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ing Respect Can Be Magical

어린이를 대하는 태도의 마법

얼마 전 어느 미술관에서 보조교사로서 전시 프로그램 진행을 돕는 학생이 어린이 관람객들의 글과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바쁘지만 어린이들이 만들어 놓고 간 작품을 보면 업무의 피로가 사라진다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작품에서 받은 제 감동을 직접 이야기해 주고 싶은데 뭐라고 말해주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요. 누구에게만 최고다, 잘 그렸다고 하면 옆자리 아이가 상처를 받을 것 같고요.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은 말만 하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뭔가를 선생님께 보여드렸을 때 과연 뭐라고 말씀하실까 두근거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만 칭찬을 받으면 서운하고 선생님 표정에서 형식적인 말인지 아닌지 느껴지기도 했어요. 기분 좋은 칭찬을 받은 날은 기운이 나고 여운도 오래갑니다.

“기차가 우리를 태우러 여기로 달려올 것처럼 생생하다.”, “다람쥐의 꼬리를 이처럼 탐스럽게 그리다니! 이 숲에서 가장 우아한 다람쥐인가 봐.” 좋은 칭찬을 하려면 정성껏 좋은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쉬운 말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지는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칭찬하는 사람의 눈빛과 몸짓, 몸의 기울임 같은 것입니다. 어린이는 태도를 봅니다. 태도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어린이의 사랑을 받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동료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태도의 마법은 무엇일까요?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그림책 연구자. 서울예술대학교에서 학생들과 문예창작을 공부하며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거짓말하는 어른》, 《어린이, 세 번째 사람》,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공저)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 《왕자와 드레스메이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괜찮을 거야》, 《사랑 사랑 사랑》 등이 있다.

다름에 대한 인정과

변화에 대한 기대

우리가 어린이를 부를 때 어떻게 부르는지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더 자주 어린이를 한 무리로 뭉뚱그려서 부른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집 애들, 그 학교 애들, 그 동네 애들, 축구 좋아하는 애들, 사춘기가 시작된 애들, 쿵쿵 뛰는 애들, 목소리가 조그만 애들, 밥을 남기는 애들, 책을 안 읽는 애들. 가끔은 더 짧게 한 덩어리로 부를 때도 있습니다. 초딩, 민식이, 잼민이, 급식충, 노 키즈 존. 여기서 어린이는 딱 하나로 통칭됩니다. 더구나 이 말들은 어린이를 얕잡아 보거나 혐오하는 말입니다.

어린이가 출입할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장소가 아닌데도 어린이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평범한 관광지의 식당에서, 케이크도 팔고 어린이가 즐겨 마시는 주스도 파는 아름다운 카페에서 어린이를 한데 묶어서 손님으로 맞이하기를 거부합니다. 맛있는 음식 사진이 걸려 있고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식당에, 자신만은 들어갈 수 없는 이유가 어린이여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식당 앞에 선 어린이는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해 보세요. 중학교에 갈 수 없는 이유가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버스 앞자리에 앉을 수 없는 이유가 자신의 피부가 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여행지에서 숙박을 거절당한 이유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이었을 때, 사람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건강과 안전상의 이유나 클래식 공연장처럼 지극히 예민하게 관객의 움직임을 통제해야 하는 특수한 장소를 제외하고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장소가 생기는 일은 어린이에 대한 차별입니다. 거기에는 다 다른 어린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습니다. 달라지는 어린이에 대한 기대와 배움을 도와주려는 양해의 태도가 없습니다. 어른은 매장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좌석 사이를 자주 왔다 갔다 하더라도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사전에 출입을 금지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는 ‘모든 어린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집단’이라고 예단 되어서 미리 출입을 금지당합니다. 이것은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판단에 근거한 행동입니다.

노 키즈 존의 또 다른 문제는 어린이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시끄럽게 했던 어린이도 부탁을 받고 설명을 들으면 조심하려고 노력합니다. 서투를 수도 있지만 몇 차례 경험하고 배우면서 날마다 더 변합니다. 어린이를 대할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어린이가 날마다 배우고 자라서 더욱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두루 어울릴 줄 아는 멋진 어른이 되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어린이는 자신의 변화를 기대하고 설렘을 가지고 지켜보는 세상의 우호적인 눈빛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질문하고

질문받을 권리

어린이는 질문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질문을 받는 일입니다. 한 번은 도서관에 이용자로 찾아온 어린이들과 토론을 하면서 인터뷰 놀이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앞에 나와서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자리에 앉습니다. 다른 어린이들은 모두 기자가 됩니다. 그날 어린이들은 이 긴장을 즐기며 새로운 물음과 대답을 생각해 내느라 바빴습니다. 상기된 얼굴로 신중하게 대답했습니다. 단답형으로 말하는 어린이도 있고 고개를 가로젓거나 끄덕이기만 하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우리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열띤 박수를 치면서 응원했습니다. 어린이는 의견을 내놓는 일이 멋지다고 생각하고 제안이 이루어질 때 환호합니다.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 종종 우리는 어린이도 의견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잊습니다. 지나가는 말처럼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자, 일요일인데 어디 놀러 갈까? 너는 어디 가고 싶니? 말해 봐.”라고 하고서 대답을 듣기도 전에 어른들 마음대로 정해 둔 곳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어린이가 고심해서 대답을 내놓을 시간도 안 주고 “다음에는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오늘은 여기 가자.”고 결정해 버릴 때도 있습니다. 어린이는 자신이 의견을 내놓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대답을 정성껏 준비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제안을 들어주기 어렵더라도 어린이의 의견만큼은 차분하게 듣고 그 제안을 실현할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부분적으로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 비슷한 대안은 없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제안을 거절하는 것과 처음부터 어른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어린이는 자신의 제안을 듣고 이해해 주는 어른의 태도를 더 기대합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는 목소리를 높이지 말고 가능하면 차분한 공간에서 의견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묻자마자 대답을 재촉해야 하는 순간이거나 어린이의 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긴요한 상황이라면 아예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어떤 일은 어른들이 결정하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즐거운 그림책 읽기

1. 그림책의 표지와 면지, 판권면, 속표지, 마지막 뒤표지까지 놓치지 않고 읽는다.

 

2.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읽는다. 주인공이 아닌 인물이나 사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다시 읽는다. 풍경이나 빛과 그림자, 디자인의 변화를 발견하면서 또다시 읽는다.

 

3. 그림책에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인물에게도 대사를 만들어주면서 읽어본다. 나무도 구름도 지나가는 고양이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상해 본다.

 

4. 그림책 작가가 쓴 다른 작품을 구해서 나란히 놓고 읽는다. 여러 권 함께 읽으면 읽을수록 그 작가의 세계가 들여다보여서 재미있다.

 

5. 그림책에 등장하는 문장을 옮겨 쓰거나 한 장면을 옮겨 그려본다.

 

6. 그림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이야기한다. 그 장면이 마음에 드는 이유를 세 가지씩 말해본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을 이야기한다. 그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씩 말해본다.

 

7. 그림책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나라나 그림책에 나오는 동네의 실제 사진을 찾아본다.

 

8. 그림책의 글에 리듬을 붙여서 읽어본다. 노래하듯이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외워서 읽어보는 것도 좋다.

 

9. 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을 정하고 그 사람에게 선물한다고 상상하며 카드를 적어본다. 추천의 글을 쓰면서 감상문 쓰기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10.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서 같은 소재를 다룬 다른 그림책을 찾아본다. 다른 그림책을 읽으면서 앞에 읽은 그림책과 연결되는 부분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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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글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