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your time writing 손글씨를 쓰는 시간

세 가지 물건과 아홉 사람

손글씨를 쓰는 시간

누구나 하나씩 휴대전화를 갖게 되고, 더는 수업시간에 몰래 쪽지를 주고받지 않게 되었을 무렵. 손글씨를 쓴다는 건 꼭 대단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건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는 일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고심하며 펜과 종이를 고르는 시간, 책상 위 스탠드를 켜고 차 한 잔을 준비하는 시간, 그리고 오롯이 자기 자신 혹은 누군가를 생각하는 그런 시간들 말이다. 우리는 손글씨를 대체하는 많은 것들에 다름 아닌 그 시간을 내어준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 오래 걸려도 좋을 ‘손글씨를 쓰는 시간’을 위해, 어떤 이들이 정성스레 만들어낸 필기구들을 모아보았다.

사파리 만년필
SAFARI

만년필을 유리 진열대 안에서만 존재하는 비싼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라미LAMY를 알려주고 싶다. 라미는 ‘필기의 즐거움’을 내세우며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만년필 브랜드다. 그 중에서도 사파리는 라미의 대표 모델로 클립이 커서 보관이 쉽고, 바디에 있는 패널을 통해 잉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각인 서비스를 이용해 손쉽게 세상에 하나뿐인 펜을 가질 수도 있다.
가격 5만 4천원 브랜드 LAMY 문의 02-3700-6538

펜으로 쓰는 글씨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처음에 잘 써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자주 만지작거렸어요. /선아

저 역시 불편할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였어요. 펜을 쥐었을 때 그립감도 좋고, 클립이 커서 포켓 속에 넣어도 예쁠 것 같아요. /선근

만년필을 처음 써봤어요. 만년필에는 선뜻 다가설 수 없는 거리감이 있었는데, 디자인이나 필기 할 때의 느낌이 일반 펜처럼 친숙하더라고요. 그러면서도 특유의 고급스러움이 있어서 손글씨를 자주 쓰는 사람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요. /다현

이 만년필의 필기감에 대해 저는 사실 들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친구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아, 좋은 거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지내왔습니다. /진우

엽서나 특별한 일기, 예쁜 문구를 쓰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은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아서 남자 지인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고요. /연경

선물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겨서 줄 수도 있네요! 평상시 글씨를 못 쓰는 편인데, 라미 펜으로 적은 제 글씨는 조금 멋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기분 탓인가…. /혜민

누군가 제게 선물로 라미 만년필을 준다면, 자주 쓰게 될 것 같진 않지만 살면서 중요한 사인을 해야 될 때 꺼내서 쓰고 싶을 것 같아요. /하나

라미 만년필을 받고 매일 손으로 일기를 썼는데 다시 보니 만년필로 쓴 페이지들이 어쩐지 더 특별한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현아

만년필 하면 제일 먼저 검은 색 외관이 떠오르는데 라미 만년필은 선명하고 다양한 색상에눈이 먼저 가는 것 같아요. 지극히 현대적인 뚜껑을 열면 나타나는 날렵한 만년필 펜촉이라니! /혜진

빅블랙
BIG BLACK

레드맨은 일상에 필요한 문구 소품의 퀄리티에 갈증을 느꼈던 디자이너 부부가 만든 브랜드다. 빅블랙이라는 묵직한 이름의 통흑연 연필은 갈대관이나 실을 감아 사용했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져 가죽을 뜯어가며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다. 빅블랙과 세트인 샤프너는 사포 대신 가죽 뒷면을 이용한 제품으로 사용 후 표면을 긁어내어 다시 쓸 수 있어 실용적. 물론 실용적이지 않다고 해도 갖고 싶은 디자인이지만!
가격 빅블랙 2만 9천원 세트(샤프너, 키링) 4만원 브랜드 레드맨 문의 redman.co.kr 02-515-2106

빅블랙은 보통의 필기구와는 다르게 남성적인 느낌을 품고 있어서 좋아요. 처음 이 연필을 봤을 때 뒷주머니에 연필을 꽂고 휴대용 위스키통을 든 남자가 생각났거든요. 그런 남자를 본다면 한 눈에 반할 것 같아요! /현아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연필이에요. 제가 들고 다니며 활용하기엔 힘들겠지만 책상 위에 두고 한번씩 쳐다보면서 괜히 멋진 사람인 척 해보고 싶네요. /선근

기억나진 않지만, 생애 처음 연필을 만졌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낯선 모양과 형태인데 이걸로 뭔가를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한 기분이었어요. /선아

왠지 크레파스가 연상되네요! /하나

저도요. 일반 연필은 뚜껑이 따로 없어서 필통 없이는 갖고 다니기에 어려움이 있는데 케이스가 있어서 좋고, 연필깎이를 이용하지 않고 전용 샤프너로 갈아서 쓰는 것도 재미있어요. /혜민

한창 그림을 많이 그릴 때 드로잉 연필을 깎아 썼는데 드로잉 연필은 조금만 써도 빨리 닳아서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빅블랙은 연필 심 자체가 매우 두껍고 사용할 때에도 가죽을 뜯어 사용하는 식이라 편한 것 같아요. /연경

빅블랙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네요. 보통 연필보다 확실히 크고 두꺼운 편이지만 막상 써보면 생각보다 가볍고 부드러워요. 이 연필이 사람이라면 이런 상반된 매력에 호감이 갈 것 같아요. /혜진

필기감이 정말 부드러워서 괜히 꺼내서 쓰게 되더라고요. 글자를 적는 것 보단 스케치와 어울리는 연필이에요. 이걸로 크로키나 소묘 그리면 왠지 엄청 잘 그려질 것 같아요. 물론 그림실력도 중요하겠지만요. /다현

일반인에게 조금 사치스런 연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걸 꼭 써야 하는 직업이 있다면 참 멋지겠다는 생각도 해봤고요. 어떤 직업이 있으려나. /진우

목수 연필
CARPENTER’S PENCIL

특이한 모양의 심을 가진 이 연필은 목수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목수들만 쓸 수 있는 연필은 아니다. 심이 넓고 견고해서 목재와 같은 거친 표면이나 천에 그리기 쉽고, 바닥에 두어도 굴러다니지 않는다. 스케치용품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브랜드 크레타칼라에서는 다양한 사이즈와 굵기의 목수연필을 만나볼 수 있다. XL크기(24cm)의 연필은 선물용으로도 제격.
가격 한 다스 1만8천원 브랜드 홀아트 문의 wholeart.co.kr 02-2613-6221

심이 넓어서 필기를 하기엔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도 않고요, 특이하게 천에도 잘 써지더라고요. 예뻐서 연필꽂이에 꽂아만 두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연필이에요. /현아

우선 디자인이 강렬해서 좋았어요. 글을 쓸 때는 넓적한 연필 심 모양 덕분에 넓은 면, 좁은 면을 자유롭게 바꿔가며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었고요. /연경

재미있게 생긴 모양 덕에 낙서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요. 개인적으로 빨간색의 목수연필이 예쁜 것 같아요. /선근

왠지 저 연필로 눈썹을 그리면 잘 그려질 것 같아요. 목수연필 전용 연필깎이가 생긴다면 쓰겠지만, 직접 칼로 깎아야 한다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계속 새 것 일 거 같네요. /하나

잡히는 느낌이 재미있어요. 나무에도 써진다고 하니, 여기저기 낙서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선아

그러게요. 학창시절에 이 연필을 알았다면 책상에 엄청 낙서했을 것 같아요. 일단 모양이 특이해서 연필꽂이에 꽂혀있는 것들 중 가장 눈길이 가요. 깎아서 쓱쓱 그어봤는데 대충 그어도 일직선이 잘 그려져요. 목수들뿐만 아니라 건축학도, 디자인학도들이 탐낼만한 물건인 것 같아요! /다현

평소에 스마트폰만 만지다 보니 메모장에 메모를 해두고 연필이나 펜으로 적을 일이 잘 없는 것 같아요. 갑자기 이 연필로 편지나 일기를 써보고 싶어져요. /혜민

디자이너인 남편에게 선물했어요. 무언가 스케치하거나 일할 때 괜히 한번씩 붙잡고 열심히 쓰더라고요. 오랜만에 연필 깎는 소리를 들으니 옛날 미술시간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혜진

단면이 조금 넓어진 것뿐인데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저는 손가락이 두꺼운 편인데, 일반적인 연필보다 손에 잘 잡히는 것 같아요. 두께가 있어 잘 부러지지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목수의 바지 뒷주머니나 귀에 꽂혀 있는 걸 상상하니 멋진 모습이 그려지네요. /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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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에디터 이현아

포토그래퍼 안선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