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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수의 마을에 놀러 오세요
작가 무과수
무과수가 꿈꾸는 마을에는 자신과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소신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재능과 가진 것들을 나눈다. 그 모든 것은 두 배, 세 배가 되어 마을을 더욱 풍성하게 가꿔간다. 원래는 돈을 써야만 할 수 있는 일, 사용할 수 있는 물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함께 제공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쓰는 것보다 나누는 것, 소비보다 공유하는 것이 무과수 마을의 삶의 방식이다.
작년 여름에 《어라운드》 인터뷰로 만난 후 한 해가 지났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지난 1년은 사실 좋은 일보다 몸이 아파서 멈춰 있던 시간이 더 길었어요. 동시에 번아웃이 찾아와서 일상을 회복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지금은 괜찮아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했어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요(웃음).
다행이네요. 새로운 프로젝트는 어떤 걸까요?
의미 있는 연대를 만드는 프로젝트 그룹 ‘위그투’를 결성해 거창의 ‘사과나무 분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도시사람들은 마트에서 농작물을 사 먹으면서 늘 결과만 소비하잖아요. 우리가 먹는 농작물이 시골에서 어떻게 자라고 재배되는지 그 과정을 저만의 방식으로 공유하고 싶었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자기 이름으로 된 사과나무를 가질 수 있어요. 농부의 관찰 일지도 뉴스레터로 받아볼 수 있고요.
새로운 소비 방식을 제안하는 거네요.
그렇죠. 건강상의 이유로 건강한 먹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점점 먹는 재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지더라고요. 재배 방식부터 마트까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에 대한 과정도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음을 담아 성실하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있는 농장을 조명함과 동시에 도시 사람들도 양질의 농작물을 제공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취지예요. 어느새 ‘무과수’ 하면 건강한 음식 문화가 떠올라요. 요즘은 어떤 음식 재료를 소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늘 제철 채소 위주로 먹고 있는데 요즘은 두릅이 철이에요. 봄나물이 한창 많이 나올 때라서 페스토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요. 두릅 물김치를 최근에 샀는데 생소한 맛이었어요. 같이 먹어볼까요? (냉장고에서 꺼내 온다.) 자, 시식이 있겠습니다(웃음).
(물김치를 먹고) 오 정말 건강한 맛이 나요(웃음).
나중에 소면 삶아서 국수로 해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웃음). 집 근처에 마트부터 시장, 작은 상회가 모여 있어서 좋아요. 가게마다 장단점을 보완해서 다니고 있어요. 특히 상회에 가서 재료마다 요리법을 여쭤보면 잘 알려주셔서 장 볼 때 도움이 많이 돼요.
좋네요. 이제 더 본격적으로 소비 이야기를 해볼게요. 무과수를 설레게 하는 소비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 취향에 맞는 물건을 만드는 브랜드를 찾았을 때 발견하는 기쁨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지금은 물건을 사면서 얻는 만족감이 예전만큼 크지는 않아요.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또 실패하면서 새로운 단계에 다다른 것 같아요(웃음). 그 사이에 취향이 더 확고해지면서 물건 하나를 살 때 고민의 시간은 길어졌죠. 가짓수는 줄었고요. 계속 물건을 줄이고 있는 단계지만 미니멀리스트까지는 아니에요. 대신 물건을 살 때 왜 살까, 소비하기 전에 스스로 되물어요. 전에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아도 예쁘니까 사는 경우가 많았고, 수집을 좋아해서 안 쓰는 스티커부터 편지지까지 자잘한 것들을 모았는데요. 이제는 소유하는 순간을 넘어서 사용과 쓰임을 생각하게 돼요. 물건은 진정으로 잘 쓰였을 때 제 기능을 하는 거니까요. 그게 아끼는 물건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죠.
어떤 경지에 오른 건가요(웃음).
이제는 물건에 짓눌린 느낌이 싫어요. 청소도 힘들고요. 최근에 옷장을 정리하면서 거듭 깨달았어요. 아직도 너무 많구나. 안 입는 옷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라고요. SNS와 당근마켓에서 모두 팔아버렸어요. 꽤 쏠쏠하게 벌었죠(웃음). 찾아보니까 기부할 수 있는 단체도 많더라고요. 기부 내역도 연말 정산에 포함돼서 돌아온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물건을 비운다고 버리는 것도 일이잖아요. 예전에는 원플러스원이라고 하면 무조건 사야할 것 같았는데 이젠 돈이 더 들더라도 정말 좋은 물건을 쓸 수 있는 만큼만 사자는 주의로 소비 습관을 바꿨어요.
오랜 경험으로 소비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네요.
그렇죠. 가장 중요한 건 할머니가 되어서도 곁에 둘 수 있는지 고민하는 거예요. 앞으로 사는 물건은 할머니가 된 무과수의 집에도 어울리는지, 그때까지도 온전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되겠죠. 그러기 위해서 변하지 않을 취향을 쌓아가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원래 유행에 썩 민감하지 않은 편이기도 하고요. 지금 입은 셔츠도 할머니가 돼서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웃음)?
현명한 소비 기준이에요. 무과수의 재테크 방식이 궁금해지는데 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요즘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주식을 안 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잖아요. 처음엔 나도 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많았어요. 하고 안 하고를 결정하기 전에 그게 뭔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 경험해보고 판단해야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재테크를 시작하기 전에는 일단 자신의 소비 패턴을 돌아보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서 어느 정도 돈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시드머니’라고 하죠.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소비에 대한 습관이 잡혀있지 않으면 도돌이표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가계부를 수기로 써서 관리했는데, 요즘은 ‘뱅크샐러드’로 소비와 자산 상태를 매일 편하게 확인하고 있어요. 제가 과소비를 하면 ‘이대로 가면 파산’이라며(웃음) 경고도 해줘요.
부지런하네요. 전 사실 제 통장 상태를 회피하고 있어요….
안 돼요. 마주해야죠. 마주해야 바뀔 수 있어(웃음).
명언이네요(웃음). 지금은 잘 관리하고 있지만 무과수도 돈 관리를 피하던 시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피하기보다는 사실 관리할 돈도 별로 없었죠(웃음). 저도 돈 때문에 작아지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인생에서 항상 돈은 우선순위는 아니었어요. 어머니가 항상 ‘돈은 좇는 게 아니고 따라오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다행히 제 커리어에 진정성을 갖고 일하다 보니까 어느순간 돈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시작했어요. 지금도 돈이 넘칠 정도는 아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출 비용과 행복이 비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본인이 만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액수를 아는 거예요. 이 정도면 그래도 살아갈 수 있겠다 하는 정도를 아는 것이요.
새롭네요. 돈은 많을수록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적정치를 찾을 생각은 못 했거든요.
대부분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금액을 몰라서 계속 많이 벌 생각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100세 시대이고, 평생직장도 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나이까지 살아가려면 지금의 내가 얼마나 더 고생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싶고요. 사실 얼마가 있으면 충분한지 알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하지만 적정치를 어느 정도 알면 필요한 돈의 금액을 환산할 수 있게 되고, 노동에 써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짐작해 볼 수 있게 되죠.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할지, 시간과 돈을 환산해 봤나요?
일을 하는 목적이 돈은 아니라서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정하지는 않았는데요. 지금의 생활비 정도로 환산해보면 3년 정도는 쉬어도 되지 않을까(웃음) 해요. 생각보다 한 달에 쓰는 금액이 많지는 않아서요.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아끼려고 노력하거나 저가의 물건을 사는 건 아니고요. 같은 돈을 쓰더라도 예전에 비해 훨씬 돈을 제대로 쓸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적정치를 정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자기 자신을 잘 안다는 의미 같아요. 이런 맥락에서 무과수는 어떤 사람인가요?
일상이 단단한 사람. 어떤 분이 ‘무과수는 일상을 텃밭처럼 잘 가꾸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았어요. 저는 매일매일 주어진 시간을 미루지 않고 부지런히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아침 챙겨 먹고 운동도 하고, 작은 베란다 텃밭도 기르고 동네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면서요. 직장인으로 일을 하는 것 이외에도 지켜야 할 일상이 아주 많은 사람이죠. 요즘은 그 밸런스가 너무 좋아서 행복해요.
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최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