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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조각을 담아
만약 시간이 눈에 보이는 형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꾹꾹 눌러 담은 장소가 있다면, 바로 이곳들이 아닐까. 우리의 지난날을 추억하고,존재하지도 않던 시대를 가늠하며, 옛것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 그곳의 주인장들은 각자의 시간 속에 머물러 손님에게 전하는 짧은 편지를 쓴다. 조금은 사적인 문장으로, 지극히 다정한 마음을 담아.
© 이눅희
빈티지 소품 가게, 불필요상점
“안녕하세요. 불필요상점의 주인장입니다. 이곳은 ‘생활에는 불필요하지만 삶에는 필요한 것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오리지널 빈티지의 매력과 쓰임을 소개하고, 새로운 주인에게 연결하는 매개체 구실을 하는 공간이죠. 작은 곳이지만 누릴 수 있는 시간과 추억의 종류는 방대해요. 누렇게 바랜 러브 레터나 100년 된 성경책, 낡은 지도, 레터 나이프, 보석함이나 찻잔까지. 누군가의 사적인 궤적을 엿보는 것 같은 은밀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이런 물건의 주인이 된다면 오랜 시간의 더께 위에 또 새로운 시간을 덧붙여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주인장으로서 훗날 이곳이 단순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라요. 오래된 물건이 풍기는 향과 그를 비추는 조명, 오브제 아래의 그림자 같은 장면들이 합쳐져 하나의 과정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취향을 더듬어 찾아가는 여정으로요. 불필요상점엔 진정한 빈티지 물건들이 있어요. 잘 늙은, 요즘 물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려 깊은 디테일을 품고 있는 존재들이죠. 어쩌면 오래된 물건을 아낀다는 것은 사람의 나이듦에 관한 존중과 같지 않을까요? 이곳에서 앞으로 함께할 소중한 물건을 찾아보세요. 늙어가는 것이 외롭지 않게 곁을 지켜줄 작은 친구를요.”
A.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6길 16-5 지하 1층
H. instagram.com/6feetunderseoul
O. 수-일요일 13:00-20:00, 월-화요일 휴무(자세한 일정은 인스타그램 참고)
© 시청각실
레트로 비디오 펍, 시청각실
“1990년대와 2000년대 만화영화가 그립나요? 그렇다면 시청각실을 방문해주세요!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하던 비디오를 볼 수 있어요. 맥주와 와인, 그리고 간단한 안주도 함께 곁들일 수 있죠.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봐야 할 <트루먼 쇼>(1998), <쇼생크 탈출>(1994), <타이타닉>(1997) 같은 명작부터, 시간이 흘러도 세련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비포 선라이즈>(1995), <접속>(1997), <중경삼림>(1994) 같은 작품들도 돌아볼 수 있답니다. 네모 갑 안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저희가 직접 틀어드려요! 아, 저흰 이곳의 주인장들이에요.
비디오를 좋아하고 레트로한 무드를 즐기는 세 명의 주인장이 모여, 시청각실의 문을 열었어요. 저희는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절은 재미와 기대로 가득 채워진 유년 시절이라고 생각했죠. 오래된 만화영화란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데려다주는 비행기 같잖아요? 그때를 말한다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둘리, 통키, 우뢰매, 후뢰시맨 같은 캐릭터들이고요! 누구나 어릴 적 사랑하던 만화 한 편쯤은 꼭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처럼 그때를 그리워하는 손님들께서 여유롭게 즐기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비디오를 틀고 있어요. 어쩌면 잊힐지 모를, 또는 이미 잊혔을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어줄 이 공간의 문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모르죠, 근사한 시간을 다시 한번 기록할 수 있을지요. 추억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비행기 정거장! 바로 이곳, 시청각실입니다.”
A.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63길 30, 102호
H. instagram.com/visual_auditory_room
O. 목-토요일 비디오 펍 이용, 월-수·일요일 프라이빗 대관(자세한 일정은 인스타그램 참고)
© 선과점
카페, 선과점
“안녕하세요. 이곳은 제철 과일을 선택할 수 있는 상점, 선과점입니다. 저는 이 작은 공간의 주인장이에요. 오래전 저희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과일과 커피를 함께 드시던 모습을 추억하는 마음으로 선과점을 열게 되었어요. 과일과 커피의 만남이 조금 생소하실 수 있지만, 선과점에선 어딘가 정감 어린 따뜻한 공기를 느끼실 수 있답니다. 이곳의 구석구석에 제가 오래전부터 실제로 사용하던 물건들을 들여왔기 때문이죠. 직접 공부하던 책상, 좋아하는 컵을 모아 놓던 찻장, 아끼던 유리장 등 묵직하고 따뜻한 나무 색감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을 마음껏 담아냈어요. 요즘엔 점점 더 많은 것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욱 예전에 쉽게 지나치던 평범한 물건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손때가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지금의 사람들에겐 오히려 더 새롭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마음으로 선과점의 공간을 꾸려왔답니다.
이곳을 다녀가시는 분들이 특별한 카페가 아닌 누군가의 집에 쉬러 온 것 같은, 편안한 기운을 느끼고 가셨으면 해요. 빵으로 만든 디저트가 아닌 과일 본연의 매력을 다시금 일깨워 드리고 싶어요. 커다란 도시에서 벗어난 곳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조용하고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건 어떨까요? 좋아하는 과일과 커피 향, 그리고 소중한 옛 추억까지 함께 느끼면서요!”
A. 서울 은평구 갈현로7가길 11 1층
H. instagram.com/seongwa_grocery
O. 수-일요일 12:00-21:
30, 월-화요일 휴무(화요일 휴무 변동, 자세한 일정은 인스타그램 참고)
에디터 김지수 사진 불필요상점, 시청각실, 선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