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GUITAR

처음, 나의 기타

어느 날 갑자기 기타를 사겠다며 이리저리 수소문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이 바보 같기도 했지만, 연주해 보고 싶은 곡에 대한 갈망 때문일까, 그 표정 뒤에는 상대마저 설레게 하는 묘한 떨림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제 기타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됐고, 누군가는 항상 떠올리던
그 곡을 매끄럽게 연주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F코드를 연습하다가 그만두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가수가 됐을 것이다. 가볍지만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들려주는 그들의 ‘처음’ 이야기.

01. 언제, 어떻게 ‘처음’ 기타를 가지게 됐나요?
02. 브랜드나 모델명이 기억나나요?
03. 그때 당시 가장 연주하고 싶었던 곡은 무엇인가요?
04. 그러나 실제로 처음 연주하게 된 곡이 궁금해요.
05. 기타를 처음 안았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06. 가장 좋아하는 기타 곡을 말해주세요.
07. 이제 막 기타를 사려고 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김목인ㅣ37세, 싱어송라이터

01. 아버지의 친척 형제분이 기타공장에서 일을 하셨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선물했던 기타 한 대가 항상 집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무도 연주할 줄 몰라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내내 집 한구석을 차지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스무살 넘어 관심을 갖게 됐죠. 

02. 성음 크래프터Crafter의 오베이션 기타였고, 모델명은 잘 기억이 안 나요. 더 이상 그 기타를 안 쓰게 돼 다른 스튜디오에 두고 온 기억만 있네요. 그때는 모델명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넥Neck이 한 번 부러진 적 있어 모두 연습용으로나 쓸 기타라고 했는데, 그래도 꽤 썼습니다. 제가 훗날 캐비넷 싱얼롱즈란 밴드를 하게 된 뒤에도 공연이나 앨범 녹음에 사용했으니까요. 

03. 너바나Nirvana의 ‘Lithum’ 같은 곡들이었습니다. 

04. 글쎄요. 현실은 어쿠스틱 기타였으니, 아마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같은 곡들이 아니었나 싶네요(웃음).

05. 그때나 지금이나 기타를 안으면 처음엔 뭔가 단정하고 정갈한 기분이 들고, 그날따라 소리가 좋으면 의욕적으로 치다가 차츰 졸려지곤 합니다.

06.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장고 라인하트르Django Reinhardt가 연주한 ‘J’attendrai ’란곡입니다.

07. 기타는 계속 연주하며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나가야 하고, 줄의 종류나 보관상태에 따라서도 많이 차이가 나요. 그러니 매장에 서서 막연히 걱정하는 것보다는 처음에 연주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과 예산을 가지고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세요.

정아윤ㅣ31세, 매거진<B> 디자이너

01. 2008년 12월로 기억합니다. 공책o-check이라는 작은 디자인 회사에 다닐 적, 몇몇이 모여 함께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기타를 가르쳐 주었던 분은 당시 홍대 클럽 ‘빵’에서 주로 활동하던 싱어송라이터 이영훈 선생님이었어요. 퇴근 후 선생님과 함께 낙원상가에 가서 각자 맘에 드는 기타를 골랐습니다. 

02. 덱스터Dexter의 DOM-16 MOP 모델입니다. 진한 밤색의 어쿠스틱 기타입니다. 사실 모델명은 지금 사운드홀 안을 들여다보고 알았어요. 처음엔 그저 품 안에 안고 줄을 튕겨보았을 때의 느낌과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색깔이 마음에 들었어요. 신이 나서 ‘밤두’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03. 오지은 1집에 있는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라는 곡이에요. F코드가 들어있는 곡이라 처음에는 꽤 어려웠지만, 지금은 기타를 손에 쥘 때면 마치 워밍업의 순서처럼 제일 처음으로 떠오르는 곡입니다.

04. 영화 <비 포 선셋>에서 줄리 델피가 에단 호크에게 불러주었던 ‘A Waltz for a Night’. 실은 무슨 코드인지도 모르면서 손가락 짚는 자리와 동선만 파악해 엇비슷하게 따라 하는 거였지만, 그래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는 게 얼마나 근사한 기분인지 그때 알게 됐어요. 레슨을 받으며 제대로 처음 배웠던 곡은 이영훈 선생님 본인의 자작곡 ‘비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이 곡을 시작으로 아르페지오 기법을 쓰는 느린 곡을 몇 곡 더 쳤었는데, 후에 스트로크 기법을 배울 때는 손목 놀림이 꽤 어색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05. 일단 내 품 안에서 느껴지는 나무통의 울림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손끝에 닿는 쇠줄의 느낌도 신선했고요. 기타 이전에는 피아노를 쳤었는데, 저보다 몸집도 크고 들고 다닐 수도 없어서 잠시 건반 앞에 앉아 손을 올려두고 좀 ‘노닐다가 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기타는 오롯이 ‘나’의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흠뻑 빠져있을 수 있는 작은 세계 같죠. 피아노가 강가라면, 기타는 호수의 느낌이에요. 

06.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A case of you’. 겹겹이 쌓인 음들을 기타가 툭 툭 끊어 연주하면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이어집니다. 도입부 한마디만 들어도 금세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곤 해요. 조니 미첼의 라이브를 보면 그녀는 이 곡을 연주할 때 기타를 무릎 위에 눕혀두고 마치 가야금처럼 연주하는데, 이건 아직 이루지 못한 저의 로망 중 하나입니다. 

07. 인터넷보다는 직접 실물을 보고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기타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장 가까운 악기점으로 가, 눈에 들어오는 기타를 데리고 오세요. 설령 조금 치다가 시들해진다 하더라도 뭐 어때요. 방 한 켠에 세워두면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됩니다. 글과 함께있는 사진은 기타를 처음 산 바로 다음날 점심시간에 찍은 사진이에요. 악기점에서 공짜로 받은 카포를 처음 뜯어보았습니다.

정바비ㅣ34세, 송라이터(가을방학, 바비빌, 줄리아 하트)

01. 고1 때 원래 알던 PC통신 음악감상 모임 형들이 밴드하자고 꾀어 처음으로 전기 기타를 샀습니다. 언니네이발관이라는 모던록 밴드였습니다. 밴드 리더인 이석원 형, 그리고 역시 같은 모임에 있던 윤병주 형과 함께 낙원상가에 가서 중고로 나와 있던 것을 60만원대에 산 것으로 기억합니다. 

02. 펜더Fender의 스트라토캐스터 아메리칸 스탠다드. 80년대 모델로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03. 특별히 치고 싶었던 노래가 있었던 기억은 없고, 그냥 당시 듣던 모던록이나 인디록 쪽 곡들을 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Fanclub이나 페이브먼트Pavement 같은 밴드의 노래들일 것입니다.

04. 밴드에서 연주하기 위해 기타를 샀으므로 당연히 그 밴드의 창작곡들을 만드는 게 첫 연주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언니네 이발관 1집에 수록되는 ‘로랜드 고릴라’, ‘팬클럽’과 같은 곡들을 연주했습니다. 연주를 어떻게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편곡 작업을 하게 되었던 셈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서 더 나은 점들도 있었던 것 같네요.

05. 장비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기타도 사실 막 함부로 굴리고 있고, 관리도 엉망이라 그냥 멀쩡한 기타인데 사람들이 보고 “어, 레릭이네요” 할 정도. 픽업을 통한 음의 증폭이나 그런 개념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아무것도 안 한 상태에서 쳐보고, ‘어? 통기타보다 오히려 소리가 작네….’ 하고 의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06. 한 곡을 꼽으라면 스피디 웨스트Speedy West와 지미 브라이언트Jimmy Bry￾ant가 함께 연주한 ‘Lazy Guitar’라는 곡이에요. 살벌한 기교를 선보이던 50년대 컨트리 명인들이 느긋한 호흡으로 연주하는 곡인데 짧은 곡이지만 참 많은 게 담겨 있어서 들을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07.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세요.

이아립ㅣ41세, 싱어송라이터

01. 열일곱 여름, 기타를 들고 있는 리버피닉스의 사진을 내 방문에 붙이게 되면서 기타를 사야겠다고 결심했어요. 

02. 아니요.

03.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 ‘Danny boy’.

04. 직접 만든 4코드 돌림 노래였어요.

05. ‘생각보다 크고 무겁다….’

06. 라몬 레알Ramon leal의 ‘Mariate’란 곡이에요.

07. 무조건 지르세요! 질러보지 않으면 단 것도 쓴 것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현재의 키워드를 오리고 붙여서 나만의 로고송에 도전해 보세요!

전찬준ㅣ32세, 밴드 ‘그릇’ 기타, 보컬, 작사, 작곡

01. 25살의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저는 휴가 나온 군인이었어요. 당시 홍대에 ‘통사모(통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소속의 형들이 차려놓은 기타카페 ’언플‘에서 그날도 어김없이 땀을 흘리며 기타를 치고 있었죠. 그곳에는 기타를 수집하는 형이 있었는데, 고가의 기타를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자신의 기타 몇 개를 내 눈앞에 보이며 “이 기타를 팔고, 사고 싶은 기타가 있다”라고 말했어요. 나는 내 전 재산을 줄 테니 그 기타를 나한테 팔라고 했죠. 형은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당시 제 통장에는 딱 30만원이 들어 있었어요. 

02. 기타를 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꼭 한 번쯤 연주해 보고 싶은 ‘마틴’이었습니다. ‘000-16RGT AUDITORIUM’이라는 모델로, 손이 작은 사람들을 위해 넥Neck을 좀 얇게 만든 기타였어요. 콘서트 현장 객석에서 직접 연주를 듣는 것처럼 생생한 소리가 났습니다. 

03. 그때 당시 사람들은 흔히들 ‘로망스Romance’, 이적의 ‘기다리다’, 리차드 막스Richard Max의 ‘Now and Forever’,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Tears in Heaven’ 같은 곡을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하고 싶어 했어요. 물론 저도 그런 곡에 관심이 없진 않았지만, 가장 연주하고 싶었던 곡은 데이브 매튜스Dave Matthews의 ‘#41’이었습니다. 그 곡은 데이브가 마흔한 번째로 만든 곡으로, 일반적인 기타 코드 운지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코드를 잡게끔 돼 있어요. 그 기이한 손 모양을 하고 노래까지 부르는 일은 정말 어려웠죠. 물론, 그래서 더더욱 연주해 보고 싶었어요. 

04.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나 지금이나 말도 안 되는 마음을 가지고 연주를 해요. ‘내가 이 한 곡만 죽도록 연습한다면, 언젠가 원곡 연주자보다 더 잘 연주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 하는 마음가짐이요. 그래서 연주하고 싶은 곡이 아무리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끝까지 연습해요. 마틴을 사서 실제로 처음 연주하게 된 곡도 그래서‘#41’이었어요. 물론 당시에는 2주 내내 연주 동영상을 보고 나서도 곡의 첫 코드와 오른손 스트림을 겨우겨우 따라 할 수 있는 정도였죠. 

05. 생에 처음으로 직접 산 기타여서 그랬는지, ‘아, 이 기타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너무도 편안했고, 전혀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없었죠. ‘기타 연주를 진심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잘 맞는 기타가 꼭 나타난다’는 믿음을 줄 만큼이었어요.

06. 지금까지도 사실 ‘#41’이 가장 좋아요. 지금 와서 보면 이 곡은 특이한 운지만 빼면 4가지 단순한 코드 구성의 곡인데, 아직까지 제게 그만 한 감동을 준 곡은 없어요. 음악가들에게는 어떤 한 곡이 앞으로 계속 음악을 해나가는 원동력이나 힘이 되기도 하죠. 

07. 무조건 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 많은 이유들이 생기고 결국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다시 기타가 사고 싶어질 거예요. 기타의 가격이나 모양은 중요하지 않아요. 기타를 연주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6줄은 언제나 동등하게 주어집니다. 마치, 제가 기타 회사의 영업사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사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네 개의 기타코드를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 삶에 선물해 줄 거예요.

시와ㅣ38세, 싱어송라이터

01. 제가 처음 산 기타보다, 제 ‘추억 속 첫 기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엄마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오래된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게 저의 첫 기타, 처음 만난 기타입니다. 엄마가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사진 속의 엄마와 기타는 뚜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한복 입고 기타를 치며 입을 동그랗게 하고 노래하는 모습이라니. 멋있었어요.

02. 글쎄요, 모르겠어요. 엄마에게 전화해 그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야겠어요. 스마트폰 메신저로 사진을 받았습니다만 브랜드나 모델명은 모르겠네요. 3박 4일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친정식구들 앞에서 노래하던 사진이라고 해요. 때는 1977년 1월 27일.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로 시작하는 노래 ‘사랑해’를 부르셨대요.

03. 사진이 찍힌 시기를 보니 그때 이미 제가 엄마 뱃속에 살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주 조그만 수정체였을 거예요. 그래서 그런가, 그렇게 일찍 기타를 접했으면서도 기타를 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네요. 하지만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법. 기타가 제 손에 들어오는 일이 생겼죠. 그때부터 가장 연주하고 싶었던 곡은, 제가 만든 저만의 노래였습니다.

04. 대학교 동아리방 노래책에 있던 ‘직녀에게’라는 곡이었어요. 아 올드하다.

05. 기타는 정말 ‘안는’ 악기죠. 제가 기타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건 정신지체 특수학교에서 유치부 교사를 할 때였어요. 교사 연수를 통해서 음악치료를 배우게 되었고 배운 것을 수업에 적용할 때에 기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기타를 ‘안고’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어요. 그때 제가 사용한 악기가 만약 피아노였다면 제가 만나는 아이들은 제 등을 보거나,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눈 맞춤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기타였기에 그것을 ‘안고’ 아이들의 눈앞에 바짝 다가가서 노래를 불러주거나 함께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대화를 나누기 힘든 자폐성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와도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하면서 의사소통이 시작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기타를 안기 시작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길, 너와 내가 가까워지는 길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죠. 노래를 만들고, 기타와 함께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그 노래를 자기 이야기로 여겨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기쁘게 노래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노래하고 싶어요. 

06. 이병우 작곡과 연주, 양희은이 노래한 ‘그해 겨울’이요. 기타와 목소리 모두에 표정이 풍부해요. 솜씨만 있다면 그 표정을 그려 보일 수 있을 텐데!

07. 기타 가게에 들어가 녀석들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나를 가져요.’ 하고 말을 걸지도 몰라요. 영화 ‘스트레인지 댄 픽션’의 민트색 스트라토캐스터처럼요. 그럼 그 아이를 안고 소리를 내봐요. 직접 만지고 소리를 들어봐야 이게 나의 물건이 될 만한지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더 잘 알게 된답니다. 참, 기타 구입에 쓸 예산은 미리 정하고 가는 게 좋아요. 그리고 연주의 시작은 ‘시와’의 노래로(응?). 제 노래의 기타 코드가 아주 쉽거든요. 궁금하시면 홈페이지(withsiwa.com)에 와보세요. 공연에 오셔서 기타 치는 제 손을 동영상으로 찍어가셔도 좋아요. 저는 듣는 이를 가까이 두고 공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렇게 알게 된 코드로 자신만의 노래를 만드는 길에 접어들 수 있기를. 부디 그 즐거움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김선욱ㅣ31세, 싱어송라이터

01. 2008년, 제대 직후 공장에 들어가 한 달간 일을 했습니다. 안산에 있는 폐기물 처리장이었는데, 공사장 잡부 정도의 노동강도여서 아르바이트치고는 급여가 나름 괜찮았어요. 이때 번 돈으로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갔고, 남은 일부는 기타를 사는 데 썼어요. 이전에 있던 기타들은 부모님의 돈으로 혹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번 돈으로 산 악기였는데, 그때 샀던 기타는 처음으로 직접 땀 흘려 얻은 악기였어요. 

02. 테일러Taylor의 ‘Big Baby’.

03.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I’m Yours’라는 곡이요.

04. 음이 너무 높은 관계로 포기하고 존 메이어John Mayer 곡들을 많이 연습했어요. ‘Your Body is a Wonderland’, ‘Neon’이 기억나네요.

05. 한창 열심히 연습하던 시절 늘 곁에 두고 살았던 악기여서 오히려 특별한 감정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론 굉장히 뿌듯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직접 고생해서 산 악기라 ‘내 것’이라는 느낌이 강했었죠. 지금도 그런 특별한 의미를 가진 악기로 아직까지 소장하고 있어요. 이제는 ‘레슨용 기타’라는 점이 그때와 다르지만. 

06. 존 메이어의 ‘Neon’.

07. 기타를 쳐보니 비싼기타가 왜 좋은지 알게 됐어요. 여유가 되시는 한에서 최대한 비싼 걸 사세요.

강명철ㅣ29세, 대학원생

01. 중학교 3학년 때, 용돈 10만원을 모아서 낙원상가 기타매장 주변을 쭈뼛쭈뼛 돌아다녔어요. 스킨헤드를 한 형이 대뜸 무슨 기타를 찾느냐고 물어봐서 겁을 먹었지만, 용기를 내 10만원 안에 살 수 있는 통기타를 찾고 있다 말했죠. 그 형이 꺼낸 기타가 제 첫 기타였어요. 소리 잘 나고, 흠집 없고, 무엇보다 10만원만 내면 전자메트로놈까지 준다는 말에 바로 구입했죠.

02.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사진을 보면서 추측을 해보자면 아마 중국산 브랜드였던 것 같아요.

03. 패닉 2집에 수록된 ‘강’. 잔잔한 강물처럼 흐르는 아르페지오 주법이 마음에 들어서 자주 들었던 곡이에요.

04.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한때는 교회 찬양단 활동까지 했어요. 그래서 주로 복음성가를 많이 연주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곡은, ‘주께서 전진해온다’라는 노래예요. 이 노래 악보를 보시면 알겠지만, 죄다 바-코드(기타의 6줄 전체를 눌러줘야 하는 코드)로만 되어있고 오픈-코드는 하나도 없거든요. 빨리 바-코드를 마스터하기 위해서 이 곡만 수도 없이 반복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 하드트레이닝 덕분에 바-코드를 금방 익힐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처음 기타를 배우는 친구들에게는 이 곡을 던져주면서 연습하라고 해요.

05. ‘네가 내 짝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격하게 껴안은 나머지 옆구리가 아파서 한동안은 병원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06. 지금은 ‘조까를로스’님의 곡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특히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는 정말 명곡이죠.

07. 절대로 비싼 기타를 사지 마세요. 처음 기타를 배울 생각이라면 10만원 안에서 사세요. 기타를 꾸준히 오래 치게 된 이후에 비싼 기타를 사도 늦지 않습니다.

문나래ㅣ25세, 기자

01. 고등학생 시절, 록 음악에 빠져 있던 제게 부모님께서 선물해주셨어요.

02. 세고비아Segovia의 FC-20. 보디가 하얀색이라 토순이라고 불렀어요. 토끼 엉덩이 같거든요.

03. 두말하지 않고 뮤즈Muse의 ‘Unintended’예요.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좋아하던 프랑스 배우 존 아이젠John Eyzen이 커버한 이 곡을 좋아했어요. 뮤지컬배우였는데 목소리가 끝내주는 미성이었거든요. 영어를 잘하지 못해서 특히 좋았고요. ‘I’ll be there as soon as I can’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후렴 부분에서는 상이 멸망할 때 나를 찾으러 오는 누군가가 떠올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가사 한 줄 때문에 살았던 거 같아요.

어찌 됐든 이 곡을 시작으로 영국 밴드 음악의 세계로 들어왔어요. 학교를 어떻게 다녔는지 모를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기도 했죠. 글라스톤베리Glastonbury(영국의 음악축제) 라이브 영상을 보다 선생님께 걸려 두들겨 맞는 게 일상이었고, 날씨가 회색인 날엔 친구들과 모여 이상한 짓 정말 많이 했어요.

04. 역시 기타의 시작은 홍난파의 ‘고향의 봄’ 아닐까요. 스트로크 주법이 은근히 어렵답니다.

05. “와아, 나도 드디어.” 토순이는 정말 동물 같아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듣고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닮아가긴 했겠죠. 밤새 연습하다 안은 채 잠들기도 하고 비라도 오는 날엔 머리에 베고 중얼중얼 얘기하곤 했어요. 음. 이렇게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닮아있네요.

06. 가만히 톤을 느끼는 일이 좋아요.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눈앞에 어떤 곳의 하늘과 습도 같은 것들이 확 느껴지는 곡이 있어요. 익스플로전스 인 더 스카이Explosions in the sky의 영화 ‘Friday night lights’사운드트랙은 듣는 내내 손끝 발끝이 시려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늦여름 해 질 녘 해변에서 맥주를 마시는 장면 같은 거요. 열대식물의 잎사귀나 나른한 바람에 움직이는 커튼이 보이기도 하고. 와, 방금 상상했는데 정말 발끝이 시려요. 습하다.

07. 분명히 마주하겠죠. 지겹고 힘들고 온몸에 땀이 나는 시간. F나 B코드 따위를 잡다가 오만 정이 다 떨어지기도 하고. 그러나 치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타를 치는 일이 무언가를 위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냥 치는 거지. 영국브랜드 오아시스의 기타리스트였던 노엘 식으로 말하자면, “5년쯤 지난 후 재능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해도 어때. 그냥 방구석 스탠드에 세워놓기만 해도 보기에 멋지잖아.” 부지런히 치지 말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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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전진우

글 김목인·이아립·정아윤·전찬준·강명철·정바비·시와·김선욱·문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