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OUND
CLUB ONLY
SERIES
MEET AROUND
SUBSCRIBE
SHOP
화를 낼 줄 모른다고?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는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만날 혼나는 소년의 이야기다. 특이하게도 혼날 때 아이의 옆얼굴 그림이 반복해서 나온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한 행동 때문에, 심지어 잘해보려고 하는 행동 때문에 계속 혼나자 아이 표정이 점점 변한다. 처음에는 “내가 왜 혼나는 거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급기야 분노에 찬 표정이 된다. 한 아이의 표정 변화가 드라마틱해서 우리 집 아이들과 독후놀이를 할 때 이 책을 자주 써먹었다. 주인공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사진을 찍어 프린트한 뒤 뒷장에 나는 어떨 때 이런 표정이 되는지 글쓰기도 했다. “이렇게 화가 잔뜩 나서 엄마를 노려볼 때는 언제야?” 두 아이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 “니가 동생이니까 참으라고 할 때!” “내가 누나니까 참아야 한다고 할 때!” 앗, 두 아이는 서로 놀랐다. “너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주인공과 똑같은 표정 짓기’ 놀이는 동네 아이들에게도 인기 있는 독후 활동이었다. 그날도 유치원 끝나고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 대여섯 명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표정 짓기 놀이를 할 때였다. 한 친구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똑똑하고 예의 바르고, 늘 방글방글 웃고 있어서 칭찬을 한 몸에 받던 그 아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말했다. “이모. 저, 못해도 돼요? 너무 어렵다고 해도 돼요?” 아이는 웃는 표정 외에 다른 표정은 흉내를 잘 내지 못했다. “이건 정말 정말 많이 화가 났을 때 얼굴이잖아. 그렇게 화가 날락 말락 하는 게 아니야.” 다른 아이들이 설명을 해도 아이는 비슷하게 찡그렸다. 찡그리면서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친구들이 더 설명을 했다. “이건 막, 화가 나서 화산 폭발할 것 같은 얼굴이야.” “그러니까, 얘는, 음… 집 나가고 싶은 거야.” “막 때려주고 싶은 기분이야.” 끝내 그 아이는 화가 나는 것도 여러 단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진마다 다 똑같은 표정이었다. 이번에는 그 아이의 엄마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말했다. “내 잘못이야. 내가 무조건 웃으라고 가르쳐서 그런가 봐. ‘화내는 얼굴은 아이 참 미운 얼굴~ 못난 얼굴~’ 이런 노래를 너무 많이 불렀나봐.” 그 아이는 늘 웃고 예의가 발라서 동네 칭찬을 한 몸에 받던 터라서 다른 엄마들까지 다 놀랐다. 그 애가 못하는 게 있다고? 화낼 줄 모른다고?
그날 놀이터에서는 엄마들끼리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 “맨날 웃으라고만 하니까, 애가 화내는 법을 잊어버렸나 봐.” “하지만 화내는 얼굴은 미운 얼굴 맞잖아. 그럼 계속 화를 내라고 해?” “그래도 화날 땐 화를 내야죠. 화난 표정도 하고.” “화난다고 다 표현하면서 세상 사는 사람이 어딨어? 가정에서 그런 걸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니야? 계속 화내고 미운 얼굴로 있으면 안 된다고.” “그래도 화를 안 낸다고 그 화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숨어 있는 거지.”
‘놀이터파’ 엄마들은 나름대로 아이의 감정을 잘 읽어주고 존중해 준다고 자부하던 터였다. “뚝! 그만 울어!” 윽박지르지 않고, “울지 말고 웃으며 말해요~.” 다정하게 달래주기 위해, ‘놀이터파’ 우리들은 얼마나 노력했던가. 욱하는 성질 눌러가며 육아서를 읽어가며 얼마나 애를 썼던가. 그런데 혼내건 달래건 아이가 울고 화내는 걸 억누르는 건 똑같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아이가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고 무안해하는 것 다 존중한다고 존중했다. 슬퍼할 때도 공감하고 인정해 준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아이가 화내고 분노하는 마음은 민감하게 억눌렀던 것이다. “애가 시도 때도 없이 화내는 것보단 낫지 뭐.” “맞아. ‘분노조절장애’보단 낫지.”라고 결론 내리면서도 우리는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말 나은 걸까? 아이가 화를 내지 못해 울면서도 웃게 만든 게 정말, 잘하는 걸까?
미움
글·그림 조원희 | 만만한책방
많은 어른들이 아이의 특정 감정 표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분노, 화, 미움 등의 감정을 부정적으로 여겨 “그러면 못써!”억누르거나 빨리 없애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처럼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미움이 생기지 않겠는가. 자기도 그 아이를 미워하기로 한다. 밥 먹을 때도 미워하고, 숙제할 때도 미워하기로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실컷 미워하는 데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악몽처럼 나를 잠식해 간다. 아이는 언젠가 팔에 부스럼이 났을 때 기억을 되살려본다. 자꾸 만지고 뜯고 하지 않아야, 신경 쓰여도 만지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어야 부스럼이 낫는다고 했지. 미움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더 이상 ‘미움’을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기로. 아이는 자기를 미워하던 아이에게 말한다.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으로 감싸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너를 용서하겠다는 뜻도 아니다. 그냥 네가 던진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네가 던진 거니까 네가 가져가렴. 아이는 남이 던진 ‘미움’을 받지 않았다. 잘못 배달된 택배가 반송되듯 미움은 다시 반송될 것이다. 이 그림책을 중학생 아이에게 일부러 읽어주었다. “‘마음’과 ‘미움’은 점 하나 차이야. 네가 받지 않으면 돼.” 엄마가 간절하게 말하자 아이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버렸다.
내 마음 ㅅㅅㅎ
글·그림 김지영 | 사계절
아이의 어휘력이 가장 필요한 때가 바로 ‘감정’을 이야기할 때가 아닐까? ‘쑥스럽다’, ‘당황스럽다’, ‘부끄럽다’, ‘민망하다’ 등의 단어를 아는 아이는 자기가 그런 감정이 들었을 때, 좀 불편하고 낯설더라도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 그 단어를 모르는 아이는 자기가 그런 감정이 들 때도 이 감정이 그저 불편하고 견디기 힘들어서 화를 내거나 울음으로 반응하기 쉽다. 무슨 감정인지 이름을 모르면 대응 방법도 모르기 마련인 것이다.
글자를 아는 아이라면 감정에 대해서 가장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은 제목을 맞히며 여러 감정을 떠올린다. 내 마음 심심해. 내 마음 속상해. 내 마음 시시해. 싱싱해. 섭섭해. 생생해. 스산해. 싱숭생숭해. 나아가 내 마음 씩씩해. 쌩쌩해. (5학년 아이가 말했다. “내 마음 섹시해!”)
여러 감정을 알게 되고, 내 마음이 지금 어떠한지를 잘 살펴본 아이는 헝클어졌던 마음이 표지 그림의 아이 머리카락처럼 쭉쭉 정리될지도 모르겠다. 표지를 좀더 들여다보자. ㅅㅅㅎ 가 아이의 눈썹이다. 눈썹이 얼마나 우리의 감정을 잘 보여주는지, 이야기를 나눠도 재밌겠다.
질투 나서 속상해
글 기슬렌 뒬리에 | 그림 베랑제르 들라포르트 | 옮김 정순 | 나무말미
이 페이지에서는 질투에 대한 한 권만 소개하지만, ‘마음자람새’ 그림책은 꼬마 샘과 고양이 왓슨이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네 권짜리 시리즈다. 심심함, 화, 자신 없음 등 시리즈 중에서 ‘질투’를 고른 것은 이 문장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질투일까요? 질투는 나쁜 감정일까요?” 아기가 시몽에게는 방긋방긋 웃어주면서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때 생기는 이 감정은 질투일까? 질투는 나쁜 감정일까? 그렇다면 “나쁜 감정 좋은 감정이 따로 있을까?” 이 질문은 이번 칼럼 전체의 핵심 문장이기도 하다. 나쁜 감정이 드는 것은 내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일까?
고양이 왓슨은 일단 질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해준다. 누구든지 질투 나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고. 그러면 질투가 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속상하고 미우니까 가서 한대 때려줄까?” 아이에게 물어보자. 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생 만렙’ 고양이 왓슨이 적당한 예시 답안을 해준다. “다른 사람보다 덜 사랑받고 덜 인정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 질투가 생기지. 눈물 날 정도로 속상해. 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날 덜 사랑한다는 뜻은 아니야. 우리 마음은 엄청 커서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 자리가 있거든.” 질투하는 아이에게 “바보같이 뭘 그런 걸 질투하고 그래?” 질투를 우습게 보거나 덮으려 하지 말자. 잘만 다루면 질투야말로 발전의 시작이니까 말이다.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
글·그림 조영글 | 봄볕
“우리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놀라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아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일 것이다. 두근두근 보기만 해도 설레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아이의 마음을 좇아가 보자.
여자아이는 미술학원에 새로 온 남자아이가 마음에 든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 아이처럼 자기도 강아지를 키운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느네 강아지는 이름이 뭐야?” 어떡하지? 어떡하지? 아이는 발치에 있던 콜라병을 보고 불쑥 대답한다. “으응. 이름은 콜라야.” 콜라는 아주 커다란 개란다. 콜라는 축구공도 뻥 찰 수 있어. 방귀 소리도 천둥처럼 커다랗다고.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지금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지? 좋아하는 마음 때문일까, 아니면 거짓말을 해서 불안하기 때문일까? 아이는 큰 소리로 외친다. “거짓말 아니야!” 강아지 있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널 좋아하는 이 마음은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어린아이의 감정이라고 우습게 보거나 놀리지말라. 어른들 보기에 귀여우라고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다. 거짓말을 할 만큼 간절한 감정이다.
그나저나 거짓말을 했으니까 주인공은 혼나야 할까? 거짓말하고도 반성하거나 혼나지 않는 유일한 그림책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살다 보면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아니, 거짓말아니야!
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
글·그림 스티안 홀레 | 옮김 이유진 | 웅진주니어
이제 내일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직까지 글자를 모른다면? 엄마 아빠 속도 터지겠지만 가장 불안한 것은 바로 당사자 아이다. 어떡하지? 글자도 모르고, 다른 아이들처럼 이도 빠지지 않았고, 자전거 타기도 못하고, 물속에 머리 넣기도 못하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한참 걱정하던 가르만이 묻는다. “어른이 되면 걱정거리가 없어지나요? 아니면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나요? … 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
성인 독자 나 자신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괜찮으신가? 더 이상 걱정거리가 없거나 걱정하지 않는 배짱이 생기셨는가? 어른들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대답은 당연히 “NO!”다. 걱정거리는 늘 새롭게 생겨나고, 나는 점점 약해져서 걱정을 더 많이 한다. 걱정되더라도 할 일은 해내야 하는 현실까지 알게 돼 더 한숨이 나온다. 다만 걱정하지 않는 척하는 기술은 좀 늘었다.
하지만 가르만의 곁에 있는 어른들은 솔직하게 자기 걱정을 털어놓는다. 노인용 보행기를 써야 할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죽음이 걱정된다고, 헤어지는 것도 걱정된다고. 그런데 참 신기하다. 어른이 되어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는데, 왜 가르만은 용기를 얻는 걸까? 나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동병상련이라서 안심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걱정을 하고 딱 그만큼의 망설임과 극복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르만. 어른이 되면 괜찮으냐고? 응. 괜찮아. 어른이 되면 걱정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되니까 괜찮단다.
감정은 무얼 할까?
글 티나 오지에비츠 | 그림 알렉산드라 자욘츠| 옮김 이지원 | 비룡소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감정들이 사람처럼 한데 모여 사는 동네가 있다면, 다들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참을성은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신뢰는 다리를 놓는다. 즐거움은 트램펄린에서 팡팡 뛰며 놀고, 기쁨은 새로 발견한 책을 들고 친구에게 달려간다. 눈치채셨는가? 감정들은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감정과 아이의 감정이 똑같을 리는 없다. 똑같은 ‘참을성’이라는 이름을 가졌더라도 하는 일이 다를 것이다. 아이의 참을성은 지루한 수학 문제를 풀고 있고, 나의 참을성은 틀린 문제 또 틀리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이와 서로 비교하며 이야기를 해보자. “네 신뢰는 뭘 하고 있니? 기쁨은 뭘 하고 있어?”
둘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도 ‘신뢰’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믿고 한발 내딛는 것도 ‘신뢰’다. 새로 발견한 것을 나누는 것도 ‘기쁨’이지만, 친구가 나누는 것이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나누려는 마음만 바라보는 것도 ‘기쁨’이다. 감정에 관한 그림책들을 골라보니 공통점이 있다. 모두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리고 자꾸만 물음표로 끝난다는 점이다. 궁금하다. 나의 감정은 어떤지. 아이는,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에디터 김현지
글 전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