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nt Is Built Upon Trust

믿음 위로 쌓이는 것

무얼 어떻게 하든 아이를 믿는 사람들. 앞에서 끌고 나가기보다 뒤에서 지켜보며 밀어주는 사람들. 아이의 재능을 세심히 발견하고 묵묵히 지지해 주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믿는 만큼 커지는 잠재력

엄마 노미경
김서율 12세

서율이는 그림과 만들기로 《wee》에 몇 차례 소개된 적이 있어요.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건 언제 알게 되었나요?

서율이가 다섯 살쯤부터 매일같이 그림을 그려 작은 책들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글이 없고 그림으로만 구성된 책이었는데요. 개연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그림들 속에 서율이 만의 구성 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생각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태도가 있는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응원하기 시작했죠.

 

아이의 성향과 기질이 재능과도 연결될 것 같아요. 서율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서율이는 균형 있는 마음 상태를 중요하게 여겨요. 하나에 치우친 것을 싫어하죠. 친구와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면 혼자만의 시간을 채우고 싶어 하는 식이에요. 또 직관력이 뛰어난 반면 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태도가 부족한 편이에요. 체계적인 학습이나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어려워해 왔어요. 그래서 직관과 논리를 뛰어넘는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되 매일 실천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죠.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주체할 수없이 에너지가 폭발할 때도 있고 갑자기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도 있었거든요. 서율이가 자신의 에너지를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매일 작은 성과를 달성하는 습관을 만들어 나갔어요. 가장 좋아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성실하게 쌓아보자는 마음이었죠.

 

그림을 꾸준히 그리는 습관을 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아요. 옆에서 엄마는 어떤 역할을 해주었나요?

그림 그리기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에요. 저는 서율이가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잠재력은 믿는 만큼 커지잖아요. 서율이가 저를 ‘나를 믿어주는 부모, 나를 응원하는 또 다른 어른 친구 한 명’이라고 생각했으면 해서 제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진심을 다해 응원해 주고 있어요. 서율이가 그리고 싶어 하는 주제에 관해 자주 대화를 나누고, 기억해 두었다가 연관성 있는 이미지 자료들을 찾아 놓아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자료를 살펴보며 또다시 이야기를 나누죠. 어려워하는 부분이 생기면 표현에 도움이 될 만한 화가의 그림이나 사진들을 찾아 며칠 동안 모사를 해보기도 해요.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극복해 나가는 편이죠. 산책을 자주 하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그날 산책에서 받은 인상을 그림으로 옮기거나 제가 찍어둔 사진을 살펴보며 그림을 그려요.

ⓒ김서율

인물과 정물, 풍경을 골고루 그리는 것 같은데요. 서율이가 요즘 빠져 있는 소재와 그림 스타일이 있나요?

여행과 산책의 시간들로 채워나가고 있는 봄에는 식물과 꽃, 자연과 어우러진 인물을 주로 그려요. 아름다운 것에 자주 현혹되어 소비를 일삼는 저에게 서율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얘기하곤 해요. 그래서인지 그림도 한 가지 스타일에 매여 있지 않죠.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매일 정직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이 있으면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위에서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서율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걸 자주 발견하도록 자기 전에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매일의 기분을 읽고 탐구해 보며 마음이 안정되는 지점을 찾은 후 잠이 들고는 해요. 좋아하는 일은 끝도 없이 좋아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피하기만 했던 ‘작은 사람’ 서율이는 소소한 성취감을 통해 막연한 두려움을 줄여나가고 있어요. 자기 행동에 용기를 가지기 시작했고요. 그게 꾸준히 그림을 그리며 변화한 점이에요.

 

디자이너인 엄마가 재능을 더 눈에 띄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서율이를 지지하는 미경 씨만의 방법이 궁금해요.

마음이 채워질 만한 작은 활동들을 하게 해줘요. 친구와 만나거나 놀이터에서 놀고, 하고 싶어 하는 만들기 재료를 지원해 줘요. 휴대폰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도 주고요. 저와는 함께 여행을 가고 극장에서 개봉작을 챙겨 보면서 시간을 보내요. 정서적인 지지와는 별개로 실질적으로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려고도 하는데요. ‘매일 하루 한 장 완성, 주말은 세 장 완성’ 규칙을 정해 두고, 완성한 그림을 스캔해요. 디지털로 데이터화한 뒤에 제목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거죠. 서율이가 비밀 그림을 그리는데, 그건 보지 않고 지켜줘요. 주기적으로 호미화방을 방문해 다양한 재료를 접하게 해주고 예술사적 자료들도 때에 따라 준비해 보여주죠. 아트 디렉터의 시선으로 서율이를 잘 관찰하고 있어요. 잘하는 것과 서툰 것을 체크하고, 필요한 지점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정리해 제시해 주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전시도 열었죠? 서율이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들을 보고 ‘플라츠’에서 전시 의뢰가 들어왔어요. 제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깊은 고민 없이 하겠다고 답변을 드리면서 일이 진행되었죠. 전시 일정이 다가올수록 누군가가 시간을 내어준 만큼 기대감을 채워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점점 커졌지만,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정리해 나갔어요. ‘원화를 전시하고, 그림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액자를 제작하고, 포스터를 잘 마무리하자.’ 이런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하고, 홍보 등 부족한 부분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어요. 서율이는 작게 그린 그림들을 다시 크게 그리는 작업을 했고요.

 

서율이가 그림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결정은 서율이가 성인이 되어 판단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생각을 해보기는 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먼 미래의 일보다 지금 상황이 더 중요하니까요.

 

두 사람은 엄마와 딸, 그리고 작업 파트너이기도 하네요. 

진심을 다해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어요. 부모한테 존중받은 경험이 아이의 자존감을 형성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유로운 사고, 든든한 애착 관계, 형평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나약함과 저마다의 개성을 인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모색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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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와 마카펜과 색연필

그림은 주로 종이에 연필, 물감 대신 다양한 마카를 사용해서 그려요. 수채, 아크릴 마카, 디자인마카, 브러시 펜, 색연필, 오일파스텔 등도 사용하고요. 매일 그림 한 장을 완성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빠르게 그림을 그려낼 수 있는 재료들을 구해주는 편이에요.

아이의 선택을 믿어주는 일

아빠 이정철
이수리 12세

수리 별명이 ‘수리포바’라고 하던데요. 테니스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수리포바는 ‘랜선’ 이모들이 테니스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 Maria Sharapova의 이름을 따 붙여준 별명이에요. 수리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는데요. 엄마, 아빠와 함께 처음 테니스를 친 시간이 특히 즐거웠나 봐요.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랜드슬램 경기 중계를 빼놓지 않고 봤는데, 지난 US오픈 때 무명의 어린 선수 엠마 라두카누 Emma Raducanu가 우승하는 짜릿한 장면을 보면서 수리 몸의 세포가 반응한 것 같아요. 저도 어느 순간 테니스를 대하는 수리의 모습에서 진심을 느끼게 됐고요.

 

수리는 요즘 어떻게 테니스를 배우고 있나요?

한강 공원에 있는 이촌 테니스장과 삼청동 테니스장에서 레슨을 받았고, 그 이후 본격적으로 엘리트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 테니스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학교테니스부는 선수 출신의 감독님과 코치님이 전문적으로 지도해 주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아카데미를 등록하거나 레슨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교 내 테니스 코트로 이동해 한 시간 정도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고, 저녁 일곱 시 삼십 분까지 훈련해요.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 전국 상위권 선수들이 많은데요. 수리가 느끼는 긴장감은 높을 테지만, 상대적으로 실력을 빨리 끌어올릴 수 있어 좋은 환경인 것 같아요. 적절한 압박감이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수리가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헤아려 수시로 대화하면서 응원해 주고 있어요.

 

수리가 운동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건 부모님의 관심과 관찰 덕분일 거예요. 평소 아이의 관심사를 잘 지켜보는 편이었나요?

네. 수리는 어릴 때 언어 발달은 조금 느렸지만 신체 발달은 빠른 편이었어요. 몸으로 반응하고 움직이는 운동 신경이 좋았고요. 활동적이기도 하고 씩씩한 편이어서 새로운 도전도 흥미로워 해요. 아이가 보는 세상은 제한적일 수 있잖아요. 성장 단계에 맞춰 관심사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발견해서 학원을 보내거나 장비를 구입했다가 쉽게 싫증을 내는 경우도 많지만, 우선 그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 역시 수리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해 주고, 관심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 주려고 노력해 왔어요.

 

한국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거처를 오가신 걸로 알아요. 수리는 미국에서 어떻게 훈련했나요?

미국에서 테니스를 처음 접했고 약 1년 정도 수리는 미국에서 테니스를 배웠어요. 매일 친 게 아니어서 1년의 구력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요. 주말에 테니스 코트에서 라켓과 공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한 달 정도 필요했고, 그 이후 테니스파크에서 진행하는 그룹 레슨을 등록했어요. 대부분의 테니스 코트에서는 미국테니스협회에 등록된 코치진에게 수준 높은 레슨을 받을 수 있어요. 스윙 동작 연습 및 교정, 기술뿐 아니라 게임을 접목해 한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수리는 몇 개월간 주 1~2회 그룹 레슨을 다녔고, 그 이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테니스를 배우기 위해 ‘데이비드 선생님’과 1 대 1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죠. 데이비드는 제가 미국 대학에 방문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친분을 쌓은 테니스부 선수예요. 알고 보니 전미 대학 상위권의 유명한 선수였는데, 자연스럽게 수리의 레슨을 도와주면서 멘토 역할도 해주게 되었어요. 단순히 멋있는 테니스 폼이나 공식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갖추어야 할 매너, 몸동작의 원리를 이용하는 법, 라켓과 공을 활용한 스윙 메커니즘과 정신력의 중요성을 알려주었죠.

 

한국과 미국의 시스템이 많이 다른가요?

한국의 테니스 교육 시스템은 엘리트 선수로 등록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는 구조예요. 학교 부설의 테니스부에 입단하거나 아카데미라고 하는 사설 전문 교육 기관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어요. 한국의 모든 스포츠가 비슷하겠지만 테니스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어요. 반면 미국은 공공 테니스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코트 수 역시 여유로운 편이에요. 거의 모든 대학에 스포츠 팀이 있어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도 매우 높아요.

진지하게 테니스에 임하는 수리를 보며 놀랄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아이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스스로 해내는 일이 많아요. 수리 역시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갈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하루하루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수리를 응원해 주고, 순간에 느끼는 모든 감정은 본인 스스로 정리하고 받아들이도록 시간을 주고, 함부로 개입하거나 감정을 정해주지 않으려고 해요.

 

테니스를 배우며 수리의 몸과 마음이 많이 자랐겠네요.

훈련을 받으며 지칠 법도 한데, 돌아오면 항상 즐거웠다고, 테니스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해 줘요. 학교 뒷산에 선착순으로 오른 일, 훈련 중 약수터에 물 뜨러 간 일, 포핸드 스트로크 50회를 꼭 49회에서 실패하는 일들을 소소하게 얘기하고 느낀 감정들도 자연스럽게 표현해요. 최근에 수리와 함께 봤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초등학교 버전을 보는 것 같아서 매일 대화 시간이 기다려져요(웃음).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테니스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된 연습과 연구가 필요한 운동이에요. 길게 멀리 바라보라고, 천천히 쌓아 올라가는 중이라고 늘 이야기해 줘요.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나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게 더 소중한 순간이라고요. 때로 패배를 받아들여야 할 때는 표정만 봐도 곧 울음이 터질 것만 같지만, 경기장을 묵묵히, 당당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면 잘 이겨내는 것 같아요. 저희는 수리가 시합을 마치면 시합 노트에 결과를 기록해요. 상대 선수는 누구였고, 플레이는 어떤 특징이 있었는지, 오늘의 패배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갖죠. 앞으로도 더 많이 이기고 지는 경험을 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해주고 싶어요.

 

가족들은 수리의 재능을 어떤 방식으로 지지하나요?

새롭게 출시되는 테니스 훈련 장비를 산다거나, 국내외 테니스 스타트업에서 출시하는 서비스들에 관심을 갖고 찾아봐요. 특히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은 미국, 프랑스 등의 스포츠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해 보기 위해 구매도 해보고, 아이디어 제안을 위해 컨택도 해보면서 제 관심 영역도 테니스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수리는 아직 시작 단계라 테니스용품 스폰서가 없어요. 그래서 라켓, 신발, 가방, 모자 등 다양한 테니스용품을 검색하고 사용해 보고 있죠. 수리의 패션 스타일은 테니스 시작 전과 후로 나뉘는데요. 지금 수리의 모든 옷과 신발이 테니스에 맞춰져 있답니다. 수리가 시합을 나가면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함께 응원을 가요. 시합이 열리는 도시에 대해 알아보고, 자연스럽게 맛집과 숙소를 예약하면서 여행 계획을 짜는 게 또 다른 재미이기도 해요.

 

수리가 언젠가 테니스가 아닌 다른 길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부모의 관점으로 아이의 선택권을 지배하지 않고, 아이의 표현과 선택을 존중하며 결정을 돕는 역할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아이뿐 아니라 누구라도 생각과 마음은 바뀔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테니스를 배우는 것, 테니스부에 입단하기 위해 전학을 간 것, 엘리트 선수로 등록한 것 모두 수리의 선택에서 출발했어요. 지금껏 그래왔듯이 수리가 테니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태연히 수리의 다음 선택을 응원할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수리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존감을 지키되,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스포츠맨십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겸손한 승리자, 당당한 패배자가 돼라’는 말이 있잖아요. 경기장에서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승리에 도취하거나 패배에 침울해하지 않고 평정심을 갖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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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고 귀여운 템프너

템프너는 테니스 공을 칠 때 공의 충격을 흡수해줘 팔의 통증을 줄이고, 타격 시 라켓의 안정성을 높여주기 위한 아이템이에요. 수리는 기능적인 면보다 디자인적인 면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휴대폰 액세서리를 바꾸듯이 다양한 모양을 사서 바꾸곤 해요.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엄마 김은희
권이언 16세

독일 함부르크에 거주하고 계시죠. 독일로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직업 특성상 유럽 출장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때마다 현지 아이들의 교육과 환경에 관심이 생겼어요. 어릴 때부터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저희 아이들도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언어를 배우고 더 큰 세상에서 아이들의 꿈을 찾길 바랐어요. 그런 면에서 독일은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좋은 교육 환경과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고, 다른 주변 국가로 이동이 용이한 나라예요. 특히 저희가 살고 있는 함부르크는 유럽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로 문화와 예술이 발전되어 있고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공원, 운하, 강이 있어 분위기가 더욱 자유롭고 활기차답니다.

 

이언이가 어릴 때부터 언어 습득력이 빨랐다고요. 아이가 잘하는 일을 지지해 주려고 노력했을 것 같아요.

이언이는 긍정적이고 외향적인 아이예요. 스스로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욕심이 많았어요. 특히 언어영역이 발달된 편이라 외국어를 배운다거나 논리적으로 말하는 걸 좋아해요.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도록 기회를 줬던 게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된 것 같아요. 이언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외국어를 빨리 습득해서 한국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었는데요. 어릴 땐 영어 원서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고 영화도 보고, 잘은 못하지만 저도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출장 갈 때 조금 힘들더라도 이언이를 꼭 데리고 다녔죠. 덕분에 스스로 거리낌 없이 영어를 사용하고 오픈 마인드를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자라면서 영어는 부담 없이 배우고 즐겼어요. 한국어 역시 논리적으로 말하기나 글쓰기도 좋아하고 잘했던 편이에요. 학교에서도 언어 영역은 늘 성적이 좋았고, 성과도 많았어요. 그렇게 조금씩 쌓여왔던 것들이 외국 생활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저는 이언이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살기를 바랐어요. 저만의 철학이 있었죠. “공을 가지고 놀고, 악기 하나를 다룰 줄 알고, 영어를 할 줄 알면 넌 누구와든 친구가 되고 어디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고 말하곤 했어요. 그래서 음악, 미술, 스포츠도 꾸준히 해왔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아이의 진로가 될 거라고 일찍부터 단정 짓지는 않았어요. 최대한 본인이 온전히 즐기도록 기다리고 지켜봤어요. 뭔가를 시작하고 금방 싫증 내는 것들은 과감히 그만두기도 했고요. 매일 좋아하는 것이 바뀌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 나이라 앞으로 아이가 어떤 직업과 꿈을 갖게 될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아이들에게 벌써부터 정해 놓은 길로 한계를 만들어 주고 싶진 않아요.

 

아이의 재능을 대하는 태도나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점차 변해온 것 같아요.

맞아요. 여행을 다니고, 수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 사람들은 나와 왜 다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틀에 박힌 주입식 교육을 받고 누구나 원하는 정답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과 다양한 것을 직접 보고 느끼며 자유로운 생각과 선택을 하며 자란 사람들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행복의 질도 다를 거고요. 부모로서 아이에게 교육은 시키는 것이 아니고 아이가 좋은 선택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와 길을 보여주고 안내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직 실수도 잦고 시행착오도 많지만, 저 역시 더 좋은 부모가 되려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배우고 있어요.

 

이언이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편인가요?

저희 부부는 아이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해요. 아무래도 독일로 이주하고 뭐든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고 조금 더 세심하게 관찰하려고 하는데요. 같이 조깅이나 산책을 할 때 대화를 나누며 아이들의 관심사가 뭔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듣고 주말이면 집에서 영화도 보고 친구들 이야기도 자주 하죠. 저도 예전에는 일하는 엄마로서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 게 있었는데, 독일에 살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어요. 아이들도 예전보다 독립성이 강해졌어요. 스스로 하는 것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책임감도 생겼어요.

독일로 갔을 때 아이들이 달라진 교육에 적응하기까지 언어, 공부, 환경 모든 것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한국과 다른 교육 시스템 안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요?

독일의 교육 시스템 중 한국과 제일 다른 것이 학업 평가 방법이었어요. 독일은 필기시험만으로 학업을 평가하지 않아요. 선생님이 학생의 수업 참여도와 이해도, 숙제, 성실함 등을 평가하고 필기시험 점수와 합산해 평균을 내죠.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이언이는 한국 스타일로 필기시험은 잘 준비했지만, 참여도가 낮았어요. 초반에는 서툰 독일어 실력 때문에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게 어렵기도 하고 부끄러워 거의 참여하지 못했거든요. 최종 학업 평가 점수가 엉망으로 나온 걸 보고 저도 이언이도 몹시 당황한 기억이 나요.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또 이곳은 한국처럼 학원이 없어요. 학원이나 ‘나흐힐퍼’라고 부르는 개인 교사는 의미 그대로 학생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해 도움이 필요할 때 찾는 방법이 죠. 학교도 빨리 끝나고 방과 후에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공부보다는 스포츠나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많이 해요. 친구들과 엄청 놀고요. 어린 라엘이는 라엘이 대로, 사춘기인 이언이는 이언이 대로 힘든 부분들은 분명 있어요. 우선 외모부터 너무 다르고, 독일어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어렵거든요. 그리고 여기는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가고, 스스로 공부와 숙제를 챙겨야 하죠. 그래도 좋은 자연환경과 다양한 기회와 경험,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아이들은 많이 배우고 이해하며, 때로는 견디며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이언이는 예전보다 좀더 느긋해졌고, 반면 라엘이는 점점 강하고 씩씩해지고 있어요.

 

이언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대하나요?

이언이는 자기 생각과 주관이 뚜렷한 편이에요. 뭐든 남이 시켜서 하는 법이 없고 본인이 이해가 되고 필요하고 원할 때만 하죠. 그런 성격이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아서 점점 아이를 대하는 게 어려워요. 아무리 엄마라도 논리적이고 타당한 이유와 설득이 필요하거든요. 사실 저는 감성적인 면이 더 강한 사람이라 이언이와의 의견 조율이 요즘 가장 큰 고민이에요. 아이를 믿고 자유를 더 많이 허용하고, 제가 보기에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다 경험해 보게 하려고 해요. 지금은 친구들을 가장 좋아하는 때라 친구들과의 모임이 많아지고 그 안에서 여러 감정들을 느끼고 배우는 중이에요. 친구들과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엄청 행복해하더라고요. 얼마 전엔 친구의 중고 드럼을 싼 가격에 사 와 한창 드럼 연주에 빠져 있고, 친구에게 스케이트보드 타는 법도 배우고 있어요.

 

이언이에게 주어진 자유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빨리 찾는다고 모두 행복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잘 모른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닌 것 같고요. 특히 요즘엔 아이들이 여유를 갖고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을 뿐인데 부모가 ‘우리 아이가 미술에 소질이 있구나.’ 하고 길을 정해버리면 미래에도 정말 만족하고 행복할지는 알 수 없잖아요. 아이들이 계속해서 도전하고 실패하고 경험하도록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고 싶어요. 물론 선택과 책임은 본인 몫이지만, 어떤 결과라도 늘 아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할 거예요.

 

지금 아이들은 어떤 꿈을 꾸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꿈이 뭐냐고 물으면 직업을 대답한다고 해요. 저 역시 그랬고요. 하지만 라엘이의 꿈은 엄마한테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며 살 수 있는 예쁜 집을 사주고, 그 옆에서 본인도 행복하게 사는 거래요. 그야말로 구체적인 ‘꿈’이죠. 되고 싶은 직업은 계속해서 바뀌는데요. 발레리나, 의사, 선생님… 지금은 스타가 되고 싶다며 매일 춤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언이는 예전에 농구 선수, 프로듀서, 디자이너, 건축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현재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해요. 다만, 남에게 도움받지 않고 도움을 주며 잘 살고 싶대요. 저는 아이들이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주길 바라요. 그게 저의 가장 큰 꿈이에요.

lI DREAM A DREAM

매일의 취미가 된 전자 드럼

이언이는 한국에서 팀파니와 다양한 타악기를
배웠어요. 3년 동안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고요. 독일에서도 자연스럽게 선택 수업 중에서 밴드를 골랐어요. 밴드에서는 친구에게 드럼을 양보하고 키보드를 치지만, 워낙 드럼을 좋아해서 집에서 전자 드럼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연주해요. 이번에 프로젝트로 친구들과 곡도 직접 만들었더라고요. 때마침 교회 찬양대에서 드러머를 구한다고 해서 지원해서 열심히 섬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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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