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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과 산속의 캠핑장
장기 여행은 어쩔 도리 없이 포기했지만 짧고 굵게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단기 여행은 조심스레 떠나볼 만하다. 그늘 하나 없는 햇볕 아래 몸이 따가워도, 자고 일어나면 여기저기 산모기에 물려 발갛게 부어 올라도 짧은 캠핑이 주는 맛은 달콤하다. 캠핑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캠핑장 두 곳을 소개한다. 기사를 다 읽기도 전에 말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우리, 캠핑 갈까?”
서울에서 두 시간여 떨어진 충북 보은의 한 시골 마을에 드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잔디밭 사이에 난 길을 가로질러 가면 가로로 긴 납작한 건물과 정면에 새겨진 ‘AROUND VILLAGE’라는 글자가 보인다. 이곳은 한때 어느 학교의 분교였다. 왁자지껄 떠들던 학생들의 목소리와 웃음을 머금고 캠핑장으로 다시 태어난 지 올해로 6년이 되었다.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AROUND》의 발행인 송원준 대표는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캠핑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양평에 있는 운동장을 빌려 《AROUND》를 만들고 읽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축제를 연 것. 서로 얼굴을 아는 사람들과 처음 보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경계 없이 허물어지는 이상하고 유쾌한 축제였다. 그 이후 몇 번의 페스티벌이 더 이어졌고 이런 축제를 하고 싶을 때마다 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전국의 독자들이 찾아오려면 우리나라 중간쯤이 좋을 것 같았고, 이왕이면 도시에서처럼 눈치 보지 않고 놀 수 있는 캠핑장이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새로운 형태의 캠핑장이 만들어진 덕분에, 사람들은 70년도 넘은 커다란 나무 아래에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언제든 잔디 마당으로 뛰어나가 놀 수 있게 되었다. 긴 세월만큼 고즈넉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드리우는 햇빛에 비치는 교실 곳곳의 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찾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빌리지에는 갖가지 텐트와 사람들이 머물고 떠나기를 반복한다.
빌리지의 숙박 형태는 캠핑, 글램핑, 게스트룸, 별채로 나뉜다. 가장 규모가 큰 캠핑존은 50여 개의 사이트로 채워져 있고, 글램핑장 다섯 개, 게스트룸 네 객실과 별채 하나가 있다. 가족 이용객이라면 반길 만한 놀이 시설도 소소하게 마련되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나무 놀이터다. 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에게 살아 있는 나무에서 노는 경험을 주고 싶어 만든 놀이터는 날것의 재미를 준다. 커다란 나무 위에 지하수를 끌어다 쓰는 호스를 연결해 두어 물과 모래놀이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했는데, 흩뿌려지는 물을 나무가 다시 마시며 아이와 나무의 에너지가 돌고 돈다. 또 한 가지 인기를 끄는 건 바로 고양이들. 한 두 마리씩 찾아오던 길고양이들은 어느새 빌리지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4년 전쯤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또 다른 고양이들이 모여들면서 이제 빌리지는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어요. 여기서 태어난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오히려 먼저 다가와 애교를 부리기도 하죠.”
나무와 풀을 부지런히 관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빌리지에선 정말 빠른 속도로 나무와 풀이 자라나요. 풀들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건 힘들지만 불편을 주는 잡초들만 잘라내는 방식을 택했어요. 독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어라운드 빌리지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세심하게 살피며 자연과 캠핑장, 이용객 모두를 위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본관
폐교된 분교를 개조해 만들어졌지만 옛날 학교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걸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나무 바닥과 복도의 신발장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어린이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교실 안은 가족의 대화로 따뜻하게 채워진다.
카페
본관 내에 위치한 작은 카페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실내로 들어오면 부드러운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매점과 겸하고 있어 캠핑에 필요한 소품, 간단한 주전부리와 식재료, 그리고 《WEE》와 《AROUND》를 비롯해 어라운드에서 발간한 모든 책을 구매할 수 있다.
뒷건물
본관 뒤에 있는 ‘뒷건물’은 1960년대 지어진 건물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다녔을 학교의 모습이라 애틋한 추억은 없더라도 예스러운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창문에 붙은 88호돌이 스티커가 방문하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곳은 현재는 전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소리나, 곽호성, 곽루리 가족
어라운드 빌리지를 찾은 이유
결혼 전에 친구와 함께 어라운드 캠핑 페스티벌에 가서 생애 첫 캠핑을 했어요.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과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 텐트 안에서 친구와 이야기 나누던 시간이 참 행복했죠. 엄마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최근 캠핑을 가려고 지인에게 추천받은 캠핑장이 어라운드 빌리지였어요.
캠핑을 즐기는 방식
아이가 다섯 살이 된 올봄 덜컥 카라반을 계약했어요. 그 카라반을 가지고 가려고 캠핑 사이트를 예약했고, 잔디밭에서 어라운드 빌리지의 폐교 건물을 바라보며 지냈어요.
어라운드 빌리지에서의 하루
캠핑장에 들어와 카라반을 세우고 텐트를 편 다음 아이와 함께 건물 안을 둘러봤어요. 카페에서 판매하는 예쁜 색종이를 사 와서 아이와 색종이 갈란드를 만들고, 카라반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우리만의 파티를 열기도 했네요. 밤에는 장작에 불을 피워 모닥불을 보며 마시멜로도 구워 먹었어요. 아이에게는 달콤하고 잊을 수 없는 첫 번째 캠핑으로 기억되겠죠?
가장 좋아하는 스팟
매점과 함께 있는 카페가 좋았어요. 캠핑을 갈 때 보통 커피를 가지고 다니며 직접 내려 마시곤 했는데 캠핑장 안에 편안하고 감성적인 카페가 있어서 가족 모두 커피와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어요. 아이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건물 앞을 산책하다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도 좋았고요.
알려주고 싶은 팁
어라운드 빌리지 내외부에 예쁜 포토존이 많아서 즐거운 시간을 사진으로 담으면 좋을 것 같아요. 캠핑존은 넓은 잔디밭이라서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챙겨 가는 게 좋아요. 저희는 캠핑장에 갈 때마다 작은 초록색 배스텁을 가지고 다니는데 흙 묻은 손발을 헹궈주기에도 좋고, 아이가 어리다면 공용 샤워장에서 아이 욕조로 사용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사방이 푸른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산속, 그 사이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는다. 강원도 원주의 백운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느리고 여유로운 캠핑장 ‘캄파슬로우’에 텐트를 치기 위해서다. 백운산은 장은석 대표의 유년 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여름에는 계곡에서 가재를 잡고 곤충을 채집했고, 가을에는 열매를 따고, 겨울에는 눈썰매를 타며 익숙하고 평화롭게 자연과 노닐었다. 그 마음을 이어, 사람을 보듬는 자연을 존중하면서 캠핑장을 하나하나 완성해 갔다.
“캠핑장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쉬고 싶을 때 찾는 곳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편안하게 관찰하며 쉴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사이트를 많이 배치할 수 있는 평지를 만들려고 산을 깎기보다 경사진 곳들을 그대로 두고 나무 사이사이, 바위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사이트를 배치했죠. 찾아와 주시는 분들이 면적에 비해 사이트 수가 적고 사이트 간격이 넓어서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씀하세요.”
캠핑장이 소규모인 탓도 있지만 아름다운 경관과 프라이빗한 공간 덕분에 캄파슬로우 예약은 여간 쉽지 않다. 일곱 개의 데크 사이트, 두 개의 백패커 데크 사이트, 워터 하우스, 트리 하우스, 방갈로 하우스 총 세 개의 글램핑 사이트와 한 개의 두 가족 사이트는 매년 봄, 여름, 가을-겨울 세 번 예약을 오픈할 때마다 금세 자리가 찬다. 운 좋게 예약에 성공한 이들은 반려묘 삼식이, 반려견 루키, 루나, 똑순이가 반갑게 맞이하는 캠핑장으로 발을 디디며 자연을 만끽할 기회를 얻는다.
마음에 휴식을 주는 시설들도 인기의 이유 중 하나다. 계곡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느린책방과 우드카빙 클래스가 열리는 느린공방, 핸드메이드 블랭킷과 러그, 법랑 그릇 등 캠핑 소품을 판매하는 와로롯 마켓 등은 캄파슬로우가 추구하는 ‘느리지만 분명한 쉼표’라는 방향을 잘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가족 이용객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것은 느린공방의 우드카빙 클래스로, 원주에서 나무 공방을 운영하는 전문가와 함께 숟가락, 젓가락, 국자, 뒤집개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수업이다. 아직 조각도 사용이 어려운 어린이들은 어느 정도 조각된 포크나 잼 나이프를 사포로 갈아서 완성할 수 있다. 귀로는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고 나머지 감각은 나무를 깎는 데 오롯이 집중하다 보면 생각보다 더 깊은 평온함이 찾아온다. 공방에서 만든 가볍고 튼튼한 도구는 캠핑용품으로 맞춤이어서 캠핑장에서 캠핑 도구를 만드는 색다른 추억을 얻어 갈 수도 있다.
처음 캠핑장을 열 무렵 캄파슬로우는 ‘쉼표’를 완성하기 위해 자꾸만 무언가를 더했지만, 이내 더 편리한 시설이나 오락거리를 채워 넣는 것은 진정한 휴식을 방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는 빼기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캠핑장을 선택할 때 수영장이 있는지 없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이 더운 여름에 수영하고 놀면 좋죠. 하지만 인공적인 수영장에서 노는 것보다 계곡에서 물고기를 관찰하고 계곡의 돌이 어느 부분이 미끄러운지, 얼마나 다양한 모양과 색의 돌이 있는지 찾아보는 게 더 재미있는 일 아닐까요? 자연 속에서는 돌멩이 하나로도 아이와 부모가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솔방울, 도토리, 나뭇가지 같은 자연 속의 모든 것들이 장난감이 되죠. 이곳에서만큼은 사람의 오락거리를 위해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고 싶어요.”
캄파슬로우를 떠올릴 때 어떤 단어가 함께 떠올랐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장은석 대표는 ‘숲’이라고 대답한다. 산과 가까이 있는 숲에 서서 대자연을 바라보고 존중하는 마음. 모두에게 그런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작은 바람이자 캄파슬로우를 만든 이유이기 때문이다.
트리 하우스
키가 큰 층층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나무 바로 옆에 만든 2층짜리 방갈로. 1층에서는 계곡을 보면서 식사와 휴식을 즐기고, 2층은 잠을 자는 공간이다. 방갈로가 나무 중간쯤에 위치해서 나무 속에서 자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층 테라스에서는 해가 지는 방향의 산 능선이 잘 보여서 운이 좋으면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다.
느린책방
이용객들이 조용한 숲속에서 책 한 권 편히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작은 책방이다. 대표가 직접 가져다 둔 책들과 새로 산 책 그리고 이용객이 기증한 책으로 채워졌다. 여행, 취미, 사회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책들과 매거진, 아이들을 위한 책이 있으며, 책방 뒤 테라스에는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는 해먹도 마련되어 있다.
느린공방
닭장으로 쓰던 공간을 개조해 우드카빙 수업을 하는 공방으로 만들었다. 돔 형태의 프레임 내부에 기둥과 천장을 덮었더니 독특하고 재미있는 형태가 되었다. 얼마 전 끈으로 다래 넝쿨과 지붕을 연결해 주어서, 내년 이맘때쯤에는 멋진 다래 넝쿨 지붕이 완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업 일정은 캄파슬로우 SNS나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시기에 따라 운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태연, 장지호, 장유진 가족
캄파슬로우를 찾은 이유
다른 캠핑장에 비해 사이트 수가 적고 간격이 넓어서 아주 프라이빗한 캠핑을 즐길 수 있어요. 산속에 있어 자연을 느끼며 편안히 쉴 수 있고, 시설도 정말 깨끗해요. 무엇보다 주인장님의 센스가 곳곳에 묻어 있어서 갈 때마다 많은 영감을 받게 돼요.
캠핑을 즐기는 방식
저희 가족이 처음 캠핑을 시작한 건 잠시 미국에 체류했을 때였어요. 국립공원이며 사설 캠핑장이며 여기저기 아름다운 곳이 많은 데다가 비용도 저렴했거든요.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트레킹을 즐기더라고요. 저희 가족도 캠핑 와서 무언가 특별한 걸 하려 하지 않고 그냥 자연 속에 있는 시간을 충분히 즐기려고 해요.
캄파슬로우에서의 하루
보통 1박 2일 동안 지내요. 텐트를 치고 나면 각자 좋아하는 걸 하죠. 딸아이는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고, 저는 맥주를 마시고, 신랑은 산책을 하거나 주변 정리를 해요. 저녁 식사를 마치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캠프파이어를 하는데요. 구운 마시멜로를 특히 좋아해서 한 열 개쯤 먹는데, 캠핑 와서만 먹는 특별 디저트니까 넘어가 줘요. 각자의 시간을 보내지만, 집에 있을 때와 다른 점은 서로 짜증 내지 않는다는 거,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거예요.
가장 좋아하는 스팟
노을 지는 시간과 느린책방 테라스를 가장 좋아해요.
알려주고 싶은 팁
시즌 예약이 오픈하면 꼭 먼저 2박을 공략하세요. 예약에 성공하기가 워낙 어렵고, 하루만 묵기에는 아까운 곳이거든요. 캄파슬로우를 처음 방문하신다면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을 추천해요. 캠핑장이 산속에 있어서 일교차가 매우 심하니 항상 두꺼운 겉옷과 반팔을 같이 챙겨 가시면 좋아요.
에디터 이다은
사진 어라운드 빌리지, 캄파슬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