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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그림책 출판사 후즈갓마이테일, 썸북스, 달리

물건을 고를 때, 특히 아이를 위한 무언가를 고를 때 인지도는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분명 중요한 요소지만 그 세 글자를 잠시 뒤로한다면 선택의 폭은 조금 더 넓어질 것이다. 여기,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가야 할 길을 꾸준히 고민하는, 작지만 또렷한 이름을 가진 출판사 세 곳을 소개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향유하다

후즈갓마이테일 황정혜 대표

후즈갓마이테일의 첫 아이템은 한글, 탈것, 공룡 등을 그린 키즈 아트 포스터였다고 알고 있어요. 당시에는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한 아트 포스터가 그리 많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시작했나요?

후즈갓마이테일은 2013년 키즈 아트 포스터를 만들면서 출발했어요. 당시 한국에는 ‘학습 벽보’ 이외에 ‘키즈 포스터’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죠. 집은 아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기 때문에 부모는 집 안 곳곳을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가득 채워요. 하지만 가족 모두가 생활하는 공간이기에 부모의 예술적인 취향을 고려하면서 아이들도 보고 익힐 수 있는 포스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해외 제품밖에 없더라고요. ‘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이야기하며 놀 수 있는 포스터는 없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수초이 작가의 ‘ABC Animals’와 ‘Fruits&Vegetables’ 포스터를 런칭했는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많았는지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덕분에 유아 디자이너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죠. ‘Who’s Got My Tail(누가 내 꼬리를 가져갔지?)’이라는 브랜드 이름도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이야기하며 놀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담아 지었어요.

 

그림책으로 영역을 확장한 계기가 있나요?

3년간 총 일곱 명의 작가와 26종의 포스터를 만들었는데요. 저는 포스터가 단지 인테리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로 여겨지길 원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정하고 그에 맞는 작가를 선정한 후,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듯이 포스터에 들어갈 요소와 시선의 이동, 구도 등을 모두 고려하며 만들었죠. 그러던 중에 ‘Sea Is My Home’이라는 바다 포스터를 그린 러시안 작가 질라사우레와 이메일을 나누면서 뭔가 특별한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오갔고, 후즈갓마이테일의 첫 그림책 《바닷속 생일 파티》가 나오게 되었어요. 초판은 아코디언 아트북으로 병풍처럼 세워놓을 수 있는 형태였는데, 지금은 야광 보드북으로 개정판이 나온 상태예요. 그다음엔 뮤직 포스터를 함께 만든 곽명주 작가와 음악 그림책 《안녕, 리틀 뮤지션》을 만들었고요. 그렇게 처음에는 포스터의 이야기를 확장하는 느낌으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많은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느꼈죠. ‘역시 책이구나!’ 그 기운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까지 어느덧 열 일곱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네요.

역시, ‘책’이군요! 소규모 출판사인 만큼 출판사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실 텐데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일과 어려운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일은 단연 책을 기획하는 일이에요. 아마도 책 만드는 사람이라면 모두 똑같을 것 같아요.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숨을 불어넣어 줄 작가를 섭외하고, 작가와 함께 몇 개월 혹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밀회하듯 이메일을 나누며 그림과 글을 공유해요. 제가 어디에선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이메일을 열어 보니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림이 와 있을 때예요. 그 그림을 제가 처음 본다는 사실도 행복이죠. 그것 말고는 전부 다 어려운 일뿐이에요(웃음). 회계 및 경영부터 마케팅, 디자인, 기획까지 혼자 거의 모든 프로세스를 진행하려니 쉽지가 않아요. 마케팅팀과 영업팀이 따로 없기 때문에 책이 나오면 동분서주하며 여기저기 알리는 게 특히 어려운 일 중 하나예요. 땀 흘리며 책을 만들고 난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해야 할 일이라서 좀 아쉽기도 하고요. 그래도 시간이 갈수록 후즈갓마이테일의 신간이 나오면 묻지도 않고 사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고, ‘꼬리 클럽’이라는 서포터즈가 생긴 이후로는 정말 많은 힘과 도움을 받고 있어요.

 

작가 발굴과 도서 기획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SNS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인스타그램 덕분에 독특한 시각과 스타일을 가진 작가분들을 찾기가 수월해요. 깊고 깊은 인스타그램의 바다를 항해하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느새 제 계정에는 수많은 작품이 저장되어 있죠. 그렇게 발굴한 작가 리스트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봐요. 아주 유명한 작가보다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부터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 활동 중인 분들까지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어린이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을 발굴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요. 요즘 부모들은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세대로 자라와서인지 아이들에게 보여줄 책도 까다롭게 고민하고 선택해요. 후즈갓마이테일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 젠더에 대한 존중, 소수에 대한 배려, 열려 있는 사고와 균형 감각 등을 기반으로 한 그림책과 책을 기획하고 있어요. ‘어린이는 지금 어른보다 한 시대 새로운 사람’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보다 새로운 사람이 되는 데 하나의 기반이 되어줄 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후즈갓마이테일에서는 《버니비를 응원해 줘》부터 《우리 가족 만나볼래?》까지 문화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책을 만들고 있어요. 출판사의 정체성이자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양성’에 방점을 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국제 사회의 기준에 맞게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저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요즘은 전 세계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라서 무슨 일을 하든 모든 나라에서 통할 수 있는 국제 감각을 키워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겠죠. 서울도 아주 큰 도시지만, 런던, 파리, 베이징, 베를린 등에 비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라도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고가 말랑말랑할수록 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어릴 때 읽는 그림책은 아주 효과적인 매체가 될 수 있어요. 엄마, 아빠의 사랑 같은 근원적인 주제부터 사회생활, 타인에 대한 배려, 친구 관계, 나아가 환경, 난민,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아이의 시선으로 접근해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작가는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지 고민하는 사람이고, 고민 끝에 완성한 작품을 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건 아주 크나큰 매력이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아이들의 성장에 일조하는 게 후즈갓마이테일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믿고 있어요.

《모두 다 싫어》와 《할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에》를 낼 땐 특별히 아동심리 치료사 경력이 있는 작가에게 번역을 맡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자들에게 그림책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세심히 노력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반 독자들도 그렇지만 특히 어린이 독자들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줘요. 책 속 여러 군데에 심어놓은 수 수께끼 같은 장치에도 반응을 해주고, 심지어 편집자와 작가가 놓친 부분도 하나하나 짚어 주는 어린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해요. 재미있는 요소를 더 세심하게 숨겨놓고 어린이 독자들이 더 많은 걸 찾고 흥미로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최근 후즈갓마이테일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인가요?

책을 더 잘 만들고 싶어요. 책은 만들면 만들수록 어렵네요.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꼭 아쉬움이 남아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느라 정신적인 여력과 시간이 부족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 차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달구질하며 일하고 있어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어요. 돌아보니 어떤가요?

포스터를 런칭한 뒤 “아이가 후즈갓마이테일 포스터로 동물 이름을 알았어요.”라고 얘기해 준 분의 전화 목소리, 그림책 출판 기념행사에서 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집중하던 순간, 그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후즈갓마이테일이 만들어졌어요. 하나하나 잊지 않고 앞으로 더 잘 나아가고 싶어요.

 

instagram.com/whosgotmytail

RECOMMENDED BOOK

마법 침대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이상희 | 시공주니어

“우리가 매일같이 잠드는 그 침대가 소원을 빌고 주문을 외우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법의 침대라면 어떨까요? 나만의 상상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침대라니! 저도 어릴 때 가끔 상상해 본 적 있답니다. 잠들기 전 엄마, 아빠와 함께 읽는다면 혹시 모르죠. 꿈에서, 아니 진짜로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게 될지!”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하다

썸북스 조선경 대표

썸북스의 시작을 묻기 전 SI그림책학교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묻고 싶어요.

2003년 홍익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시절에 한겨레신문사의 제안을 받아 시작한 ‘조선경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수업’이 그림책 수업의 시초가 되었어요. 당시에는 그림책 전공자 혹은 그림책 전문가가 전무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들을 양성하는 수업과 그림책 전문학교를 운영하는 일을 계속해서 고민하다가 2007년 마포구 연남동에 한국 최초로 그림책을 전공하는 학교인 SI그림책학교의 문을 열었죠. 

 

SI그림책학교가 어떻게 썸북스로 이어졌나요?

학교를 열고 많은 그림책 작가를 배출해 왔어요. 하지만 작가들의 역량이 뛰어난 것과는 별개로 모든 작업을 그림책으로 출판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직접 출판사를 열자 싶었죠. SI그림책학교를 열고 3년 뒤인 2010년, 예술성을 지향하는 그림책 출판사 썸북스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썸북스에서 펴내는 책들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말하는 ‘그림책’과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아트북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펴내나요?

그림책은 그림과 책이 결합된 이미지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매개체예요. 그림으로 전하는 감정이나 메시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예술성이 드러나기에 가장 좋은 형식의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썸북스에서는 책을 만들 때 이미지가 돋보이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요.

 

SNS에서 리소 프린팅으로 제작된 책을 수작업으로 제본하시는 모습을 봤어요. 출간하는 책의 많은 부분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는데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텐데, 수고로움을 안고 이런 작업을 해나가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물론 수고롭고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이지만, 그만큼 다른 책이 가질 수 없는 완성도와 세심한 감정을 갖는 책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한 권, 한 권 손으로 확인하며 완성하면서 책마다 좋은 주인을 찾아가기를 바라고 있어요.

소량 제작이라 그런지 썸북스의 책들은 대형 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최근에 고민 중인 지점과 맞닿아 있는 부분인데요. 요즘 책을 만들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해 온 을지로 인쇄골목의 귀한 장인분들이 점차 줄어든다는 거예요. 한 권, 한 권 수작업으로 만드는 책은 공이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한꺼번에 대량으로 만들기도 어렵죠. 대형 서점에 위탁 판매를 하게 되면 어린이 책 코너에 비치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의 손이 많이 닿고 때로는 파손될 수밖에 없어요. 그 시스템에 맞춰 책을 가져다 두기에는 파손되는 샘플의 양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죠. 요즘에는 책을 잘 관리하며 판매하는 대형 서점이 계속 생겨나고 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썸북스의 책을 더 많은 곳에서 보실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세워두면 회전목마 형태가 되는 이영리 작가의 《Holiday》, 내지를 양쪽으로 펼쳐 장면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게 한 《Kiss》 등 책이 가진 물성을 살려 만든 책들이 많아요. 책마다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저희 책 중에 《This Is Not A Stone》이라는 책이 있어요. 말 그대로 번역하면 ‘이것은 돌이 아니다.’죠. 이 책은 안쪽에 실제 돌이 들어 있는 독특한 구조인데요. 책 안에 들어가는 돌은 전부 하나하나 직접 고르고 깨끗이 닦아서 넣었어요. 이 돌을 넣기 위해서 책 가운데 동그란 구멍을 내야 하는데, 소규모 제작을 하는 출판사에서 이런 작업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죠. 그럼에도 많은 장인들의 도움으로 첫 500권을 만들어냈어요. 그날은 아직까지 모두에게 잊지 못할 큰 보람과 감동의 순간으로 남아 있어요. 《This Is Not A Stone》은 일본 무인양품과 이탈리아 밀라노, 볼로냐,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유럽권 서점에서 주로 판매하다가 최근에는 저희 썸북스 서점과 최인아책방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게 됐어요.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지만 그림책 작가이자 SI그림책학교의 선생님이기도 해요. 그림책과 관련된 다양한 일을 하시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해요.

좋아하는 일은 개인적인 그림 작업을 하고, 수업에서 학생들과 생각을 나누고, 상업적 출판물로 만들기 어려운 책들을 만들어 가는 일이에요. 예술적,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책들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저에게 늘 기쁨과 설렘을 선물해 줘요. 어려운 일은 별로 없네요(웃음).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출판사를 열고 처음 여섯 권의 책을 출간해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에 참가한 해가 기억나요. 페어 첫날 점심 즈음에 이탈리아 손님이 한 분 다녀간 후 갑자기 수많은 이탈리아 출판사 관계자들과 손님들이 몰려들어 어리둥절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 다녀간 손님이 여러 곳을 다니면서 입소문을 내주셨더라고요. 이번 페어에서 가장 멋진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한국의 썸북스라고요(웃음). 그리고 다음 해에 썸북스 책 중 하나가 라가치 상을 수상하면서 큰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었어요. 썸북스 출판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생긴 일이라 더욱 뜻깊었어요.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귀한 발판이 되어주었죠.

 

instagram.com/some.books

RECOMMENDED BOOK

그림책의 모든 것
글 마틴 솔즈베리, 모랙 스타일스 | 옮김 서남희 | 시공아트

“마틴 솔즈베리 교수님은 영국에서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 석사과정을 처음으로 만든 분이에요. 통찰력 있는 해설과 철저한 분석으로 그림책에 관한 중요한 내용들을 알려주시는 귀한 분이죠. 이 책은 그림책 작가와 예비 작가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어요. 한국에 번역된 또 다른 책으로 《100권의 그림책》(시공아트)도 있으니 함께 읽어보시기를 바라요.”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나누다

달리 박소연 대표

달리 출판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달리는 ‘고 녀석 맛있겠다’, ‘리틀 피플 빅 드림즈’, ‘너도 보이니?’ 등의 시리즈 도서를 비롯해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나누는 그림책을 펴내고 있는 어린이 책 출판사예요. 저는 12년 차 편집자이자 발행인으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초반에는 아동 워크북 위주로 출간하다가 현재는 주로 그림책을 펴내고 있는데요. 변화의 계기가 있나요?

과거에는 ‘너도 보이니?’나 ‘내가 바로 디자이너’, ‘처음 만나는 나의 자연 노트’ 등 여러 가지 놀이책을 많이 기획하고 출간했어요. 그중 ‘너도 보이니?’와 ‘내가 바로 디자이너’ 시리즈는 출간 즉시 수십만 부가 판매되었어요. 출판사를 시작하고 운이 좋게 초반에 베스트셀러가 많이 나왔는데, 그때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면 좋은 성적표를 받고 싶어 하는 학생 같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림책 카페에 갔는데 제가 모르는 그림책들이 많더라고요. 그때 여러 사람들이 만든 낯선 책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정말 좋은 책들이 많았는데 나는 모르고 있었구나.’ 이후에 자주 방문하면서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는 그림책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삶의 태도가 바뀌는데, 제가 노인이 될 때까지 출간한 모든 책들이 제 생각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아요. 그림책을 통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가치인 배려나 나눔, 사랑, 우정을 배우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라요. 앞으로는 계속 그런 그림책들을 모으는 일을 할 거예요. 그렇게 모은 그림책이 최근에 펴낸 ‘달리 세계그림동화 20’이에요.

 

어떤 책을 낼지 고민하고 검토하는 일의 연속일 것 같아요.

새로운 책을 선별하고 기획하는 일은 늘 즐거워요. 달리에서는 주로 외국에서 출간된, 혹은 출간 예정인 그림책을 번역해 출간해요.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소개받기도 하고, 외국 출판사들이 앞으로 나올 책들의 정보를 미리 모아 발행한 카탈로그 소개도 살펴봐요. 기존에 달리에서 출간하지 않던 주제를 중점적으로 검토하면서 포트폴리오의 빈자리를 채워 나간다는 느낌으로 책을 찾죠. 검토를 하다 보면 마음에 들어서 꼭 계약하고 싶은 원고들이 참 많아요. 우리 회사에서 낼 수 있는 종 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책을 한꺼번에 계약하지 않으려면 매번 높은 수준의 자제력이 필요해요(웃음).

최근에는 어떤 주제를 살펴보았나요?

작년에는 환경이나 자연을 다루는 그림책을 많이 검토했고, 《나무 위의 집 사용 설명서》, 《많아요》, 《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 등이 출간되었어요. 《나무 위의 집 사용 설명서》는 다양한 나무 위의 집이 동심의 세계를 자극하고, 《많아요》는 생태계의 중요성과 우리 인간도 그중 하나라는 경각심을, 《내가 사랑하는 나무의 계절》은 계절별로 바뀌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에요. 최근에는 감정을 다루는 그림책을 검토하고 있어요.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고, 때때로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지만 외로움과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은 동일하게 느끼잖아요. 아이들에게 서로가 다르다는 사실이 당연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동시에, 우리는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고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낯가림이 심하거나 표현을 못 하거나 느려도 괜찮다는 걸 가슴으로 이해했으면 좋겠어요.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늘 정확하게, 최선을 다해 편집하는 일이에요. 이 부분은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출판사들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한 번 출간된 책은 수정하거나 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완성도 있게 마무리해야 해요. 편집 과정에서 더 좋은 표현이 있을지 문장과 표현에 대해 고민하고, 시각적으로도 잘 정돈된 느낌이 들도록 서체 크기나 자간, 전체적인 디자인과 레이아웃 등을 여러 번 출력해서 재확인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작업에 몰입하면 개인적인 해석이 더해져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에 한 권 한 권의 작업 기간을 길게 가지고 작가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요. 

 

달리의 대표작으로 《고 녀석 맛있겠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벌써 출간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고요. 이렇게 꾸준히 사랑받는 책은 출판사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는 달리에도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책이에요. 이 시리즈를 처음 작업했을 땐 20대 초반이었어요. 《나는 티라노사우루스다》와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를 작업하면서는 눈물을 펑펑 쏟은 기억이 떠올라요. 특히 초식 공룡 마이아사우라가 우연히 주운 알에서 태어난 티라노사우루스를 무서워하면서도 한결같은 사랑으로 키우는 《영원히 널 사랑할 거란다》에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인하고 따뜻한 사랑을 느꼈어요. 몇 번이고 다시 읽을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는 했어요. 이 시리즈는 사랑과 우정, 배려 등 관계와 감정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한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사실을 배운 책이에요. 미야니시 타츠야 선생님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신간 작업을 하고 계세요. 단행본으로 한 권씩 천천히 출간되다 보니 작업을 하면서 저도 조금씩 나이를 먹어 가며 책을 바라보는 시각도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조만간 국내 독자들에게도 13권을 소개하고 싶어요.

재작년에 펴낸 ‘리틀 피플 빅 드림즈’ 시리즈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편견과 장애물을 딛고 꿈을 이룬 여성들을 다뤘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어요. 이 책을 펴낸 계기가 있나요?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었을 땐 남녀차별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거 에는 여성들이 남성처럼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없었잖아요. 투표권도 주어지지 않아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치부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여아 낙태가 극심했다고 해요. 지금은 그 시절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종종 성차별에 관한 문제들은 존재해요. 자신의 꿈을 찾아 편견과 장애물을 딛고 이겨낸 여성들의 이야기가 제가 찾던 주제와 맞아떨어졌어요. 올해부터는 여성 서사에 국한하지 않고,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을 좇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리틀 피플 빅 드림즈’ 시리즈에 담을 계획이에요. 남성 인물들의 이야기를 출간 준비 중이거든요. 지금은 마하트마 간디, 스티븐 호킹, 마틴 루서 킹의 이야기를 작업하고 있어요.

 

달리에는 유독 한 작가, 한 테마로 나오는 시리즈 도서가 많아요. 계속해서 시리즈를 작업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 책 위주로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정 작가의 작품이나 시리즈물을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단행본이 한 권 한 권 여러 번 수정하며 천천히 만드는 책이라면, 시리즈는 기획력이 좋고 방향성이 일관된 책 여러 권을 동시에 작업하는 일이에요. 통일성을 가지고 꼼꼼하게 챙기며 편집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집중하며 작업하는 만큼 한 번에 출간되었을 때 성취감이 더 큰 것 같기도 해요.

 

요즘 달리가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요?

좋은 포트폴리오를 가진 출판사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책들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요. 어떤 책은 출간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어 책 만드는 일과는 또 다른 기쁨을 선물해요. 앞으로 더 많은 책을 내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해 주죠. 하지만 잘 팔리지 않은 책이라고 해서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기획자로서 책을 선택한 이유가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 누군가에게는 기억에 남는 책이 되면서 세상에 선한 영향을 남기거든요. 달리의 도서 목록을 어떤 구성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지가 늘 가장 큰 고민이에요. 더불어, 독자들과 더 원활하게 직접 소통하고 싶어서 홈페이지 개설 작업을 진행 중이에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도 운영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소규모 출판사이다 보니까 계획한 것들을 모두 실행하는 게 쉽지는 않네요.

 

출판사를 운영하며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인가요?

역시 독자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예요. 종종 출판사로 그림편지를 보내주는 어린이 독자들도 있고, 진심이 담긴 서평을 남겨 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 사용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기도 해요.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돼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서평은, 감동이라는 추상적 의미가 어떤 울림인지 아이에게 설명할 길이 없었는데 《엄마가 항상 곁에 있을게》라는 책을 통해서 아이와 감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기뻤다는 글이었어요. 저 스스로 의미가 있다고 정의 내린 일을 하는 것 자체로도 기쁘지만, 누군가가 제가 만든 책을 읽고 응답해 주었을 때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기뻐요.

 

instagram.com/dahli_books

RECOMMENDED BOOK

디즈니 그림 명작 : 추위를 싫어한 펭귄
엮음 계몽사 | 계몽사

“이전에 디즈니 클래식 60권짜리 전집으로 판매되었고, 오랫동안 절판되었다가 최근에 계몽사에서 복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요. 추위를 싫어한 펭귄이 추운 지역에서 사는 것을 거부하고, 반복되는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따뜻한 나라를 향해 떠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닮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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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사진 후즈갓마이테일, 썸북스,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