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Around Us]

호기심 천국 여행자를 위하여

부산이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어쩌면 우리 옆집 사는 유치원생도 세 번 정도는 가봤을 그곳이다. 부산은 규모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대도시다. 부산 출신이 아닌 사람들 중 부산에 가보지 못한 경우 역시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일 때문이든, 그저 놀기 위함이든 최소 열다섯 번은 부산에 방문한 것 같다.

어릴 때는 좀 달랐다. 일단 너무 오래 걸렸다. 내 고향은 서울이지만 본적은 대구다. 그래서 기억도 희미한 나이 때부터 명절마다 대구에 갔다. 10대가 되고 20대가 되어서도 대구에 갔다. 그 와중에 부산 한번 가볼 수 있었을 텐데 처음 부산에 간 건 2004년 KTX가 개통되고 나서였다. 우리는 마땅히 KTX에 감사해야 한다. 이렇게 빠른 기차를 이 정도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건 한국에서 태어나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축복이다. 나처럼 지방에 가야 할 일이 꽤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부산은 언제나 재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도시다. 일단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는 게 많다. 정말 많다. 당신이 회를 좋아한다면 내가 추천하고 싶은 곳이 최소 세 곳은 된다. 내가 음악은 잘 몰라도 회 맛은 좀 안다. 숙성회 쪽으로는 특히 자신 있다.

회뿐만이 아니다. 당연하다. 부산의 중국 음식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나는 하루빨리 간짜장 위에 달걀 프라이가 올라가는 걸 아예 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대체 이게 왜 서울에서는 보편화되지 않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 외에 돼지국밥, 밀면, 양곱창 등 부산에는 하루 5식을 해도 부족할 먹거리가 넘쳐난다. 나는 여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음식이라고 여기는 인간이다. 부산행을 언제나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도시인 만큼 부산에는 구경할 곳도 많다. 널리 알려진 해운대, 광안리는 기본, 이 외에도 조금만 찾아보면 관광지로 이렇게 매력적인 곳도 많이 없겠구나 싶을 것이다. 나는 부산 출장 및 여행 동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중에는 지인 추천 찬스를 쓴 곳도 있지만 무작정 내 감에만 의지해 방문한 곳도 있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게 바로 이거다. 자신의 감을 믿어야 한다는 거다. 어느새 우리는 평점의 노예가 됐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평점에 의지하고,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평점에 의지한다. 식당 하나 찾을 때도 평점의 신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신다. 뭐랄까. 평점은 마치 동조 압력처럼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단하게 “남이 좋다는 걸 답습하는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조심스레 제안하고 싶다. 어느덧 자취를 감춰버린 그 기쁨, 오감을 총동원해 발휘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기쁨, 직접 찾아나서 보면 어떨까 싶다. 그냥 내 느낌을 믿는 거다. “그래, 이거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이순재 아저씨처럼 직진하는 거다.

물론 당신의 용감한 선택의 결과가 실패일 수도 있다. “괜히 왔나.”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 별로인 순간을 곱씹으면서 여행을 추억할 수도 있다. 상상해 보라. 오로지 만족으로만 가득한 여행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약간 지루한 여행이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결국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다. 

다음은 호기심 천국인 당신의 여행에 든든한 동행이 되어줄 추천 플레이리스트다. 최근 <배순탁의 B side>에서 선곡된 노래들로 골라봤다.

‘Going to a Town’

Rufus Wainwright

제목부터 여행에 딱이다. 내가 생각하는 루퍼스 웨인라이트 최고작이기도 하다. 며칠 전 <배순탁의 B side>에서 이 곡을 틀었더니 이런 문자가 왔다. “이 곡 들으면서 여행하고 싶네요.”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나.

[Release The Stars] (2007)

‘Killjoy’

The Czars

사실 노래 뜻은 부산 여행과 맞지 않는다. ‘Killjoy’는 우리말로 하면 ‘분위기 깨는 사람’쯤 된다. 그러나 여행길을 천천히 산책할 때 이보다 어울릴 만한 음악을, 나는 알지 못한다. 꼭 한번 들어보시라.

[The Ugly People Vs theBeautiful People](2001)

‘On the Sea’

Beach House

넥스트N.EX.T의 ‘The Ocean’을 선곡할까 하다가 너무 유명한 것 같아 이 노래로 바꿨다. 비치 하우스는 2010년대 이후 가장 탁월한 포스트 록 밴드다. ‘비치’ 하우스의 ‘바다에서’라니, 어쩐지 무조건 플레이해 봐야 할 것 같지 않나.

[Bloom](2012)

‘Cool About It’

Boygenius

코로나19가 좀 풀린 이후 여행 한번 가지 못했다. 부산이든 어디든 여행을 가게 되면 실컷 돌아다닌 뒤 밤에 맥주 몇 캔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와서 씻은 다음 이 곡을 들을 거다. 내 소박한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The record](2022)

‘배반’

윤상

나는 여행 때마다 윤상의 음악을 무조건 챙겨 가는 습관이 있다. 오늘의 기분은 이 곡이다.

[Clich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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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순탁―음악평론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