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 My Color In It Again

Time For My House
공간의 틀을 다듬다

공간의 구조는 같아도 들어선 풍경은 다채롭다.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집 안의 모습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듯 집을 다듬어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오래된 집이든 새로운 집이든, 집을 고치며 아끼는 과정은 사람의 삶 전체를 근사하게 만드는 법이다.

이선아 | 경기도 | 전원주택

어제의 집

미술관 속 어느 가족처럼

도시의 맞벌이 가족으로 살던 부부는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땅 위에 집을 지었다. 아이들 장난감으로 가득하던 도시의 집을 떠나 차분한 여백과 싱그러운 자연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했다. 미니멀한 거실 풍경에 벽 하나를 차지하는 큰 창. 창밖으로 보이는 자연의 한 장면은 가족의 시선을 오래도록 머무르게 한다. 그 풍경이 마치 미술관에 방문한 어느 가족의 모습 같아 아름답다. 도시의 바쁜 삶에 지쳐 있던 아이와 어른에게 여백의 쉼, 자연의 치유가 더해진 일상. 어쩌면 전원주택의 삶은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

“저와 아이들은 밖을 좋아하고, 남편은 집을 좋아하니 우리는 주택에 사는 게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상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주말마다 주택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런데 저희가 원하는 집은 전혀 찾을 수 없었어요. 집에 관한 열정이 넘쳐나서 하나부터 열까지 오직 우리의 선택으로 채워진 집에서 살고 싶었던 거죠. 건축가인 아버지께 설계를 맡기고 우리 가족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오늘의 집

나무 한 그루의 성장

집을 짓기 시작하며 함께 심은 나무 한 그루. 읍내에서 무심코 데려온 나무는 아주 연약했지만 흙먼지가 날리는 공사판 사이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냈다. 힘겨운 장마를 견디고 겨울엔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도 또다시 새순을 틔우기 시작한다. 아주 작은 나무의 삶이 사람의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가족은 자연 속 한가운데의 집을 가꾸어 살아가며 몸소 알아갔다. 어른에게는 삶의 또 다른 배움을,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따뜻한 교육법이 아닐까. 책으로 깨닫는 자연의 섭리보다는 직접 만지고 경험하며 함께 자라나는, 값진 성장의 한 장면이 이곳에 쌓여간다.

“아이들은 논에서 본 올챙이들이 어느덧 개구리가 되어 집 창문에 붙어 있는 걸 보며 자라요. 봄에는 갖가지 생명들이 깨어나는 순간을 직감하고 온 가족이 즐거워하죠. 여름에는 수영장으로 마당이 늘 물 잔치예요. 가을은 캠핑의 꽃이 피는 계절이고요. 가을밤의 시원한 공기와 낙엽 소리를 듣는 시간은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해요. 이번 겨울에는 신나게 눈놀이를 하기도 했죠. 특별히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자연의 흐름대로, 자연을 삶의 일부로 여기며 살고 있어요.”

내일의 집

가족의 마음은 고요히

자연과 집 사이의 적절한 균형 맞추기. 사방의 빛과 그 빛이 가진 쓰임을 잘 활용하는 것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이다. 남쪽 창밖으로 낮은 언덕의 모습을 바라보고, 동쪽 창에서 뜨는 햇살과 함께하는 반신욕, 서쪽의 지는 해를 받으며 피아노를 치는 시간, 북쪽의 아름다운 설경에 마음을 뺏기는 순간까지. 집의 안팎으로 경계 없이 들어오는 따뜻한 빛은 가족의 마음을 고요히 잠재운다. 

“시간이 지나 우리가 나이 들어가듯 이 집도 늙어갈 거예요. 그 모든 순간을 잘 기록하고 싶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 먼 곳으로 떠났다가 돌아올 곳을 잘 지켜내면서요. 일단은 지난가을에 심은 벚나무가 이번 봄에 얼마나 근사하게 자라날지 기다리고 있어요. 집에 큰 창을 낸 것처럼 언젠가 마당에 작은 유리 온실을 지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과장없이, 나답게

김미선 | 울산 | 아파트

“공간에 완벽함은 없지만, 삶을 이루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집을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추구하는 집의 정의는 ‘어디에’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다. 유난히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22년 된 구축 아파트. 주거환경이 갖춰져 있고 가족의 취향을 담을 공간만 있다면 그녀에게 충분했다. 유행에 따라 이것저것 들이기보다 과장되지도, 억지스럽지도 않게 나답게 채워가는 일을 제일 처음으로 여긴다. 풍성한 술자리와 단란한 대화 시간이 있는 거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자신을 위한 주방, 다이닝 공간 겸 드레스룸으로 다 같이 사용하는 멀티 방까지. 누구의 시선도 고려하지 않은 오롯한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이다.

눈 앞에 펼쳐진 숲

박수빈 | 경기도 | 아파트

“집을 고쳐 쓰면서 무언가에 정성을 들이는 일이 얼마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일인지 배우고 있어요.” 바람 부는 날 천천히 흔들리는 소나무 소리가 들리는 집. 어두운 날엔 깜깜한 숲에서 차분한 밤을 느끼는 순간이 여기에 있다. 늘 새로운 것에 매력을 느끼던 그녀는 오래된 집을 자신의 취향으로 채워가기로 했다. 근사한 소나무 풍경을 벗 삼아 정성 들여 집을 고쳐 가는 과정은 삶을 낭만적으로 만들어줬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흔적이 배었던 자리에 자신과 가족 이야기를 깊게 기록하는 것. 매일매일이 더해질수록 그 색은 짙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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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수

사진 이선아, 김미선,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