다니기 전에는 거의 한국말만 들었으니까요. 길에서 이탈리아 사람을 매일 봐왔다고 해도 직접 부대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초반에 언어나 교우관계 때문에 학교 적응에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그래서 저와 남편은 지역 축제나 어린이 행사를 최대한 찾아다니고 현지인들을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어요. 고맙게도 아이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잘 따라와 주었죠.
집 안에서와 밖에서 다른 언어를 쓴다는 데에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지는 않았나요?
엄마, 아빠가 각각 다른 언어를 쓰는 상황이라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더 편한 언어 하나를 선택하기 때문에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익히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다행히 저희는 엄마, 아빠가 모두 한국인이니 집에서 쓰는 언어가 하나로 통일되어 아이가 큰 혼란이 없었고, 바깥에 나가면 또 이탈리아어를 쓰니까 자연스럽게 두 언어가 공존하게 됐죠. 게다가 첫째는 저와 이탈리아에서 모든 처음을 함께 했기 때문에 유대감이 강하고, 무엇보다 한국말을 좋아해요. 그런데 둘째는 자유분방하고 말도 늦네요. 둘째도 자유자재로 두 언어를 하게 될지는 지켜봐야겠어요. 아이들은 정말이지 다 다르더라고요.
성인이 되어 이주를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안이와 이도는 타지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부모로서 걱정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아이가 좀더 크면 이런 걸 명심하라고 말해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없는 것 같아요. 어느 나이대까지는 학교생활을 제외하고 아이가 접하는 대부분의 경험들이 부모에 의해 좌지우지되니까요. 지금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가 마음을 굳게 먹는 것이 맞아요.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홀로 서야겠죠. 이 나라 사람이 아닌 이상 인종차별, 정체성의 혼란은 피할 수 없어요. 모든 상황을 부모가 해결해주고 미리 막아주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그 상황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만나야 하는지는 정말 어려운 문제지만 제가 내린 답은 이거예요. ‘부모가 좋아하면 아이도 좋아한다.’ 너무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우리가 이 나라에 사는 걸 즐기고 이 나라 사람들을 좋아하면 아이도 그걸 보고 배울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중심을 잡아주려고 하나요?
아이들은 이탈리아를 사랑해요. 이탈리아 사람들과 친구들을 좋아하고, 여기서 누리는 많은 것을 즐겨요. 한국도 좋아해서 한국에 휴가를 가면 거기서 또 열심히 즐기죠. 지금은 한국말을 더 잘하지만 이탈리아 교육을 받고 있으니 어느 순간 뒤집힐 거예요. 한국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한국어도 계속 가져가게 되겠죠. 우리의 몫은 아이들이 두 나라를 모두 사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두 삶이 모두 행복하면 어디에서든 겪을 수밖에 없는 역경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아이가 한국을 사랑하면 한국인이기에 겪을 문제들에 상처받지 않고 좋은 한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 거고, 이탈리아를 사랑하면 그들이 무지로 인해 행하는 행동들이 안타까워 알려주고 바꾸려고 노력할 거예요.
작가님 글에서 이안이의 유치원 선생님 이야기를 봤어요. 인종차별적인 언행 때문에 사건이 있었다고요.
유치원 크리스마스 공연 때 아이가 중국인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율동에 눈을 찢는 동작이 있었어요. 고민하다가 담임에게 이야기했지만 그 동작이 우리에게 인종차별로 받아들여진다는 걸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교장을 찾아가 담판을 지었죠. 확실한 건, 한국 사람들이 이탈리아에 대해 잘 모르듯이 이탈리아 사람들도 한국과 한국 사람들에 대해 거의 모른다는 거예요. 제 주변만 해도 평생 한국 사람을 단 한 명도 못 만나본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요즘 한국 티브이에 나오는 외국인들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장단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때가 많잖아요. 그만큼 애초에 전혀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인 거예요.
그런 사건들을 겪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까지 무척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우리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절대 몰라요. 불만, 분노, 기쁨, 고마움까지 말로 하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 자신을 알리기 위해, 그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요. 침묵은 불만 없음을 뜻해요. 절대 알아서 배려해주고 바꿔주지 않아요. 제가 아이 문제로 이야기하러 갔을 때 교장이 그랬어요. “말해줘서 고맙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였다. 이야기해주기 전까지 정말 알지 못했다.” 그리고 같은 반 엄마는 이런 말을 해줬죠. “우리는 악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갈 길은 여전히 멀어. 하지만 너와 너의 용기로 우리는 더 나은 변화를 보게 될 거야.”
그런데도 그 도시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건 친절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그곳과 그곳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엔 이탈리아가 좋았는데 지금은 이탈리아 사람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지난주 아들 생일 파티가 있었어요. 반 친구들을 초대해 치른 첫 생일 파티였어요. 생일 이틀 전 같은 반 아이 엄마가 사진을 보냈는데 가족들이 함께 우리 아이 생일 파티에 장식할 풍선을 만드는 모습이 담겨 있었어요. 외국에서의 삶이 물론 어려움도 많지만 이 나라와 이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매일 생겨요.
따뜻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그곳은 엄마로 살기에도 괜찮은가요?
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직업 덕분에 정말 많은 나라를 여행했어요. 그런데 낯선 이가 아이들을 보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준 곳은 이탈리아뿐이에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유모차를 같이 들어주고, 아이가 길 가다 넘어지면 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멈춰 서서 아이를 걱정해주었죠. 버스에서 우는 아이를 버스의 모든 승객이 달래려 노력한 곳도, 임신을 하고 길을 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곳도 이곳뿐이었어요. 세련된 곳, 깨끗한 곳, 질서 정연한 곳, 발전한 곳, 많은 곳을 여행했지만 그 어떤 나라에서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어요. 나의 나라 한국에서조차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고마운 건 우리 아이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길이고, 무엇보다 간절한 건 난감할 때 내밀어주는 손길이잖아요. 게다가 전 이방인 엄마고요. 이 나라를 좋아했지만 사랑하게 된 건 엄마가 되고부터예요.
프레제네Fregene 해변의 Singita 클럽
“로마 근교의 바닷가 마을 프레제네에는 Singita라는 해변 클럽이 있어요. 여름날 늦은 오후에는 이곳으로 향해요. 해변에 천을 깔고 앉아 디제이 노래를 들으며 칵테일을 마시는 동안 아이들은 주스를 마시며 모래성을 쌓아요. 아이들의 웃음과 사람들의 수다가 해변을 채우고, 여기서 바라보는 석양은 정말 끝내줘요. 해변의 모두가 서서 바다를 응시해요. 춤을 추기도 하죠. 아이는 매년 아빠 어깨 위에서 여름밤을 만나요. 우린 이 순간을 위해 여름을 기다려요.”
그란 사소Gran Sasso
“그란 사소는 거대한 바위라는 뜻이에요. 11월부터 4월까지 눈이 쌓여 있죠.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곳이지만 우린 여름에 더 많이 가요. 엄청 시원하거든요. 산을 오르면 숲이 아니라 구릉지를 만나게 돼요. 너무나 고요하고 척박한데 그만큼 아름다워요. 마치 어느 이름 모를 행성에 닿은 기분이에요. 또, 그곳에는 끝도 없이 양꼬치를 굽는 숯불이 펼쳐져 있어요. 이탈리아에 오면 꼭 산에서 양꼬치를 맛봐야 해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건 피자가 아니라 양꼬치구나 싶을 정도예요.”
호주 브리즈번에 사는 전지은 가족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나요?
호주 브리즈번에서 남편과 곧 12개월이 되는 딸 로하와 함께 살고 있는 전지은입니다. 호주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소개하는 ‘굿데이레밍Gooddayreming’이라는 작은 온라인 스토어를 5년째 운영하고 있어요.
호주에 살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지금 살고 있는 브리즈번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어요. 공부할 당시에는 호주에 정착할 생각이 없었는데 졸업 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면서 외국에서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죠. 다행히 그때의 제 경력과 호주 내의 학력이 영주권 신청 조건과 맞았어요. 한국에서 영주권을 신청해 승인받은 후 몇 년간 차근차근 이민을 준비했고, 9년 전쯤 남편과 함께 호주로 이주했어요.
동네가 무척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여요.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나요?
브리즈번 정착 후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오게 되었는데, 바다가 있는 정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여기에서 살고 있어요. 집에서 10분만 걸어가면 바로 바닷가로 갈 수 있고, 바닷가 산책로 주변엔 가족들과 아이들을 위한 바비큐 시설, 물놀이가 가능한 놀이터와 수영장, 낚시를 할 수 있는 지점과 애완견을 위한 공원도 있어요. 도심에서는 흔하지 않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동네라서 자연을 즐기기에 참 좋아요. 이곳에 살면서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단점을 꼽자면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안이 많이 살지 않는 동네라 아시안 마트나 맛있는 아시안 식당을 가려면 조금 거리가 있는 동네로 가야 한다는 점이에요.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으로 흡수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여행이 아닌 거주를 생각했을 때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부분이 자신과 맞는 동네를 선택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동네마다 고유의 특성이나 분위기, 장단점이 있는데 그런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소스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희도 처음 브리즈번에 왔을 때는 편의성을 고려해 시티 근처 아파트에서 몇 달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저희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맞지 않아 지금 동네로 옮기게 되었거든요. 이 동네로 온 이후에도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몇 번씩이나 이사했어요.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의 조건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집을 구입하기 전에는 로하를 임신하기 전이었지만 자녀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가 놀 수 있는 수영장이 있는 이층집을 염두에 두었어요. 그 전에는 바닷가까지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집에 살았었는데 아이가 있으면 바다와 좀더 가까운 게 좋겠다 싶어서 바닷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집을 고려했고요. 제가 요리와 살림을 좋아하니 오픈된 주방과 넉넉한 수납공간도 조건 중 하나였어요. 호주에서 대표적인 주택 형태라면 아파트나 유닛, 타운하우스, 그리고 하우스가 있는데, 저희는 모든 형태의 주택에 다 살아보았어요. 아파트, 타운하우스 두 곳과 단층 주택,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이층 주택까지요. 매매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직접 관련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얻은 정보들이 쌓이다 보니 주변 지인 중에 처음 집을 구입하시는 분들을 도와드리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는 ‘아, 우리가 이곳에 사는 게 꽤 익숙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육아가 어렵고 힘에 부칠 때 현지에서는 어떻게 극복해 나가나요?
육아를 하면서 궁금한 부분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녀가 있는 호주의 이웃들이나 패밀리 닥터 등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이에요. 호주엔 육아도 천천히 하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조급하게 생각하거나 염려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금세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이 대체로 느긋한 편인가 봐요.
브리즈번은 365일 중 350일이 맑고 쨍하기 때문에 선샤인 시티라는 별명이 있어요. 밖에서 한가롭게 보낼 수 있는 주변 환경 때문인지, 현지인들의 특성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easy-going’이에요. 사전적 용어로는 ‘느긋하고 태평하다’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실생활과 연결해본다면 여유롭고 까탈스럽지 않다는 뜻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그건 내 삶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해서도 조금 느긋하게 생각하며 기다려주고 배려해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브리즈번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그때 예상치 않은 도로 문제로 버스가 30분 동안 서 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버스 안에 계시는 어떤 분도 내리거나, 버스를 옮겨 타거나, 불만을 표시하거나 하는 분이 없었어요. 그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차분하게 각자 일을 하면서 기다리더라고요. 그때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웃음).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과 삶의 태도를 정말 좋아하고, 이런 점이 처음 호주에 정착할 때 시드니나 멜버른 같은 더 큰 도시가 아닌 브리즈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해요. 우리가 살고, 내 아이가 살아가는 곳이 사람들 간의 배려와 쉬어감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해외에 쭉 거주할 수 있는 동력이 궁금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가지는 마음이요. 종류는 다르겠지만 어느 곳에 살든지 어려움과 고됨은 언제든 있잖아요. 호주를 낯선 타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고, 앞으로도 살아갈 곳이라는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9년이라는 시간도 어느새 훌쩍 지나간 것 같아요.
호주에서 아이를 낳고 키울 계획이 있는 부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내지 않은 곳에서 자녀를 낳고 양육하다 보면, 경험의 부재나 정보의 제한에서 오는 불안감이 더 쉽게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조급해지고 결국 내가 알고 있는 틀 안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크고요. 자녀가 호주에서 커 가면서 나도 함께 커 간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가족이 함께 부딪히며 하나씩 배워가면 좀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우스 뱅크South Bank
“시티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있는 사우스 뱅크는 박물관과 아트 갤러리, 주립 도서관 등의 문화 시설이 있는 곳이에요. 또 멋진 시티뷰를 보며 물놀이를 즐기는 인공 비치와 다양한 어린이 물놀이 시설, 자연과 함께 즐기는 놀이터 등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기 좋은 곳들이 정말 많아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피크닉 스팟과 바비큐 시설,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도 곳곳에 있어서 온 가족이 신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답니다.”
론 파인 코알라 보호 구역Lone Pine Koala Sanctuary
“브리즈번 내에 있는, 세계 최초이자 가장 규모가 큰 코알라 보호 구역인 론 파인에는 코알라 130여 마리가 살고 있어요.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코알라를 안아보고 캥거루에게 먹이를 줄 수 있고, 다양한 호주 야생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가족에게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랍니다.”
홍콩에 사는 장혜인 가족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나요?
8년 전 남편, 딸과 함께 홍콩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장혜인입니다. 홍콩에 올 때 다섯 살이던 딸 세리는 이제 열세 살 중학생 소녀가 되었고, 저는 그동안 홍콩 여행 가이드 《셀렉트 홍콩》을 집필해 한국에서 출간했어요. 3년 전에 홍콩의 유기견 구조 단체에서 만난 강아지 호리를 입양해 이제 네 식구가 되었어요.
작가 소개 글에 “결혼과 동시에 도쿄로 이주했고, 이후 4년간의 뉴욕 생활을 거쳐 2012년부터 홍콩에서 거주하고 있다.”라고 쓰여 있어요. 여러 나라를 옮기며 살게 된 이유가 있나요?
2005년도에 일본인 남편과 국제결혼을 하고 남편의 직장이 있는 도쿄로 이주했어요. 도쿄에 사는 동안 딸 세리가 태어났고, 그 후 남편의 직장이 뉴욕, 홍콩으로 바뀌면서 세 가족이 함께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어요. 이제는 홍콩이 가장 길게 머무는 나라가 되었네요.
딸 세리가 10대인 걸로 알아요. 어린 딸과 함께 거주지를 옮기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도쿄에서 뉴욕으로 이주하던 해는 세리가 한 살을 막 넘긴 때라 해외 이사 준비에서부터 이동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도착해서도 아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어 아이를 데리고 이삿짐 정리하고, 함께 놀아주고, 확 바뀐 거주 환경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었죠. 뉴욕 생활 4년 후에는 예상에 없던 먼 나라 홍콩으로 이주하게 되어 뉴욕과는 너무 다른 교육과 거주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했어요. 몸도 마음도 고된 나날들이었죠.
홍콩에 이주한 후 처음으로 한 일들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제게는 홍콩에 대한 어떤 고정된 이미지가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관심 자체가 없어서 여행으로도 와보지 않았던 나라였어요. 그래서 처음 와서 살게 됐을 때 더 낯설고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세리가 막 다섯 살이 되는 해였기 때문에 무엇보다 학교를 정하는 게 급선무였어요. 홍콩 내 국제학교들을 알아보고, 면접을 보고, 학교 주변에 집을 구해서 이사하느라 처음 몇 달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어요.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으로 살기 위해 전투적으로 부딪혀가며 홍콩을 마주했었죠.
직접 살아본 홍콩은 어떤가요?
홍콩은 작은 도시 안에 빽빽한 고층 건물과 쇼핑몰이 몰려 있고, 밤이 되면 화려한 야경이 빛나는 도시예요. 그래서 강렬한 자극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짧은 일정으로 찾는 관광지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이 도시 안에 살다 보면 정작 그런 화려함은 현실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 돼요. 특히 아이와 아이 엄마에게는요. 다행스러운 건 이곳은 조용하고 느린 자연을 매우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도시 속에도 산이 많고 산책로가 잘되어 있어 반려견 산책시키기에도 좋고 도시 가까이에 아름다운 해변들이 있어 주말에는 모래사장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아요. 도시에 질리면 산과 바다로 가고, 도시가 그리울 땐 시내로 나가는 일을 큰 힘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점이 홍콩 생활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딸 세리와 친구처럼 지내시는 것 같아요. 쉬는 날 세리와 보통 뭘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세리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생활이 바빠져 예전처럼 평일에 자주 함께하지는 못해요. 그래서 주말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소중해졌어요. 토요일에는 킥복싱이나 실내 암벽 등반 같은 세리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일요일에는 집에서 같이 넷플릭스를 보거나 강아지 호리와 함께 근처 바다와 산을 걸어요.
그 전에 살던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세리가 홍콩에 와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세리는 홍콩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늘 얘기하는데 그 이유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가 너무 좋기 때문이래요. 국제학교에서 미국식 교육 과정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선생님들도 학부모들도 공부만이 아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줘요. 그리고 여러 국적과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어려서부터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배울 수도 있죠. 학교 캠퍼스 밖으로 산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이라 생각하고요.
타지 생활이 너무 고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올해로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생활한 지 14년째가 되었어요. 그동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향수병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크게 아플 때면 괜한 서러움과 외로움이 들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살고 있는 도시가 괜히 싫어진 적도 있었는데 그럴 때일수록 내가 이 도시에 대해 아직 모르는 멋진 면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그 도시를 탐험해요. 평소에 가지 않는 먼 지역에도 가보고 안 해본 일들도 일부러 만들어 해보고요. 그 도시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면 무언가 하나쯤은 좋은 점을 발견하게 돼요. 현실적으로 그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리를 탓하지 말고 내 관점과 자세를 바꿔보자는 강한 마음을 먹고 나서는 어느 나라에 살아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도시는 잘못이 없으니까요.
이렇게 긴 시간, 여러 나라를 거쳐 살아가는 일이 작가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14년 동안 세 나라를 거쳐 생활하면서 저도 각 나라의 생활 방식에 맞춰 변화해야 했어요. 사람들과의 관계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고요. 그 세월 동안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하나둘씩 터득했고, 이제는 어느 나라에 가도 이전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해외 생활이 길어질수록 가족에 집중하게 되고 결속력도 강해지는 걸 느껴요. 한국에만 있었다면 아마 이런 경험은 못 했을 거예요.
더 펄스The Pulse, 스탠리 플라자Stanley Plaza와 스탠리 마켓Stanley Market
“홍콩은 날씨가 덥고 습하고 시내는 너무 복잡해서 어린아이들과 다니기에 쉬운 도시가 아니지만 시내 중심에서 차로 30분만 가면 반짝이는 해변과 그 앞에 상업 시설들이 모여 있어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산책과 식사, 소소한 쇼핑을 즐길 수 있어요. 홍콩섬 남쪽의 리펄스 베이 비치 앞에 있는 더 펄스와 스탠리 비치 지역의 스탠리 플라자와 스탠리 마켓을 추천합니다.”
디즈니랜드Disneyland
“홍콩 디즈니랜드는 규모가 작아 어린아이들과 함께 가도 힘들지 않아요. 한나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죠. 근처 디즈니랜드 계열 호텔에 하루 정도 숙박하며 캐릭터 레스토랑과 수영장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거예요.”
미국 뉴욕에 사는 마유리 가족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나요?
저희 부부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5년 차 국제 커플이고, 작년 여름에 태어난 15개월 된 아들 헨리를 만나며 부모가 되었어요. 저는 아이를 갖기 전에는 마케팅 컨설턴트, 통역 프리랜서 일을 했고, 출산을 하면서는 본격적으로 육아에 임하고 있어요. 남편은 뉴욕 태생의 중국계 미국인이에요.
뉴욕은 너무 바쁘고, 빠르고, 도도한 도시처럼 느껴져요. 초보 엄마에게 뉴욕은 어떤 곳인가요?
뉴욕에서 8년째 생활 중인데 엄마로서 만나는 뉴욕은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물론 단면적인 모습만 보자면 복잡하고 시끄럽고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그 속에 잔잔한 여유가 흘러요.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로 가득 찬 곳이라 새로운 계절이 찾아올 때마다 설레는 마음이에요. 편의 시설이 곳곳에 있는 건 물론이고 높은 수준의 교육·보육 시설, 그리고 다양한 문화생활이 전반에 있다 보니 아이 키우기 참 좋아요. 부모 커뮤니티도 잘되어 있어서 육아 정보를 얻기도 좋고요. 매연이나 건조한 공기 등 환경적인 부분이 아쉽지만 센트럴 파크나 브라이언트 파크처럼 도시 곳곳에 근사한 공원과 놀이터가 있으니 조금은 위로가 돼요.
세 가족이 모이는 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요.
저희 부부는 주말에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는데요, 집 근처에 있는 하이라인 철길 공원을 따라 첼시로 산책을 가기도 하고 브라이언트 파크나 센트럴 파크로 나들이도 가요. 공립 도서관에 가서 무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헨리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각종 행사를 검색하고 열심히 찾아다니는 편이에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서 밖에서 이것저것 보고 만지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물론 마냥 놀지만은 못하고, 주말 중 하루는 남편과 함께 아이 유아식을 만들고 베이킹을 하느라 바쁘게 보내요.
뉴욕 공립 도서관의 모습은 어떤가요?
미국의 다른 도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뉴욕은 특히 공립 도서관 시설이 잘되어 있어요. 모든 지점에 아이들을 위한 넓은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안전 매트도 깔려 있고 블록, 주방 도구를 포함해 여러 가지 교구와 책이 준비되어 있죠. 매일 연령별로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서 헨리는 12~18개월 아이들을 위한 책 읽어주기 클래스에 가요. 사서분께서 인형과 함께 노래도 불러주시고 책도 읽어주시는데, 아이들에게 알록달록한 스카프와 딸랑이를 나누어 주며 참여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기가 정말 많아요. 물론 모두 무료랍니다.
처음 그곳에 정착하기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언어요. 이곳에서 대학도 다니고 회사도 다녔지만 전공이 비즈니스여서 비즈니스 언어에만 익숙했거든요. 아이를 갖고 나서는 평소에 쓰지 않는 다양한 의료 용어를 배워야 했고 미국 의료 시스템에 대해 공부해야 했어요. 한국처럼 공공 보험이 잘되어 있지 않아서 임신 기간 내내 병원과 보험사 사이에서 언쟁을 해야 했는데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한국이라면 병원 청구서 문제로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을 텐데, 하면서 많이 아쉬워했죠.
아이에게 언어를 어떻게 가르칠 계획인지 궁금해요.
헨리는 영어와 한국어에 노출되어 있어요. 낮엔 제가 한국어 위주로 말하고 저녁에는 남편과 함께 영어로 말해요. 원래 이중 언어는 엄마, 아빠가 언어를 한쪽씩 맡아서 집중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가족의 상황에 맞게 언어를 쓰고 있어요. 영어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테지만 한국어는 제가 가르쳐야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말하기, 읽기, 쓰기를 모두 가르치려고 해요. 중국어는 아이가 관심이 있다면 유치원이나 놀이 클래스를 통해 접하게 할 예정이고요.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은 음악이나 미술을 잘하는 것처럼 타고나는 거라고 믿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에 언어를 접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이가 더 배우고 싶어 하면 그때 더 가르치면 되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한국어와 영어로 노래를 많이 불러줘요. 헨리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아하지만 엄마 목소리로 불러주는 노래를 특히 더 좋아해요(웃음).
아이가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다 보면 한국의 문화, 한국의 가족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고민은 없나요?
물론 헨리가 한국에서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 비해서 한국 문화를 접하는 횟수는 적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뉴욕엔 한국인도 많고 가까운 곳에 큰 한인 마트와 다양한 한국 음식점이 많아요. 아이 이유식과 유아식도 제가 집에서 80% 정도는 한국식으로 만들어주고 있고, 한국어로 책도 많이 읽어주고 있어요. 아이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얼마나 잘 알고 이해하느냐는 아무래도 한국인 엄마인 제 몫인 것 같아요. 기회가 되면 꼭 1년 정도는 한국에서 학교를 보내려고 하고, 방학 때도 길게 한국에 머물 생각이니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을 자주 만날 수 없다는 점이에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왕래가 힘드니 영상 통화를 하는 게 전부거든요. 저는 어릴 때 조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서 따뜻한 추억이 많은데, 헨리는 자주 못 뵈니 한국에 갈 때마다 어색해할까 걱정이 돼요.
향수병이 깊어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외국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에 자기만의 외로움을 품고 사는 것 같아요. 편하게 대화할 한국 친구나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도 있고 그 흔한 동네 분식집 떡볶이가 그리워질 때가 있으니까요. 특히 아이를 낳고 나서는 자유롭게 외출도 어렵고 몸도 피곤해서 울적한 순간이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네요. 그럴 때 저는 한국어로 된 책을 읽어요. 익숙한 활자가 담긴 책을 읽으면 참 위로가 되더라고요. 한국에서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귀한 식재료로 한식을 해 먹기도 하고요. 겨울엔 뜨끈하게 끓인 들깨버섯탕이나 전골, 봄엔 싱싱한 쌈야채와 곁들이는 표고버섯강된장 같은 음식들이요.
물론 한국에서 먹는 맛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싱싱한 로컬 재료와 한국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면 어릴 적 먹던 맛과 아주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어요. 음식이 가장 큰 위로가 되죠. 그리고 그 음식을 함께 먹어주는 남편도 있고요.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근처에 아이들을 위한 분수 공원과 놀이터가 있고, 유명 건축물인 베슬, 고층 전망대인 엣지, 어트랙션 형태의 장난감 가게인 캠프가 곧 들어설 쇼핑몰, 커다란 스페인 푸드코트와 레스토랑이 위치한 리틀 스페인이 있어 다양한 체험과 식사를 한곳에서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허드슨 야드는 낡은 철도를 개조한 공원으로 유명한 하이라인과 연결되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정말 좋아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센트럴 파크 남쪽에는 동물원과 작은 놀이공원이 있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근사한 호수와 보트를 탈 수 있는 곳도 있어요. 센트럴 파크 동쪽과 서쪽으로 다양한 박물관도 위치해 있으니 가족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죠. 가까운 도심에서 즐기는 자연 풍경은 교외 못지않게 너무나 아름다워요. 꽃 피는 봄, 푸른 여름, 단풍이 근사한 가을, 눈 내린 겨울 모두 매력적이니 뉴욕에 오시는 가족분들에게 꼭 추천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조정진 가족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에 살고 있나요?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조정진이에요. 우진, 유진 두 형제의 엄마고, 온라인 키즈 편집숍 ‘아베쎄데키즈abcd-kids’를 운영하고 있어요.
독일로 떠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사실 떠났다기보다 다시 돌아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초등학교 때 한국을 떠나, 중고등학교를 파리에서 졸업하고 학사, 석사 과정을 뒤셀도르프에서 마쳤어요. 졸업 후 프랑크푸르트에서 직장 생활을 한 후, 한국으로 MBA를 하러 들어왔다가 가정을 꾸리고 10년 가까이 거주했죠. 이제 혼자가 아닌 넷이 되어 다시 독일로 돌아오게 되었네요. 떠나기 위한 특별한 결심보다는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유럽에서 여행하듯 살아보자 했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고 할까요? 그게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끝날 무렵이었어요.
그 동네의 풍경은 어때요? 아이가 있는 가족이 살기에 괜찮은가요?
저희가 사는 곳은 프랑크푸르트 다운타운에서 약 15분 거리인 북동쪽 신도시예요. 젊은 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깨끗하고 안전하고,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지역 같아요. 딱 여기로 와야지, 하고 선택한 건 아닌데, 우선 집을 계약해야 비자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라 현지에 거주 중인 지인에게 괜찮은 지역을 추천받아 집을 구했어요. 좋은 사람, 좋은 학교를 잘 만난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베쎄데키즈는 한국에서 론칭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건가요?
맞아요. 첫아이를 출산하기 전후에 통역 업무를 하며 해외 출장을 자주 다녔어요. 그때마다 아이들이 보면 좋을 그림책과 유아용품들을 가져와 제 블로그에 일상 이야기와 함께 조금씩 소개하면서 엄마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이후 디자이너인 남편의 도움을 받아 아베쎄데키즈를 론칭했죠. 모든 제품은 제가 직접 선택하고 아이들이 상당 기간 사용하며 좋은 포인트가 있는 것들 위주로 소개하는 편이에요. 인하우스 디자인을 통한 제조와 수입을 병행하기 때문에 한국과 독일을 오가면서 운영 중이에요. 현재 유럽에서도 새롭게 아베쎄데키즈와 연계된 브랜딩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이 없이 혼자였을 때와 아이와 함께인 지금, 독일에서의 생활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나요?
제 삶의 반 이상을 외국에서 생활했지만, 부모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혼자일 때와 전혀 다른 삶인 것 같아요. 모든 것들이 낯설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하지만 다른 이민자들과 달리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편이어서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는 것 같아요. 간혹 외국인이라 느끼는 차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여러 면에서 ‘이렇게 친절한 나라였던가?’ 하고 느낀 적이 아직은 더 많으니까요. 특히나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제도 안에 속해 있는 건 맞는 듯해요.
그 사회제도에 대해 조금 자세히 듣고 싶어요.
이곳에는 HORT라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있어요. 학교와 연계된 시스템인데, 거주 지역에 소속된 교육기관에서 정규 수업 후 아이를 돌봐주는 시스템이죠. 대체로 오후 다섯 시까지는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 아이를 픽업하면 돼요.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근무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에요. 전문직이건, 일반 회사원이건, 자영업이건 오후 다섯 시 안에 부모 중 한 명은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사회 시스템과 라이프 사이클이 잘 자리 잡혀 있어요.
두 형제가 각각 어떤 식으로 그 도시에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두 아이 모두 한국에서 독어 공부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독일어에 어느 정도 노출은 되어 있었어요. 우진이 같은 경우는 언어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정말 빨리 늘었어요. 하지만 역경이 없던 건 아니에요. 자기주장이 또렷하고, 하고 싶고 알고 싶은 게 많은 아이라서 항상 주변에 친구들이 모였었는데, 이곳에 와서 친구들과 친해지고 말문 트는 3~4개월 동안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죠. 다행히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났고, 무엇보다 아랫집에 사는 같은 반 친구와 가까워지며 순식간에 독일어를 흡수하게 되었어요. 표현과 소통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이도 몸소 배우게 된 거죠.
그럼 둘째 유진이는요?
유진이는 형하고 달리 먼저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관찰하고 지켜보는 스타일이라 모든 것에 시간이 필요한 아이예요. 유치원에서 거의 4~5개월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요. 첫 유치원 상담 때 담임 선생님이 “유진이 한국어로는 말할 줄 알죠?”라고 물어보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유진이가 주어, 동사, 명사, 문장을 구사하며 입을 떼기 시작했어요. 형 우진이가 단어와 보디랭귀지를 모두 활용해 말을 시작한 것과 정반대였죠. 그날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담임 선생님이 저보다 더 기뻐하며 저를 꼭 안아주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두 아이 모두 방과 후에도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저보다 더 바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아이들 키우는 곳에는 다정한 이웃이 많을수록 좋잖아요. 거기에도 다정한 이웃이 있나요?
아무래도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같은 반 친구들 부모와는 더욱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방과 후 친구들과의 놀이 또한 중요한 일과 중 하나인데 방과 후 오늘은 우리 집, 다음은 너희 집, 서로 집을 오가며 플레이데이트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거죠. 하루는 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하교를 하고 방과 후 수업도 없는 날인 걸 깜박하고 외출을 했는데, 모르는 번호로 우진이에게 연락이 왔어요. 자기는 지금 하교를 했는데 왜 집에 아무도 없냐고요.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빌려 연락을 했다는데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그분이 우진이까지 데려가 보살펴준 게 고마워서 여러 번 인사를 했어요. “우리 애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당신도 나처럼 했을 거예요.”라는 말을 듣는데 역시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고 느껴지더라고요.
아이들이 그곳에 와서 가장 좋아한 것과 싫어한 건 무엇인가요?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싫은 건 없어. 단지 한국이 그리워.”라고 답을 해주네요(웃음). 우리가 살던 이층집, 학교 앞 문방구, 친구들, 분식점, 피아노 학원에서 했던 달란트 시장,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그립다고 해요. 하지만 이곳에 와서 새롭게 접하거나 경험하는 것들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한국과 다른 것들, 이국적인 자연환경과 건물들, 특히 다양한 문화와 언어, 인종이 있다는 게 신기한가 봐요. 요즘 들어 더욱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이 많아졌어요.
인생의 반을 외국에서 사셨어요. 그런 경험은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성장기부터 자연스레 스며든 무질서 속 자유가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곳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지극히 개인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더불어 평온하게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유지되는 점이 참 신기하다고 느꼈거든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움, 그러나 그 자유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경계에 머무르는 것.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되, 다름에 대해 내 생각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연습이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아이가 있는 가족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살 준비를 한다면,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개인적으로 첫 보금자리는 다운타운과 가깝고 주변에 공원이 있는 곳이 좋은 것 같아요. 학교나 유치원 시설도 근접한 곳이면 좋겠고요. 하지만 좋은 지역이나 환경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곳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를 보여주고 또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가가면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보다는 도움을 받거나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어요.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고 하잖아요.
마인강변 거리의 무제움스우퍼Museumsufer
“박물관 열다섯 곳이 밀집되어 있는 마인강변 거리의 ‘무제움스우퍼’를 추천해요.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전시가 가득한 곳이에요. 뮤지엄들 내부에 자리 잡은 카페와 비스트로도, 그 앞의 작은 공원들도 아이와 함께 가기 좋아요.”
프랑크푸르트 동물원Frankfurt Zoo, 오펠 동물원Opel Zoo
“프랑크푸르트 동물원은 도심 속에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고, 오펠 동물원은 도시 근교의 자연 속에 있어서 차량으로 가야 해요. 두 동물원의 매력이 다르고, 가족들이 함께하기 좋은 곳이라 추천합니다.”
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