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indest Friends In The World

아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자라는 집

우리 집에는 키가 아주 작은 친구가 산다. 그는 따뜻하고 다정하며, 가족들에게 눈을 맞추려고 늘 고개를 들고 꼬리로 말을 한다. 품에 안고 보드라운 털에 얼굴을 비비면 1초도 안 돼 몸과 마음이 녹는다. 아마 내가 아주 어릴 적 만났더라도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다는 건 언제까지나 함께해 줄 친구이자 가족을 얻는 일이다.

나의 단짝 고양이

유하와 아리네 가족

집에 누가 살고 있나요?

저희 집에는 아빠, 엄마, 다섯 살 유하, 아리가 살고 있어요. 아리는 2005년생 수컷 고양이에요. 풀네임은 아리엘이고, 빛나는 은빛 털을 가진 브리티시 숏헤어예요.

 

아리는 어떤 친구예요?

저희 집 비주얼 담당이에요. 매체에 몇 번 소개된 적도 있어요. 올해 열여섯 살이 되었는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외모가 특히 매력적이에요. 잠이 많고 느긋하고 겁이 많지만 천상 선비 품성에 사람을 좋아해요.

 

은빛 털이 무척 신비로워요. 열여섯 살이니 유하가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아리와 함께하셨겠어요.

아리가 처음 저에게 온 날은 2013년 현충일이었어요. 첫 번째 주인이 지인에게 보냈다가 다시 반려되어 저에게 오게 됐어요. 제가 세 번째 주인인 셈이죠. 그래서 진짜 생일인 4월 11일보다 현충일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해요. 결혼하면서 아리도 함께 가족이 되었고, 그 후 아이가 태어나 지금껏 함께 살고 있어요. 유하가 태어날 때부터 성장해 온 과정을 쭉 지켜본 한참 오빠예요.

 

귀여운 남매예요. 둘 관계는 어때요?

아리는 원래 애교가 많은 무릎냥이는 아니었는데, 저희 부부 사이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다 유하가 태어난 뒤 질투를 하더라고요. 유하 방문 앞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것처럼 많이 울었어요.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동생이 태어났을 때 첫째가 느끼는 상실감 같은 게 아니었을까요?

 

계속 그렇게 지낼까 봐 많이 걱정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유하가 자라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특히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늘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둘 사이가 더 각별해졌어요(웃음). 유하가 매일 아리에게 살을 비비고 안고 다녀요. 사실 나이 많은 고양이에게는 아주 귀찮은 일이죠. 아리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 말리려고 하면, 또 아리가 유하 곁을 맴돌아요. 귀찮은 듯 도도하게 굴지만 항상 유하를 찾아요. 티격태격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단짝 친구이자 남매예요.

 

반려동물과 아이가 함께 살게 되면서 가족이 포기하게 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포기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장기 여행이에요. 고양이는 낯선 곳을 많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리를 데리고 여행하긴 힘들어요. 또, 다들 아시겠지만 고양이는 털이 무척 많이 빠져요. 청소를 해도 뒤돌아서면 바닥에 하얗게 떨어져 날리고, 패브릭에는 특히나 머물던 흔적을 남겨요. 하지만 아리의 존재는 이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소중해요. 형제가 없는 유하에게는 부모 이외에 친구가 되어 주는 유일한 존재예요. 아리가 없는 우리 가족은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 집 강아지 감자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공간이 어디가 됐든 사람 옆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있어요. 아리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아리는 햇살 드는 곳과 초록색 패브릭 의자, 그리고 제 작업실 의자를 특히 좋아해요. 그러면 어김없이 유하가 그곳에 함께 앉아요. 잠이 많은 아리는 의자에 누워 낮잠을 즐겨요. 잠을 빼고는 아리를 말할 수 없어요. 고양이는 야행성이라고 들었는데 아리는 밤에도 쿨쿨 잘 잔답니다.

 

유하는 아리와 함께하는 시간 중 언제를 가장 좋아하나요?

보들보들한 아리를 온몸으로 안으면 곰 인형을 안을 때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네요.

 

예상치 못한 사건도 많을 것 같아요. 아찔하거나 행복하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얘기해 주세요.

현관문을 여는 사이 아리가 집을 나간 적이 있어요. 저는 그걸 모르고 문을 닫았는데, 아리가 없어진 걸 눈치챈 건 유하였어요. 단짝이 없어졌으니 찾아 헤맬 수밖에요. 너무 놀라 밖으로 나가 찾아다니다가 희미하게 아리 목소리를 듣고 다른 집 현관 앞에서 울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정말 심장이 덜컥 했던 기억이에요. 요즘은 현관문을 닫을 때 꼭 아리를 확인하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어요.

 

유하와 아리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상상해 본다면요?

지금 사는 집은 3층으로 된 구조인데 계단이 많아요. 처음 이사를 와서 저는 계단이 너무 힘들었는데 유하와 아리는 무척 좋아했어요. 쉴 새 없이 계단을 오르내렸죠. 사람이 행복한 집이라면 그 안에서 고양이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요. 유하가 자라면 지금보다 아리를 배려할 수 있을 테니 점점 더 좋아질 거라 믿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아리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박스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계단 오르내리기, 모래 파기, 구석에 숨거나 자기만의 공간 안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공통점이 많거든요. 노묘인 아리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주길 바랄 뿐이에요.

 

둘을 함께 키우다 보면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요.

아이를 낳았을 때 양가 부모님이 고양이를 계속 키우는 걸 반대하셨어요. 털이 많이 날려 비위생적이고 호흡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때 잠자리는 분리한다는 규칙을 정했어요. 아리와 한 침대에서 자지 않으니 침구가 위생적으로 관리됐고, 수면의 질도 좋아졌어요. 결과적으로 너무나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아이에게 제가 채워줄 수 없는 정서적인 부분을 아리가 많이 채워줘요. 유하는 아리의 밥을 챙겨주고 빗질을 해주며 책임감을 배우고 약한 존재를 보호해 줘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껴요. 물론 털도 날리고 모래도 날리고 냄새도 나지만 그 사소한 불편함을 잘 넘기면 훨씬 많은 선물을 받게 돼요.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아이예요.

 

아리가 있는 집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우리보다 먼저 별이 될 아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해 주실래요?

아리야. 너는 외출하고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반겨주고 살을 비벼줬어. 내가 소파나 책상에 앉으면 손길이 닿는 곳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지. 너는 날 외롭지 않게 해줬어. 유하에게 형제만큼 좋은 벗이 되어 주고 온몸으로 보드라운 촉감과 따스함을 전해주던 너를 잊지 않을게. 큰 눈을 깜빡이며 이야기하던 너의 눈인사가 자꾸만 떠올라 슬프지만 그곳에서 더 행복하기를 바라. 나의 가족이 되어 주어 고마웠어.

네 배의 행복

지안, 서인이와 와사비, 간장이네 가족

집에 누가 살고 있나요?

저희 부부와 네 살 지안, 두 살 서인 형제와 강아지 와사비와 간장이가 함께 살고 있어요. 와사비는 레이크랜드 테리어라는 종으로 여섯 살 여자아이예요. 종 특성답게 까칠하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애교쟁이고, 아주 똑똑해요. 다섯 살 믹스견 간장이는 순둥이에 애교쟁이, 엄살쟁이 남자아이인데, 이렇게 순해도 되나 싶을 만큼 착하고 상냥하답니다.

 

와사비와 간장이가 가족이 된 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와사비는 꼭 키워보고 싶던 종이라 기다림 끝에 저희 가족이 되었어요. 간장이는 유기견 보호소를 통해 데리고 왔어요. 3개월 추정 강아지 두 마리가 박스에 담겨 버려졌다고, 입양 가족을 찾는다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우연히 본 순간 ‘얘는 우리 가족이 되겠구나.’ 하고 느낌이 왔어요. 사실 사비가 있어 둘이 잘 지낼지, 제가 두 마리를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 많이 했는데 간장이가 계속 눈에 아른거려 입양을 신청했어요. 유기견 입양이 생각보다 아주 어렵고 절차가 까다로워요. 가족 구성원과 강아지가 잘 지낼 수 있는 집안 환경인지 확인도 필요하고, 입양비도 지불해야 해요. 입양 신청을 하신 분이 몇 분 있었는데 보호소의 판단 아래 저희 가족에게 간장이를 보내주셨어요.

 

간장이가 와사비와 잘 지내던가요?

간장이가 저희 집에 온 첫날이 아직도 생생해요. 집에 들어오자마자 사비에게 장난을 치며 마치 원래 저희 가족인 것처럼 구는데, 그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보곤 바로 사랑에 빠졌어요. 사비가 종 특성상 다른 강아지들에게 사나운 편이라 걱정 많이 했는데, 간장이와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사비를 아는 제 주위 사람들이 둘은 분명 인연이라며 신기해할 정도예요.

지안이와 서인이가 태어난 후에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지나간 것 같아요. 출산 후 아기와 집에 갈 때 강아지들 반응이 궁금했는데 집에 온 아기를 보고 냄새 한 번 맡고 끝이더라고요. 알아가고 적응해 가는 기간 없이 처음부터 잘 돌봐주었어요. 저는 사비, 간장이와 늘 육아를 함께하고 있어요. 사비는 제가 잠시 집안일을 할 때 아이가 혼자 놀다가 울면 짖어서 알려주고, 제가 아이를 안아 올리면 짖다가 바로 멈춰요. 간장이는 아이들과 뛰어다니며 같이 놀기도 하고 아이들이 몸에 스티커 같은 걸 붙여도 다 놀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줘요. 귀찮을 만도 한데 잘 참아주죠. 다만 정말 싫을 땐 소리를 내서 의사표현은 확실히 하는 편이에요. 산책할 때도 아이들과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아이가 뒤처지면 멈춰서 기다려줘요. 자주 뒤돌아보면서 아이들이 잘 오는지 확인하고요.

 

아이들은 강아지들을 어떻게 대하나요?

친구처럼 아주 잘 지내요. 저한테 혼나고 울 때는 사비나 간장이한테 기대서 펑펑 울기도 해요. 마치 ‘엄마가 나 혼냈어!’하고 이르는 것처럼요. 그런데 간식 먹을 때만큼은 라이벌이 돼요. 며칠 전엔 지안이가 강아지들한테 사과를 빼앗길까 봐 높은 곳에 숨겨 놓고 먹더라고요(웃음). 저희 강아지들은 이불을 가장 좋아해요. 항상 이불 위에만 있으려고 하죠. 아기 수유 쿠션과 수유 의자도 좋아해서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어요. 출산 전에는 제 허벅지 위에 있는 걸 제일 좋아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자리를 빼앗겨 버려서 좀 미안해요.

 

그 미안한 마음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사비와 간장이를 위해 아침 산책은 빠짐없이 나가요. 그리고 저희는 아이들이랑 분리수면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아가 방, 강아지들은 저희 부부와 같이 자요. 침대에 누워서 계속 쓰다듬어 주고 사랑한다고, 오늘 하루도 미안했다고 매일 얘기해 주죠. 강아지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하루 중 그 시간만 기다리는 것 같아요. 계속 품에 안겨서 손을 앞발로 탁 치며 만져 달라고 해요. 사비는 아빠 다리 사이, 간장이는 엄마 다리 옆이 지정 잠자리예요.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서 출산을 준비할 때 고려할 점이 있을까요?

출산일이 다가오면 신생아를 맞이하기 위해 집을 깨끗하게 소독하고 청소하시는데 너무 과하게 청소를 하다 보면 집 안에 강아지들 냄새가 거의 사라져요. 그러면 안 그러던 강아지도 당황해서 마킹을 하게 되니, 강아지의 체취가 남아 있는 담요나 인형, 장난감과 공간을 조금만 남겨 주세요. 아기가 어릴 땐 그저 누워 있기만 해서 괜찮은데 기기 시작할 때부터 강아지들과의 분리 시간이 필요해요. 아기 행동 반경이 넓어지면 그만큼 강아지를 쫓아다니기 때문에 강아지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안전문을 꼭 설치해 주시고 강아지와 아기를 분리해 주세요. 아무리 순한 강아지도 털이 뽑히고 꼬집히면 순간적으로 물거나 공격할 수 있으니, 아기가 기기 시작할 무렵부터 강아지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을 인식하기 전까지는 각자의 공간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사비와 간장이, 지안이와 서인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상상해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넓은 정원이 딸린 집이요. 아이들 넷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집이 제 로망이에요. 강아지들이 더 나이 들기 전에 그런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요.

 

훗날 별이 될 사비와 간장이에게 덕분에 집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하고 싶은 말을 전해 주세요.

사비야, 간장아. 우리 가족 곁에 와줘서 고맙고, 너희를 만날수 있었음에 감사해. 매 순간 사랑을 표현하면서 안아 주고 쓰다듬어 주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난 뒤엔 그 시간이 많이 준것 같아 엄마는 항상 미안했단다. 그런 엄마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안아 달라고, 곁에 있어 달라고 칭얼대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줘서 고마워. 아이들을 재우고 이불 위에서 뒹굴뒹굴거리면서 너희 발바닥 냄새를 킁킁대던 그 순간들이 엄마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너희는 알까? 너희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우리 가족이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냐고 물어보고 싶어. 아마 대답은 우리가 하늘에서 다시 만나는 날 들을 수 있겠지? 사랑하는 아기들아, 먼저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줘. 엄마가 그곳에 가게 되면 우리는 이제 다시 헤어질 일이 없을 거야.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꼭 엄마 아빠를 기다려 줄래? 우리가 다시 만나면 엄마가 듣고 싶은 대답도 꼭 해줄 거라 믿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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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