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꼭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싫다며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럴 때마다 대화를 시도한다. “엄마도 청소하거나 일하기 너무 싫을 때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안 하면 될까? 양치하지 않고도 이가 썩지 않을 수 있고, 유치원에 가지 않는 어린이를 위해 무언가 만들어 낼 수도 있잖아. 너는 혹시 그 방법을 알고 있어?” 그럼 투정 부리던 여섯 살 아이의 표정이 바뀌면서 ‘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도 할 수가 있다고?’라는 반응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직업이 있고, 훗날 즐거운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놀고 배우고 사는 거라고. 여섯 살짜리 아이가 좀 더 신나게 꿈에 대해 생각했으면 한다.
“저는 커서 OO가 되고 싶습니다.” 어릴 적 각자 되고 싶은 꿈을 적어 냈다. 나는 꿈이 매번 바뀌었었는데, 화가가 꿈이라고 했다가 선생님이라고도 하고 의사라고도 했다. 꿈을 말할 때 아이들이 흔히 말하는 직업이다. 실제로 살아보니 누구나 될 수 있는 흔한 직업은 아니었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가 회사원이었을 텐데, 그 직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꿈에 대해 적어 내고 있고, 그 직업은 내가 어릴 적과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좀 더 다양하고, 앞으로 새롭게 생겨날 무수히 많은 직업에 대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아이에게 뭐가 되고 싶냐고 묻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하고 싶은 게 뭔지 들어주고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 주기로 했다. 적어도 정말 자기가 원하는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언가를 골똘히 집중해서 좋아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감정들. 나는 그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