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Into The Bookshop

작은 책방에서 마주치는 것들 : 어쩌다 책방

‘읽을 만한 책 뭐 없나?’ 할 때 들르는 곳이 있다. 골목 깊숙이, 망원동의 시끌벅적한 기운을 모른 체하듯 차분한 가게. 읽고 싶은 책, 알고 싶은 작가와 마주칠 일을 기대하며 향하는 곳. 어쩌다 책방이다.

책방의 유리문

작은 가게들의 경제적, 공간적 부담을 덜고자 세워진 어쩌다 가게@망원 1층에는 책방이 있다. 유리벽 너머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어쩌다 책방에는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어쩌다 가게의 입주자, 생소한 건물을 구경하는 사람, 책을 읽으러 온 손님, 동네 고양이. 책방은 읽을 걸 소개하고 내어주는 것만큼이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에 충실하다.

어쩌다 책방의 책과 책, 책과 사람 사이에는 가까운 듯 적당한 간격이 있다. 책방은 서가를 빼곡하게 채우는 대신 각각의 책이 돋보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여러 사람이 펼쳐보는 만큼 한 권만 상하지 않게 여러 권을 두고, 손님이 책의 상품적 가치를 의식할 수 있게 공간을 편집숍 분위기로 꾸몄다.

작가의 이름

어쩌다 책방은 매달 한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과 그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이달의 작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내 작가인 경우에는 한 달에 하루 책방에 나와 카운터에서 손님을 만난다. 매달 달라지는 책 커버도 있다. ‘이달의 작가’ 서가에서 책을 고르면 작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종이 커버를 접어 책을 포장해준다. 작가의 팬은 물론 책방 손님들에게 꾸준한 재미와 기대를 심어주는, 작지만 확실한 매력 포인트다.

작은 책방에서 한 작가에게 서가 절반을 내어주는 일은 쉽지 않다. 어쩌다 책방은 이런 부담을 기꺼이 감수할 만큼 좋아하는, 그러니까 한 달 내내 소개하고 싶은 작가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함께하는 한 달이 지나면 작가는 책방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떤 책이 반응이 좋았고 어떤 손님에게 권했는지,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작가와 손님, 책방의 운영자는 오묘하고 아늑한 간격을 두고 서로를 듣는다.

서가를 꾸미는 손길

김수진 디렉터

어쩌다 프로젝트 공간 기획
어쩌다 책방, 어쩌다 산책 기획·운영·디자인 총괄

어쩌다 책방은 ‘어쩌다 프로젝트’의 이름을 딴 첫 번째 가게예요.

어쩌다 가게 1층은 입주자들이 편히 오가며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는 곳이 되길 바랐어요. 손님에게 이 플랫폼을 소개하는 역할도 하고요. 제가 어쩌다 프로젝트에 합류했을 땐 책방 자리에 서점이자 라운지인 ‘B LOUNGE’가 있었어요. 공간의 역할과 정체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이름으로 바꾸게 되었죠.

 

그래서인지 어쩌다 책방은 소통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한 달에 한 번, 손님들이 ‘이달의 작가’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날도 있죠?

네, 작가님이 책방을 하루 봐주시는 거예요. 한 명이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 좀더 사적인 분위기로 담소를 나누는 행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걸 기획할 때는 저 혼자 책방을 운영하던 시기라 북토크처럼 규모 있는 행사를 진행하기가 어렵기도 했고요.

 

김애란, 이슬아 등 그때그때 가장 사랑받는 작가분들을 섭외하셨어요. 이달의 작가 선정 기준이 있나요?

이달의 작가 섭외 원칙은 세 가지예요. 첫째, 읽어보았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을 만큼 좋았다. 셋째, 책방에 오실 수 있다(웃음). 늘 바라는 대로 섭외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1년 단위로 섭외하고 싶은 작가님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성비나 활동 기간 등을 고려해 균형 있게 선정하려고 해요.

 

책방을 관리하는 일이 바빠 많은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매번 직접 읽은 책의 작가를 섭외하신다니 놀랐어요.

책방 프로그램은 운영하는 사람이 한 달 동안 집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해요. 특히 이달의 작가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책은 꼭 완독한 후에 솔직하게 소개하죠.

 

어쩌다 책방을 시작부터 이끌어오신 디렉터님께 묻고 싶어요. 책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오래 간직하고 싶은 하나를 꼽으면 무엇인가요?

같이 일하는 동료요.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를 함께 만들어주는 동료들에게 늘 고맙고 많이 배우고 있어요.

 

반대로 때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며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이 있나요?

지금은 대부분의 일을 책방 안에서만 고민하고 만들어요. 앞으로는 다양한 창작자분들과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어요. 어쩌다 산책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고요.

 

어쩌다 책방이 책과 사람에게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내부적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손님에게는 변함없이 제 역할을 하는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일이 곧 매일 새로워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내일의 어쩌다 책방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이 많이 팔려서 서가가 텅텅 빈 모습이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윤지희 매니저

어쩌다 책방 기획·운영

하루의 대부분을 책방에서 보내고 계시죠. 책방 운영자의 일과가 궁금해요.

먼저 책방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간단한 청소 후에 서가를 정리하고 신간 소식을 확인하죠. 책방에 들이고 싶은 책들을 고르기 위해 출판계 소식과 사회 이슈도 확인해요. 다른 시간에는 SNS 계정에 올릴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책 선물 포장에 사용하는 꽃을 사러 꽃 시장에 가기도 해요. 책방의 분위기와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드러나지 않는 작은 일들이 많아요.

 

포장 이야기를 하시니 말인데, 저는 ‘이달의 커버’를 참 좋아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책이어도 더 특별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커버는 ‘사적인 서점’의 운영자 정지혜 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책을 보호하는 역할뿐 아니라 매달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책방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죠. 지금까지 50개 넘는 커버를 직접 만들었어요. 디자인을 전문으로 공부한 게 아니라 늘 한계에 부딪히는데, 그때마다 손님들에게 의견과 도움을 받아요. 커버를 좋아해주시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즐거워요. 매달 모으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큐레이션에 관해서도 물어보고 싶어요. 책을 고르는 매니저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우선, 저희 책방은 서가가 아주 작아요. 다양한 책을 동시에 소화하기 힘든 환경이니 자연스레 제 관심사나 흥미 위주로 서가를 구성하게 돼요. 읽고 싶은 책이나 읽어보고 정말 좋아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들이는 경우가 가장 많죠. 두세 번 보아도 새롭게 보일 책을 두려 해요.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면, 어떤 사람이 읽을지도 상상하며 고르시나요?

그렇죠. 독서가 익숙한 분들은 이미 자신만의 독서 취향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읽고 싶은 책’이 머릿속에 어렴풋이라도 자리 잡고 있는 거죠. 책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는 분에게는 어쩌면 저희 책방보다 대형 서점의 장바구니가 더 필요할지도 몰라요. 그래서 전 아직 독서의 즐거움을 모르는 분들을 더 자주 생각해요. 그분들이 어쩌다 책방에서 산 책을 계기로 독서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 바라면서요.

 

이렇게 들어보니 책방을 찾는 손님이 참 다양하네요.

맞아요. 평일과 주말의 손님도 확연히 달라요. 평일에는 혼자 오시는 단골손님이 많은데, 주로 주변 회사에서 근무하는 분들이에요. 주말에는 망원동에 나들이 오신 손님들이 두세 분씩 함께 찾아오세요. 좀더 가볍고 활기찬 분위기가 되죠.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지난가을, 오랜 단골손님께 책방에서 어떤 책이 가장 좋았는지 여쭤봤어요. 평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던 분이라 조심스럽게 여쭤보았는데, 고민해보고 대답하겠다며 그날은 그냥 가셨어요. 그런데 며칠 뒤에 편지 한 통을 가져오신 거예요. 책방에서 산 책 제목과 그 책들의 좋은 점을 네 장에 걸쳐 적으셨더라고요. 책방 동료 모두가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한참을 돌려가며 읽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작년 마지막 기획전인 <손님이 보내온 손 편지>를 준비하게 됐고요.

 

꾸준하고 깊은 사랑을 받는 어쩌다 책방이에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책방이 되길 바라시나요?

작은 책방도 오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방을 꾸려나가며 현실과 이상의 차이 때문에 괴로울 때가 많은데 그 간극을 좁힐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어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단골손님의 글씨

01 어쩌다 책방의 첫인상
02 다시 찾아간 이유
03 어쩌다 책방을 추천한다면 어떤 사람에게
04 어쩌다 책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05 어쩌다 책방에 딱 한 가지 변화를 줄 수 있다면
06 어쩌다 책방의 키워드

책, 그리고 취향

대형 서점과 인터넷 배송, 전자책 구독 플랫폼. 언제 어디서나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는 시대다. 이를 뒤로하고 작은 책방에 찾아가는 이유는 뭘까. 운영자의 의도가 한껏 묻어나는 공간과 성의껏 고른 책으로 채운 책장이 주는 안정감. 책방은 책 파는 가게를 넘어 안목과 취향을 공유하는 곳이 되고, 사람들은 취향을 찾아 시간과 발품을 들여 이곳에 모인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면 망원동의 작은 책방에 가보자. 어쩌다 마주친 책이 아무도 몰랐던 취향을 깨울지도 모른다.

A.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9길 74 어쩌다가게@망원 102호
H. instagram.com/uhjjuhdah.bookshop
O. 월-토요일 13:00-21:00,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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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나

사진 제공 어쩌다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