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eaning Of Existence

모든 존재의 이야기
Gideon de Kock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건 나아가거나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움직이거나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롯한 현재의 감각

만나서 반가워요. 소개해 줄래요?

안녕하세요, 저는 홍콩 출신의 남아공 사진작가 기드온 드 콕Gideon de Kock이에요. 지금은 런던에서 지내고 있죠. 어머니가 사진작가여서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열두 살 땐 어머니께 촬영 방법을 배우기도 했는데, 당시엔 큰 관심이 없어서 세 롤 정도 찍고 그만둔 기억이 나요. 그때부터 15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셈이네요. 사진작가로 활동한 지는 올해로 6년째가 되었어요.

 

주로 필름 사진을 찍고 있죠?

홍콩에 살 때 아끼는 친구에게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필름이 엄한 선생님이자 좋은 선생님이라는 걸 알았어요. 필름 사진은 촬영할 때마다 비용이 들고 촬영에 실수가 있어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는 느린 매체예요. 사진을 찍는다는 건 주변과 나의 속도를 늦추고, 내 직감을 믿고, 촬영하는 그 순간에 내가 존재하게 하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하죠.

 

“존재하게 하는 일”이라니, 의미가 굉장하군요.

맞아요. 필름 사진은 저에게 무척 강렬한 교훈을 주었거든요. 필름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그 안에 놀라울 정도로 유연한 형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필름에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빛, 렌즈, 주변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요. 이걸 체험하고 지켜보는 건 항상 즐거워요. 현상된 사진을 볼 때마다 흥분하게 돼요.

 

주로 일상적인 장면을 촬영하는 듯해요.

사람들은 세상이 시끄럽고 흥미진진할 때, 가장 밝게 빛날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이 특별하다고 믿는 것 같고요. 많은 사람이 오늘보다 내일을 위해 살고, 여기보다 다른 곳을 꿈꾸고, 이편보다 반대편이 푸르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벽 질감이 어떤지, 이웃의 자전거가 얼마나 귀여운지, 친구들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세상이 얼마나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지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우리가 화려한 경험을 찾는 건 무의식중에 그렇게 훈련되어 온 게 아닐까 싶은데, 이런 현상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일상의 장면을 담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요. 꿈이나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오롯한 현재의 삶, 지금 이 순간을 담으려고 하는 거죠.

 

지금 여기를 소중하게 여기는군요.

맞아요. 제 모든 경험, 그리고 그 순간을 찍는 행위는 모두 ‘존재’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는 감각을 통해 한 사람이 세상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길 바라요. 세상에 공감한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더 깊이 공감하고, 이 감각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라고요.

 

존재를 중심에 두어서인지 사진들이 꼭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숨을 쉰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사진이 영상에 비해 특별한 점이 있다면 더 많은 상상력을 불러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강요하는 매체이기도 하고요. 잘 찍은 사진은 실제 과거나 미래와는 상관없는 ‘어떤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해요. 여기 소년들이 뛰는 사진이 있다고 상상해 볼까요? 우리는 그걸 보고 ‘이 소년들은 무엇을 피해 도망치는가?’라고 생각하거나 ‘이 소년들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라고 질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런 질문을 상상해내고, 또 여기 대답하는 일들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일 테죠. 반면 영상은 이런 질문에 대답을 준비해 놓고 보여주기 때문에 수동적인 경험을 할 수밖에 없게 해요.

 

뭔가에 가려진 인물이 많아서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상반신이 우산에 가려져 있거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거나, 전봇대 뒤에 서 있거나… 하는 식으로요.

상상하게 된다니, 아주 좋은 감상이네요. 저는 이런 사진들을 은유라고 생각해요. 겉모습의 중요성과 사진을 분리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거예요. 보는 사람의 관점을 변화시키고, 특정한 기대에서 멀어질 수 있게 하고, 무엇을 인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흐트러뜨리고, 진리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예상외로 철학적인 답변이네요. 오히려 저는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아! 그것도 정확한 지적이에요. 제 사진에는 진리와 함께 유머도 담으려고 하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웃게 하고 즐겁게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유머가 제 사진에 스며 있는 건 당연한 일이고, 저는 그게 좋아요(웃음).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 건 색감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색은 다채롭지만 일관적인 톤이 있어서요.

색채 작업을 좋아해서 초기엔 다양한 카메라와 필름으로 여러 실험을 하곤 했어요. 저만의 세팅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이 과정 덕분에 제 사진들은 일관성을 유지하게 됐어요. 이젠 저만의 설정값을 잘 알고 있어서 결과를 걱정하지 않아요. ‘어떻게 나올까’보다는 찍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거죠. 저는 제 선택에 확신과 자신이 있어요. 창조적으로 생각할 여지가 훨씬 많다는 거죠.

 

지금 런던에서 지낸다고 했죠. 홍콩과 런던은 많이 다르지 않아요?

홍콩은 감각적인 곳이어서 가끔은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홍콩의 이런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죠. 저에게 홍콩 이미지는 아주 명백해요. 언제든 간단히 떠올릴 수 있고 제 마음이 쉽게 가닿는 곳이죠. 반면, 지금 지내고 있는 런던은 홍콩과는 확실히 달라요.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서 항상 주의해야 해요. 홍콩에선 제 사진 작업을 존중해 주었지만, 런던은 개인적인 생활에 민감하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거든요. 저는 사진을 통해 모든 나라의 특징을 재발견하고 포인트를 달리해 가면서 촬영하는 데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 런던에서 사진 찍는 게 특히나 즐겁죠.

 

주로 실외에서 사진을 찍는 것 같아요.

자연광은 사진에 진실성을 더해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명을 따로 쓰거나 조작하는 일은 하지 않아요. 저는 촬영하고자 마음먹은 순간을 사진에 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 장면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 지나간 뒤일 테니까요. 이럴 때 자연광은 제가 원한 그 순간의 분위기,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지 않는 그 분위기와 느낌에 연속성을 줘요. 그래서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사람은 움직이는 피사체이기 때문에 촬영을 마음먹은 ‘순간’에서 더 쉽게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맞아요. 하지만 제가 사진에서 보려고 하는 점은… 음, 인생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네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려워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복잡해지죠.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혈기왕성한 시절을 그리워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혈기를 그리워하는 것이 우리의 지금이 얼마나 멋진지를 잊게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젊은 사람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지금 이 순간에도 진정한 성장을 하고 있을거예요.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성장은 현실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실현해내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진을 통해 보려고 하는 건 바로 이런 점이죠.

 

이번 호 주제는 ‘운동’이에요.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 자랐어요. 수영, 하키, 크리켓, 사이클링, 스쿼시, 가라테까지요. 그렇지만 제가 경쟁적인 삶을 살았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승부를 다투며 경쟁하는 스포츠보다는 제 신체를 살피고 나아가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죠. 물론, 그게 안 될 때도 있지만요(웃음). 최근에는 일주일에 사나흘 정도는 운동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특히 사격을 즐기고, 오래 걷는 걸 좋아하죠.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명상하면서 제 삶을 정직하게 변화시키는 데도 관심이 많아졌어요. 일상의 균형을 맞춰준다는 데서 명상은 제게 중요한 행위거든요. 혹시 새해 목표로 운동을 해보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는 분이 있다면 명상을 권해보고 싶어요.

 

어느덧 새해네요. 2021년에는 어떤 일들을 해나갈 예정이에요?

2020년은 모두에게 참 어려운 해였잖아요. 우리는 2020년을 견뎌온 사람들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고, 공감하고, 친절하고, 사랑하고, 영감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더 좋은 쪽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사진작가로서 계속 저 자신을 다듬으며 나아갈 생각이에요. 전작 사진집인《Some Near. Some Far》의 후속 사진집도 출간할 계획이고요. 제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살아갈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진심을 다하는 게 중요하겠지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행복을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2021년에도 행복하세요!

H. deondekock.com

그와 대화를 나누고 지금 내가 있는 여기를 좀더 살피기로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벽 질감이 어떤지, 이웃의 자전거가 얼마나 귀여운지, 친구들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세상이 얼마나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지” 그가 말한 장면들을 마음에 담으며 여기에 존재한다는 걸 감사히 생각해야지. 그게 새해의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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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주연

Photographer Gideon de K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