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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우리 집에 놀러 와
한국에서 포토 에세이 《영원히 아름다운 것만 만나기를》을 출간한 다치바나 가오루는 귀여운 여자 아이 요모기의 엄마지만, 그 전에 다치바나 커피의 로스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곳에서 수망을 흔들어 커피콩을 볶고, 가족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커피를 만드는 그녀는 커피에 건강한 애정을 담는다. 그녀의 아이들이 자라나 함께 커피를 마실 날까지 엄마의 향긋한 손놀림은 멈추지 않을 테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기뻐요. 독자들에게 소개해줄래요?
안녕하세요, 일본 홋카이도 산가이 타키三階滝라는 곳에서 커피와 구움과자 가게 다치바나 커피를 운영하는 다치바나 가오루예요. 8월 초에 갓 오픈한 카페로,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오래된 큰 통나무집을 직접 개조한 곳이에요. 그 안에서 저 가오루, 남편 다케시, 여자아이 요모기, 남자아이 아사토, 고양이 토쿠가 살고 있어요.
2018년 12월, 한국에서 《영원히 아름다운 것만 만나기를》이 출간되었어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요모기의 성장과 남동생 아사토가 태어날 때까지를 담은 포토 에세이인데, 출판사에서 먼저 출간 제안을 해주어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시끌벅적 우당탕한 하루가 멋진 책으로 재탄생했고, 정말 기뻤어요.
귀염둥이 요모기는 잘 지내고 있어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으로 잘 지내고 있어요(웃음).
한국 독자들의 리뷰를 읽어본 적이 있나요?
관심은 많은데 어디에서 읽을 수 있는지 몰라서 찾지 못했어요. 찾았다고 해도 한국어를 몰라서 읽을 수 없을 테지만요(웃음). 한국에서 얼마나 호응이 있었는지도 사실 잘 모르고 있어요.
일본에선 어때요?
제 인스타그램을 보는 분 중엔 한국까지 가서 책을 사온 분도 있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요모기와 아사토, 귀여운 남매는 모두 집에서 태어났어요. 자택 출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예전부터 자연 분만을 하고 싶었어요. 인간도 동물과 똑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일본 출산 현장에는 불필요한 의료 행위가 많다고 생각해요. 면도, 관장, 진통 촉진제…. 순산하고도 아기와 바로 헤어져서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우리 부부는 모두 젊고 건강하니까, 경험 있는 산파가 함께해준다면 자택 출산할 준비는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병원 시스템에 기댄 출산이 아니라 직접 출산하며 아기와 마주 보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힘들지 않았어요? 둘째 아사토도 자택 출산했다는 건 첫째 요모기를 집에서 낳으면서 좋은 점을 발견했다는 의미 같아요.
둘째를 집에서 출산하고는 자택 출산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자택 출산은 조산사가 집에 검진 기구를 가지고 오기 때문에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검진을 볼 수 있고, 약 7-8개월간 집을 오가며 검진하기 때문에 조산사와의 신뢰도 깊어지게 돼요. 무엇보다 요모기가 동생이 나오는 순간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게 가장 좋았어요. 병원에서 출산하면 출산 후 최소 닷새 정도는 아기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요모기는 한순간도 아사토와 떨어진 적이 없죠. 그래서 요모기가 아사토를 질투하지 않고 상냥한 누나로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요모기에게도 아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거예요. 책으로 접한 일본 문화들은 신선했어요. 축하를 뜻하는 메데타이めでたい와 도미를 뜻하는 타이たい의 발음이 같아 축하할 일이 있을 땐 도미 요리를 먹는다는 게 특히 재밌었죠. 다치바나도 한국에서 낯설고 신기한 문화를 접했을 것 같아요.
저는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꼭 가보고 싶어요. 저는 한국 문화 중에서도 한방 재료를 식자재로 활용하는 요리 방식에 관심이 많아요. 오래된 프로그램이지만, 한국의 대하드라마 <대장금>을 좋아해서 지금도 자주 보고 있죠.
이번 호 주제는 커피와 술이에요. 그래서 다치바나 커피를 떠올리게 됐어요. 한국에서는 요모기로 더 익숙하지만, 오늘은 커피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한국인과 커피 이야기를 하다니, 정말 반가워요. 다치바나 커피는 로스팅 홈 카페예요. 로스팅 커피는 보통 원두 종류나 드립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지거든요. 하지만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역시 원두를 볶고 커피를 내리는 로스터예요. 저 역시 다치바나 커피의 로스터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저만의 취향이 담긴 커피를 선보이고 있죠.
10년 동안 집에서 로스팅을 하셨다던데!
처음 카페에서 일을 한 건 18년 전인 열여덟 살 때였어요. 그때부터 커피에 관심이 있었고 점점 못 견디게 궁금해지면서 카페를 차리는 게 꿈이 되었어요. 10년 전에 로스팅 카페 사장님의 소개로 수망으로 로스팅하는 로스터를 만나게 됐거든요. 그분께 로스팅을 배우다 보니 뜻밖에도 제게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원두를 맛있게 볶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처음엔 잘 볶은 원두를 친구들에게 선물하곤 했는데 커피 맛을 본 사람들이 건너건너 주문해오는 일이 생겼어요.
10년 전에 배운 로스팅이 이어져서 카페까지 닿은 거로군요.
맞아요. 10년 간 커피를 볶고 선물하다 보니 판매까지 이어졌고, 지금은 다치바나 커피에 드문드문 손님이 찾아오고 있어요. 아날로그를 지향하고 있어서 홈페이지도 없고 인스타그램 계정뿐인데도 찾아와주시니 고마울 뿐이죠. 게다가 찾아오기 쉽지 않은 곳에 있거든요.
10년 동안 같은 일을 하는 건 어때요?
사실 로스팅 과정만 본다면 따분함의 연속이에요. 지루하죠. 하지만 10년 넘게 반복했어도 전혀 질리지가 않아요. 저에겐 즐겁기만 한 걸 보니 역시 천직인가 봐요. 로스팅 얘기를 좀더 듣고 싶어요.로스팅에도 종류가 많아요. 전동 로스터기를 사용하거나 수동으로 로스팅하기도 하고, 저처럼 수망으로 로스팅하는 경우도 있어요. 냄비나 프라이팬으로 볶는 로스터도 있고요. 제가 하는 수망 로스팅은 지름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팬에 수망을 올리고 선별한 원두를 담아 불 위에서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며 쉴 새 없이 흔드는 방식이에요. 팔이 무척 아프지만,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부리면 맛이 달라지니까 쉬지 않고 흔들어야 해요. 잔뜩 흔들고 난 뒤엔 불 위에서 충분히 볶고, 단번에 큰 체에 담아 식혀요. 원두가 식으면 개중 좋은 원두를 다시 선별해서 커피를 내리는 거죠.
좀더 간편한 방식도 있을 텐데, 굳이 수망 로스팅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어요?
수망 로스팅은 화력, 불에 닿는 높이, 수망을 흔드는 방식 등 모든 과정이 로스터의 감각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로스터만의 커피가 완성되거든요. 어디에도 제가 만드는 커피와 같은 맛의 커피는 없는 거죠.
수망 로스팅의 매력을 뽐내본다면?
기구가 복잡하지 않아서 불만 있다면 어디서든 볶을 수 있다는 거! 수망은 안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볶아지고 있는지 알기가 쉽다는 것도요. 유일한 단점이라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에 원두 껍질이 흩어져서 부엌이 쉽게 더러워지는 정도일까요. 청소하는 게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권하기 어렵겠네요.
홈로스팅으로 만든 커피 맛은 어때요?
카페에서는 때때로 오래된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맛이 좋지 않은 커피를 만나는 일도 있는데, 스스로 로스팅하다 보면 그럴 일이 없다는 게 제일 좋아요. 맛있는 커피의 절대적인 조건은 신선도거든요. 아, 가벼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홈로스팅만의 매력이에요. 로스팅한 원두는 하루 이틀 후에 향이 가장 강하고 갓 볶은 원두는 풍미가 가벼운데, 카페에서는 보통 향이 강한 원두를 사용해요. 갓 볶은 원두를 바로 내려 먹는 건 홈로스팅으로만 가능한 일이죠.
다치바나 커피가 점점 더 궁금해져요.
다치바나 커피는 홈로스팅한 원두를 융드립으로 정성스레 내리는 곳이에요. 로스팅부터 드립까지 신중하게 하고 있죠. 더불어 믿고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음료와 구움 과자도 판매하고 있어요. 빵이나 수프 메뉴도 있어서 간단히 끼니를 때울 수도 있죠. 다치바나 커피는 산속에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기에 좋아요. 카페 안에서 마실 수도 있고, 메뉴를 포장해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강을 보며 소풍 기분을 낼 수도 있어요. 산속에 있어서 찾아오기가 쉽진 않지만, 삿포로 시내에 비해 500배나 맑은 공기가 있다는 건 자랑할 만한 점이죠. 다치바나 커피는 조용하고, 또 기분도 좋아지는 곳이에요.
다치바나 가오루의 시선은 말갛고 건강하다. 그녀는 그런 시선과 마음으로 커피를 내린다. 오랜 시간을 들여 찬찬히 만든 원두와 커피에는 다치바나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요모기와 아사토가 무럭무럭 자라 성인이 된 모습을 상상한다. 짧은 앞머리를 한 지금 모습 그대로 자라 엄마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고, 때때로 엄마와 함께 커피를 내리는 상상. 다치바나 커피는 어쩌면 아주 먼 미래까지 담고 있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그 어디보다 소중한.
온라인 매장만 운영하다가 올해 8월에 집을 개조해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됐어요.
나만의 가게를 갖는 건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이었어요. 저와 가족들의 생활이 녹아 있는 곳에서 커피와 구움 과자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해나간다면 근사할 거라 생각했죠.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장작을 패거나 물을 긷는 일처럼 가급적이면 생활에 직결된 형태로 일하는 걸 꿈꿨거든요.
꿈을 이룬 거네요. 멋져요. 일본의 커피 문화는 어때요?
커피 맛을 세심하게 구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맛의 차이를 잘 몰라서 어떤 커피든 가리지 않고 즐겨 마시는 사람도 있어요. 일하면서 습관적으로 마시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은 여유보다 카페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아요. 워낙 많은 사람이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캔이나 인스턴트로도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만나볼 수 있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커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편의점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두고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하고, 슈퍼마켓에서 원두를 판매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집에서 매일 커피 향기가 날 텐데, 요모기와 아사토는 커피 냄새를 맡으면 뭐라고 하나요?
“아이 좋은 내앰~새.”(웃음)
아이들이 커피를 맛보고 싶어 하진 않아요?
마시고 싶어 해요. 뭐든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 하거든요.
한국에선 미성년자한테 커피를 권하지 않는데, 일본은 어때요?
일본에서는 열 살 정도 되면 커피 우유 정도는 맛있게 마셔요.
아이들이 커피를 마시려면 아직 시간이 좀 필요하잖아요. 많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아이가 마시고 싶어 할 땐 디카페인 커피를 조금씩 주고 있어요. 제가 내린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눌 날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즐거워요.
다치바나는 어떤 커피를 좋아해요?
모든 커피가 매력적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누군가가 저를 위해 내려준 커피예요. 직접 만들지 못해서 인스턴트커피를 건네준다 해도, 저를 위해 준비한 거라면 그게 제겐 최고예요.
요모기를 커피에 비유하면 어떤 원두와 어울릴까요?
완두콩 모양으로 생긴 피베리Peaberry일까요? 언제나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으니까요(웃음).
우리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신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갑니다.”라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어요. 이런 감성은 당신의 천천한 삶과 닮아 보이기도 해요.
사실 무척 버둥대며 살고 있는데 겉으로는 느긋해 보일지도 모르겠어요(웃음). 하지만 저도 분명히 그런 마음으로 커피를 만들고 있어요.
그런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요. 다치바나 커피도, 다치바나의 가족도 계속 응원하고 싶어져요.
고마워요. 오늘 이 순간은 지금밖에 없으니 아이들의 모습을 매일매일 제대로 마음에 새기고 싶어요. 내일이면 조금 더 어른이 되어 있을 테니까요. 요모기와 아사토가 햇살과 풀의 반짝임, 공기 냄새, 바람 소리를 멍하니 관찰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 이런 감각을 소중히 여기는 어른이 되면 좋겠어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치바나 커피의 가고 싶어져요.
꽤 불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우리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게요. 저도 한국에 놀러가고 싶어요. 한국식 찌개나 나물, 삼계탕 등 먹고 싶은 게 아주 많거든요. 한국에 간다면 숟가락과 스테인리스 김치통 같은 걸 많이 많이 사 오고 싶어요(웃음).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영원히 아름다운 것만 만나기를》
다치바나 가오루 | 달 출판사
에디터 이주연
사진 다치바나 가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