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le World That Makes Me

나의 작고 작은 세계_신미경

언젠가부터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을 마음이겠지만 늘 익숙하지 않아 버겁다. 이런 시점에 그녀와의 대화는 실로 사막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신미경 작가의 과거와 현재의 삶, 그때와 지금의 일상. 어느 것 하나도 틀리지 않은 이야기들은 모두 다 그녀의 진짜 인생이었다. 스스로를 깨닫고 보살피며 살아가는 일, 삶의 균형을 잡으며 지금이 좋다고 말하는 순간, 건강하게 오래도록 인생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까지. 모두 다 그녀의 이야기였다.

나와 균형을

맞추는 일

가장 먼저 소개로 인사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책을 좋아하는, 글 쓰는 회사원 신미경입니다.올해로 자립해서 산 지 15년 정도가 됐어요. 이제야 좀 ‘프로자취러’가 된 것 같아요. 저는 허당기가 많고 성격이 급해요.그 와중에 계획적인 성향도 있죠. 조금 모순적인 것은 동시에 게으르다는 거예요(웃음). 이렇게 상극인 성격들 때문에 균형을 찾으며 살고 있어요. 여러 모습을 가진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사는 것이 삶의 과제라고 여기고 있죠.

 

오늘 인터뷰 전에 어떤 시간을 보냈나요?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서 출근 시간의 루틴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오늘은 일요일인데, 아침 시간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주말과 평일의 차이는 없어요. 똑같아요. 단지 주말엔 알람을 꺼둔다는 것? 몸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게 하려 해요. 가장 먼저 헤어 브러싱과 두피 마사지를 해요. 혈액 순환을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그러고 나서 명상과 요가를 시작하죠. 길지는 않지만 요즘은 명상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어요. 명상은 저의 급한 성격을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로,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요가를 마친 뒤에 세안을 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밥을 먹어요. 보통 출근 전에 두시간 정도를 이렇게 보내요. 정작 출근을 위한 준비는 15분이지만, 아침에 보내는 자유 시간이 참 중요해요. 저에게 아침은 몸을 깨우고 에너지를 부르며, 뇌에 활력을 주는 과정이에요. 하루의 시작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을 하죠.

 

대단해요. 저에게 출근 시간은 전쟁이거든요(웃음).

저도 예전에 그랬어요. 외적인 것에 신경을 안 쓰니까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여기서 신경 안 쓴다는 건 아예 방치가 아니라 간편하게 방식을 바꿨다는 거예요. 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침에 밥을 안 먹어도 괜찮았어요. 예쁘게 입고 화장하는 게 더 중요했거든요. 외적인 모습을 가꾸는 데 시간을 썼는데 이젠 내적인 부분을 다듬으며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때의 내가 틀리고 지금이 맞다는 건 아니에요. 단지 과거의 기쁨은 그런 것이었고 지금의 행복은 또 다른 것일 뿐이죠. 가치관이 바뀐 거예요.

 

신미경 작가님 하면 최소, 균형, 미니멀, 적당히 같은 소소하게 정제된 단어들이 떠올라요. 

사실 그런 단어들이 의미하는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요즘은 잘 모르겠네요. 처음엔 과거와 다르게 살기 위해서 의식하며 습관을 바꾸려 했는데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어느 순간 의식조차 하지 않아요. 가령 무언가를 살 때 ‘이게 미니멀한가?’ 하는 고민을 하지 않는거죠. 단지 정말로 필요하면 사는 거예요. 이런 삶은 이제 자연스러워졌지만 균형을 잡는 게 늘 낯설어요. 어려운 일이죠.

 

어떤 균형일까요? 올해 3월에 나온 책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에서 일상의 균형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맞아요. 사람이 살아가려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소화해야 하잖아요. 책에는 생활, 일, 건강 관리, 돈 관리, 인간관계, 취미생활까지. 이 모든 요소를 어떤 것 하나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시원한 해결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저만의 삶의 규칙들을 조곤조곤 책 속에 정리했어요. 하지만 모든 삶의 요소를 다 챙기자고 하면 너무 스트레스일 거예요. 의무적으로 접근한다면 너무 피곤한 일이 되겠죠.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가장 최소의 것들만 골라서 잘해보자는 의견도 담았어요. 가장 먼저 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저는 수면은 아주 당연하지만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잘 자는게 자기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최소의 복지라고 여기면서요. 이런 접근과 방향성을 책 속에서 제시하고 있어요.

저는 잠이 제일 마지막 순위인데… 갑자기 반성하게 되네요.

20대 때는 저도 그랬어요(웃음). 몸을 혹사하면서 일하고 놀고, 깨어 있는 시간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그때 시대 분위기가 그렇기도 했고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자는 주의였죠. 그런데 요즘 20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들에겐 스스로 건강을 잘 챙기는 문화가 생긴 것 같아요. 무척 바람직하고 현명한 흐름이죠.

 

작가님의 20대가 궁금해지네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어요. 패션을 아주 좋아하는 의류학과 학생이었죠. 패션 잡지를 꼭 끼고 살면서 전 세계가 알아주는 패셔니스타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랐더니 어느새 쇼퍼홀릭 한 명이 탄생하게 된 거죠(웃음). 그때 한참 열풍이 불던 드라마가 <섹스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였거든요. 그 드라마를 마치 인생의 교과서처럼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 영향으로 당시엔 굉장히 많은 물건을 사기도 했어요. 구두는 100켤레가 넘었고 집 안 곳곳에 먼지 쌓인 물건이 즐비했어요. 컵라면을 먹으며 홍콩으로 쇼핑 가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던 때였으니까요(웃음). 그런 삶의 방식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저에게는 맞지 않았던 거죠.

 

지금의 삶으로 변하게 된 계기는 뭘까요?

그런 일상을 이어가다가 결국엔 크게 아프고 나서 많이 바뀌었어요. 늘 건강은 뒷전이고 외적인 부분에 신경이 치우쳐 있으니 나쁜 습관이 조금씩 몸을 망가트리게 한 거죠. 불규칙한 하루하루가 만든 결과는 텅 빈 통장과 무너진 건강이었어요. 아주 길고 힘든 시기를 보냈죠. 30대 초반에 생긴 위기인데,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조금 더 일찍 깨우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게 됐으니까요. 잘못된 삶의 경로를 빨리 수정할 수 있었던 거죠.

 

갑자기 모든 습관을 고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시련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이지만 오히려 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아파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내가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생각했죠. 그다음부턴 쉬웠어요. 혹시나 제가 잘못됐을 때 제가 가진 이 모든 것을 남겨진 가족들이 치우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떠올려보면 극단적으로 생각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네요(웃음). 결론적으로 기존의 생활 방식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예요. 도미니크 로로Dominique Loreau의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어요. 좋은 물건을 하나만 사서 오래 쓰자는 마음이 생겼죠. 그래서 첫 시작은 물건으로 접근했어요. 크고 무거운 출퇴근 가방부터 비우기 시작하면서 벽돌처럼 들고 다니던 파우치를 정리하니 속이 시원하더라고요(웃음). 그다음엔 집 안의 서랍을 하나씩 비우게 됐죠. 정말 많은 물건이 있었어요.안 쓰는 쇼핑백, 먼지 박힌 러그, 입지도 않는 옷과 신발 등점점 그 범위를 확대해서 나중엔 작은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과거에는 어떤 마음 때문에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았을까요?

글쎄요. 지금 고찰해 보면 그때는 늘 공허했던 것 같아요. 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계속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면서 끊임없이 물건을 사야만 했어요. 잡지를 보면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고 말았던 거죠. ‘실리콘 밸리에서 살 수는 없지만 맥북은 살 수 있잖아?’ 같은 사고방식으로요(웃음). 조금 우울하면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고 2주 후에 그 옷을 빛바랜 상태로 옷장 속에 가둬두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어요. 나 자신을 그 자체로 사랑하지 않으면서 늘 외적인 것에서 만족을 찾으려고 했던 거죠. 하지만 그런 습관이 절대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진 못했어요. 아주 일시적인 행복감만 주었죠.

 

지금의 생활은 지속적인 행복을 주고 있나요?

그렇죠. 과거를 벗어나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는 오늘이 아주 만족스러요. 아침에 명상을 하고 밥을 잘 챙겨 먹고, 잠들 때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이 드는 작은 순간들이 소중해요. 어떤 외부 요소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내 마음으로 나를 채울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죠. 여름이면 옥수수를 먹고 가을이면 무화과를 사는 지금을 계속 지켜가고 싶어요. 과거와 지금의 저를 비교하면 인격 자체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웃음). 그때의 저를 본 사람들은 아주 기가 센 사람으로 기억한다면 지금 저를 글로만 만나는 분들은 제가 아주 평온하고 차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둘 다 아니거든요. 조금 발랄한 성향이 강해요(웃음).

 

맞아요. 그래서 오늘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웃음). 제 상상과는 분위기가 아주 달라서요.

당황하신 건 아니죠(웃음)? 글을 쓰면 다른 자아가 나오는 것 같아요. 사람은 평면적이지 않잖아요. 착한 얼굴이 있으면 나쁜 얼굴도 있고 한 가지 성향을 가지지는 않는데, 글을 쓰는 저는 정돈된 상태에서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지금은 외향적인 제가 나오고 있는 거겠죠.

 

글 쓰는 회사원으로 살고 있는 지금은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느끼나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살면 지루하니까요.궁극적으로는 내향인 저로 글만 쓰며 살고 싶기는 하죠(웃음).

적당히주의자의

충분한 삶

다양한 삶의 규칙을 정하고 계획을 잡아 살고 있어요. 모든 루틴을 꾸준히 지키기 위해서 다잡아가는 마음가짐이 있나요?

마음가짐이라는 것은 각오를 다진다는 것과 같은데, 저는 다짐을 하며 살지는 않아요. 마음먹고 억지로 하는 일은 오래 유지하지 못하거든요. 작심삼일로 끝나곤 하잖아요(웃음). 지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은 ‘기록’이에요. 일기처럼 길게 쓰지는 않더라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말로 스프레드시트에 꾸준히 남겨놓는 거죠. 표로 간결하게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물건을 샀는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남기다 보면 변화를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패턴을 발견하기도 해요.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럼 돌파구를 찾아 더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실질적으로 눈으로 보며 다스릴 수 있는 기록을 신뢰하며, 각오로만 끝내지 않으려 노력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오롯이 나와의 약속이고 싸움이라는 점이에요. 이런 접근 방식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죠. 예전에는 어떤 행동을 할 때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앞섰지만 요즘은 반대로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살아야 더 건강하겠지, 하면서 나와의 약속을 잡아가요. 이런 약속을 스스로 지켰을 때 아주 오래가는 행복을 만들 수 있어요. 저는 이런 게 좋아요. 아무도 모르는데 나만 알고 있는 것들이요.

 

책 안에 “늘 궁금했던 것은 ‘나는 왜 살고 있지?’라는 물음이라는 거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인상적인 문구였는데요. 요즘은 어떤지 궁금해요. 지금의 작가님은 답을 찾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답을 찾았다기보다는 애초에 질문을 안 하게 됐어요. 당시에 그런 질문을 저 자신에게 했던 이유는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하면서 완벽주의를 좇았기 때문이에요. 단독 사무실을 갖고 있는 아주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거든요(웃음). 하루 종일 일하면서 모든 일을 잘 소화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리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왜 사는 걸까? 행복하지 않은데 과연 옳은 걸까?’ 하는 의문으로 하루를 마감하곤 했어요. 서른 초반에는 누군가 결혼을 하거나 승진을 하면 조급해지면서 주변의 노이즈에 한없이 흔들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소식이 들려오면 대부분 무감하고 가끔 부럽기도 해요. 내가 느끼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한 거죠. 이런 과정은 상대방과 내 삶의 다름을 알고 동시에 나 자신의 한계를 아는 일과 같아요.

 

작가님이 자기 자신을 ‘적당히주의자’로 소개하는 구절이 떠오르네요.

늘 ‘적당히’라는 말을 하며 나 자신을 내려놓으려 해요. 예를 들어 저는 사실 청소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거든요. 필요한 청소는 반드시 하지만 완벽하게, 결벽증에 가깝도록 청소하지는 않아요. 높은 기준을 잡아버리면 제가 고통스럽다는 걸 너무 잘 알거든요. 예전에 제가 바라던 이상형은 우아한 교양인이었어요. 그런데 현실의 저는 전혀 달라요. 허당이고, 변덕스럽고(웃음). 그런데 이런 것들을 인정하며 별로인 부분들까지 나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적당히’가 가능해지는 거고요. 어느새 ‘이렇게 발랄한 나도 글을 쓸 때는 우아한 교양인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하게 돼요.

 

이번엔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미니멀한 일상을 추구할수록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 까다로울 것 같아요. 어떤가요?

말씀드렸듯이 물건을 사는 일도 어쩌면 나의 한계를 아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제가 요리를 자주 하다 보니 그릇을 너무 잘 깨더라고요. 허당인 모습이 여기서도 나오는 거죠(웃음). 그래서 최근에 안 깨지는 유기그릇을 샀어요. 언제부턴가 물건을 사는 순간을 넘어서 쓰고 버리는 일까지 고려하게 되더라고요. 전에는 디자인과 기능에 중점을 두고 물건을 샀다면 이제는 나에게 맞는, 내 습관에 맞는 물건을 택하는 것으로 기준이 달라졌어요. 이런 관점에서 저 자신을 위한 사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가령 아무도 없는 집에서 좋은 소재의 편안한 파자마를 입는 것처럼요.

수많은 미디어에서 늘 ‘지금을 살아라’라는 말을 반복해요. 그런데 저는 내일을 사는 사람이거든요. 이런 점이 뒤처졌다는 생각에 괴롭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산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저에게 내일을 위해 산다는 건 아주 소소하면서 동시에 커다란 노동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내일 입을 속옷과 양말을 정리하고 도시락을 싸는 것,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남들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만 저는 그동안 너무 게을렀기 때문에 크게 느껴져요. 혼자서 살기 전에는 이렇게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의 노동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는걸 몰랐어요. 이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 불편함 없는, 보통의 하루하루가 완성되는 거죠.

 

“그런 사소함이 모여 작디작은 세계를 유지한다.”라는 작가님 책 속의 구절과 잘 어울리는 답변이네요. 가장 와닿은 문장 중 하나기도 했고요.

과거엔 프로페셔널 병에 걸려서(웃음) 사소한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요. 작은 것들의 가치를 낮게 봤어요. 지금은 작은 것들이야말로 진짜 나를 완성한다는 것을 알아요. 어쩌다 과거의 나처럼 큰 야망을 가지게 되어도, 사소하고 중요한 일들을 업신여기지 않으려 해요. 그리고 이런 습관이 쌓여 결국엔 제가 바라던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죠(웃음). 하지만 많은 미디어에서 말하는 ‘지금을 살아라’라는 말이 어떤 관점인지 알 것 같아요. 저는 내일을 위함과 동시에 지금을 열심히 살기도 하거든요. 오늘 할 일을 마친다는 건 곧 현재를 잘 살았다는 것과 같잖아요. 내일의 나도 좋아질 수 있고요. 실은 이런 점들을 명상을 통해 더 가까이 느끼고 있어요. 깊은 호흡을 통해 나를 느끼고 순간에 집중하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지금을 사는 일이 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요. 밥 먹을 때는 지금에 집중하며 밥만 먹어야 하는 거죠(웃음). 오지 않은 미래는 걱정하지 않으면서요. 기자님은 어떤 의미로 내일을 살고 있나요?

 

어… 저는 아무래도 마감이 있는 삶을 살고 있고, 그러다 보니 내일에 대한 걱정이 쌓여 가더라고요. 오로지 내일만 보고 산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하고요.

발전적인 생각이죠. 더 잘하고 싶고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저는 그런 게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커리어를 쌓아가는 시기니까, 당연한 생각이에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좋아요.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아요(웃음). 이번 호에서는 ‘아름다운 균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균형을 잘 잡으며 삶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걸까요?

넓은 관점에서 봤을 때 여유를 찾는 일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방식은 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여유를 가지는 게 중요해요. 여유가 없는 사람은 점점 거칠어지기만 해요. 아무리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도 뭔가에 쫓기고 압박을 받으면 풍기는 에너지가 좋을 수가 없거든요. 얼른 경제적 자유를 얻어서 시간을 사고 싶네요(웃음). 시간이 곧 여유니까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훗날 건강하게 나이 든 어느 날 아침, 작가님은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일단 조기 은퇴를 한 뒤에(웃음) 시계 없이 살고 있을 거예요. 오롯이 내 몸의 리듬에 맞춰 일어나고, 자고, 먹으며 살 거예요. 명상하고 산도 오르고 요리도 해 먹으며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 거예요. 단지 좀 달라진 점은 짐이 많이 줄었다는 거겠죠. 매트리스 없이 이불 위에서 자고 청소기 말고 빗자루로 바닥 청소를 하며 살고 싶어요. 제가 들고 옮길 수 없는 짐은 들이지 않는 것을 목표로 잡았거든요. 거꾸로 향하는 삶의 방식을 택하고 싶은데, 노동자 일을 청산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겠죠(웃음)?

나만 아는 오늘의 장면들

피곤할 때는 레몬워터  

피곤한 날에는 레몬 워터를 꼭 마셔요. 미네랄 워터에 레몬즙을 섞는 레시피는 흔하지만, 레몬 워터는 제게 가장 알맞은 피로회복제에요. 저는 이런 식으로 작지만 나만 아는, 스스로 만든 규칙이 좋아요.

건강한 올리브 오일

샐러드를 만들 때 무거운 드레싱을 따로 만들지 않아요.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살짝 뿌려서 먹어요. 올리브 오일도 품종이나 산지에 따라 등급과 맛이 다른데 저는 꼭 신선한 풀 향과 과일 향이 섞인, 가장 높은 등급의 엑스트라 버진을 택해요. 좋은 올리브 오일을 사용하면 재료 본연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요.

하루 한 끼 비건

원래 페스코이긴 한데, 회사 업무를 하다 보면 밖에서 먹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점심은 회사에서 바깥음식으로 해결하더라도 아침이나 저녁은 꼭 비건으로 차리려 해요. 먹으면 사라지는 거지만 이 또한 나만이 아는 무언가를 쌓는 일이죠. 내가 먹는 것들을 건강하게 고르고 좋은 식재료의 배경을 떠올리며 식사를 하는 시간이 즐거워요

매일 몸에 닿는 수건

보통 피부를 위해 화장품에 신경 쓰는 경우는 많지만 피부에 직접 닿는 수건을 챙기는 경우는 많지 않잖아요. 거친 수건은 결국 피부에 상처를 남기고 말아요.사소하지만 매일 하는 일인데 중요하죠. 지금 쓰는 캐시미어&코튼 수건은 촉감이 부드럽고 가벼워서 좋아해요. 남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것도 나를 아껴주는 꼭 필요한 일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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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유래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