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Around Us]

육체와 정신의 관계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당신의 육체 건강을 위해 건배.

1년 전 수술을 했다. 요약하면 건강 검진 결과 신장에서 암으로 전이될 수 있는 게 발견됐고, 이걸 부위째, 정확하게는 좌측 콩팥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이었다. 연대 세브란스에서 했고, 로봇 수술로 했다. 왜 로봇 수술을 강조하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

전신 마취하고 수술을 했는데, 다행히 종양은 아니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무통 주사는 비급여인데 신청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그러겠다고 답했다. 명색이 무통 주사 아닌가. 선택 아닌 필수였다. 수술 후 겪어야 할 고통을 현격히 감소시켜 줄 거라고 여겼다.

이런 이유로 처음엔 별것 아닐 줄 알았다. 뭐, 내시경처럼 자고 일어나면 깔끔하게 끝나 있겠지 싶었다. 무통 주사도 있는데 문제 있겠어 하면서 전신 마취 주사 바늘 들어가는 거를 봤었나? 어쨌든 여러분. 그거 아니다. 무통 주사 이름 바꿔야 한다. 감통 주사든 뭐든 아무튼 바꿔야 한다.

수술이 끝나고 내 복부에는 구멍이 총 다섯 개 뚫려 있었다. “로봇 수술 아니었다면 저 배를 갈라야 했겠지.” 따위의 생각은 물론 들지 않았다.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는 현대 의학과 과학을 깊이 신뢰한다. 무통 주사 신청 안 했으면 “이보다 더한 고통이 설마 있을까 싶은데 아이코 여기 있네.” 싶은 고통이 나를 맞이했을 게 분명하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허리조차 펼 수 없었다. 너무 아픈 나머지 그냥 누워만 있고 싶었다.

의사는 걸어야 빨리 낫는다고 말했다. 힘들더라도 육체를 움직여야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처음엔 좀 화가 났다. 아파 죽겠는데 왜 자꾸 걸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다 이유가 있겠지 싶어 어떻게든 걸으려고 애썼다. 놀라웠다. 조금씩 걸을수록 몸이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과연, 전문가의 말은 일단 따르고 보는 게 상책이다. 사족이지만 이런 생각도 했다. 앞으로 종교적인 이유로 출산하는 아내의 무통 주사 거부하는 남편이 있다면 이 몸이 직접 가서(이하 생략)….

이제부터는 좀더 실용적인 조언을 하고 싶다. 배를 가르는 수술과 로봇 수술에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 하나는 좀 전에 말한 인간이 수술 후 감당해야 할 고통의 차이,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수술비다. 내가 알기로 다섯 배 정도 더 든다고 한다. 내가 내야 했던 로봇 수술비는 대략 1,000만 원 선이었다. 인터넷에 로봇 수술 이렇게 치면 다 나온다. 알아두면 나쁠 거 없다.

그리하여 결론은 다음과 같다. 제발, 부디, 다른 건 몰라도 이 다섯 개는 기억하기 바란다. 이것들만 실천해도 여러분 인생, 절반은 성공이다.

1. 건강 안 하면 모든 게 무소용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도 견실한 육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형식이 실질을 결정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 밖에 안돼.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대사다.


2. 바쁘다는 소리 하지 말고 건강 검진 때가 되면 꼬박꼬박 받아야 한다. 검진할 만한 금전적 여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게 산 거다. 그러니까 시간을 내라. 내려고 하면 또 만들어진다.


3. 보험 잘 들어놓아야 한다. 나중에 효자 돈 된다. 부모 은혜라고는 모르는 자식보다 이게 백배는 낫고 안전하다.


4. 대개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 우울증 걸린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누군가의 헛된 위로가 아닌, ʻ약 처방’과 ʻ운동’이라는 게 증명한다.

 

5. 수술을 받은 뒤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 일주일에 최소 5일, 땀이 줄줄 흐를 때까지 걷고, 뛰고를 반복한다. 이렇게 운동하면(운동을 하는 독자는 다 동의하겠지만) 정신까지 맑아진다. 그러니까 마음에 새기자.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건 방독면도 안 쓰고 화생방실 덜컥 들어간 최민수 형이나 가능할 경지다.

다음은 내 육체를 움직여 운동할 때 듣는 곡들이다. 어제도 이 곡들을 플레이하면서 걷고, 뛰었다.

‘호수’

전유동

템포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다면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서서히 고조되는 형식의 곡이 딱 들어맞을 것이다. 이 곡이 그렇다. 전유동은 최근 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다. 일단 작곡을 끝내주게 잘하는데 곡의 ʻ입체성’을 기막히게 구현해 낼 줄 안다. 이 곡 듣고, 진심으로 감동했다. 운동을 할 때든 아니든 꼭 감상해 보길 권한다.

[호수] (2023)

‘The Seventh Season’

New Trolls

뉴 트롤스 하면 한국에서는 거의 딱 한 곡으로만 인식되어 있다. 그렇다. 저 유명한 ʻConcerto Grosso n.1 : 2° Tempo : Adagio (Shadows)’(1971)다. 참고로 이 곡의 제목은 ʻConcerto Grosso n.1 : 2°’, 즉 콘체르토 그로소 1번 2악장 정도 된다. 뒤에 적힌 아다지오는 곡의 빠르기를 뜻한다. ʻShadows’는 부제다. 한데 한국에서는 그냥 ʻ아다지오’로 통해왔다. 어쨌든 뉴 트롤스의 또 다른 곡인 ʻThe Seventh Season’은 록과 클래식의 결합이라는, 뉴 트롤스의 음악적 지향을 압축해서 들려준다. 적절한 속도로 달리기를 유지하는 데 이만큼 좋은 노래가 없다. 요즘 계속 애용하는 중이다.

[The Seventh Season] (2007)

‘Fly With The Wind’

McCoy Tyner

곡 제목 그대로다. 보통 속도로 달리다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이 곡을 들으며 좀더 빠르게 뛴다. 맥코이 타이너는 재즈계의 ʻ찐전설’이다. 저 위대한 존 콜트레인 콰르텟John Coltrane Quartet의 멤버였고, 솔로로도 명곡을 여럿 발표한 피아니스트다. ʻFly With The Wind’는 20대 시절 나에게 재즈의 멋을 처음 알려준 곡이기도 하다.

[Fly With The Wind]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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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순탁―음악평론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