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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골목의 은은한 빛, 갤러리인사1010
새로움과 오래된 것이 조화롭게 섞인 모습은 언제나 묘한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오래 쌓인 세월 위에서 새로움이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다. 아주 도드라지지도, 묻히지도 않게 중심을 잡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지난 반 년, 갤러리인사1010은 인사동의 한 골목에서 은은하게 빛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평일 오후의 인사동은 종로의 직장인들과 나들이객, 상인들로 북적인다.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동네인만큼 한복을 입고 활짝 웃으며 사진 찍는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쌈지길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쌈지길을 지나 조금만 더 걸으면 갤러리인사1010의 넓고 환한 통유리창이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올가을, 위그림책잔치는 통유리창너머에서 온기 가득한 열흘을 보냈다.
위그림책잔치의 문을 연 이들 중 가장 비중이 컸던 건 역시 가족 관람객이다. 어린이와 어른, 작가와 독자, 부모와 아이 사이에 놓이는 그림책을 소재로 한 전시였기에 당연한 일이지만,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쾌적한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해준 건물 자체의 덕도 크다. 전시를 찾은 이들은 1층에서 그림책 작가의 더미, 작업물과 인터뷰를 보고 만지고, 폭신한 매트에 포개어 앉아 한참 동안 그림책을 읽었다. 비밀 통로 같은 계단을 내려가 ‘가족 저마다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wee의 메시지도 경험했다. 주말마다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하는 클래스가 열렸고, 평소 전시장으로 운영되는 3층에서도 엄마들만을 위한 강연과 클래스가 마련되었다. 전시 관람 전후, 2층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즐기거나 4층에서 열리는 다른 전시를 즐긴 이들도 많았다. 김수진 관장은 갤러리인사1010과 wee의 만남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갤러리인사1010은 2022년 6월에 개관했다. 작가와 브랜드에 대관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자체 전시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양옆으로 갤러리를 지나쳐야 하는 인사동 메인 골목에서 김수진 관장이 하고 싶은 일은 또렷하고 분명했다. 새로 지은 단정하고 쾌적한 공간인 동시에 원래 그곳에 있었던 듯 친근한 아름다움을 갖추는 것. 그 다짐을 바닥에 두고, 그는 개관 이래 계속해서 잠재력 있는 젊은 작가들과 협업하며 공간의 정체성을 매만지고 있다.
오로지 예술성만을 좇거나 작가의 명성에 기대는 것은 갤러리인사1010이 추구하는 방향이 아니다. 전시마다 소재나 스타일은 물론, 관람객의 타깃층도 달라진다. 최근 전시 <눈을 감으면 보이는 꽃: 상상花> 등 도예전은 여백의 미를 살려 도예 작품의 우아함을 최대한 끌어냈고, 참여 작가 대부분이 20~30대였던 <드로잉잉>은 의외로 노년층 관람객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연령을 초월해 감동과 영감을 주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켜나가고 있는 셈이다.
“함도하 작가는 가구의 형태와 색감, 문양 등에 인간의 감정을 불어넣어 사용자로 하여금 교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만듭니다. 그 작업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그니처 의자 캐릭터인 ‘톰’과 ‘도나’를 주축으로 한 그의 작품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역동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마치 ‘나와 함께’ 하자며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요. 4층 전시관은 건축 당시부터 집 안에 있는 듯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내는 공간으로 의도해 꾸민 곳입니다. 삼각뿔 모양의 천장에 간접 조명을 설치해 신비로우면서도 가정에서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함도하 작가의 컬러풀하고 위트 넘치는 작품들과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고, 설치를 끝내고 보니 처음부터 이 공간에 작품들이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여서 더욱 만족스러웠습니다. 전시 기간 내내 유난히 하늘이 맑고 예뻐서 창문 너머 보이는 인사동의 풍경을 만끽하도록 테라스를 개방해 두었는데, 덕분에 관람객들이 더 오래 머물다 가신 것 같아요. 정성을 알아주시고 전시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큰 보람을 느꼈던 전시입니다.”
“<유머라면>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 13인과 함께한 전시입니다. 작품에 담긴 유머와 그 이면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작가들의 시선과 조형 언어로 보여주는 전시라 준비가 쉽지는 않았지만 관람객들의 호응이 커서 내내 즐거웠습니다. 행복한 얼굴로 춤추고 있는 작품을 보고 정말 춤을 추면서 들어오는 중년의 여성 관람객들도 있었고, 심오한 분위기의 작품 앞에서 한참을 감상하다 감동하던 노신사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전시라며 갤러리에 고맙다고 인사를 해주는 분들이 많았던 만큼 저희 갤러리에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관장으로서는 다양한 작가들을 만나게 되어 좋았고, 전시 이후에도 참여 작가들과 계속 교류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까운 시점에 흥미로운 주제로 이분들과 함께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프닝 때 실제로는 처음 만나는 작가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작가와 작품이 닮아 있어서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가들이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며 작업을 해나가는지 알게 되었고 그 성실한 에너지에 영향을 받아 저 또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1 지하 1층 B관 | 전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별도 룸이 마련되어 있어 공간 구성하기에 좋은 곳
2 1층 1관 |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관람객이 많고 가벽을 사용할 수 있어 미관과 기능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공간
3 3층 3관 | 은은한 자연 채광으로 작품이 돋보이는 공간
4 4층 H관 | 삼각뿔 모양의 천장이 주택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고, 개방 가능한 테라스가 있어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공간
5 2층 TNI1010 | 인사동 풍경과 북악산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티라운지. 눈과 마음이 편안한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
에디터 이다은
포토그래퍼 Hae Ran 자료 제공 갤러리인사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