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a Vi Fika?

우리 피카 할까요?

SKA VI FIKA?

우리 피카 할까요?

 

토요일 오후 두 시, 파란 지붕을 한 벽돌집 안에서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온다. 거실의 중앙에는 큰 테이블이 있고 커피와 스낵, 주스를 앞에 둔 여러 가족이 자리를 잡으며 대화를 나눈다. 자연스럽고 따뜻한 공기의 질감. 스웨덴의 일상 풍경이다.

일주일을 보내며 가장 행복했던 하루를 꼽으라면, 아이와 함께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옥수수를 쪄먹던 지난 주말 오후가 떠오른다. 하루의 속도를 늦추고 단순한 이야기를 하며 느슨한 표정을 짓는 날. 문득 행복을 마주한다. 바쁘게 사는 일상의 틈에 느린 휴식을 채우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낮이 짧은 나라 스웨덴은 추운 겨울 영하 20도의 혹독한 추위에 견뎌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깨어 있는 동안 아늑한 곳에서 함께 눈을 맞추고 숨을 길게 쉬며 시간을 보냈다. 이 사소한 일상은 ‘피카’라는 이름의 오래된 전통문화로 자리 잡았다.

피카Fika는 커피를 가리키는 말인 카페Kaffe의 두 음절이 뒤집혀 점점 변형되다 피카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커피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커피에 무언가를 곁들여 먹으며 여유를 갖는 것을 뜻한다. 스웨덴 요리 편집자 애너 브론스와 일러스트레이터 요한나 킨드발이 쓴 책 《FIKA》에서는 피카를 이렇게 정의한다.

“피카는 소중한 삶의 순간 순간을 천천히, 되도록 느리게 음미하기 위한 의식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어떤 케이크를 구워 커피와 차려내는 것만으로는 피카가 되지 않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에서 휴식을 위한 잠시의 여유를 갖고,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색다른 순간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피카입니다.”

스웨덴 사람들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은 피카를 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야외에서도 그 시간은 이어진다. 어릴 적부터 가족과 함께 피카를 하던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베이킹 수업이 따로 있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기본적인 베이킹을 할 줄 안다고 한다. 그래서 손수 만든 빵을 피카에 곁들이는 일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후에 있을 피카를 생각하며 쿠키 반죽을 해놓는 일, 원두를 넣고 따뜻한 물을 천천히 넣어주는 일은 피카의 느긋한 순간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방식인 듯하다. 소소한 일상 속 똑같은 하루는 없다. 우리가 톱니바퀴 굴리듯 수고스러운 일상에서 행복하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여유와 가치 있는 순간을 찾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처럼, 소중한 하루에서 나와 가족, 친구와 눈을 맞추는 소박한 시간을 내보는 건 어떨까. 사소한 것들로 메꾸어지는 행복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는 에너지가 될 테니.

INTERVIEW

애너 브론스Anna Brones
《FIKA》 저자

 

 

“우리의 삶을 단순화할수록, 더 현재를 즐길 수 있어요. 자전거를 타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움직일 때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요. 음식에서도 이런 시선은 이어지겠죠. 아마 주어지는 끼니에 더욱 감사하게 될 거예요.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수고로 이어져 왔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피카는 잠시 멈춰 일상을 즐기고 감사하는 삶이라고요. 피카의 정신이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저는 태평양 북서쪽에서 미국인 아빠와 스웨덴 엄마 밑에서 자랐어요. 아빠는 활동적인 일을 사랑하며 좋은 일에는 나름의 시간이 걸린다고 믿는 분이었죠. 어머니는 면직물 예술가면서 멋진 요리사였어요. 가족 모두가 일상의 모든 것을 감사하며 살아왔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희 가족에는 ‘무슨 일을 하든,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피카의 전통이 깃들어 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부모님은 제가 아주 작고 어릴 때 집을 지었어요. 그때 사진을 보면 집터에서 일을 하다가 놀며 쉬는 모습이 많아요.

어린 시절, 당신 가족의 피카는 어떤 풍경이었나요?

미국에서 살았지만, 어머니는 스웨덴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특히 피카에 공을 들였죠. 어머니는 사순절(부활절 40일 이전으로 단식하며 몸을 청결히 하는 시기) 금식이 시작되기 전날인 참회의 화요일, 즉 페티스다겐Fettisdagen에는 아몬드 반죽과 크림이 잔뜩 들어간 셈라Semla를 만들어주었어요.생일같이 특별한 날엔 항상 휘핑크림을 얹은 케이크를 준비했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카의 기억은 어느 여름 스웨덴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때예요. 주로 조부모님 집과 가까운 호수에서 날을 보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고, 제가 앉을 수 있도록 두꺼운 담요와 주스를 주셨죠. 그때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만든 많은 요리도 기억이 나요.

스웨덴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전거도 많이 이용한다고 알고 있어요. 당신도 《요리하는 사이클리스트The Culinary Cyclist》라는 책을 썼죠.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로 다니면서 로컬푸드를 사고 소박하게 음식을 지어 먹는 삶이 궁금해요.

다른 아이들처럼 아주 어릴 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어요. 우리 집에는 2인용 자전거가 있었어요. 그래서 여덟 살 때부터 아버지와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고 다녔어요. 당시 교외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게 조금 힘들긴 했죠. 대학 입학 후, 포틀랜드에 가서 십 년 동안 살면서 자전거가 주된 교통수단이었어요. 포틀랜드는 자전거 중심 도시거든요. 저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선택하는 일은 좋은 음식을 먹으며 지내는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선택하는 삶의 방식인 셈이잖아요. 자동차로 출근하는 대신 자전거를 타는 것 또한 선택이고, 외식 대신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또 다른 선택이죠. 우리의 삶을 단순화할수록, 더 현재를 즐길 수 있어요. 자전거를 타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움직일 때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요. 음식에서도 이런 시선은 이어지겠죠. 아마 주어지는 끼니에 더욱 감사하게 될 거예요.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수고로 이어져 왔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자전거를 타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것은 주어진 삶을 더 즐기는 방법이 되겠네요. 

맞아요. 우리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이건 피카의 정신과도 비슷해요. 저와 남편은 자전거로 여행도 많이 다니는데, 여행 중에도 피카 시간을 가지죠. 우리는 그걸 ‘Bika’ 라고 불러요. 짧은 거리를 갈 때면 커피숍이나 빵집에 들르지만 장거리 여행을 갈 때는 커피 장비를 준비해 만들어 먹어요. 

여행 중에도 일상의 의식을 갖는 게 놀라워요. 그렇다면 특별한 날의 피카는 어떤 모습인가요?

특별한 행사에도 피카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상황에 걸맞은 예쁜 케이크와 과자로 꾸미면 피카는 곧 파티로 변신하죠. 칼라스Kalas라 불리는 전통적인 생일파티에는 토르테Tor te나 휘핑크림을 올린 케이크를 준비하고요. 지독하게 추운 겨울의 12월은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 준비를 해요. 이때 율바크Julbak라는 크리스마스 베이킹을 준비하죠. 생강 쿠키 페파르카카Pepparkaka를 구운 다음 촛불을 켜면 이보다 아늑할 수 없어요.

책에서 말한 ‘미시그Mysig’한 분위기인 거네요. 그런 분위기는 어떻게 만드나요?

가장 중요한 건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집에서는 천이나 조명으로 꾸며볼 수 있겠죠. 겨울에는 향초 몇 개를 켜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요, 여름에는 밖에 나가서 나무 아래 담요를 두고 다함께 모여있으면 좋죠. 미시그한 순간을 갖는다는 것은 기분이 무척 좋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말이에요.

피카라는 전통이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듯해요. 음식이 갖는 의미도 특별할 것 같은데요.

역사적으로 스웨덴은 가난한 나라였고,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어야만 했어요. 그 영향으로 딱히 복잡하거나 많은 재료를 이용하진 않지만, 생기 가득 찬 음식을 만들어요. 집마다 다를 수는 있겠지만 함께 모여 식사를 즐기고 활동을 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물론 운동 같은 다양한 활동도 함께 해요. 스웨덴에서 음식은 사람이 모이는 이유예요. 어떤 기념일이나 휴일에도 모두 음식 주변으로 모여들죠. 우리는 좋은 식사를 통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지속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참, 스웨덴에는 ‘라떼파파’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어요. 유모차를 끌고 피카를 즐기는 아빠들도 많다고요.

맞아요. 라떼를 들고 유모차를 끌며 거리를 활보하는 아빠들을 말해요. 주로 집에서 머무르며 아이를 돌보는 아빠들인데요. 남성 출산 휴가를 보내는 이들은 밖에 나가서 다른 아빠들과 산책을 하거나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스웨덴은 출산휴가가 굉장히 관대하고, 또 남성 출산 휴가가 의무적으로 포함되어 있어요. 

마지막으로 책의 요리법 중 봄날의 피카와 가장 어울리는 음식을 추천해주세요.

저는 쉴트그로토르Syltgrottor를 무척 좋아해요. ‘잼 동굴’이라는 뜻으로 소량의 잼이 가득 들어간 버터 쿠키예요. 봄에 안성맞춤이죠. 시나몬 빵도 좋아요. 일 년 내내 맛있지만, 특히 따뜻한 날씨를 만끽하는 봄날의 야외 피카와 딱 어울릴 거예요.

재료
밀가루 2컵(284g), 설탕 ½컵(99g),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으깬 아니스 씨앗 2작은술, 깍둑 썬 차가운 무염 버터 14큰술(198g), 바닐라 추출액 ½작은술, 여왕의 잼 약 ½컵(120ml)

만들기
1 오븐을 200도로 예열한다. 종이 베이킹 컵 24개를 오븐 팬 위에 정렬한다.
2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에 설탕과 아니스 씨앗을 넣어 섞는다. 깍둑 썬 버터를 넣어 손으로 뭉친다. 바닐라 추출액을 첨가해 공 모양이 되도록 반죽한다.
3 반죽을 24등분해서 작은 공 모양으로 만든다. 숟가락으로 반죽을 뗴어내거나 반죽을 긴 막대 형태로 만들어 나눈 다음에 하나하나 굴려서 만들 수도 있다. 반죽의 크기는 호두 알 정도다. 각각의 반죽을 종이 베이킹 컵에 넣는다.
4 엄지로 반죽의 가운데 부분을 꾹 눌러 쏙 들어가게 만든다. 잼을 티스푼으로 퍼서 움푹 팬 부분에 넣는다.
5 쿠키가 연한 황갈색을 띨 때까지 10~12분가량 굽는다. 오븐에서 꺼내어 식힌다.
6 밀폐 용기에 담아서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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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현지

번역 이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