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각자 편애하는 식물이 있기 마련이다. 되돌아보면, 내 주변에는 (신기하게도) 양치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회사에는 양치식물연구회라는 동호회가 있었고, 양치식물만을 연구하는 동료도 있었다. 내가 태어나 처음 선물 받은 도감은 양치식물도감이었다. 늘 생각했다. 양치식물의 매력은 무엇일까. 왜 다들 양치식물을 이토록 좋아하는 걸까.
깃털처럼 가벼운 양치식물
양치식물은 ‘잎의 모양이 양의 치아처럼 갈라진 모양’이란 뜻의 한자어인 양치식물 ‘羊齒植物’에서 ‘깃털 같은 식물’이란 뜻의 영명인 ‘Pteridophyta’에서 유래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양치식물은 깃털처럼 가볍고, 잎의 모양이 갈라져 있는 식물이다. 우리에게는 ‘양치식물’보다 ‘고사리’란 단어가 더 익숙한데, 양치식물은 고사리류와 석송류를 모두 포함한다. 우리가 먹는 고사리는 초봄 양치식물에 새잎이 솟아날 때 싹을 채취해 말린 것을 볶거나 데쳐 나물로 먹는 것이다. 최근에는 산과 들 말고 도시에서도 정원소재로 양치식물을 자주 볼 수 있다. 선인장이나 틸란드시아와 같은 다육식물만큼이나 기이하고 생소한 형태를 가진 데다 관수만 자주 해주면 키우는 방법도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양치식물의 꽃 포자
씨앗으로 번식하는 식물은 모두 꽃을 피운다. 꽃이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무화과나무도 꽃이 열매 안에 숨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꽃은 핀다. 하지만 양치식물은 꽃이 피지 않는다. 꽃 대신 잎 뒷면에 있는 포자로 번식한다. 포자란 일종의 균류인데, 양치식물을 포함해 이끼, 버섯, 곰팡이 같은 것들도 포자를 통해 번식한다. 이 포자는 잎 뒷면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잎을 돌려보아야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 포자를 보고 징그럽다고도 하지만 내 눈엔 그 모양이 꽃처럼 예뻐 보인다. 포자는 바람에 날려 번식하기 때문에 손으로 만지거나 입김을 불면 날리는데, 신기한 건 이 포자의 색과 형태가 식물종마다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마치 꽃에도 다양한 색과 형태가 있듯이 양치식물의 포자에도 다양한 색과 형태가 있어 포자의 생김새로 종을 식별할 수가 있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양치식물은 지구에 생물이 출현한 이래 가장 오래도록 생존해왔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보존하고 있는 화석에서 양치식물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것도, 식물도감의 첫 장을 양치식물로 장식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오랜 시간 동안 지구의 변화를 몸소 겪으며 생존해온 만큼 양치식물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지구 상에는 만여 종의 양치식물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날씨가 따뜻한 지역에서 추운 지역으로 갈수록 양치식물의 수는 줄어든다. 흥미로운 건, 이들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영역을 넓혀 번식하며 새로운 잡종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양치식물
양치식물은 강수량이 많고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열대 우림에 많이 서식한다. 물론 바위와 나무 위의 건조하고 추운 환경을 좋아하는 양치식물도 있지만 대부분은 덥고 습하고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우리나라의 경우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남쪽의 섬에서 양치식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제주도와 울릉도, 전남 신안군의 작은 섬 등지에서 서식하는 열대·난대성 양치식물은 1백80여 종이 있으며, 중부지방의 낙엽활엽수림에 있는 온대성 양치식물은 1백40여 종, 추운 환경을 좋아하는 아한대성 양치식물은 북부 개마고원을 중심으로 고산지대에 10여 종이 서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3백33여 종의 양치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이 중 2백50여 종은 제주도에서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양한 양치식물을 볼 수 있는 곳
제주 곶자왈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에 분출된 용암이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숲이자 지형이다. 특히 멸종위기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은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제주 곶자왈에서만 서식한다. 제주도에는 크게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 네 곳의 곶자왈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식생을 갖고 있어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자원이지만, 최근 제주도에 개발 붐이 일면서 곶자왈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A. 서귀포시 대정읍 에듀시티로 178 곶자왈도립공원
T. 064 792 6047
국립수목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1백여 종의 양치식물이 식재된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양치식물원이다. 국립수목원은 2002년부터 양치식물에 대한 연구를 해왔고, 이 연구 결과로 양치식물도감을 발간하고 양치식물원을 만들었다.
A. 포천시 소흘읍 광릉수목원로 415
T. 031 540 2000
한국도로공사수목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양치식물로만 구성한 온실이다. 양치식물은 습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곳은 다른 온실들보다 조금 어두운 환경으로 조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