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을 품고 있는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행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것. 다소 파격적인 선택일 수 있지만
한번쯤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뛰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을 버리고, 그저 즐기고 싶은 욕망을 꺼내보자.
취향의 확장
조용한 것을 좋아했다. 음악도 사람 목소리 하나, 악기 멜로디 하나뿐인 노래가 편했고, 사람이 북적거리거나 많은 소리가 섞인 곳에 가면 금방 피곤해졌다. 아늑한 침대가 그리워 결국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집으로 향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참가한 월드 디제이 페스 티벌에서, 한결같던 내 취향은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런 것 딱 질색이야.’라며 축제 분위기를 기피하던 나는 어느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몸이 울릴 만큼 크게 퍼지는 음악 속에 묻혀 뛰고 있었다. 처음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큰 음악 소리에 압도되었다. 귀가 없어지지 않을 까, 잠시 바보 같은 걱정을 했지만 결코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빽빽이서 있는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다, 마침내 모두가 나의 사람이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처음 보는 그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웃었다. 내성적이고 고요한 삶을 추구하던 나에게, 이 낯선 상황은 금세 익숙한 풍경이 되어 또 다른 취향의 공간이 되었다. 이후로 음악 성향도 바뀌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폭도 넓어졌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가게 된 페스티벌에서는 공연 메이트까지 생겼다. 그렇다고 원래의 차분한 성향이 모조리 바뀐 것은 아니다. 그저또 다른 무언가가 새로이 자리를 잡았을 뿐. 이젠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축제들을 찾는다. 또 다른 취향의 확장을 위해서,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마구 뛰어다닐 테다.
자연과 자유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조금 떨어진 전통 마을, 이다냐 아 노바에서 열리는 붐 페스티벌은 격년제의 대규모 축제다. 포르 투갈 여행이라고 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도시와는 다른, 그 나라, 그 지역의 전통적 분위기를 마주할 수 있다. 기업의 후원을 받는 방식을 거부하고 포르투갈 지역 단체와의 협력 으로 운영하는데, 이런 자유로운 운영 방침은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자유와 자연에 관한 가치관을 선명히 드러낸다. 환경 문제에 관한 고민을 하며, 언제나 스마트한 물건들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 그 자체를 손에 쥐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사이키델릭 음악을 바탕으로 한 아티스트들의 공연과 작품을 담은 갤러리, 명상과 토론의 시간까지, 무척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붐 페스티벌은 다가오는 2020년 7월에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A. Idanha-a-Nova, Portugal H. boomfestival.org O. 2020년 7월 28일~8월 4일
해안 마을 속 가득히
포르투갈, 비아나 두 카스텔루의 해안 마을에서 열리는 네오팝 페스티벌은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일렉트로닉 음악 축제 다. 전자 음악 장르의 강렬한 소리가 해안의 자연공간음과 섞여 울려 퍼진다. 8월, 여름이 뚜렷한 모습을 드러낼 때 바다를 곁에 둔 채 취향이 같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 국적도 성별도 다르지만 모두 하나의 소리를 찾아 각자의 일상을 벗어 나려 한다. 자유 캠핑과 호텔 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고, 공연 라인업도 탄탄하다. 한국에서 ‘하이테크서울’ 공연에 참가했던 아멜리에 렌즈Amelie Lens , 테크노 장르의 독보적 아티스트 벤 클락Ben Klock , 그리고 언더월드Underworld 등 굵직한 뮤지션들이 4일간의 공연 일정을 알차게 채운다.
A. Viana do Castelo Viana do Castelo, Portugal H. neopopfestival.com O. 2019년 8월 7일~10일
사람과 사람의 사이
가끔 소중한 내 사람들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 많은 시선을 핸드폰 화면에 쏟고 있기 때문일까. 커넥션 페스티벌은 소통이라는 주제로,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좁히자는 소망을 품은 축제다. 라 코도세라, 스페인의 바다호 스주에 있는 작은 농촌에서 열리고 있다. 이곳의 인구는 약 2,200명으로 작은 마을에 가깝고 포르투갈의 국경 지대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제 교량이 자리하기도 한다. 마을의 게보라강Gevora river 주변에서 진행되는 하이킹과 사이클 등의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트랜스 음악 공연 라인업까지 즐길 수 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땅을 밟고 축제가 주는 소중한 의미를 생각해본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 하는 것. 각자의 일상을 사는 도시를 떠나, 푸르른 녹지에서 타인과의 간격을 좁혀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A. La Codosera, Badajoz, Spain H. connectionfestival.es O. 2019년 9월 17일~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