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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할수록 즐거운 것

큰아이와 성장 클리닉에 다녀왔다. 매년 키와 몸무게를 체크하고 성장 속도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제 나이에 맞게 자라고 있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마음이 놓이면서도, 최종 예상 신장에 은근한 걱정이 생긴다. “현이의 예상 키는 175cm±6cm입니다. 체중 조절 잘 해주시고 운동 많이 시키셔야 합니다.” 아들 키가 180cm는 넘어야지! 하지만 성장기 초등 고학년의 먹성 좋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안다. 커다란 햄버거 세트를 먹어 치우고도 엄마 밥을 야금야금 뺏어 먹는 아이의 먹성을 보면 체중 조절은 요원한 일이라는 걸. 게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우 집 앞에 있는 피아노 학원 가는데도 온갖 핑계가 따라온다는 걸. 무엇보다도 운동을 꾸준히 해야 성장판도 자극되고 체중도 조절할 수 있을 텐데….

겨우 생각해 낸 첫 번째 묘안은 바로 줄넘기! 하루에 300개씩 하기로 정했는데, 줄넘기를 꾸준히 해온 아이들에게는 15분 남짓 걸리는 간단한 운동이기도 하다. 그래도 하고 나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는, 기본적이고도 비용이 들지 않는 유산소 운동인 셈. 조금 지루해할 때는 긴 줄넘기로 ‘꼬마야 꼬마야’를 하는데 끝까지 성공하기 위해 열 번 스무 번 재도전하기에 땀범벅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비책은 지도 보며 미션장소 찾기! 먼저 아이들 체력을 고려해 적당한 거리의 장소를 미리 정해둔다. 식당이나 새로 생긴 동네 책방, 혹은 조금 먼 동네의 공원 등 어떤 곳도 상관없다. 휴대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 주고 길 안내 기능은 쓰지 않은 채 지도만 보면서 장소를 찾아가보는 놀이다. 아이들 맞춤형으로 만들어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긴 산책을 하기에 유용하다. 가는 길에 예쁜 가게에 들러 구경도 하고, 오는 길에 뜨끈한 국수도 한 그릇 먹고 오면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가게 재미있다.

현이의 성장 클리닉 다음 진료는 1년 후다. 1년간 부지런히 먹고 자고 움직여 또 얼마만큼 성장을 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게다가 한 해의 성장 그래프는 마치 엄마의 성적표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추워도 열심히 나가서 부지런히, 꾸준히 놀자 얘들아!

임민정
그림책 작가론, 북스타트 부모 교육 등의 그림책 강의를 하고 그림책 잡지 《라키비움J》편집장을 맡고 있다. 열두 살 현이, 여덟 살 윤이와 그림책을 읽으며 일상의 순간순간을 작은 행복으로 촘촘히 채워가고 있다.

변신 요가

글·그림 홍미령 | 모래알(키다리)

나무, 물고기, 개, 개구리의 공통점은? 잘 모르겠다면 코브라, 독수리, 원숭이, 돌고래는? 정답은 바로 요가 자세 이름에 등장하는 동물! 이 책은 죽순 친구들이 악당 모모에게 잡혀가자 주인공 꼬죽이가 요가 수련을 통해 각종 동물로 변신하는 기술을 익혀 친구들을 구출하는 유쾌 통쾌한 이야기다. 제목에도, 내용에도 요가가 등장하지만, 본격 요가 그림책이라기보다는 요가를 은근한 소재로 한 꼬마 죽순들의 모험과 성장 이야기에 가깝다. 하지만 아마도 요가 좀 해봤을 거라 짐작되는 작가가 숨겨둔 한 방은 바로 겉표지 안쪽에 있다. 겉표지를 쓱 벗겨내어 뒤집어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요가 자세를 꼼꼼한 설명과 그림으로 소개해 두었다. 물론 요가를 제대로 배우려면 공인된 전문가에게 수련을 받아야 하지만,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겉표지의 자세를 따라 해보며 살짝 맛보는 것도 재미있다. 요가로 주인공 꼬죽이의 모험에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엄마 더워!”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아이가 요가 자세 따라 하기를 즐기고 다른 자세도 배워보고 싶어 한다면?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 요가 영상이 있어 놀이처럼, 혹은 실내 운동의 일환으로 해볼 수 있다. 그림책 읽다가 요가까지 하다니,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넌 어떻게 춤을 추니?

글·그림 티라 헤더 | 옮김 천미나 | 책과콩나무

요가로 몸을 따뜻하게 데웠다면 본격적으로 움직여보자.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이어 <스트릿 맨 파이터>, 그리고 이미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POP 아이돌의 영향일까. 지난 1년여 사이에 춤은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이렇게 춤을 잘 추는 사람이 많다니 놀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표현의 한 수단으로 저토록 몸을 자신이 생각한 대로, 멋지게 움직일 수 있다니 경외의 마음과 함께 내 몸에 한없이 미안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배운 것도 있다. 못 춰도 괜찮아, 그까짓 거, 마음껏 나를 표현해 봐!(더 나이 들면 못 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몸을 흔든다. 사람마다 개성도 달라 손가락 춤, 엉덩이 춤 원하는 대로 추고 밥 먹고, 장 보며, 일하다 쉬면서도 춤을 춘다. 기분이 좋아도 추고, 울적해도 추고, 추고 싶지 않아서 안 추기도 한다! 캐릭터들이 시원하게 춤을 추는 그림을 보면 이상하게 엉덩이가 들썩이고 보던 책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게 된다. 넌 어떻게 춤을 추니? 아이와 한바탕 되는 대로 몸을 흔들고 나면 우스꽝스러운 서로의 모습에 배가 아프도록 웃게 된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아이가 매일 춤을 추자고 할지도 모른다는 점.

밤바다로 해루질 가요!

글·그림 조혜란 | 책읽는곰

해루질은 바닷물이 빠진 간조 날 밤에 갯벌에서 맨손으로 바다 생물을 잡는 일을 뜻한다. 우리나라 서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 안에 들 정도로 갯벌이 잘 발달해 있는데, 주로 조개나 낙지를 캐는 갯벌 체험은 많이 봤어도 해루질은 이름부터 좀 생소하다. 주인공 해랑이는 멀리서 일하는 엄마 대신 할머니와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다. 내일 생일이신 엄마가 집에 오는데, 마음에 드는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해랑이. 할머니는 “바다 곳간에 가면 뭐든 다 있다.”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뿐이다. 마침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사리 때를 맞아, 해랑이와 할머니는 엄마 선물을 마련하러 밤바다로 해루질을 떠난다. 해루질의 매력은 그저 갯벌 위로 나와 있는 것을 ‘주워 오기’만 한다는 점이다. 일부러 갯벌을 파거나 그물을 던지지 않고 바다가 주는 만큼, 딱 필요한 만큼만 가져오는 것. 그게 바다 곳간을 비지 않게 한다는 할머니의 말씀은 얼마나 지혜로운지! 해루질을 떠나고 싶어 장비와 포인트까지 찾아본 사람으로 팁을 드리자면, 일단 해루질 카페에 가입하고 시기에 맞춰 물때와 좋은 포인트를 확인하는 게 좋다. 그리고 어린 고기는 바로 놓아주라는 할머니 말씀도 잊지 말자! 욕심을 내려놓는 것, 그게 해루질의 미덕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 하니 사리 때마다 밤바다로 출발하는 건 아닌지 벌써 걱정이다.

눈 오는 날

글·그림 이와무라 카즈오 | 옮김 김영주 | 웅진주니어

세상에서 집이 제일 좋다는 집돌이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이다. 날씨가 바깥 활동에 제격이니 어떻게든 아이들을 부추겨 잠시라도 나갈 수 있으니까. 그러나 겨울은 정말 매일매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줄넘기도, 미션 장소 찾기도 늘 먹히는 건 아니니 어쩔 수 없다. 그럴 때 눈이 와주면 그야말로 할렐루야! 어릴 때만큼 아무 걱정 없이 눈 오는 날을 즐길 수는 없지만(장은 미리 봤지? 내일 재택근무 해도 되는 날인가?), 여전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 이내 마음이 두근거리며 자꾸만 창밖을 내다보게 된다. 눈이 제법 쌓이면 제아무리 집돌이 형제라도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한다. 패딩 입고, 부츠 신고, 방수 장갑까지 꼼꼼히 챙기는 건 기본이다. 《눈 오는 날》의 아기 다람쥐들도 눈이 소복이 쌓이자 나갈 채비를 하지만 엄마는 ‘바빠서’, 아빠는 ‘추워서’ 난로 옆이 좋단다. 하지만 아기들끼리만 놀 수야 없다. 결국 억지로 끌려 나온 아빠는 아이들 등쌀에 썰매를 몇 번 밀어주고, 아빠 차례가 되어 한번 타보더니 바로 눈빛이 돌변한다. 아, 이쯤 되면 이 책을 읽어주는 모든 어른은 결말을 짐작하게 된다. 엄마도 나가겠지, 신나게 놀겠지. 어쩜 이렇게 우리 집이랑, 아니 모든 집이 똑같지? 그게 아이도 어른도 추위를 잊고 뛰어 나가게 만드는 눈의 힘이다. 게다가 하얀 눈과 아이들과 강아지, 이렇게 셋은 언제나 한 장면 안에 있을 때 참 사랑스럽지 않은가.

우리 같이 걸어요 서울 성곽길

글 김영미 | 그림 김종민 | 키위북스

서울 성곽길은 조선의 도읍지인 한양을 둘러싼 성곽을 따라걷도록 조성한 길로, 정식 명칭은 ‘서울한양도성 순성길’이다. 성곽은 과거 한양의 경계를 표시하고 외부의 침입을 방어하도록 축조되었기에 한양을 둘러싼 산의 능선을 따라 만들어졌다. 근대화 과정에서 많이 소실되었지만, 다시 짓고 보수하여 현재는 전체 구간의 70%가 존재한다. 이 그림책은 성곽길을 걷는 아빠와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둘의 대화를 빌려 성곽을 설명한다. 성곽의 역사와 의미를 담았지만 심각하거나 어렵지 않고 분량도 길지 않아서 유아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실제 성곽길을 가보면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운치 있고 고즈넉한 길이 펼쳐진다. 계절마다 매력이 다르고, 걷다가 만나는 예스러운 풍경은 잠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수백 년 전으로 우리를 이끈다(이왕이면 궁궐 안에 있고 싶어라). 현재 성곽길은 여섯 개의 구간이 마련되어 있고 각 구간의 둘레와 난이도가 조금씩 다르다. 아이와 함께라면 걷기 쉽고 소요 시간도 비교적 짧은 낙산 구간을 추천하는데, 얕은 산을 오르는 정도의 코스다. 한 번 오르고 나면 다른 코스도, 다른 날씨에도 가보고 싶어지는 팔색조 같은 매력에 푹 빠진다.

두근두근 달리기하는 날

글 구스노키 시게노리 | 그림 이나바 다쿠야 | 옮김 엄혜숙 | 킨더랜드

지난가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4년 만에 운동회를 했다. 운동회를 앞두고 알림장에는 매일 달리기 연습을 하라는 공지가 왔는데, 달리기 실력이 그냥저냥인 아이들은 자신없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엄마, 꼴등 하면 어떡하지?”라는 1학년과 “안 넘어지면 돼.”라고 쿨한 척하는 5학년이지만 실은 내가 더 심란했다. 연습하면 잘하게 될 거라는, 나조차도 확실한 믿음이 없는 말로 응원해 봤지만 정말 꼴등 하면 속상해할 텐데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5학년은 포기 반, 운에 맡기기 반으로 마음속 결정을 내린 것 같았고, 1학년은 엄마와 하루 딱 10분 달리기 연습 비슷한 걸 했다. 그래!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대비하는 마음이 예쁘고 좋다며 다독였는데 이게 웬걸. 운동회 날 아침, 첫 번째 순서가 바로 5학년 개인 달리기였는데 무려 거대한 벌룬을 통과하는 장애물 달리기였다! 실력이 크게 의미 없는 장애물 달리기의 결과, 1학년과 5학년은 각각 자신의 조에서 1등을 차지했다는 훈훈한 이야기를 남긴다. 달리기에 자신 없는 아이들과 꼭 읽어보면 좋을,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향해 뛰어보면 좋을 그림책이다. 달리기를 잘 못한다 해도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기적같이 1등을 할 수도 있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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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명주

글 임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