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ARIUM 도시를 가든하다

테라리움

11월. 외투를 적당히 여미고 집을 나서기 좋은 계절이다. 길가의 잡초, 화단의 식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추운 겨울을 대비해 온몸의 영양분을 땅 밑으로 내려 뿌리에 머금고 땅 위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앙상한 가지만 남긴다. 우리도 황량하고 심심해질 시간에 대비해야겠다. 집안에 숨어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겨울 동안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전혀 새롭고 아기자기한 가드닝, 테라리움terrarium을 소개한다.

01

DISCOVER

작지만 황홀한 세계

The miniature world

얼굴에 닿는 바람이 한결 차갑고 건조해진 것을 보니 겨울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코끝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 공기를 그리워하다가도 막상 계절의 한 가운데에서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 여지없이 그 다음 계절을 기다리게 된다. 마당, 베란다 정원을 갖고 있는 도시의 가드너들도 슬슬 월동 준비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이리저리 시들어 쓰러진 꽃대와 줄기들을 짧게 잘라 내고, 가을에 받아놓은 씨앗들은 봉투에 담아서 잘 모아둔다. 이듬해 봄에 꽃을 피울 구근(알뿌리) 식물도 화분이나 땅 속에 잘 묻어 두어야 한다.

이렇게 겨울을 맞을 준비를 마치고 나면, 땅은 함박눈이 쌓이기 전까지 점점 더 황량해질 일만 남는다. 어쩐지 헛헛한 기분이 든다. 더구나 이제 막 가드닝에 취미를 붙이고 첫 겨울을 맞이한 초보 가드너라면 이 계절이 여느 때 보다 길고 심심하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 하지만 겨울이라고 반려 식물과의 교감을 멈출 필요는 없다. 여전히 집안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정원 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중 테라리움terrarium 가드닝의 작지만 황홀한 세계를 소개해 보려 한다. 

조금 생소하게 들릴 지 모르는 테라리움 정원은 입구가 작거나 뚜껑이 있는 투명 용기 안에 작은 식물을 심고 어울리는 재료를 함께 배치하는 독특한 형태의 가드닝이다. 단순히 ‘식물을 화분에 심는다’는 개념을 넘어 유리병 속에 자연을 축소해놓은 듯한 공간을 꾸미는 매력적인 일이다. 이끼는 푸른 언덕이 되고, 졸졸 뿌려 놓은 모래는 오솔길이 된다. 다육 식물은 커다란 나무 역할을 하고, 그 옆으로 모형 집과 벤치를 조심스레 얹으면 멋진 풍경이 완성된다. 이 투명한 화병은 나의 생각과 손의 움직임에 따라 해초가 넘실대는 바닷속이 되고, 외로운 선인장이 서있는 사막이 될 수도 있다. 테라리움을 실내 천장에 매달아 두거나 테이블 위에 놓아두면 겨울의 헛헛함은 바로 날려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집 안에 감춰진 또 다른 세상이 생기는 셈이다.

한편으로 과연 밀폐된 용기 속에서 식물이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 이외에는 좁은 공간, 좁은 입구가 물이나 비료를 주는 일에 걸림돌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자연의 순환 원리를 지켜볼 수 있다. 이를테면 땅의 수분이 비가 되어 내리는 원리를 관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식물은 뿌리로 수분을 빨아들여 잎으로 배출시키고, 배출된 수분은 밀폐된 유리 벽에 물방울로 맺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식물에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성장과 유지가 가능하다. 테라리움 속 세계는 자연의 겉모습뿐 아니라 그 순환의 원리까지 닮았다. 

하지만 이 상태로 식물이 오래도록 잘 살 수 있다고 말할 순 없다. 현실적으로 실내에 두고 보아야 하는 까닭에 테라리움 속 식물은 햇빛을 찾아 헤매다 웃자랄 수도 있고, 양분이 부족해 시들어갈 지도 모른다. 반대로 환경이 잘 맞아 너무 왕성하게 자라는 바람에 안쪽 공간을 꽉 채워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테라리움 속 식물을 바꿔 심어주는 것이 좋다. 가드닝에 있어 겨울마저 부지런을 떨 필요는 없으니 이정도 움직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막상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가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다면 좋은 방법이 있다. 여행지에서 보았던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내가 갔던 곳의 사진을 꺼내봐도 좋고,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있었던 곳의 사진도 좋다. 그때 떠오르는 느낌을 조심스레 유리병 속에 옮기는 것이다. 추억이 담긴 나만의 테라리움이 만들어 질 것이다. 무엇이든 소재가 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가져다 쓰면 된다. 올 겨울에는 작은 세상을 내 손으로 만들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도 해보는 따뜻함과 소소함을 느껴보자. 긴 겨울, 집에서 무심코 보내던 시간이 조금 달라질 지 모른다.

02

LOOK

심사숙고

Choosing materials

재료를 선택하는 일은 테라리움을 만드는 과정의 시작이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특별한 환경 속에서 식물이 잘 살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주어야 하기 때문이고, 재료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있어야 하니 서로 잘 어울릴 만한 소재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재료를 이해하고, 그 생김새와 질감이 가진 매력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01. 흙과 모래 SOIL AND SAND

테라리움에 들어갈 재료들을 지지해주는 기초이다. 식물을 위해 배수가 잘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명한 화기에 그대로 노출되기에 질감과 색감을 잘 섞어서 활용해보자.

02. 식물 PLANTS

비교적 성장이 느리고 공중 습도와 건조에 모두 강한 식물이 좋다. 선인장, 다육식물, 에어플랜트, 이끼는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종류도 무궁무진해 선택의 폭이 무척 넓다.

03. 작은 소품 PROPS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물과 비자연물을 활용하면, 유리병 속 미니어처 세상이 완성된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소라 껍데기, 조약돌, 어릴 때부터 모아둔 작은 장난감 피규어 등 작은 물건이라면 뭐든 테라리움의 소재가 될 수 있다.

03

LABOR

작은 세상 만들기

make your own terrarium

테라리움은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것이지만,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그 역시 무척 설레는 일이다. 테라리움 가드닝을 위해선 평소에 발휘하지 못한 섬세함도 필요하다. 내 손으로 유리병 속에 작은 정원을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손가락 미세 근육들의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워낙 작은 공간이라 원하는 소재를 제 위치에 놓는 일이 쉽지가 않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준비 운동 하는 것은 필수다. 사진의 테라리움은 아프리카 여행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어울리는 소품으로 변화를 주면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준비물
유리화병, 다육식물 2~3종류, 흙, 작은 색자갈 2종, 분갈이흙, 이끼, 피규어

01 유리화병에 색자갈을 깔아 배수층을 만들어준다.
02 분갈이용 흙이 자갈 속으로 섞이지 않도록 화병 단면 크기에 맞게 다듬은 이끼를 01 위에 깔아준다.
03 다육식물의 뿌리 깊이에 맞게 분갈이 흙을 02 위에 붓는다.

04 식물들을 잘 어울리도록 배치해 03의 흙에 심는다.
05 식물 사이사이로 남은 색자갈을 빈틈 없이 얇게 깔아준다.
06 마지막으로 피규어를 올려 장식한다.

garden hada 가든하다

‘사람은 왜 꽃을 심고, 가드닝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활동영역을 넓혀가는 회사입니다. 

가드닝제품 디자인, 온라인샵 운영, 관련 콘텐츠 제작을 하며 도시가드너를 위한 모바일커뮤니티 ‘gardenhada for iPhone’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Homepage www.gardenhada.com
Facebook www.facebook.com/gardenhada
Tel 02 73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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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전진우

포토그래퍼 원경 글 가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