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시장, 삶의 체험 현장
시장, 삶의 체험 현장
아이가 세 살 때였나. 전집을 파는 영업사원이 해주는 발달 검사를 했다가 고민이 생겼다. 세상에, 아이가 ‘시장’이란 말도 모르는 거다. 마침 딸네 집에 다니러 오신 친정 엄마에게 애가 지적 발달이 느리니 이 책도 사고 저 책도 사야 한다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어매가 멀쩡한 아를 바보 만드네. 바라. 꽃님아. 마트가 머꼬?” 아이는 할머니가 물어보는 건 다 알고 있었다. 마트도 알고, 백화점도 알고, 심지어 택배도 알고 있었다. “꽃님아. 엄마가 돈 없으면, 니 과자 우째 사주지?” “카드.” 이런 천재 같으니라고!“애 델고 맨날 체험하러 다닌다고 돈 쓰지 말고, 시장, 은행, 우체국이나 잘 델고 다니라. 그게 다 공부다!”그 후, 직장 다니느라 엄마가 바빠서 아쿠아리움 한번 제대로 못 데려 간다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그만뒀다. 횟집 수족관 앞에서 아이가 광어도 알고 오징어랑 해삼도 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지켜라! 뿅가맨
글·그림 윤지희 | 보림
도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시장’은 대형 마트. 마트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는 항상 가장 핫한 로봇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쌓여 아이들을 유혹한다. “요즘 나 없는 애들이 어디 있니? 너도 엄마에게 졸라~ 안 되면 드러누워~.” 《뿅가맨》의 한 장면과 똑같다! 주인공 준이는 엄마에게 뿅가맨을 사달라고 조른다. “나 말고 모두가 갖고 있어!”라는, 엄마를 무너뜨리는 마법의 주문도 외워본다. 드디어 뿅가맨을 손에 넣은 준이! 준이는 의기양양하게 새 뿅가맨을 들고 놀이터로 간다. 모두가 나를 부러워하겠지? 하지만 놀이터에서 준이가 발견한 것은 ‘왔다맨’! 이제 친구들은 모두 왔다맨을 갖고 논다. 더 이상 뿅가맨을 보고 뿅가는 아이는 없다…. ‘내가 사면 그 유행은 끝난다.’는 인생의 진리를 준이가 깨닫게 되길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 터닝메카드의 시대는 언제 끝나는가. 페어리루는 언제쯤 시들해지는가. 장난감 족보 외우기에도 지쳐버린 엄마에게 선배 엄마는 귀띔한다. “터닝메카드 다음엔 액괴가 기다리고 있다고!”
바무와 게로 오늘은 시장 보러 가는 날
글·그림 시마다 유카 | 옮김 햇살과나무꾼 | 중앙출판사
‘바무와 게로’ 시리즈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본 특급 베스트셀러. 페이지마다 아기자기 숨어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예쁜 책이다. 게다가 산들바람 부는 맑은 날, 설렘을 안고 시장에 가서 신기한 것들을 구경하고, 맛난 것을 사 와서 친구들과 나눠 먹는 이야기라니, 시장에 관한 그림책 중에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바무와 게로의 할아버지가 가미카제로 상징되는 일제 강점기 비행기 조종사였고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시리즈에 은근슬쩍 암시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꺼림칙한 책이다.(책은 재미있는데, 작가의 세계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왁자지껄 시장 버스
글 엘리자베스 데일 | 그림 에리카 팰 | 옮김 최용은 | 키즈엠
여행 고수들 중에는 꼭 지역 시장에 가본다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시장이 사람 사는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흥겹게 보
여준다는 얘기렷다. 여기 사람 사는 모습을 흥겹게 보여주는 시장 책이 있다. 그것도 아프리카! 알록달록 색깔만 봐도 아프리카 느낌이 확 산다.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과 동물들을 태우고 시장까지 가는 버스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다. 버스 안은 물론 지붕까지 염소며 닭, 오리 등 동물과 사람들로 가득 찼다. 그런데 이를 어쩐다? 너무 많이 타는 바람에 자전거보다 느리게 가는 건 됐다 쳐도, 오르막을 올라가지도 못하게 됐다. 과연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그것도 꼬마 켑이 해결했다고? 따뜻하고 유쾌한 책. 아차차, 이 책에 시장 풍경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충분히 시장을, 사람을 느낄 수 있다.
요정나라 시장구경
글·그림 샐리 가드너 | 옮김 조국현 | 봄봄출판사
해외여행을 갔다 돌아올 때쯤 누구나 한 번 해본다는 놀이가 있다. 먹고 싶은 한국 음식 이름 대기. 어릴 때 우리 동네 아이들도 비슷한 놀이를 하곤 했다. 사고 싶은 물건 이름 대기. 시장통에서 금방 튀긴 꽈배기, 마론 인형의 새 옷, 헬로키티 작은 빗과 거울 세트…. 그러다가 점점 사고 싶은 물건에 상상이 얹히곤 했다. 펴면 숙제가 다 돼 있는 요술 노트, 소시지가 계속 나오는 도시락 반찬통, 아무리 뭘 많이 넣어도 가벼운 가방, 미래가 보이는 거울 등등. 그러다 《요정나라 시장구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요정이 사는 실버벨 거리 시장에는 어린 시절 우리가 꿈꾸던 것들이 다 있었다. 유리구두, 생쥐가 만든 노트, 마녀수프에 들어갈 재료, 소원을 들어주는 모자…. 볼 때마다 새롭게 사고 싶은 물건을 발견할 수 있다! 상상하기 좋아하는 여자아이라면 이 책을 주고 엄마는 커피를 두 잔도 마실 수 있을 듯. 단, 요정을 믿지 않는 사람 눈에는 시장 물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산딸기 크림봉봉
글 에밀리 젠킨스 | 그림 소피 블래콜 | 옮김 길상효 | 씨드북
‘산딸기 크림봉봉’이라니! 말만 들어도 살살 녹는다. 하지만 달콤한 맛과 칼데콧 상에 빛나는 그림작가 소피 블래콜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색깔에 속지 말 것. ‘산딸기 크림봉봉’이라는 요리를 200년 전과 100년 전, 또 지금은 어떻게 다르게 만드는지, 각 시대마다 시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그림 정보도 빵빵하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 것. 이 책은 재미있고 맛있게, 불평등에 대해서 말하는 그림책이니까 말이다. 200년 전 미국 보스턴에선 노예들이 힘겹게 만들었지만 정작 맛있게 먹는 사람은 주인들이고 노예는 시중을 들어야 했다. 노예가 없어졌어도 모든 가사 노동은 여자가 도맡아야 했던 시절을 거쳐, 현대에 와선 아빠가 아들과 함께 만들고 여러 인종의 친구들이 모여 함께 먹는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은?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이 꼭 말한다. “우리도 만들자!”
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
글·그림 조혜란 | 보리
우리나라 시골 생활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할머니, 어디 가요?’ 시리즈가 최고다. 봄은 ‘쑥 뜯으러 간다’, 여름은 ‘앵두 따러 간다’, 가을은 ‘밤 주으러 간다’, 겨울은 ‘굴 캐러 간다’ 네 권이다. 시골이나 명절에 대해 알려주는 그림책은 많지만, 어떤 책은 설명문 같은 브로슈어 느낌이라 읽어주는 어른 눈에는 정겹더라도 아이들 눈에는 외국인지 우리나라인지 헷갈리고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줄거리도 탄탄해서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그런데 왜 읽다가 할머니 생각에 내 콧등이 시큰한 걸까. 우리 할머니는 시골에 살지도 않으셨는데? 이 책이 단순히 시골 생활이 아니라, 정 많고 생활력 넘치는 이전 세대 여자들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겠지. “어휴. 하지만 나는 이렇게 못 살겠다.” 싶은, 시골 생활의 정겨움과 힘겨움 말이다.
에디터 김현지
글 전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