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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포개며
한국의 색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로, ‘호호당 클래식’, ‘호호당 베이비’, ‘히스토리바이 호호당’, ‘일상풍경’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일상을 아우르는 생활 소품을 디자인한다. 기쁜 날을 함께해줄 기품 있는 선물과 단아한 포장, 그 외에도 일상생활을 더욱 따스하게 채워줄 제품들로 현대적인 감각의 코리안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의 색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로, ‘호호당 클래식’, ‘호호당 베이비’, ‘히스토리바이 호호당’, ‘일상풍경’이라는 네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일상을 아우르는 생활 소품을 디자인한다. 기쁜 날을 함께해줄 기품 있는 선물과 단아한 포장, 그 외에도 일상생활을 더욱 따스하게 채워줄 제품들로 현대적인 감각의 코리안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호호당 클래식
“선물 포장 필요하세요?” 선물 가게의 친절한 물음에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모로 젓는다. ‘포장은 제가 할게요.’ 마음속으로 가만히 읊으면서. 집에 돌아와 아껴둔 빈티지 천을 곱게 다리고 고심해서 고른 선물을 그 위에 올린 뒤 조심조심 모양을 잡고 덮는다. 종이 포장지처럼 손에 익은 재료가 아니어서 몇 번이고 미끄러지다가 유튜브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검색어는 ‘hohodang’. 고운 보자기로 포장법을 알리는 그녀의 손을 따라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푸짐한 모양새로 포장을 마친다. 리본을 묶기 전에 미리 써둔 편지를 살포시 끼워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일 신나는 순간이다.
“호호당에는 직접 사용할 물건을 찾는 손님보다는 선물을 사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선물을 받는 순간부터 풀어서 안을 들여다볼 때까지 전부 선물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정성을 담은 포장 덕분에 선물을 쉽게 풀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선물과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싶어요.”
호호당의 그녀처럼 근사하게 해내진 못하지만, 고급스러운 원단 대신 오래된 천의 자투리가 전부지만 내가 한 포장이 썩 마음에 든다.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고른 천이니까, 받을 사람을 떠올리며 포장한 물건이니까, 받는 사람에게 포장까지 선물이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호호당의 그녀와 꼭 같은 마음으로 보자기의 매듭을 매만지며 둥글게 모양을 만든다.
“호호당에 방문해주시는 분들의 목적은 대부분 보자기 포장이에요. 특히 한韓포장은 한복을 하지 않는 이상 만나기 어렵고, 한포장만 하는 매장은 아예 없거든요. 호호당이 초기부터 진행한 것 중 하나가 보媬예요.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게 된 지금도 먼 지방이나 제주도, 심지어 외국에서도 찾아와주시는 이유는 보자기 포장 때문이죠.”
생활용품 브랜드라는 소개답게 호호당은 말한다. “보자기 포장을 엄청난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보자기 포장은 옛날부터 해오던 아주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소풍 갈 때마다 엄마가 싸준 작고 귀여운 주먹밥이나 유부초밥은 자그마한 통에 담겨 손수건에 묶인 채 가방에 들어 있곤 했다. 토끼 귀처럼 쫑긋한 모양새로 묶여 있던 리본. 우리는 지나온 날들 곳곳에서 보자기 포장과 함께였다. 호호당은 보자기 포장법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책도 쓰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좋은 날 보자기 포장을 많은 사람과 나누면 좋겠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호호당好好堂’, 좋은 일만 있으라는 그것과 똑 닮아 보인다.
호호당 베이비
한국인이라면 으레 한 살이 되는 날 특정한 물건으로 미래를 점치게 된다. 연필, 책, 마이크, 바늘, 국수, 돈, 붓 등을 상 위에 올려두고 어느 것을 고르는가로 그 아이의 장래 운명을 짐작하는 돌잡이란 풍습 때문이다. 나의 미래를 예견한 물건은 연필이었다. 작디작은 내 손에 시선을 고정하고 두근거렸을 식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내가 잡은 게 연필이어서 똑똑한 아이가 태어났다고 좋아했겠지, 공부를 잘할 거라고 기대했겠지.
호호당은 한국인으로 살아가며 만나는 좋은 날, 이를테면 출산, 백일, 돌, 결혼, 환갑 같은 날 필요한 한국의 생활용품을 호호당의 색을 입혀 만들고 있다. 우리는 아이의 탄생에는 지나칠 만큼 관대하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 것엔 언제부턴가 인색해졌다. 평균 수명을 운운하며 챙기는 걸 부끄러워하게 된 환갑부터가 그렇다. 하물며 한 사람이 생을 다한 날, 장례에는 고인의 색이 담긴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다.
“호호당이 바라는 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담는 브랜드가 되는 거예요. 상조 회사에서 안내하는 대로만 진행되는 장례에 그 가족만의 분위기가 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훗날에는 장례용품까지 호호당의 느낌으로 제작하고 싶어요.”
© 호호당
히스토리 바이 호호당
“저는 웨딩드레스보다 한복에 로망을 가진 사람이었어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복의 가격표를 들여다보던 어떤 날을 떠올린다. 내 손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값비싼 한복이거나 너무 요란하게 만들어진 저렴하고 촌스러운 한복들. 모 아니면 도 사이에서 호호당은 ‘단아하고, 담백하고, 가격에 부담이 없는 한복’을 런칭했다. 이 모든 걸음은 그녀의 취향이자 필요에 의해 시작된 일이다.
“고궁 근처에는 한복을 대여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어디가 한국적인지 잘 모르겠는 조악한 제품들이 자주 눈에 띄어요. 저는 장인들이 만드는 고가의 품격 있는 한복과 저렴하고 조악한 한복의 중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복은 대체로 일상복과 분리되어 있어요. 코트, 가방, 신발까지도요. 한복과 관련된 용품이 일상과 좀더 맞닿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복 천으로 가방이나 명함 지갑 등을 만들어서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어요.”
한국스러운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일까, 호호당에서는 심심치 않게 외국인 손님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 작품이 아니라 생활 소품을 파는 곳이고 싶다, 어떤 사람이 와도 부담스럽지 않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바람은 어쩌면 진작 이루어졌는지도 모른다. 호호당의 문턱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낮고 미미하지만, 그 안엔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정성이 풍성하게 머물고 있다.
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3 1층
H. hohodang.co.kr
O. 월-토요일 10:00-17:00, 일요일 예약
호호당好好堂이라는 이름은 참 예뻐요. 한국의 색이 담긴 생활용품을 소개하는 브랜드라는 의미와도 잘 어울리고요.
호호당이란 이름은 상호가 아니라 어머니가 제 신혼집에 붙여주신 별명이었어요. ‘새로 시작하는 가정에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명칭이었죠. 사실 처음 시작한 건 생활용품이 아니라 선물 요리였어요. 의미 있는 날을 위한 요리와 그 요리를 포장하는 작업이었는데, 보자기 포장이 시작된 건 이때부터예요. 한국 음식은 내가 먹기 위해 차리는 상보다는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차리는 음식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 보자기 포장을 하게 되거든요. 이토록 생활과 밀접한 보자기를 편하게 만날 방법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유기 제품을 시작으로 생활용품 브랜드로 전개하게 되었어요.
“호호당은 한국의 색이 담긴 제품을 만들어 냅니다.”라는 문장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호호당이 생각하는 한국의 색이 궁금해요.
한국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원래 있는 물건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보다 어떤 의미로 사용됐는지에 집중하고 있죠. 그래서 호호당의 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없다고 해서 불편하진 않지만, 그것이 가진 의미를 간직하고 싶을 때 호호당의 색을 입혀 제작하고 있어요.
의미에 집중한 대표적인 제품을 꼽아본다면요?
금줄 같은 거요. 금줄을 달거나 달지 않는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지만,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작은 즐거움이 깃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호호당의 금줄은 자수를 놓은 쿠션으로 만들어지는데, 이처럼 옛날 것을 똑같이 만들어낸 제품보다는 본래 이야기는 담되 쓸모 있게 바꾼 형태로 선보이고 있어요. 반면, 전형적인 이미지와 의미가 퇴색된 제품을 되살리기도 해요. 호호당의 배냇저고리가 그렇죠. 저는 아기가 생겼을 때 배냇저고리는 꼭 마련하고 싶었거든요. 외국에 있을 때라 온라인으로 열심히 검색해봤는데 예쁘게, 화려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해서 본래의 모양을 잃은 제품만 보이더라고요. 배냇저고리는 깃과 섶이 없어야 하고, 백색이어야 해요. 아무리 찾아봐도 기본에 충실한 배냇저고리는 보이지 않아서 직접 만들었어요. 호호당 배냇저고리에는 오래 살라는 의미로 실을 꼬아서 끈을 달고, 십이간지를 수놓고 있어요.
호호당의 2020년이 궁금해요.
한국인으로 살아가며 만나는 좋은 날들이 있는데, 이를 기념할 물품들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어요. 앞서 말한 금줄도 그렇고 환갑이라는 풍습도 그렇죠. 분명히 뜻깊은 날인데 비교적 덜 기념하고 지내는 날들을 의미 있는 날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화려한 잔치를 베푸는 게 아니라 의미에 집중하여 가장 호호당답게 차려놓고 보여드리는 거죠. 히스토리 바이 호호당의 연장선이 될 텐데요.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는 모든 것, 물건부터 옷, 행사, 기념 촬영까지 형식적이지 않고 그 사람만의 역사를 담아 완성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한 사람의 삶을 호호당의 시각으로 의미 있게 담아내는 작업이 될 거예요.
사람들에게 호호당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인생의 좋은 날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누구 돌이래.”라는 말에 “그럼 호호당 가자!” 할 수 있는 브랜드요(웃음).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곳이 되고 싶어요. 살아가면서 만나는 좋은 날을 계속해서 기념할 수 있게 되면, 호호당을 아껴주는 분들과도 더 많이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이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