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며 개와 함께 살아가기

멀리 달아나며 늘 함께

이사하느라 몸살도 앓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늦은 저녁에 커다란 작업대에 앉아서 목공 기계들과 화분들이 놓여 있는 창가, 침대에 파묻혀 잠들어 있는 개 완두를 보면 이 무게감을 견뎌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였으면 포기했을 텐데 둘이어서 앞으로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을 하며 개와 함께 살아가기. 과연 우린 잘할 수 있으려나.

막막하지만 고마운 마음

서울에서의 세 번째 집으로 얼마 전 이사했다. 이번에는 단지 지역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고, 개와 함께 살며 일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 완두와 함께 지내게 됐을 때부터 늘 이런 형태로 살아보고 싶었는데, 마음 깊이 원하면 정말로 그렇게 되는 것인가. 서로 떨어져 지내던 지난 4년간의 일들을 생각해보니 참 나답지 않게 묵묵히 노력해온 걸 알 수 있었다. 노력이란 건 다른 게 아니고 독립하기 위해 기술을 배운 것, 그러면서 나중에 쓸 돈을 모으는 것이었다.

출퇴근을 하면 같이 사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나는 25평 크기의 상가 주택에 가구 대신 목공 기계들을 들여놓았다. 예전 집에서처럼 창가에는 화분이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 풍경 속에 이제는 커다란 기계들이 함께 보여서 낯설다. 완두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장난감을 물고 그 사이를 지나다닌다.

문득 완두와 처음 살게 된 집이 기억난다. 10평도 안 되는 작은 옥탑방에서 결국엔 실패할 게 뻔한 동거를 하며 나는 제대로 된 계획이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그때의 막막함을 떠올려 보면 지금 내 옆에 잠들어 있는 완두가 신기하고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 서로 많이 노력했구나. 들리지 않게 말해보고 그런다.

넓은 집

이사한 집이 어디 있냐고 누군가 물어보면 아직 제대로 설명도 못 하지만, 이곳을 선택한 이유만은 확실하다. 건물 입구를 나서자마자 홍제천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한강이 나온다. 예전 이태원 집에 살 때 완두를 데리고 와서 주말을 보낸 적이 있었다. 흙 냄새를 맡아야만 볼일을 보는 완두를 데리고 나갔다가 작은 화단 한 군데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던 기억이 있다.

내가 살기엔 다 좋은데 완두에겐 그렇지가 않았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한참 전부터 나는 홍제천을 여러 번 오가며 앞날을 따져보곤 했다. 홍제천은 아침에 와도 늦은 밤에 와도 참 아름다웠다. 오리들이 사람들을 구경하고 물에 반사된 햇빛이 내부순환로 고가 콘크리트에 닿는 걸 보는 게 나는 퍽 좋았다. 포장된 길도 넓은데 그 바깥으로는 완두가 밟으면 좋아할 만한 흙길이 또 있었다. 마당이 달린 집을 구하는 마음으로 나는 홍제천 인근의 집들을 살펴보다가 지금의 집을 선택했다. 이 집은 25평이지만, 나는 속으로 그건 집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다. 산책을 나선 완두가 그만 집에 돌아가자고 돌아서는 지점, 거기까지가 우리 공간이고 매번 넓이가 변한다.

시끄러운 가구

걱정이 하나 있다면, 내가 나무 액자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서 가끔씩 큰 기계들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완두는 소리에 민감한 편이어서 평소에도 이런저런 소리에 잘 놀라곤 하는데 기계들 소리에는 어떨까. 집 안에서는 멀리 피할 곳도 없고 말이다. 며칠 전 짧게 작동해봤을 때 완두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왜 당장 안 끄냐는 식의 표정이었다. 맛있는 것들과 이 소리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기계 쪽으로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아놓고 작업을 이어가 보다가 너무 불안해하면, 기계 쓰는 일을 몰아서 한 달에 서너 번 정도로 조절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수공구 작업이나 조립 작업에서는 완두도 아주 편안해한다. 혼자 일하는 내게 늘 동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완두는 베스트다. 내가 일하는 옆에서 쿨쿨 잠을 자도 하나도 밉지 않다.

건강하렴

외박하는 것도 좋아하고 계획 없이, 묶여 있는 기분 없이 홀가분한 상태를 좋아하는 내가 어쩌다가 말도 안 통하는 동물과 살아보기로 마음먹었을까. 좋은 설명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사실은 늘 여유로운 아침 식사와 잠깐의 산책을 꿈꾸는 것처럼, “따져보니 이것이 가장 필요하더라.” 나도 그런 마음으로 완두와의 생활을 선택한 것 같다.

개와 있으면 기분이 좋다. 온몸에 털이 나 있다는 것도 좋고 코 고는 소리도 좋고 똥을 싸면 칭찬이 나오니까 확실히 보통의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완두에게 바라는 게 없다는 게 나는 늘 신기하다. 사실은 알게 모르게 이미 다 받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완두만큼은 못 주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 다 망가트려도 되니까 건강하렴. 이 신비한 생각을 가끔 소리 내 말하기도 한다. 내가 다른 존재에게 가졌던 마음 중에서 꽤나 인상적인 것으로, 한번 경험해보니 절대 까먹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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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전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