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own, Our Bookstore

나의 동네, 우리들의 책방

전에 살던 동네에 작은 그림책방이 하나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날이 좋으면 꼭 그쪽으로 걷곤 했다. 노을이 내려앉아 하늘이 어둑해지면 더 그랬다. 꼭 한 번 들어가서 말을 건네고 싶었다. “이 책방 어떻게 열게 되신 거예요?” 그날 못다 한 질문을 전국 다섯 개 책방에 대신 물었다. 내친김에 책도 한 권 추천받고!

숲속 동화 같은 책방

제주, 사슴책방

그림책 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 전문 책방. 80퍼센트 이상이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해외 서적이며 국내외 시각예술 분야의 책만을 전문적으로 소개한다.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팝업북이나 페이퍼커팅북도 만날 수 있다. 1층은 책방으로 운영하며 2층과 3층은 개인 공간인 작업실로 사용한다. 다녀가는 손님들에게 그림책에 나오는 꿈같은 공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마당에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도록 신경 써 가꾸고 있다.

외서의 비중이 높은 만큼 큐레이션의 기준도 까다롭다. 첫째,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외국 작가들의 신작을 가장 먼저 입고하려고 노력한다. 둘째, 절판본이나 희귀본을 입고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아무리 판매가 잘되는 책이라도 책방 분위기와 맞지 않으면 입고하지 않는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시골 마을에 위치한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점점 늘고 있다. 처음에는 관광객 비중이 많았지만 이제는 도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책방에서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한다. 매주 정기적으로 여는 그림 수업 외에도 외부 강사 초청 원데이 클래스도 비정기적으로 운영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성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열기도 한다. 현재 연남, 제주, 경리단 세 지점은 그림책 작가 두 명과 북 디자이너가 각각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 함께하는 활동을 더 많이 준비 중이다. 도서 출간은 물론 내년부터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재미있는 상품도 만들어갈 계획이다.



제주시 조천읍 중산간동로 698-71
instagram.com/deerbookshop_in_jeju
12:00~18:00(수~금요일 하루 전 예약 후 방문)
* 토, 일요일 정상 운영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그림책

Pleine Mer
Antoine Guilloppe | Gautier Languereau

“넓은 바다라는 제목의 페이퍼커팅북이에요. 말 그대로 종이에 있는 그림을 칼로 오려서, 만들어진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오면 그림자를 이용해서 볼 수 있죠. 바다에 부서지는 빛, 산호초 사이로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 등 휴양지 바다의 풍광이 아름다운 색과 그림자를 통해 멋지게 구현돼요.”

그림책과 가까운 부부의 책방

경주, 소소밀밀

‘성긴 곳은 더욱 성기게, 빽빽한 곳은 더욱 빽빽하게’라는 의미의 ‘소소밀밀’은 부부의 책방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남편과 어린이책 편집자인 아내, 그림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은 그림책을 곁에 두고 일할 수 있는 작은 작업실을 꿈꾸었다. 이 아담한 책방은 주제별 서가나 신간 코너 등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하지 않고 그림 작가의 안목으로 책을 선별하며 직접 쓰고 만든 책과 그림 엽서를 판매하기도 한다. 책방지기 지혜 씨는 책방을 열었을 때 찾아왔던 손님들이 성장해가는 일을 지켜보았다. 엄마 품에 안겨왔던 아이들은 지금 대여섯 살이 되었고, 막 한글을 뗀 어린이들은 어엿한 소년 소녀가 되어 책방을 찾아온다. 처음에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몰라 서성였던 아이들은 이제 자기만의 책을 잘도 고른다. 

지난 6월 말, 소소밀밀 강릉점이 새롭게 오픈했다. 아람출판사의 문화공간인 씨앗책방과 소소밀밀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판매용 그림책 큐레이션은 경주와 동일하다. 덕분에 우리는 강릉에서도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지혜 씨는 말한다. “책방에서 책을 산다는 건 단순하게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다른 경험을 함께 사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만의 책을 고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머릿속에 소소밀밀도 떠오르겠죠?”

 

경주 | 경주시 포석로 1092번길 16
강릉 | 강릉시 경강로 2046번길 19
instagram.com/sosomilmil
11:00~19:00(경주점 월요일 휴무, 강릉점 수요일 휴무)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그림책

꽃밥 :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
글 정연숙 | 그림 김동성 | 논장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은 무엇일까요? 뜨거운 여름, 조용히 피어나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벼꽃이 바로 그 꽃이에요. 아기의 첫 생일 때 먹은 백설기, 매일 먹는 밥이 수백 송이의 벼꽃이 피고 지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밥상이 더욱 아름다워 보일지도 몰라요.”

오래된 동네의 책방

전주, 살림책방

‘살림책방’의 의미는 말 그대로 ‘살리다’다. 우리 주변에 파괴되어 가는 많은 것들 중에 어쩌면 책이 살릴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지은 이름이다. 가정을 살리는 그림책, 정신을 살리는 인문학 책, 감각을 살리는 예술 책, 지구를 살리는 환경 책 등 모두 살림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살림책방에는 꽤 넓은 마루가 있는데, 아이들은 그 위에서 뒹굴거나 겨울이 되면 따뜻한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책을 읽는다. 오래된 동네에서 책방 운영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때로는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다는 기쁨을 얻는다. 

“동네 사람들이 개발된 지역으로 떠나면서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언젠가 서점을 탐방하러 온 초등학생이 지나가면서 ‘우리 동네는 모든 게 없어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책방이 생기니까 너무 좋아요!’라고 하더군요. 조그마한 책방이 한 어린이에게 희망이 되다니, 마치 세상에서 가장 큰 책방의 주인이 된 것 같았어요.”살림책방은 앞으로도 이곳에서 변하지 않는 하나로 남아 있을 것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만지는 경험이 독서하는 사람을 길러낸다고 믿고 있기에, 다음 세대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교육 기관과 협력할 계획이다.

 

전주시 덕진구 하가3길 20-9 1층
instagram.com/sallim_books
13:00~18:00(화~토요일)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
글 고희영 | 그림 에바 알머슨 옮김 안현모 | 난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물질을 하면서 얻은 교훈을 담은 책이에요. 우리에게 ‘바다는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다.’‘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라는 메시지를 던지죠. 인간의 탐욕으로 계속해서 파괴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 자녀들에게 울림을 줄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가족이 머물던 안온한 책방

속초, 칠성북살롱

속초에 가면 한 번쯤 들르게 되는 복합문화공간 ‘칠성조선소’ 안에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원래는 책방지기의 가족이 살던 집을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과 지구를 생각하는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편집숍으로 새단장했다. ‘우리 가족이 살던 집’을 콘셉트로 안방과 거실에는 친환경 굿즈와 크래프트 굿즈가 모여 있고, 작은방 두 개를 합친 곳에선 그림책을 선보인다.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긴 책, 동물과 지구를 생각하는 환경에 관한 책, 활동지 등을 만날 수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속초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이 북적인다. 여행 왔다가 우연히 들르는 곳이지만 ‘아이에게 엄마, 아빠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세요.’, ‘다음 세대를 지키기 위한 일을 함께 고민해요.’라는 안내 문구를 보며 크게 공감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이곳에서 그림책을 소개하는 일은 아주 멋지고 뿌듯한 일이다.

“내가 책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삶, 그 아름다움과 진정성입니다.”라는 그림책 작가 M.B. 고프스타인의 말에 기대어 앞으로도 좋은 책을 열심히 소개할 예정이다.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칠성조선소북살롱
instagram.com/chilsung_booksalon
11:00~18:00(월~금요일), 11:00~19:00(토, 일요일)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그림책

사라지는 동물 친구들
글·그림 이자벨라 버넬 | 옮김 김명남 감수 이정모 | 그림책공작소

“서식지 파괴, 밀렵, 지구 온난화, 무분별한 벌목 등 다양한 이유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내서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은 책이에요. 책을 통해 아이와 자연스럽게 자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그림이 정말 아름다워서 선물하기에도 좋아요.”

아이와 어른이 행복한 책방

서울, 데어이즈북스

복합문화공간 ‘도화아파트먼트’ 안에 위치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동네 책방이다. 책방지기는 사회 초년생 시절 이 동네에서 자취를 하며 이곳에 책방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형 서점과 독자, 그 중간에서 커뮤니티 역할을 할 만한 공간을 꾸리고자 했다. 3층은 도시생활자를 위한 인문 책방으로, 라이프 스타일과 그림책을 중점으로 소개한다. 4층은 어른과 아이를 위한 그림책방으로 꾸몄다. 어린이의 마음과 가족, 친구, 베드타임 스토리 콘텐츠를 담은 ‘나의 작은 세상’과 자연과 우주, 상상과 예술, 인권과 다양성까지 두루 다룬 ‘나의 커다란 세상’ 섹션을 나눠 그림책을 소개한다. 또한 팝업북, 플립북, 빅북과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원서들도 발견할 수 있다.

‘시시하지 않은 당신의 소소한 취미’라는 의미를 담은 ‘시시소소클래스’도 운영한다. 매주 책과 연계한 리틀 아티스트, 스토리텔링 클래스를 비롯해 작가와 함께하는 워크숍과 북토크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책방을 넘어선 공간 사업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 여행 작가로 일하던 책방지기의 경험을 살려 호텔, 북스테이와의 협업과 라운지 북 큐레이션 제안을 모색 중이고, 외국에서 입고할 그림책 에이전시 비즈니스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도화2길 27 3층, 4층
instagram.com/thereisbooks
10:00~20:00(화~일요일)
* 7~8월은 21:00까지 운영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그림책

아가 마중
글 박완서 | 그림 김재홍 | 한울림

“임신했을 때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담아 책 태교를 했는데, 280일 동안 읽은 수많은 책들 중 으뜸으로 《아가 마중》을 꼽곤 해요. 책방에서도 곧 아기 엄마가 되시는 분들께 선물용으로 많이 권해드리는 책이에요. 말이 필요 없는 박완서 작가님의 글이 담긴 그림책이라 더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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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사진 사슴책방, 소소밀밀, 살림책방, 칠성북살롱, 데어이즈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