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d Little Things

이상한 작은 사람이 이상한 작은 것을 만들어요
오드 리틀띵 대표 김선영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유리’를 “투명하고 단단하며 잘 깨진다.”라고 설명한다. 여기 유리 공예품을 만들고 파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반짝이는 유리를 닮았다. 유리처럼 깨지기 쉽지만 유리만큼 단단하고 그리하여 오래오래 썩지 않을 사람. 그가 만든 반짝이는 것들로 가득 찬, 그가 직접 지었다는 창이 많은 작은 집에서, 키 큰 나는 약간 꾸부정하게 서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종종 찾아가던 공간이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지만, 그리고 그가 만든 유리 공예품이 지금 내 책상 위에도 있지만, 새삼 공간과 사람, 그리고 물건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 부탁드려요.

작은 소품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제주의 일인 공방 ‘오드 리틀띵’의 김선영입니다. 요즘엔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주로 하지만, 드림캐처라든지 유목 모빌, 캔들, 키링 등 오로지 제가 만들고 싶은 것들을 제 마음대로 만들고 있어요. 영어 스펠링은 Odd Little Things이고 앞 글자를 따서 올트OLT라고도 불리죠. 이름 그대로예요. 이상한 작은 것. 처음 오픈 하며 “이상한 작은 집에서 이상한 작은 사람이 이상한 작은 것을 만들어요.”라는 문구를 걸기도 했어요.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이 이상하고 작은 공간을 직접 지으셨죠?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당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공사를 직접 할 수밖에 없었어요. 사정을 딱히 여긴 친구가 카페 뒷마당을 제공했고 그 위에 이 건물을 지었어요. 예산이 부족해 너무 허술하게 짓는 바람에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덥고 비 오면 비가 새요. 그래서 막막한 마음이 들 때면 ‘종이로 만든 집’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곤 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우리 함께 태풍도 여러 번 견뎌냈네요. 꽤 잘 버텨주고 있어요. 얼기설기 지어진, 말 그대로 이상하고 작은 집이지만 처음부터 제가 원하던 대로 창을 많이 내어 빛이 아주 예쁜 곳입니다.

 

제주에서 사시기 전에 VMD 일을 하셨어요. 어떤 일이에요?

비주얼 머천다이저. 회사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제가 일한 회사내에선 브랜드의 보이는 이미지를 총괄하는 기획 부서였어요. 의류 회사라 특정 브랜드의 인테리어부터 윈도우 디스플레이, 매장 내 구역 구성, 시즌별 룩북 코디, 전국 매장 VM교육 등 아주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전방위적인 일을 했어요. 옷걸이부터 마네킹 디자인까지. 우리끼리는 VMD는 ‘V보이는 건 M뭐든지 D다 한다’의 약자라고 말하기도 했네요.

 

VMD 일을 했던 경험이 지금 하는 일에 영향을 주나요?

VMD 시절 우리 일을 “예쁘게 꾸며준다.”라고 표현하면 기분이 나빴어요. 브랜드의 공간 구성이라는 게 예쁜 게 다가 아니고 상품 간의 관계 등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 등 굉장히 여러 방면으로 고심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그야말로 예쁘기만 한 게 쓸모인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네요. 시즌별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브랜드 VM의 꽃이에요. 그럴 때 작은 소품 같은 걸 직접 디자인하고 개발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소품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또 오랜 시간 익혀온 공간에 대한 감각 같은 것들도 지금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제품을 만들 때도 습관적으로 공간과 어울리는지를 보면서 만들어요. 말하자면 지금 이 공간 저 창문 아래 이런 소품이 있으면 어울리겠다는 생각부터 하고, 그 소품을 만드는 식이에요.

 

오드 리틀띵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음, 처음엔 친구네 카페에 필요한 작은 소품들을 만들어주는 걸로 시작했어요. 저는 별거 아닌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탄하고 좋아해 주더라고요. 그게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기왕 일을 해야 한다면 내가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소품 만들어 파는 일은 돈이 안 되니 취미처럼 해야 한다며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내가 재미있으면 남들이 몰라줘도 좀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VMD라는 회사원에서 소품을 만드는 작가이자 자영업자로 직업이 바뀌었어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결재 서류 몇 개 올리고 슬렁슬렁 인터넷 서칭하다가 퇴근해도 월급날이면 통장에 돈이 입금되던 그 기억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달콤해요. 물론 정신없이 바쁜 날도 많았지만요. 지금은 혼자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수입도 결정되니 슬렁슬렁이 잘 안돼요. 먹고사는 일이 회사 다닐 때보다 너무나 가까이에서 저를 압박해요. 그게 자영업자 같아요. 그러다가 어떤 날은 ‘내가 왜 이러고 있냐. 에라 모르겠다. 바다에나 가자.’ 하는 때에 바다에 갈 수도 있지요. 하지만 모든 밥벌이가 대부분 그렇듯 ‘일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자.’가 대부분 이겨요. 맞아요. ‘지금 바다에 갈까? 일해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할까?’를 비롯한 수많은 고민과 결정을 내내 저 혼자 하는 게 몹시 고독해요. 그 결정의 수혜자 역시 오롯이 혼자라는 것도요. 그게 정말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쟤 눈치 보여서’의 쟤가 없어요. 그게 좋아요. 아무튼 내 마음대로 놀 수 있지만 결국엔 못 노는 직업이네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나’에 취해서 그 삶이 견뎌져요. 

 

주로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들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꽃, 물고기, 구름, 고양이 등을 많이 만들고 있지만,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추상적인 제품이에요. 딱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요.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제작부터 판매, 홍보까지 모두 혼자 하면서 사장님이자 동시에 작가님이라고 불리는데요. 스스로 자영업자라고 생각하세요, 작가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직도 누가 ‘작가님’이라고 하면 어디 숨고 싶어요. 그런데 내가 자꾸 나를 부끄러워하면 내가 만든 걸 좋아해 주는 사람들한테 좀 미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좀 뻔뻔해지기로 했습니다. 사실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되긴 해요. 공예라는 분야를 취미 정도로 여기는 야박한 나라에서 대단한 창작물을 거창하게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내가 작가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또 나부터 공예라는 분야를 낮춰 보는 게 아닌가 반성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거창한 건 못해도 작고 이상한 건 잘 만들어내니까 작가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작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 자격 여부를 계속 따져요. 피곤해요. 요즘엔 “작가사장님”이라고 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 말이 맞지 싶어요. 창작자이니 작가도 맞고, 그런데 만든 걸 스스로 고래고래 소리치지 않으면 돈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다 자영업자 아닌가 합니다.

 

작가면서 자영업자로서 처음에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려고 할 때 가격 책정 때문에 고민하시는 걸 봤어요. 처음 가격을 붙일 때 어떠셨어요? 지금은 조금 수월해지셨나요?

VMD 일은 마케팅의 한 분야이기도 해서 유행의 최전선에 있었거든요. 공산품 시세에 아주 익숙해요. 그러니 시장에서 이 정도 제품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아는 거죠. 그게 공산품일 때는 싸네, 비싸네, 평가가 쉬웠어요. 물건만 보이고 만든 사람은 눈에 안 보였으니까. 그런데 수공예는 완전 다른 차원이에요. 직접 몸을 갈아 넣어 만든 게 “고작” 이거였을 경우, 지금껏 내 안에 쌓여온 시장 데이터와 내가 이걸 만들어내기 위해 지금껏 해온 모든 수고가 격렬히 맞붙는 거죠. 그 갭이 너무 커서 깜짝 놀랐어요. 사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나온 매끈한 공산품과 일일이 시간과 공을 들인 수공예품은 가격에 있어서는 애초에 게임이 안 돼요. 그런데 오랜 시간 시장에서 일 한 경험 때문에 자꾸 비교하게 되어서 처음에 참 힘들었어요. 그래서 제품을 만들어두고도 반년간 오픈도 못 했어요. 가격을 못 붙여서요. 손님이 물어보면 죄지은 사람처럼 우물쭈물 답하기를 여러 번. 

그런데 ‘이건 너무 비싸게 가격을 붙였나봐. 안 팔리네.’ 하던 것들이 하나하나 주인을 찾아가더라고요. ‘정말 알아봐 주는 사람은 제 가치를 지불하는구나.’ 하는 경험들이 계속 쌓이면서 지금은 처음보다는 조금 편안하게 가격을 정합니다. 알아봐 주시는 분들,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죠. 연예인들이 연말 시상식에서 “팬분들 덕이에요.”하면 구태의연하다 생각하며 코로 웃었는데, 아니에요. 모든 창작자는 팬들이 키우는 거더라고요. 저는 덕분에 정말 많이 컸어요. 아까 자영업자로 바꾸고 나서 좋아진 점에 하나 더 넣어주세요. 팬이 생겨요. 회사 다니면서 이렇게 신나는 경험은 별로 없었어요.

 

가격을 책정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이 가격을 받고 다시 만들 수 있는가?’의 기준으로 움직여요. 수공예라 한 번 만들고 다시 만들 엄두가 안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이제는 제가 만든 제품이 많아지다 보니 이미 가격을 정한 다른 제품이 절대 기준이 되어주고 있어요. 

 

직접 만든 수공예품만 판매하고 있어요.

사실 굉장히 고집스러운 가게예요. 제주의 많은 소품점들이 기념품이란 이름으로 수공예품을 사 와서 여러 개 모아두고 팔거든요. 아무래도 그래야 여러 사람에게 많이 팔 수 있으니까요. 매번 직접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건 품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에요. 그래서 공방들은 원데이 클래스를 열기도 하죠. 그런데 오드 리틀띵은 클래스도 운영하지 않고, 다른 작가가 만든 제품을 매입하지도 않아요. 오로지 제가 만든 걸 제가 팔 뿐이에요. 게다가 구색을 제대로 갖춰 놓지 않고 손님을 받는다는 게 용납이 잘 안돼요. 하나가 팔리면 이틀씩 걸려 그 하나를 다시 만들어 채워 넣어야 해요. 그러니 계속 무리할 수밖에 없어요. 매일 매시간 할 일이 많아 여유가 안 생겨요. 뭐든 다 혼자 해야 하니까요. 요즘은 팔 통증이 심해 무거운 걸 잘못 들어요. 몸을 과하게 쓰니 여기저기 삐걱대는데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판매 속도를 못 따라갈 때가 많아요. 

지금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공방 운영은 하지 않고, 주로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어요. 사이트 내에 품절된 제품이 많으면 초조해져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쉬기가 여의치 않아요. 또한 제작뿐 아니라 판매도 직접 하다 보니 손님들의 직접적 대면 평가에 상처받을 때도 더러 생기죠. 그럴 땐 나도 다른 사람 물건 떼다 팔면 마음도 몸도 편할 텐데 생각해요. 그래도 얼른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서 손님을 직접 만나는 날이 오길 기다려요. 대면 평가에 상처받는 것보다 용기를 얻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니까요.

 

자영업자이자 작가로서 앞으로 목표를 알려 주세요.

거창한 건 너무 피곤하고요. 계속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지금 제가 만드는 것들이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특별한 건 아니거든요. 아마 그게 작가라는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지는 이유 중 하날 거예요. 그런데 제가 만든 것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특별함이 있다면 그건 아마 발상일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이것을 유리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만들 수도 있구나.’ 같은. 나이가 들어도 흐려지지 않고 누군가를 웃게 할 재미있는 발상을 해내고 싶어요. 이상한 작은 집에서 이상한 작은 것을 만드는 이상한 작은 할머니가 되고 싶네요. 그러려면 몸이 따라줘야겠지만요.

오드 리틀띵
A. 제주 제주시 구좌읍 대수길9
O. Instagram.com/olt_odd.little.things

그는 바다로 숲으로 낮은 담과 집 사이로 걷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가 발견한 세상의 귀여움을 잘 기억했다가 손을 움직여 만들고 표현한다. 그가 오래오래 즐겁게 걷고 발견하고 만들고 팔며, 행복하고 이상한 할머니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반짝이는 것들이 가득 찬 작은 집에서 언제고 웃으며 건강하게 인사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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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다운

포토그래퍼 박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