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배움을 향한 두 얼굴
ⓒ 점
‘공부’는 배우고 깨닫고 익히는 세 가지가 한데 어우러진 것이다. 그런데 엄마로서 ‘공부’란 단어와 ‘배움’과 ‘깨달음’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 공부는 어쩐지 ‘성적’과 동의어 같고, 배움과 깨달음은 좀더 내밀한 것, 측정되지 않으나 더 근본적인 것 같다. 인생에서 배움과 깨달음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것이어서 ‘공부(=성적)’만 강조하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공부(=성적)’도 너무너무 중요한 건데? 아이가 학교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배움의 순간을 경험하고, 스스로 깨달으면서 조금씩 성장했다는 것을 학교에서 ‘공부와 성적’으로 증명해주기를 바라는, 이 속물 같은 마음도 내 안에 있다.
명문 의대를 향한 돈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다룬 드라마를 보며 “말도 안 돼. 공부를 꼭 저렇게 해야 해?” 하며 올바른 척도 하지만, 동시에 “다들 저렇게 한다면, 우리 애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며 불안해지는 두 가지 마음도 이해해주시리라. 아이의 공부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나의 결론은 진심으로 이러하다. 아이의 공부 이전에 나 자신의 배움과 깨달음을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점
글·그림 피터 레이놀즈 | 옮김 김지효|문학동네어린이
“나는 그림을 못 그려.” 그래서 미술 시간에 화를 내고 있던 베티에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베티가 아무렇게나 찍은 점 도화지를 선생님은 액자에 넣고 벽에 걸어 작품 대접을 해주신다.
이후 베티는 조금씩 변해간다. 점을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본다. 그러면서 정말 그림에 대해 관심도 실력도, 무엇보다 중요한 자존감도 높아진다. 이런 베티를 보며 부러워하는 어린아이에게 베티가 말한다. “너도 할 수 있어.” ‘존중받아본 사람이 존중해줄 줄 안다.’ ‘아이에게 실력과 자존감을 함께 키워주는 선생님의 존재는 이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자유롭게 무언가를 탐구하고 집중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
아이는 어떨 때 성장하고 배움은 어떤 순간에 일어나느냐는 질문에 교과서 같은 답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 “그럼 너도 점을 찍어보겠니?” 하며 아이에게 시키고, 그 점 그림을 액자에 넣는다고 해서 아이가 베티만큼 성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꿀벌나무
글·그림 페트리샤 폴라코 | 옮김 서남희|국민서관
꿀이 있는 곳을 찾으려면 벌을 한 마리 풀어주면 된다. 벌은 열심히 날아서 집으로 돌아갈 테니까. 사람들은 그 벌을 찾아 열심히 달려간다. 초롱이도 더 이상 심심하지 않다. 다 함께 우르르 벌을 쫓아 꿀벌나무를 찾는 것은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일이니까. 꿀을 찾았을 때 할아버지는 책에다 달콤한 꿀 한 숟가락 발라준다. 세상에 꿀을 바른 책이라니. ‘책은 꿀처럼 달콤하단다.’라는 비유가 아니다. 정말 달콤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맛을 보렴. 달콤하지? 책 속에는 꿀보다 더 달콤한 것들이 가득 들어 있단다. 바로 지혜, 지식, 모험 같은 것들이지. 하지만 저절로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야. 꿀벌 나무를 찾아 벌을 뒤쫓아 간 것처럼 열심히 책장을 넘기며 쫓아가야 하는 거란다.” 이러면 아이가 책은 즐거운 것, 유익한 것, 달콤한 것이라는 걸 어찌 잊겠는가 말이다.
페트리샤 폴라코는 유태인 가정에서 자란 자전적 이야기로 유명하다. 난독증이던 그녀가 책을 읽는 정도가 아니라 책을 쓰는 작가가 된 것은 이런 배움의 순간들 덕분이 아닐까?
유치원에 가기 싫어!
글·그림 하세가와 요시후미 | 옮김 이정민|살림어린이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울다가, 막상 가서는 잘 지내고 집에 안 온다고 우는 이야기의 그림책은 꽤 많다. 그중에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나의 ‘최애작가’ 중 한 분인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책이기 때문이다. 《안돼 삼총사》,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등 작품 대부분이 감동적이고 재미있다. 특히 《엄마가 만들었어》는 ‘남들과 다른’ 상황에서도 감사해하고 부모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인격적 성장과 배움의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최고의 그림책이다.
이 책에는 유치원에 가기 싫어 우는 아이들이 여럿 등장한다. “아침마다 원장 선생님께 인사하기 싫어!” “딸기반이고 싶은데 복숭아반이라서 싫어!” 등등 어른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이유지만,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심각한 이유들이다. 배움을 잘해내기는커녕, 배움의 장소에도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니! 그 마음에 공감하고 충분히 소통한 후에야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을 어른들에게 공부시켜주는 책.
말랄라의 마법 연필
글 말랄라 유사프자이 | 그림 케라스코에트 | 옮김 공경희 | 웅진주니어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많지만,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아이들이 세상에는 더더욱 많다. 최연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마음껏 공부를 할 수 있기까지 험난한 산을 넘어야 했다. 말랄라가 사는 곳은 이슬람 강경파 탈레반이 다스리는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이다. 이곳에서 여자아이는 교육을 받을 수 없기에 말랄라는 공부를 하다가 죽을 뻔했다.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게 아니다. 실제로 머리에 총을 맞아 죽을 뻔한 것이다.
실제 사건, 특히 계몽 의도를 가진 그림책은 다소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림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다. 뭐든지 꿈꾸는 대로 이뤄지는 마법 연필을 갖고 싶어 하던 소녀가 진짜 연필을 갖고 공부를 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읽어보자. 아이가 공부는 지겨운 ‘의무’가 아니라 소중한 ‘권리’라는 것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레오가 해냈어요
글 로버트 크라우스 | 그림 호세 아루에고 | 옮김 이혜정 | 아이세움
표지만 딱 봐도 뚱한 표정의 아기 호랑이 레오는 내내 웃지 않는다. 친구들이 글자를 예쁘게 쓸 때도 혼자만 빼뚤빼뚤. 친구들이 즐겁게 웃으며 그림을 그릴 때도 레오 혼자만 엉망진창. 아빠는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무리 ‘괜찮다, 괜찮다.’ 해보지만, 행여 아이에게 문제가 있나 눈길을 뗄 수가 없다. 다만 엄마는 믿고 기다린다. “자꾸 쳐다보면 더 못해요. 레오도 다 해낼 거니까 걱정 마요.” 드디어 어느 날, 레오는 친구들 못지않게 다 해낸다. “내가 해냈어요.”
‘배움’에 관한 그림책을 고르면서 남들보다 더 잘 익히고 배운 아이들을 보고 비결을 찾는 게 아니라, 자꾸만 남들보다 느린 아이, 재능이 없는 아이의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뭘까? 사람마다 꽃 피우는 시기가 따로 있으니 믿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꾸 아이를 다그쳐 주눅 들게 하는 것보다 공부에 적은 없다는 것을 부모에게,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위로하기 위해서다. 남들도 이런 조급함과 걱정 다 갖고 있다고. 아이가 늦어도 괜찮고, 늦는 아이를 보면서 다그치면 안 되는데 자꾸만 다그치게 되어도 괜찮다고. 우리는 결국 잘될 거라고 위로하고 싶어서다. 바로 나 자신을.
책 씻는 날
글 이영서 | 그림 전미화 | 학고재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봐야 하는 최고의 육아서. 조선시대 시인 김득신의 어릴 적 이야기다. 유명학자이니 얼마나 똑똑했을까? 아니다. 김득신은 친구들은 몇 권이나 책을 뗄 동안 천자문이 나달나달해지도록 외우고 또 외워도 외우지 못하는 아이였다.
공부 머리는 없는 것 같으니 일찌감치 그만두고 딴 일을 시키라고 하는 외삼촌의 걱정을 밖에서 엿듣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 아버지의 대답이 들려온다. “자네 말이 틀리지 않네.” “하지만…, 나는 말일세. 저 아이가 저리 둔하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으니 그것이 오히려 대견스럽네. 우리 집에서 저 아이의 글 읽는 소리가 끊이는 걸 본 적이 있나? 큰 그릇을 만들려면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하지.”
아이는 백 번 읽어 모르면 천 번을 읽겠다고, 천 번 읽어 모르면 만 번을 읽겠다고 결심한다. 드디어 천자문을 떼는 날, 훈장님은 ‘無’ 글자를 성적표로 주신다. 아는 게 없다는 뜻일까? 없을 무의 진짜 뜻은 직접 책을 보시라.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번번이 울고 만다. 최고의 육아서란 말은 취소. 인생을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 깨닫게 해주는 최고의 철학서다.
에디터 김현지
글 전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