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두는 어린이를 위한 잡지로 매 호 위매거진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발행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워크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아이들 눈을 한층 즐겁게 할 감각적인 컬러와 디자인으로 찾아옵니다. 단순히 물음에 답을 하기보다 직접 생각하고 느끼고 끄적일 수 있는 생각을 기록하는 스케치북이 되길 바랍니다.
Vol. 4
HOLIDAY
어른이 되면서 더는 ‘방학’이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되었고 우리를 기다리는 건 ‘휴가’가 되었다. 그렇게 방학을 잊고 휴가를 즐기는 어른으로 살다 아이가 생기면서 ‘방학’은 또 다른 의미로 새롭게 다가온다. 방학만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와는 달리 부모의 입장에서 방학은 부담스럽다. ‘올 것이 왔다’는 기분으로 방학을 맞는 것이다. 여유로운 휴가와는 달리 방학은 부모를 분주하게 한다.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어딘가로 떠나는 계절. 몹시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 이렇게 우리에게 두 번의 긴 방학이 주어진다. 어른인 우리는 어릴 적 여름방학이 희미하다. 애써 기억을 떠올려 보면 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는 여름방학의 기억이 거의 잊힐 때쯤 한 그림책을 접했다. 후지와라 카즈에의 《마법의 여름》. 도시에 사는 형제가 외삼촌의 편지를 받고 시골로 가 여름 방학을 보내는 이야기다. “저녁밥을 먹고 나니 졸려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잠이 들었다. 이불은 보송보송하고 해님 냄새가 났다.” 잊고 있던 나의 여름 방학을 떠올렸다. 친척 집에 놀러 가 산이며 들이며 헤집고 다녀서 무릎에는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얼굴은 검게 그을렸다. 종일 돌아다니다 먹는 저녁밥은 어찌나 꿀맛인지. 초저녁 해지는 노을을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드는 그런 해님 냄새가 나는 여름의 기억.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이야기로 마음이 몽글해진다. 그때와는 다르지만 나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아이와 산이나 들로 가기도 하고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기도 한다. 방학을 얼마나 잘 보냈는지는 중요한 일이다. 그 기억으로 아이들이나 어른은 또다시 살아가는 힘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는 나를 꼭 빼닮은 아이와 마법 같은 여름을 지낸다. 어디를 떠나지 않고도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가족,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바다를 건너 한국에서 가족을 꾸린 방송인, 딸과 둘이 긴 여행을 결심하고 많은 것을 얻어 온 아빠, 엄마 혼자만의 여행. 여러 형태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앞으로 다가온 여름방학 계획을 좀 더 소중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