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umpkin

재료의 산책 단호박

Sweet pumpkin

단호박

단호박은 동양계, 서양계, 페포계 3종류 중 서양계 호박으로 우리나라에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식물이다. 친숙하게 지내게 된 지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하지만 늙은 호박에 비해 조리하기 간편해서일까, 지금은‘호박’이라는 단어에 단호박을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그러면서 품종도 꽤 늘어나 이제는 미니 단호박, 땅콩 단호박, 오렌지 단호박까지 그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나저나 서양계 호박이 우리나라 음식인 갈비찜, 닭볶음탕, 된장찌개에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사실 일본에선 일찍부터 서양계 호박인 단호박을, 우리나라에선 동양계 호박인 애호박을 주로 재배했다고 한다. 처음 단호박이 우리 땅을 디뎠을 때 ‘왜호박’이라며 거부한 일화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그 속에 품은 황금 속살의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사실. 설탕이 필요 없는 달콤함을 지닌, 말 그대로 ‘단’호박은 역사적 거부감을 넘어설 만큼 매혹적인 ‘승자’인 셈이다. 이 뛰어난 단맛 덕분에 카페와 식당 등 일 년 내내 여기저기서 맛보기 쉬운 재료가 되었다. 허나 본래에는 여름꽃이 피고 나서 몸집에 살이 오르며, 한 달쯤 기다렸다 수확이 가능한(게다가 한 달 정도 당분을 숙성시켜 먹어야 하는) 기다림의 열매이다.

RECIPE 01

다섯 가지 채소와
소고기를 함께 푹 끓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의 외식붐은 극단을 향해 달리고 있다. 물론 미간이 구겨지도록 맵고 느끼한 순간들에 희열을 느끼고 그로 인해 삶에 활기가 돈다면 그 또한 나쁘지만은 않은 순환이겠다. 하지만 우리의 위와 혀에는 그만큼 고통이 쌓여가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프랑스 요리 포토푀Pot-au-Feu는 고기와 채소를 푹 삶아 만드는 수프로 여름 보양식이라 불린다. 본격적으로 요리하자면 몇 시간이 걸리겠지만, 간단히 응용할 수도 있기에 이곳에 소개한다. 가장 고요한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먹었으면 하는 그런 요리. 어쩌면 요리가 어려운 이유는 재료를 멋들어지게 포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긴장을 내려놓자. 재료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는 선물이다.

재 료

마늘1쪽, 단호박 ¼개, 양파1개, 양배추⅛개, 당근 ½개, 감자2개, 베이컨 50g, 소고기 양지살 50g, 소세지 5~6개, 물700ml, 건로즈마리 적당량, 월계수잎 1장, 올리브유 2Ts, 소금, 후추
* Ts(테이블스푼)

TIP

감자와 당근, 단호박은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두면 삶는 동안 부스러지지 않아 모양과 맛을 잡을 수 있다. 호박은 껍질째 넣어도 좋으나 쓴맛이 싫다면 껍질을 벗겨내자.

만드는 법

소고기는 전날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앞뒷면에 소금, 후추, 건로즈메리를 뿌려 냉장고에 넣어둔다. 단호박, 양파, 양배추, 당근, 감자는 각각 큼지막하게 썬다. 소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냄비에 올리브오일 1Ts을 두르고 센 불에서 겉을 코팅하듯 가볍게 익혀준다. 표면이 익으면 접시에 덜어낸다. 사용하던 프라이팬 위에 올리브오일을 1Ts 두르고 얇게 썬 마늘과 베이컨을 넣은 다음 약불에서 익혀 향을 낸다. 마늘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썰어둔 단호박, 양파, 양배추, 당근, 감자를 함께 넣고 중불에서 볶는다. 5분가량 볶은 뒤 구운 소고기, 물, 월계수 잎을 함께 넣어 뚜껑을 덮고 끓인다. 기호에 따라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채소 스톡이나 치킨 스톡을 넣어도 좋다. 양배추가 투명해질 정도로 익으면 수프를 맛보아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소시지를 넣어 5분가량 익혀 마무리한다.

RECIPE 02

단호박과 두유를 갈아
파스타 소스로 만들다

주변에 약해진 정신과 신체의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는 요즘, 가끔 사람 많고 공기 나쁜 도시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곤 한다.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진한 밀도의 정보와 공해들이 있음은 틀림없는 듯하다. 나도 요 며칠 몸이 좋지 않다. 별달리 건강에 나쁜 짓을 하지도 무리하게 놀지도 않았는데 몸이 아프니 억울함이 마음에서 삐져나온다. 얼마 전 아버지가 심어둔 늙은 호박을 수확했다며 농원에서 대량으로 호박즙을 내오셨는데 자꾸만 그 비닐 팩에 눈이 간다. 녹즙이나 건강음료는 허리 굽은 노년이 되어서나 먹는건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건강에 대한 욕심이 늘어간다. 요리에도 몸에 좋다는 재료들을 한두 개 더 넣게 된다. 지금 이렇게 단호박과 두유를 섞는 것처럼.

재 료

찐호박 150g, 두부 100g, 두유 200g, 파스타면 160g, 베이컨 80g, 마늘 2쪽, 양파½개, 그린빈 5~6개, 느타리버섯100g, 소고기 50g, 올리브오일 1Ts, 소금, 후추
* Ts(테이블스푼)

TIP

단호박 소스를 만들 때 종이 호일을 덮어 놓고 호박을 찌면 뚜껑에서 떨어지는 수증기로 인해 호박이 젖거나 손상 입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만드는 법

단호박소스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씨를 제거한다. 찜기 위에 올리고 종이 호일을 덮은 뒤 찜기에 닿지 않을 정도로 냄비 속에 물을 붓고 뚜껑을 덮어서 푹 찐다. 대략 20분 정도 익힌 뒤 젓가락으로 찔러보아 잘 익었는지 확인한다. 두부는 키친타올이나 천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믹서기에 두유와 두부, 찐 호박을 함께 넣고 두부의 덩어리가 없어질 때까지 돌린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 1Ts을 두르고 얇게 썬 마늘과 베이컨을 넣어 약불에서 향을 낸다. 마늘이 타기 시작하면 양파, 그린빈, 느타리버섯, 소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함께 넣고 중불에서 볶는다. 고기가 다 익었을 때쯤 만들어놓은 단호박 소스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불을 줄여 소스와 재료를 잘 섞은 뒤 삶은 파스타 면을 넣어 뒤섞는다.

RECIPE 03

삶은 단호박을 으깨 넣은
황금빛 마들렌을 굽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영화와 책 모두에 이런 글귀가 등장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로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향기를 맡고 중추가 자극을 받아 기억이 떠오르는 현상, ‘프루스트 효과’는 누구나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길에서 옛 애인의 향수냄새를 맡고 그리움에 젖거나, 생선 굽는 냄새에 멀리 떨어진 엄마가 생각난다거나. 내게 빵 굽는 향은 언제나 고베를 여행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어쩌면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기억들. 마들렌을 굽는 지금 이 순간도 내 기억의 일부가 되어 훗날 나를 즐겁게 해주겠지. 하루하루 기억의 지층을 쌓아가는 즐거움을 느낀다.

재 료

박력분 100g, 베이킹파우더 ½ts, 설탕 40g, 꿀 1Ts, 껍질을 제거한 상태의 호박 80g, 소금 한꼬집, 시나몬파우더 ⅓ts, 달걀2개, 버터100g
* Ts(테이블스푼), ts(티스푼)

TIP

오븐에 넣기 전, 마들렌 전용 틀에 반죽이 들러붙지 않도록 미리 버터를 발라 코팅한다.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틀 모양의 80~90%만 채워지도록 넣는다.

만드는 법

호박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씨를 제거한 뒤 찜기에 넣어 푹 찐다. 껍질을 제거하고 감자 매셔나 포크 등으로 곱게 부신다. 볼을 준비해 달걀을 넣고 거품기로 푼다. 설탕과 꿀, 소금, 시나몬파우더도 넣어 섞는다. 버터는 중탕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잘 녹인 뒤 조금씩 부어가며 섞어준다. 미리 으깨 놓은 호박을 넣고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박력분, 베이킹파우더를 체에 쳐서 볼에 함께 넣고 가루가 덩어리 지지 않도록 거품기로 저어 반죽을 완성시킨다.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13~15분가량 굽는다.

AROUND 온라인 구독

어라운드의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읽어보세요.

구독 시작하기

에디터 전진우

글·사진 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