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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상 너머
그림책을 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아이들에게 기쁨과 슬픔, 재미와 감동으로 기억될 이야기들. 때로는 선생님으로, 친구로 또는 자신처럼 느껴지는 주인공들. 아이에게 책을 건네는 어른들은 오래전 잊었던 감정과 몰랐던 자신을 만나기도 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아빠, 할머니 이야기. 어른과 아이가 함께 자라는 오늘, 모두 같이 그림책 세상으로 향할 시간이다.
김이경 | 《wee》 발행인
송지오 8세
《wee》 11호 인터뷰에 참여하셨죠. 지오는 어떻게 자랐나요? 둘째 아림이 소식도 궁금해요.
지오는 여전히 쉴 틈 없이 이야기하고, 뛰어놀아요. 그러다 털썩 주저앉아 책을 읽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게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요즘은 피아노, 바둑, 태권도에 푹 빠져 있어요. 둘째 아림이는 사람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모방하기를 좋아하는 귀여운 아이예요.
여전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네요. 아이들은 보통 커가면서 책을 멀리하게 된다는데, 지오는 어떤가요? 아이의 독서 습관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아이가 아무리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어른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더라고요. 요즘 아이의 관심사가 뭔지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이건 꼭 읽어야 해.’라는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요. 고심해서 구입했는데 책을 읽지 않아 속상하다는 부모님이 많으시더라고요. 저는 도서관을 적극 이용해요. 제가 빌린 책을 빠짐없이 아이가 다 보길 바라지 않기에 부담이 없어요. 선택할 수 있는 책이 많을 때 아이는 스스로 그중에서 책을 골랐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더라고요. 본인이 스스로 고른 책은 더 열심히 보고요. 저는 거기서 지오의 관심사를 알아내요.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중에서 사달라고 하는 책, 제가 소장하고 싶은 책을 골라서 구입해요. 집에 있는 책 하나하나가 어떻게 보면 그런 과정에서 걸러진 책들이라 지오는 집에 있는 책을 보물처럼 여겨요. 덕분에 집이 아주 좁아져서, 책을 중고로 팔거나 누군가에게 준다고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요.
지오는 어떻게 관심사를 확장해 나가는지 궁금해요.
지오는 전래 동화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 유머코드가 먹힐 것 같은 책이 있길래 몇 권 보여줬더니 박장대소하면 즐겁게 읽더라고요. 역할극까지 하자고 그래요. 《떼루떼루》,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기찬 딸》 이런 류의 책이에요. 정말 재미있어요. 《떼루떼루》는 꼭두각시놀음을 소재로 한 말장난이 돋보이는 책이에요. ‘2015 볼로냐도서전’에서 라가치 상도 수상할 만큼 작품성도 인정받았어요. 꼭두각시 모습의 풍자 섞인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서 아림이 역시 좋아해요. 엄마랑 오빠가 뭘 저렇게 재미나게 읽고 있나, 궁금해하면서 끼고 싶어 해요. 이렇게 관심 없던 경우도 작은 실마리로 재미를 느끼기도 하더라고요. 아이들의 관심사는 변하잖아요. 지오만 봐도 기차를 너무 좋아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기차 종류를 외웠고, 기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어도 무슨 기차인지 알아맞힐 정도였어요. 그러다 우주로 넘어가서는 관련된 책이며 영상을 잔뜩 봤어요. 손가락에 힘도 별로 없을 때였는데, 행성을 그리고 싶어서 완벽한 동그라미를 그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죠. 관심사가 생겼을 때 스스로 끝까지 파 보는 경험으로 아이의 세계가 넓어지고 있음을 느껴요. 부모가 많이 기다려줘야 하는데, 가장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죠.
요즘은 다들 집에서 책을 읽으실 텐데 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나요?
집에 소파가 없어서 내부 계단을 의자 삼아 책을 자주 보더라고요. 그래서 계단 창문 틀에 책꽂이를 쌓고, 그 위에 담요를 깔아 아늑한 ‘지오의 책방’을 만들어줬어요. 지오는 책을 볼 때 온갖 묘기를 부리는 듯한 자세로 읽어요. 기왕이면 똑바르게 책을 읽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자유로운 자세로 편하게 읽게 둬요. 집이 아닐 때는 동네 카페나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
지오네 가족만의 도서관 이용법이 있을까요?
네 살 후반부터 지오랑 도서관 루틴을 만들었어요.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서 도서관에 가는 거죠. 처음 도서관에 데려갔을 땐 책꽂이에 매달리고 뛰고 그랬는데요. 신기하게도 책을 읽어줄 때면 엉덩이를 붙이고 몇 시간이고 듣고 있더라고요. 지오가 듣고 있는 건 그림책이지만 엄마랑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던 거죠. 너무 바쁠 때라도 1~2주에 한 번은 시간을 꼭 빼서 도서관 루틴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어요. 이제 지오는 본인 책을 스스로 고르고, 저는 제가 볼 책을 고르는 여유도 생겼어요. 처음 습관을 만들어 주고자 했을 때 도서관 매점에서만 사주는 특별한 간식도 있었어요. 아몬드가 들어 있는 초코볼이었는데요. 평상시에는 사주지 않던 간식을 도서관에서 나올 때마다 먹으니 얼마나 달콤했을까요. 지금도 편의점에서 그 초코볼을 보면, 도서관 매점에서 먹던 거라고 기억해요.
좋아하는 습관이 만들어지면서 지오가 더 책과 가까워진 것 같아요. 지오는 책에서 느낀 것들을 어딘가에 쓰며 남기기도 하나요?
아직 아이에게 기록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아요. 기록보다는 ‘기억, 추억’이 더 중요할 때니까요. 기록은 제가 해요. 오래전에 지오랑 읽은 책을 일기로 적은 걸 보면 가슴이 몽글몽글해져요. 우리에게 정말 많은 추억이 있구나 하면서요. “아, 저거 엄마랑 내가 정말 좋아했던 책이잖아. 엄마 저거 내가 그때 친구랑 싸우고 속상해할 때 엄마가 읽어줬던 책이다.” 읽었을 당시의 우리를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니 그림책 하나하나가 우리의 이야기고 추억이에요. 그림책을 읽다가 “엄마는 이 부분이 지금의 엄마 모습 같아서 좀 슬펐어.”라며 제 감정을 먼저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럼 아이도 스스럼없이 자기 이야기를 해요. “엄마 오늘 유치원에서 친구가 나한테 속상한 말을 해서 기분이 너무 나빴어. 이 책의 아이도 너무 속상할 거 같아!” 하며 말하더라고요. 《마음이 아플까봐》라는 올리버 제퍼스의 그림책이 있어요. 지오에게 읽어주다가 제가 울어버렸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슬픈 일이 있어도 스스로 아플까 겁이 나서 그걸 유리병 속에 넣고 꺼내보지 않아요.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울컥했었죠.
책을 통해 아이와 모르던 감정을 배워가는 거네요. 오랫동안 책 만드는 일을 이어오셨어요. 훗날 아이들에게 책이 어떤 존재이길 바라시나요?
아이들에게 책은 기억이고 추억이었으면 해요. 교육적으로 책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책 자체로 이미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텐데, 자세나 환경의 규칙까지 주고 싶진 않아요. 요즘 아이들이 미디어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그러면서 점점 책과 멀어지고, 학습을 목적에 두는 책 읽기가 되어가는 점이 아쉬워요. 디지털을 배제하기보다는 책도 휴식에 함께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끝으로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이야기를 해주실까요?
다니카와 슌타로의 《구덩이》를 소개할게요. 다니카와 슌타로는 굉장히 단순한 그림체와 글에 철학을 담아내는 작가예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죠. 누구에게나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는 자신만의 ‘구덩이’ 이야기예요. 이 책은 어떤 한 소년이 구덩이를 파면서 시작돼요. 왜 구덩이를 팔까. 주변에서는 말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구덩이를 파지 말라고 아무리 말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구덩이를 파봐야 덮을 줄도 아는데 말이죠. 이 아이가 구덩이를 파는 동안 주변에서 참견이나 조언이 계속해서 들어와요. 아이는 누가 뭐라던 묵묵하게 파더니 결국 거기로 들어가요. ‘이건 내 구덩이야’라고 말하고는 나와서 구덩이를 다시 덮어요. 파봤고 앉아봤으니 이제 됐다고요. 구덩이에 앉아 있는 아이의 표정이 참 평온해 보이죠. 사람들은 아이에게 물어요. ‘왜 그걸 하려는데?’, ‘그거 말고 다른 거 하면 안 돼?’ 이런 질문들은 제가 살면서 주변으로부터 들었던 질문과 비슷해요. 그럴 때마다 말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힘을 얻기도 했죠. 묵묵히 자기 구덩이를 파는 아이처럼 내 몸 넣을 구덩이 하나쯤 가지고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키오스크》라는 그림책도 기억에 남아요.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최근 그림책으로 나왔어요. 바꿀 수 없는 제 환경에 불만이 있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어요. 《키오스크》의 올가는 아주 좁은 가판대에 살면서 그곳에서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가판대가 우연히 강으로 흐르는 순간에도 그저 몸을 맡기는 모습, 환경이 변하더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모습에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실제로 저의 극심했던 번아웃에서 벗어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의 나를 좀더 편안하게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었죠.
READ A BOOK TOGETHER!

브리타 테켄트럽 | 봄봄출판사
전명옥 | 꿈나무 유치원 이사장
문가은 8세, 문나은 6세
손녀들을 소개해 주실까요?
초등학교 1학년인 가은이는 밝고 활동적인 아이라 낯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잘 어울리는 아이예요. 여섯 살 둘째 나은이는 귀엽고 애교가 많은 아이라 애정 표현을 참 잘해요. 관찰력과 기억력이 좋아서 할미와 숲 체험을 가서도 반짝이는 생각들을 많이 하죠.
그림책과 함께 ‘자연놀이’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신다고 들었어요. 숲이나 호수에서 추억을 쌓으신다고요.
자연놀이는 자연과 함께 놀면서 발견하고 궁금해하고 놀라움과 즐거움을 나누는 활동이에요. 놀이 전후에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보니 아이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올해 초 강추위가 조금 풀렸을 때 모처럼 할미와 자연놀이를 하고 싶다는 두 손녀에게 《뷰티풀》이라는 책을 읽어주고 호수로 떠났어요. 꽁꽁 언 호수 둘레길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것을 다섯 개 이상 찾아보라고 미션을 주었어요. 한겨울에 볼 만한 꽃도 나무도 변변치 않아 아름다운 것으로 무엇을 찾아낼까 궁금했는데 맨 처음 큰아이가 찾은 것은 서리가 내린 풀이었어요. 풀잎 가장자리에 그려진 하얀 서리 라인은 햇빛에 반짝여 예뻤죠. 꽃, 나무, 뿌리, 나뭇잎, 해, 오리 발자국, 가오리연까지 하나씩 아름다움을 찾을 때마다 저는 ‘와우!’ 하며 함께 공감해 줬어요. “저 얼음 그림이 무엇을 닮아서 아름답다고 생각해?” 하고 물으면 바로 답을 합니다. 아이들의 관찰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져요. 형상을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에 관한 질문도 이어져요. 그림책을 읽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보는 자연놀이는 아주 호응이 좋아요(웃음). 그림책이라는 문을 열고 자연으로 들어가니 시야가 넓고 깊어진 거죠.
자연과 그림책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아이들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는지 궁금해요.
자연과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정서적 안정을 준다는 점과 어릴 때 그 재미를 알고 익히면 더 좋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연과 가까우면 몸이 열리고 나아가 마음도 열리죠. 그림책을 읽고 마음이 열리면 몸으로 표현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어떤 것을 가르치고자 하는 목적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도 그림책과 자연은 공통점이 있어요. 그래야 진정한 놀이가 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또 다른 즐거움을 만드는 마중물이 되는 거죠.
아이들은 요즘 어떤 책을 즐겨 읽나요? 아이들 스스로 넓혀간 책 취향 이야기가 궁금해요.
코로나19로 도서관 안에서 책을 볼 수는 없지만 대출은 자유로우니 손녀들을 데리고 도서관 나들이를 자주 해요. 얼마 전에도 작은 도서관에 방문했는데 큰아이가 읽었던 《로봇백과》를 다시 읽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글도 많고 내용도 초등학교 1학년이 보기에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즐겨서 읽는다니 흐뭇했어요.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것이 좋고, 알게 된 사실을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해 주며 인정받는 것도 뿌듯해하는 것 같아요. 둘째 아이는 《카레가 보글보글》과 《비행기가 부웅부웅》을 좋아하는데 섬에서 캠핑하는 장면을 보면 얼마 전 가족들과 갔던 캠핑의 기억이 떠오른다고 해요. 줌으로 진행된 그림책 인형 만들기 강좌에서 제가 만든 고양이인형은 책에 따라 요리사도 되고 조종사도 되니 책 놀이에 재미를 더한답니다.
다양한 어린이들을 만나보셨으니 책을 골라주시는 기준이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손녀들이 어리다 보니 철학적이거나 그림이 어두운 책은 피하려는 편이에요. 밝고 즐거운 내용일수록 아이들이 다시 읽고 싶어 하더라고요. 고쳐야 할 점이나 아이가 배웠으면 하는 점이 보일 땐 관련된 생활 동화를 고르기도 해요. 도서관에서 대여할 때는 책에 편식을 하지 않았으면 해서 창작동화, 생활 동화, 전래 동화를 골고루 빌려보도록 노력해요.
요즘은 대가족이 함께 사는 모습을 보기가 힘들죠. 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운 점이 많을 것 같아요.
다행히 딸네가 가까이 살아서 자주 손녀들을 만나요. 그림책도 읽어주고 숲에도 같이 가서 놀 수 있어 좋죠. 예전과 달리 핵가족 형태가 많다 보니 조손과 같이 그림책을 보고 함께 노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요. 저도 막상 제 아이를 키울 때는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제대로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답니다. 이제 좀 잘 해봐야지 했을 때는 아이들이 벌써 제 손을 필요로 하지 않게 커버려 후회가 많이 남았어요. 손녀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보며 이 중요한 시기가 또 빨리 지나갈 텐데 싶어 내가 도울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 있어요. 도서관 같이 가기, 그림책 읽어주기 등으로 책과 친구 되는 밑거름을 마련해 주고 싶었죠. 또 어린 시절에 자연에서 놀면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에 눈을 뜨고 호기심, 관찰력, 심미감을 키우는 육아로 힘을 보태고 싶었어요. 제가 엄마에서 할머니가 되고 보니 아이들 어린 시절은 참 빨리 지나가더라고요. 이 귀한 시절에 그림책과 자연을 친구 삼아 노는 아이로 자란다면 살아가면서 든든한 힘이 되리라 생각해요. 손녀들에게 친구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고요. 오래도록 손녀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려면 제 건강을 잘 지켜야겠기에 걷기도 꾸준히 하고 있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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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 폴라코 | 미래아이
김미림·이종원 | ‘asst’ 대표
이진 4세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미림 안녕하세요, 저희는 네 살 아이가 있는 보통의 평범한 부모입니다. 소박한 물건을 소개하는 ‘asst(A Small Simple Thing)’라는 브랜드를 작게 운영하고 있어요. 요즘 우리 아이 최대의 관심사는 자동차예요. 걸음마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의 눈길과 관심을 사로잡는 주제죠. 잘 웃고 잘 뛰고 에너지 넘치는 외향적이고 밝은 성향의 아이예요.
SNS를 통해 진이네 가족의 일상을 살피고 있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셔서 그런지 집 안에 아이를 위한 가구나 물건들이 많더라고요.
미림 저희가 소개하는 제품들은 원래 다 직접 집에서 쓰려고 만든 물건들인데, 조금씩 비슷한 취향의 엄마들이 하나 둘 문의해 주시고 구매해 주세요. 저의 소소한 취미이자 취향 나눔 활동 정도죠(웃음). 아이가 자라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일반 판매 제품을 제작하고 있어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격도 높은 편이지만 좋은 소재, 내가 원하는 쓰임에 딱 맞는 디자인, 우리 집에 딱 어울리는 물건을 만들고 나면 만족스럽게 오래 쓸 수 있어요. 아이가 더 어릴 때는 잘 넘어지니까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처리하면서 안전을 고려했어요.
그중에서도 우드 책장이 참 예쁘더라고요. 아이가 책을 쉽게 고를 수도 있고요. 집에서 아이 책은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미림 책장에 보관할 수 있는 책의 권수가 넘어가면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의무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압박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새로운 책을 들이면 기존 책은 내보내면서 수급과 방출을 반복해요. 책 권수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거죠. 책장에는 요즘 잘 읽는 책만 진열하고 책장에 못 들어가는 책이 있으면 바구니를 이용해서 보관해요. 책은 안방, 거실, 아이 방까지 아이가 잘 머무르는 세 공간에 골고루 분산해 놓았어요. 어디서 놀다가도 눈이 가면 하나씩 쓱 뽑아 보게끔 하는 거죠. 저마다 가족들만의 책 보관법이 있겠지만 활동적인 우리 아이가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데 효과적인 방법 같아요.
활동적인 아이는 어떤 책을 즐겁게 읽는지 궁금해요. 책보다는 움직이는 걸 좋아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미림 활발한 아이라 그런지 중간중간 익살스러운 팝업이 있는 책을 좋아해요. 아끼는 책은 아주 많은데요. 딱 하나만 꼽자면 찰리칙Charlie Chick 영어 원서 책이에요. 아직 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깔깔거리며 처음으로 좋아한 책인데 매번 읽어도 늘 좋아해요. 손가락으로 모이를 따라가 먹는 흉내를 내고 팝업이 나올 때마다 일부러 장난스럽게 오바해서 (웃음) 읽어주는데, 팝업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웃으려고 입술이 꼬물거려요. 엄마는 조금 지겨워졌지만 아이는 아직도 이틀에 한 번씩은 꼭 읽어 달라고 골라오는 책이에요.
책 읽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너무 귀여워요(웃음). 영어 원서그림책을 자주 읽어주시나 봐요?
미림 저희 부부는 처음 그림책 읽어줄 때 정한 규칙이 있어요. 저는 영어 원서 그림책, 남편은 한글 그림책을 다섯 권씩 분담해서 읽어주기로 했어요. 이런저런 그림책 육아 관련 책들 읽다가 ‘최고의 교육은 아빠가 읽어주는 책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 아빠에게 하루 책 다섯 권씩은 꼭 읽어 달라고 부탁했죠. 남편이 정말 피곤한 날에도 책을 꼭 읽어주며 약속을 지키고 있는데 무척 고마운 부분이죠(웃음).
종원 아빠와 아들의 유대감 형성에 가장 좋은 것이 ‘독서’라고 아내에게 늘 강요받아 왔어요(웃음). 이제는 잠들기 전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게 습관이 됐어요. 처음에는 아이에게 소리 내서 책을 읽어준다는 게 조금 낯설게 느껴져서 오글거리고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고양이부터 시작해서 공룡까지 변신이 가능하답니다. 단순히 글을 읽기보다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최대한 가미해서 재미있게 읽어주려 해요. 요즘은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것을 넘어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느낀 점과 기분을 조금씩 나누려 노력하고 있어요.
함께 아이를 위한 약속을 지켜가고 있네요.
종원 자연스러운 독서 습관을 위해 아이가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도록 유도하며 책꽂이에서 책을 고르는 일을 놀이처럼 느끼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책 읽기는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 중 하나처럼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미림 한 번에 많이 읽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읽는 게 중요해요. 일단 저희 아이는 낮에 특히 더 활동적이기 때문에 따로 앉혀서 책 읽는 분위기를 잡기는 조금 어렵더라고요. 가만히 앉혀 놓고 읽어주려 해도 좋아하는 책만 반복해서 보려고 하거나 책을 덮어버리고 탈출하려고 하니 애써서 읽어주는 일이 참 힘들었는데 잠자리 독서는 거의 모든 책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니 수월했어요(웃음). 부모도 아이도 편한 방법으로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습관을 들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매일 저녁 양치질을 하고 누워서 책 읽는 과정이 쭉 이어지는 루틴이에요.
그림책은 가족에게 어떤 추억을 남길까요?
미림 서로 몸을 붙이고 기대 앉아 읽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울고 웃고 감동받는 일이 참 소중해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 그림책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가 우리 곁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귀 기울일 날들이 얼마나 남았을까요. 벌써 커가는 게 아쉬운데 조금이라도 오래 꼭 붙어서 그림책 읽기를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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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책읽는곰
양윤정 | ‘타래타래’ 대표
최정원 4세
정원이를 소개해 주세요.
정원이는 네 살이고요. 또래보다 키는 크지만 9월생이라 아직은 아기 시절을 지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 자동차를 좋아했다가 요즘은 공룡에 눈을 떴어요. 그런데 아직 아주 큰 공룡은 무서워해요. 고양이도 좋아하지만 무서워서 다가가지는 못하는 쫄보랍니다(웃음).
좋아하는 건 많지만 아직 조심스러워하는군요(웃음). 정원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책을 읽는다고 들었어요. 책 읽는 시간을 정말로 즐기는 것 같아요.
정원이가 막 기어 다니다가 겨우 잘 앉기 시작할 때부터 동화책을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혼자 외출해서 두 권 정도를 먼저 읽어보고 나중에 데려와서 읽어주었는데요. 곧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10개월 정도부터는 본격적으로 새 책을 사 와서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쉽게 빠지기 쉬운 영상물을 잘 보지 않아서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제가 재미있게 읽어주려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주로 글자가 적어 내용이 거의 없는 책들보다는 전달하는 ‘이야기’가 분명한 유아 책을 골라 읽어주려 노력해요. 아주 일찍 일어나는 아이라서 아침잠이 많은 엄마는 매일 힘들기도 한데요(웃음). 기특하게도 정원이는 먼저 일어나면 혼자 책을 보며 엄마를 기다려 주기도 하는 고마운 아이예요. 정원이와 책을 읽으며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어요.
정원이가 그냥 책을 좋아하게 된 게 아니었네요. 엄마의 시간과 노력이 있었던 거죠.
아직 3년 정도밖에 육아를 해보지 않아서 이렇다고 말하기가 조금 부끄러운데요(웃음). 서점에 함께 가서 책을 읽으며 즐겁게 보내는 시간이 아이에게 중요한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함께 책을 보고 본인이 좋아하는, 관심 있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이 결국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정원이가 책을 읽으며 성장한 점이 있나요? 책으로 인해 정원이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아이들은 보통 생활 속에서 단어와 말을 배우잖아요. 정원이도 그랬어요. 처음으로 제가 사 와서 읽어준 책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개 있어요?》였는데요. 주인공 아이가 존댓말을 써서 그랬는지 따로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존댓말을 잘 사용하더라고요. 좀더 자라면서는 아이의 환경과 관심사에 따라 책을 골랐는데, 정원이가 자신의 상황과 경험을 책 속 인물이나 이야기에 잘 대입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책 속의 행동과 말을 잘 따라 하며 개인적인 생각을 입히고 스스로 행동하더라고요. 책 속에서 바른 말과 태도를 곧잘 배워요. 주인공의 행동을 보고 팬티를 스스로 입게 되기도 했어요(웃음). 막 친구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는 관계에 관한 동화책을 읽어주었더니 친구의 감정을 기다리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책으로 학습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색깔이나 수 세는 법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어요.
정원이에게는 책이 선생님이고 친구네요. 이젠 정원이도 스스로 책 취향을 조금씩 만들고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아직은 제가 먼저 책을 다 읽어본 후에 보여줘요. 정원이의 관심사를 고려해 책을 전해주고, 혹여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내용의 책들은 되도록 읽히지 않고요. 그래도 서점에 가면 정원이에게 스스로 책을 고르게 하기도 하는데 요즘 바다 생물에 빠져 있어서 바닷속 친구들이 나오는 동화책을 계속 찾아오고 있어요. 《채소밭 차차차》는 정원이가 서점에 가서 제일 처음 골라온 책인데 언제나 다시 읽어도 변함없이 좋아해요. 《알사탕》은 사탕 맛을 모를 때 읽어주었는데요. 사탕을 먹게 되면서 더 공감하게 된 거 같아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친구에게 “나랑 같이 놀래?”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정원이가 동네 친구들을 우연히 마주치면 다가가서 “나랑 같이 놀래?”라고 먼저 말을 건 적이 있어요. 왠지 모르게 뭉클했던 순간이었죠. 《나는 개다》는 기차에 탄 동물 탑승객들의 각기 다른 취향과 서정적인 표현을 알려주는 동화책인데요. 제가 아무리 ‘하늘이 예쁘다’, ‘가을이 왔다’ 해도 공감을 잘 하지 못했는데 언젠가 공원 벤치에서 우유를 마시다 정원이가 “안녕, 노을.”이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요.
다정한 아이로 성장하고 있네요. 서점에 자주 가시는 것 같아요. 가족만의 루틴이 있을까요?
서점엔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요. 한 권을 사더라도 책을 고르고 읽는 시간을 저와 정원이 둘 다 즐기고 있거든요. 보통 두 권을 사는데 한 권은 제가 미리 정해서 ‘바로드림’ 서비스를 통해 먼저 구입해요.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함께 읽고 골라서 정원이가 직접 들고 계산대로 가서 사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이런 경험을 조금씩 더 채워주려 해요. 요즘은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도서관에서도 많은 책을 다양하게 읽고 있어요.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죠. 얼른 상황이 좋아져서 도서관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된다면 좋겠네요.
아이와 좋은 루틴을 만들어 갔네요. 책을 고르는 기준도 분명하실 것 같아요.
무조건 아이의 관심사를 1순위에 두고 정해요. 그다음은 글 속에 제 기준에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나 말, 폭력적인 성향이 보이는 책은 제외하는 편이에요. 꽃을 꺾는다거나, 화가 나서 괴물로 변해 물건을 던진다거나 하는 내용들이요. 아무리 좋은 작가의 유명한 책이라도 공중도덕과 예의를 배울 수 있는 측면이 제 생각과 조금 다르면 아직은 읽어주지 않아요. 모든 물건을 던지거나 함부로 하지 않게 가르치는데, 특히 책은 밟거나 찢지 않게 조심히 다뤄야 한다고 가르쳐요.
정원이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엄마에게 생긴 변화도 있을 것 같아요.
정원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인문학 서적을 아주 좋아했어요. 정원이와 책을 함께 읽으면서 저에게 또 다른 깊은 울림을 주는 게 동화책이에요. 교훈을 얻기도 하지만, 감정적인 면에서 아이와 동화된다고 할까요. 《초록 거북》를 읽으면서 정원이가 “나중에 엄마랑 아빠에게 정원이가 멋진 경험을 하게 해줄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저희 부모님 생각도 나면서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뭉클해요. 책을 통해 아이와 함께 자라는 느낌일까요?
그림책을 보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 같아요. 끝없는 상상의 나라에 다녀올 수 있고요. 평소에는 알기 힘든 아이의 생각을 책을 함께 읽으며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도 저희 가족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아빠와 읽을 때 아이의 생각과 말이 다르고 엄마와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 알게 되는 거죠. 저희 가족은 아이의 성장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요. 그 무엇보다도 책을 함께 읽는 시간을 아이가 즐거워하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이에요.
READ A BOOK TOGETHER!

릴리아 | 킨더랜드
에디터 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