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Time To Focus On Me

온전한 쉬어감 : 홀리데이

창밖으로 살랑살랑 흔들리는 대나무가 보인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안심을 느낄 수 있다. 가만한 자세로 조금은 멀어져, 온전한 나의 마음을 풀어보는 이곳. 여기는 홀리데이다.

취향을 나누기로 한 부부

돌과 풀, 흙과 나무, 바람과 하늘. 이 모든 것이 모이는 장소가 있다. ‘홀리그린’과 ‘홀리우드’를 운영하는 김홍진, 신유미 부부는 작년 8월 강릉에 스테이 ‘홀리데이’를 열었다. 돌담 위에 지어진 이 집은 부부가 취향을 기록하면서 차근히 채워간 공간이다. 홍진 씨는 오랫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시절 전공을 살려, 식물을 가꾸어 집에 두었다. 식물을 돌보며 공유한 사진들이 인기를 끌었고 작은 선인장을 우연히 판매한 것이 첫 번째 홀리Holy 시리즈, 홀리그린의 시작이었다. 남편이 가꾸는 식물에 아내는 꼭 맞는 나무 화분을 만들었다. 점차 나무로 된 다른 소품까지 제작하며 같은 공간에 두번째 이야기, 홀리우드의 자리를 꾸렸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었어요. 퇴사 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싶었어요. 식물을 가꾸어 나누는 일이 마냥 좋았고, 다행히 저희 취향을 따라 좋아해 주시는 분들 덕에 잘 운영할 수 있었어요. 홀리데이는 홀리그린과 홀리우드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또 다른 우리 부부의 집이기도 해요.”

홀리데이는 여러 사람이 묵고 갈 수 있는 숙소지만 한편으론 부부의 두 번째 집이기도 하다. 남편이 가꾸는 식물, 아내가 만드는 나무 소품이 곳곳에 함께 있다. 두 사람의 손길이 담긴 이곳을 가만히 둘러보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된다. 다른 공간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둘의 마음이 어우러질 때 일어나는 어떤 울림. 천천하게 울려 퍼지는 기운이 공간 사이사이 배어든다.

지켜가는 일

홀리데이는 4대 가족이 살아온 오래된 구옥이었다. 쭉 늘어진 복도와 다락방, 주방엔 다른 방으로 음식을 넘겨주는 창까지. 오래전 한국 전통 가옥의 형태가 남아 있다. 부부는 낡음을 바꾸려 하지 않고 조금씩 다듬어가며 큰 틀은 그대로 두고 구석구석 자신들의 색을 입혔다. 들여오는 가구와 소품은 집의 구형에 맞게 시간을 품은 물건들로 채워갔다.

“공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있는 틀을 그대로 지키는 거였어요. 천장 목조와 다락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도 오래전에 처음 만들어졌을 때 상태 그대로예요. 생활하면서 다치지만 않게 다듬기만 하고, 가구나 소품도 되도록 빈티지 제품으로 채웠어요. 자연스럽게 나이 든 공간에 새것이 들어오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요.”

홀리데이가 더 특별한 이유는 위치에 있다. 강릉 도심 복판에 있지만 도시에서 느끼는 차가운 기운은 없다. 오히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자연 속으로 멀리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을 안겨준다. 공간 어디에나 있는 푸른 생명들은 머무는 사람에게 따뜻한 기운을 전한다. 몇십 년 전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에 또다시 자라나는 존재들.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들의 어떤 추억까지. 홀리데이엔 무척 많은 이야기가 쌓여가고 있다.

오롯이, 집중하는 일

홀리데이를 소개하는 문장은 ‘온전한 쉼’이다. 그 온전함이 궁금해서 물었다. 그저 쉬어가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오늘에 어떤 의미인지.

“홀리데이에 필수 가전은 일부러 두지 않았어요. 어느 집에나 있는 티브이와 소파가 없죠. 취사도 불가능하고요. 처음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당황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 부부의 가장 큰 취향이기도 해요. 이곳에서는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내고 가시길 바랐어요. 책을 읽거나 가만히 누워 있어 보기도 하고, 옆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도 하면서 조금은 잔잔한 시간을 보내고 가셨으면 해요. 이런 구조를 처음 구상할 땐, 고민도 많이 됐지만 다녀가시는 분들께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조용하게 머무르다 가는 이런 순간들이 곧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온전한 쉼은 곧 온전한 나를 바라보는 일과도 같다. 끝에는 홀리데이의 ‘Holy’라는 단어의 뜻을 한 번 더 살폈다. 무심코 스칠 땐 단순히 ‘휴가’를 떠올리기 쉽지만 ‘신성’, ‘집중’이라는 본래의 뜻을 함께 읽어낼 수 있다. 쉬어가는 시간 속에 그대로 빠져드는 일.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더 진솔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걷지 않는 걸음이다.

유연히 흘러간

신유미 홀리데이 대표

홀리데이를 강릉에서 시작하기로 한 계기가 있을까요?

제 고향이 강릉이에요. 자연히 남편과 강릉을 자주 찾았는데, 매번 저희 취향에 꼭 맞는 숙소를 잡는 게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두 번째 집을 만들기로 했죠. 막상 잘 가꾸어 놓고 보니까, 무척 좋은 공간이 되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없을 때 이 집을 다른 분들이 채워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홀리데이를 열게 됐어요.

 

홀리그린, 홀리우드, 그리고 홀리데이까지, 부부가 함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다른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10년 동안 패션 업계에서 일했어요. 해외에서 패션 잡화를 들여오는 일이었죠. 오랫동안 일하면서 즐거웠고 성취감을 얻기도 했지만 늘 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하고 남편이 먼저 시작한 홀리그린을 이어 홀리우드를 함께 운영하기로 했어요.

 

가장 처음은 홀리그린이에요. 시작은 어땠나요?

남편이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식물을 키운 일이 시작이었어요. 둘 다 관심사가 같아서, 주말만 되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희귀한 식물도 찾아보고 좋아하는 걸 하나씩 모으기도 하면서요. 그렇게 꾸며진 우리 집을 SNS에 공개하면서 많은 분들이 식물에 관한 문의를 주셨어요. 아마 저희가 식물 판매를 하는 사람들인 줄 아셨던 것 같아요(웃음). 우연히 선인장 하나를 팔게 되면서 점점 문의가 늘어났고, 식물을 가꿀 공간까지 필요해졌어요. 그 공간이 홀리그린이 되었고요.

 

그다음, 홀리우드는요?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식물 품종은 한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홀리그린만의 차별점을 찾은 것이 나무로 된 화분이었어요. 단순히 저희가 예쁘다고 생각해서 만들게 되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다른 소품들도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아무리 부부라도 함께 사업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부부가 닮은 취향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그렇죠(웃음). 저희는 신기할 정도로 취향이 잘 맞았어요. 둘 다 공간 꾸미기를 좋아하고, 식물과 나무는 물론 여행을 다니면서 물건을 수집하는 것까지 잘 맞았어요. 그래서 사실 홀리데이를 채우는 일도 큰 고민 없이 유연하게 흘러갔어요.

 

앞으로 홀리데이를 다녀가실 분들께 한마디 남겨주세요.

이곳은 숙소라기보다는 저희 부부의 또 다른 집이라는 의미에 가까워요. 우리의 생각과 취향과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죠. 다녀가시는 분들이 홀리데이를 매일매일 머물렀던, 자신의 진짜 집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이곳을 더 아껴 주시고 편안히 쉬다가 가셨으면 해요. 머무는 동안 자신에 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값진 계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홀리데이 A. 강원도 강릉시 명주로 78번길 14

holydaygn.com

 

홀리그린 & 홀리우드

서울에 위치한 홀리Holy 시리즈.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도심 속 푸릇한 정원이 펼쳐진다. 곳곳에 함께 자리하는 나무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다. 아끼는 마음 가득 품은 식물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식물은 저마다 꼭 맞는 화분과 어우러져 ‘하나뿐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밖에서 묻혀온 어둑한 기운들은 이곳에서 찬찬히 밝혀진다.

 

A. 서울 마포구 토정로 3길 10

H. instagram.com/_holygreen_, 

    instagram.com/holy_x_wood

O. 월-토요일 12:00-20:00, 일요일 13: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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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포토그래퍼 정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