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Around Us]

대구에는 여행지가 많다

주제를 알림 받자마자 확신했다. 어라운드에서 우리 집 가계의 뒷조사를 했구나 싶은 구석이 없지
않았다. 이유는 이렇다. 나는 47살 먹은 올해까지 대구를 30번은 넘게 가봤다.

지금도 설이나 추석 명절이 되면 어떻게 해서든 대구에 가려고 애쓴다. 다름 아닌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를 뵙기 위함이다. 

나는 대구 출생은 아니다. 돌아가신 아빠가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빠는 1939년생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와서 결혼했고, 나를 낳았다. 외동아들이다. 따라서 나는 서울 사람이지만 대구에 ‘엄청’ 자주 내려가는 서울 사람이기도 하다. 돌아가신 지 오래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셨고, 큰아버지랑 큰어머니가 지금도 살고 계신 까닭이다. 현재 두 분이 사시는 댁은 수성구 어디쯤이다. 

어린 시절 대구로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즐거웠다. 부모님이랑 새마을호를 타면 바나나 우유를 먹을 수 있었고, (지금은 없는) 식당 칸에서는 함박스테이크 혹은 돈까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안다. 바나나‘맛’ 우유로 바뀐 걸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옛날에는 그냥 다 바나나 우유라고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초등학교가 입에 붙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대구에 가서도 즐겁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겨우 국민, 아니 초등학생이었고 할머니는 나를 귀여워하셨다. 할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 달린 돈주머니에서는 내 용돈이 화수분처럼 계속 나왔다.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보고, 오락실에서 오락을 한 뒤에 돈이 다 떨어지면 할머니한테 쪼르르 달려갔다. 그러면 할머니는 웃으면서 또 돈을 줬다. “우리 할머니 엄청 부자네.” 어린 마음에 감탄했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 

그때와 똑같이 즐겁다면 그건 아무래도 거짓말이다. 우리 가족 모두 나이를 먹었고, 어느 정도는 삶에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한데 이 지친 삶에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 역시 가족이기에 우리는 명절 때마다 어김없이 모인다. 모여서 밥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공유한다. 대구에 내려가면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내 활동 반경은 큰집을 넘지 못했다. 당연하다. 만화방과 오락실만으로도 충만한, 작은 세계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하루 정도 짬을 내어 대구에 있는 곳들을 하나둘 둘러보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한다. 사람들이 대구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 대구에 여행할 만한 장소가 영 없다는 거다. 전혀 그렇지 않다.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있다. 다만 아직 매체의 세례를 충분히 받지 못했을 뿐이다. 여기, 아무리 못해도 대구에 30번은 넘게 가본 사람이 추천하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최소 30번이다. 어떤가. 이 정도면 신뢰할 만하지 않겠나. 대구는 꽤 큰 도시다. 사람 많다.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동성로는 사람으로 들끓는다. 출퇴근 시간이면 차도 많이 막힌다. 그러니까, 나처럼 체질적으로 사람 많은 거 못 견디는 분이라면 괜찮을 거라고 장담한다. 좀 한적하게 여행 즐기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김광석 거리 & 방천시장

첫 번째로 꼽지 않을 수가 없는 곳이다. 그래도 명색이 음악평론가인데 김광석 거리를 빼놓고 다른 장소를 선정한다는 건 좀 웃길 것 같아서다. 김광석 거리는 김광석 좋아하는 분이라면 필수 코스다. 그의 노래를 열창하는 버스킹 공연도 있고,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 한잔도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다. 이곳이 흥하면서 부근에 위치한 방천시장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수성못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수성못이 나오는 걸 봤다. 예능 프로그램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핀란드인 남편과 그의 아내가 대구 수성못을 산책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꼭 한번 찾아서 보길 권한다. 화면으로만 봐도 ‘저기 한번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이곳은 꽤 넓고, 고즈넉하다. 여기서 잠깐. 산책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산책이란 시간을 느리게 가게 하는 행위다.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은 총알과도 같다. 아침인가 싶었는데 점심 먹고 있고, 점심 먹고 졸면서 겨우 일하나 싶었는데 저녁을 먹고 있다. 아직 안 끝났다. 분명 조금 전에 저녁 먹고 하루를 좀 여유 있게 마무리하자 싶었는데 어느새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수성못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간다. 어느덧 좀 알려져서 사람이 꽤 있기는 하지만 공간이 넓어서 문제 될 건 없다. 물론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가 노래한 것처럼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는 건 정말이지 어렵다. 그러나 수성못에서는 어쩌면 가능하다. 방금 언급한 롤링 스톤스의 노래는 참고로 ‘Time Is On My Side’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에도 나온다.

화산산성 전망대 &

합천영상테마파크

날씨 좋을 때 ‘강추’하는 곳이다. 화산산성은 전망이 예술이고, 좋은 공기 들이마시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다. 특히 포토존이 제법 괜찮다. 여기에 앉아서 사진 찍으면 예술 작품 하나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군위댐과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눈에 담아가길 바란다. 대구에서 조금 떨어진 합천영상테마파크는 드라마, 영화에 나온 세트장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영화〈암살, 〈택시운전사, 〈밀수, 드라마 〈비밀의 숲, 〈킹메이커, 〈헌트 등 1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가서 구경해 보길 권한다. 조용필의 ‘단발머리’, 혜은이의 ‘제3한강교’, 샌드페블스의 ‘나 어떡해’ 등 <택시운전사>에 나온 음악 정도는 미리 챙겨 가면 좋을 것이다. 최헌의 ‘앵두’, 펄 시스터즈의 ‘님아’,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김 트리오의 ‘연안부두’ 같은 <밀수> OST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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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순탁―음악평론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