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다르 홍산호
건강이라는 말이 때론 참 낯설게 느껴지곤 한다. 땀을 흘리고 좋은 음식을 챙겨 먹어도 몸과 마음의 약한 부분들은 자꾸만 튀어나오니 기약 없는 기다림과도 같다. 쥬다르의 홍산호 대표는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면 낯설고 어렵다는 감각에 망설이지 말고 나아가라 말한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익숙해지고, 그 경험은 어떠한 시도든 견뎌낼 수 있는 지구력이 되어준다고도 덧붙인다. 용기와 끈기를 깨닫는 방법 중 운동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없다는 그에게서, 단단한 마음과 건강한 일상이 비쳤다.
만나서 반가워요. 우선 간단한 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안녕하세요. 쥬다르를 운영하는 홍산호입니다. 집을 공개하는 것도, 딸 지음이와 함께하는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처음이에요. 지음이는 오늘 학교를 안 가서 기분이 좋은지 연신 종이접기를 하고 있네요(웃음). 판교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조용하고 포근한 느낌의 동네라 오는 내내 편안했어요. 이곳에 산 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원래는 일산에서 살다가 올해 5월에 이사 왔어요. 저와 함께 쥬다르를 이끄는 이경아 대표님과 같은 동네로요. 브랜드와 관련해 결정할 것들이 많은데 가까이 살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잖아요. 판교가 쥬다르의 물류 센터와 사무실이 있는 곤지암하고 가깝고 동네 분위기도 일산이랑 비슷해서 낯설지가 않더라고요. 주변에 공원이나 산책로가 많고, 산이 바로 뒤에 있으니까 공기도 맑고 새소리도 들려요. 아침에 일어날 때 도시의 소음이 아닌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는 게 되게 좋았어요.
이경아 대표님과는 브랜드 론칭부터 함께했죠. 두 분은 언제부터 인연을 이어온 거예요?
제 첫 직장이 갤러리였어요. 스물다섯 살에 입사해서 6년 정도 일했는데요. 이 대표님이 저의 첫 직장 상사였고 이미 그곳에서 10년 넘게 근무하신 분이었어요. 저는 신진 작가 발굴과 디자인 업무를 맡았는데, 전시 기획을 담당하시는 이대표님을 서포트하면서 부쩍 가까워졌어요.
집의 가구나 소품이 감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갤러리에서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나 봐요.
워낙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고 그들을 위한 기획전을 준비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디자인적인 시각이 생겼어요. 과감한 색감과 디자인을 선호하는 저만의 취향을 발견하게 됐죠. 인테리어를 할 때도 어떤 스타일로 꾸며야겠다는 의도보다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아이템들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제 취향이 확고하다 보니 남편은 별말 없이 따라주고 있어요.
쥬다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갤러리에서 근무하면서 결혼과 임신을 했고 서른 살에 육아 휴직을 앞뒀었어요. 그때 이 대표님 아이는 다섯 살이었고요. 저는 출산하기 직전이고 이 대표님은 아이가 활발하게 놀 때니까 함께 이런저런 육아 용품을 찾아보고 있었죠. 틈만 나면 둘이서 아기들 용품은 살 게 없다, 예쁜 게 없다며 하소연했어요. 색감도 그렇고 디자인이 투박한 것들이 많았거든요. 계속 그런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냥 우리가 안전하고 예쁜 걸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 저는 일을 아예 그만두고, 이 대표님은 2년 정도 갤러리 근무와 브랜드 준비를 동시에 하셨어요.
하소연만으로 끝날 수도 있는 이야기를 현실로 만든 추진력이 대단해요. 쥬다르의 시그니처는 매트죠? 첫 제품으로 매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배 속에 아기가 있을 때부터 발이 무거워지더라고요. 맨바닥보다 폭신한 매트를 깔아두면 걸을 때 좀 덜 피로했어요. 그리고 매트는 아기 용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신해 보니 어린이가 되어도 필요할 것 같았어요. 놀이 공간뿐 아니라 층간 소음을 방지해 주기도 하잖아요. 시중에 있는 제품들은 마찰이 잦은 곳의 칠이 금방 벗겨지거나, 너무 두꺼워서 발이 걸리고 천장이 낮아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이왕 아이가 자고 놀고 운동하고, 또 과자까지 먹는 곳이라면 우리 마음에 드는 걸 만들고 싶었죠. 저와 이 대표님에게 가장 필요했기 때문에 첫 번째로 선택한 것 같아요.
육아부터 브랜드 론칭까지, 난생처음 해보는 일을 한꺼번에 해내야 했네요.
출산하자마자 일을 해야 했으니까 주로 새벽에 했어요. 밤 열 시 정도에 육아가 끝나면 새벽 서너 시까지 제작 공장 리서치하고 제품 연구도 하고, 그때는 정말 하루를 며칠처럼 보냈던 것 같아요. 사실 론칭을 앞두고는 두렵고 걱정되는 마음이 크기도 했어요. 우리 마음에 들고 우리가 좋아하는 제품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고객들 취향에 맞을지는 확신이 없던 상태였거든요. 그야말로 모든 걸 처음 해보는 시기였는데, 그저 제품이 잘 나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텼어요. 육아가 반복적인 일 투성이라 지칠 때가 많잖아요. 저희가 만든 매트가 집 분위기, 나아가서 한 사람의 에너지를 바꿔준다면 일상이 즐거워질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졌어요.
모든 과정을 지켜본 가족이나 지인들은 어떤 말을 했어요? 몸이 회복되지도 않았을 텐데 무리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을 것 같아요.
가족들은 응원을 정말 많이 해줬어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또 하고 싶어 하는지 아니까. 친구들도 이왕 할 거면 잘해보라며 용기를 줬고요. 아기를 갖고 출산한 친구들은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계기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했어요. 자기도 필요하니까 얼른 만들라면서(웃음). 남편은 물론 안쓰러워하긴 했지만, 제 성격을 아니까 크게 말리진 않았죠. 하지 말라고 해봤자 안 할 사람이 아니라면서요.
긍정적인 마음으로 버티지만 가끔은 몸과 마음이 지치고 피곤할 때도 있었겠죠?
아기와 엄마의 컨디션이 똑같지 않잖아요. 어떤 날엔 내 마음을 전부 아는 것처럼 손쉬운 하루를 보내다가, 어떤 때는 내가 낳은 아기인데 어쩜 이렇게 안 맞을까 하는 날도 있어요. 저에게는 육아만큼이나 브랜드 론칭이 중요했던 때라 답답했죠. 도대체 어떻게 버텼을까 싶은데 이 대표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항상 무슨 일이 닥쳐도 “어쩔 수 없지 뭐. 헤쳐 나가야지.”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거든요. 저는 자책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좀 긴 편이었는데, 이 대표님 모습을 오랫동안 보니까 마음가짐이 바뀌더라고요. 어쨌든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이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 기분 좋게 신나게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육아에 전념하는 시기를 거치고 일에 몰두할 수도 있잖아요. 대표님은 왜 둘 다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일하는 제 모습이 좋았어요.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딸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여자라도 진취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이런 모습을 바라본다면 어떠한 생애 주기를 겪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포기하지 않겠죠. 그리고 솔직히, 저한테는 육아가 더 힘들었어요(웃음).
그런 본심도 숨어 있었네요(웃음). 같은 시선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준비하지만 두 대표님의 성향이 조금 다른가 봐요.
맞아요. 저는 디자인이나 가구 등을 볼 때도 디테일에 굉장히 집착하는 스타일이라 제품 컬러 하나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몇 번이고 고심하고 세심하게 비교하죠. 반대로 이대표님은 큰 틀을 보는 스타일이라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잘 채워주는 것 같아요. 서로 취향도 좀 다른데, 저는 좀더 마이너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면 대표님은 모던한 스타일을 좋아하세요. 우리 둘의 중간 지점을 찾으면 고객들 마음에 들더라고요(웃음). 제가 일할 때 스타트가 빠르다면 이 대표님은 마무리를 확실히 짓는다는 점도 달라요.
다른 점이 오히려 시너지가 되었네요. 오랫동안 일도 하고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까지 되었으니 무척 가까운 사이일 것 같은데요.
많은 시간을 함께해 오고 있죠. 하지만 서로의 일상생활까지 깊게 관여하는 막역한 사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상사로 만났던 분이니 일할 때도 상하 역할이 분리되어 있어요. 일종의 위계질서라고 할까요? 저는 그게 동업을 할 때 공적인 상황에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최고의 파트너이자 저에게 항상 좋은 영향을 주시는 분이에요.
그렇군요. 두 분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세요?
저희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날짜를 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해요. 육아도 해야 하는데 매일 출퇴근으로 소모되는 시간이 아까웠거든요. 꼭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내가 앉은 자리가 오피스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해서 일과 가정을 모두 살피려는 다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음이는 일하는 엄마를 잘 기다려주는 아이인가요?
어릴 때는 가끔 투정도 부렸는데 그럼 마음이 약해져서 일단 아이에게 집중했어요. 육아 모드로 스위치를 켜고 지음이와의 시간에 집중했죠. 뭔가 만들고 그림 그리고 역할 놀이하는 시기를 지나야 아이가 쑥쑥 자라잖아요. 제가 역할 놀이를 되게 잘하는데, 지음이가 한동안 병원이나 의학 관련된 책에 푹 빠져 있을 때가 있었어요. 그럼 관련 그림책을 잔뜩 읽고 지음이는 언제나 의사, 저는 환자가 되어서 놀았죠. 그 시간이 끝나면 다시 업무 모드로 제 안의 스위치를 바꿔 켰고요.
그래도 올해부터는 초등학생이 되었으니까 집에서 일하는 것도 좀더 수월해졌겠어요.
맞아요. 제가 일을 하는 데스크에 앉아 있으면 따라와서 옆에 앉아요. 하지만 보채거나 투정 부리지 않고 혼자 숙제하고 종이도 접고 놀더라고요. 무언가를 곧잘 혼자서 하는 모습을 볼 때 아이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걸 실감해요. 그렇다고 아이와 저의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려고 하진 않는데요. 각자 할 일을 하면서도 한 공간에 함께 있다는 느낌은 주고 싶어요.
지음이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나요?
재미있어하는 것 같아요. 확실히 이전보다 교우관계에 신경 쓰더라고요. 인생에서 맞이하는 첫 사회생활이라 더 그런가 봐요. 아이의 하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존재가 친구로 바뀌었어요. 저는 지음이가 상대방이 울면 같이 울 수 있고, 웃으면 함께 웃어주는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요. 요즘은 조금만 손해를 보면 바보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소중한 관계에서는 주고받는 계산에 둔해도 좋지 않을까요? 물론 의견을 솔직하게 전해야 할 때도 있으니까 타인을 배려하는 게 언제나 쉽진 않겠죠. 저부터, 집에서부터 친절하고 솔직한 대화법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낄수록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해질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제가 감기에 걸렸는데, 뭘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놀려고 부탁한 것 같아서 열심히 만들어 줬어요. 그랬더니 “엄마, 아픈데 해줘서 너무 수고 많았어. 고마워.” 이러더라고요. 엄마가 무언가를 해주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닌 걸 아는가 싶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잠들기 전에 말하더라고요. 친구들이 엄마가 만들어 준 걸 달라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감기에 걸렸는데도 이거 열심히 만들어 줬어. 좋은 거라서 줄 수는 없어.”라고 딱 말했대요. 별거 아닌 지음이의 말 한마디가 큰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아고,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귀여워요. 그런 이야기들은 하루 중 주로 언제 나눠요?
주로 잠들기 전이에요. 하루를 마무리하며 안아주고 재울 때 “엄마, 근데…” 하면서 말을 꺼내거든요. 지음이는 신중한 편이라 자기의 솔직한 표현이 엄마나 주변 사람에게 슬픔이나 속상함을 안겨줄까 봐 고민을 거듭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생각해 보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해결한 후에 얘기하는 편이에요. 저는 무엇이든 바로 이야기해 주길 바라지만요. 아이의 내면 깊은 곳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잠들기 전이니까, 그때 최선을 다해 공감해 주고 같이 수다 떨어요. 지음이가 그날의 기쁨은 만끽하고 슬픔은 떨쳐내며 하루를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아이와의 시간들이 쌓여 영감이 되기도 하나요?
물론이죠. 애초부터 저희에게 필요한 육아 용품을 위해 브랜드를 만든 거니까, 아이가 성장할수록 제품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있어요. 한글이나 알파벳을 설명해 줄 보드나 미술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방수 매트 같은 것도 전부 아이와 시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지금은 학교에 들어갔으니까 책상이나 의자처럼 학습과 관련된 것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제품들을 “이거 엄마랑 이모가 만든 거야.”라고 설명해 주는데, 뭐 엄청 좋아하진 않아요(웃음). 고객분들의 후기를 봐야 “어? 이거 우리 집에만 있는 게 아니었네?” 하며 좀 신기해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듣다 보니 대표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져요.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지음이 학교 보내고 바로 운동하러 가요. 주 3회씩 하는 운동이 없는 날엔 매트 깔아놓은 방에서 스트레칭을 하고요. 일하다가 아이가 두 시쯤 집에 오면 밥 먹고 이야기 나누다가 학원 보내고, 저는 다시 일을 시작해요. 저녁 다섯 시부터 아홉 시까지는 지음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정해놓았는데요. 그때 같이 저녁 먹으면서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도 하고 책을 읽어요. 아니면 종이접기를 잔뜩 하거나 주워 온 나뭇잎을 공책에 붙이기도 하고요. 미처 하지 못한 일이 남았다면 아홉 시 이후부터 하죠.
하루 스케줄이 꽉 채워져 있어요.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정해놓은 이유가 뭐예요?
아이는 제가 일을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에요.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요. 아이와의 시간을 잘 보내야 일에도 더욱 집중이 잘 되고요. 그래서 그 시간을 기계적으로 정하고 실행한다기보다 제가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약속한 거예요. 아이란 엄마에게 에너지를 주는 존재 같아요.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운동은 빼놓지 않는 것 같아요.
20대 때는 그냥 가만히 누워 있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오히려 몸이 무거워지고 생체 리듬이 늘어지는 거예요. 가만히 있는 게 쉼이 아니라면 체력을 길러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사업을 시작한 후로는 그냥 산책로를 막 달리면서 몸을 억지로 피곤하게 했어요. 쉰다는 게 뭔가 죄책감이 들어서 몸이 피곤해야만 하루가 보람차고 발전을 하고 있다는 안심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계속하다 보니 점점 무리가 오더라고요. 그때부터는 무지막지하게 운동할 게 아니라 나와 잘 맞는 운동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어떤 운동과 잘 맞는다는 결론이 났어요?
헬스장에서 PT도 받고 요가도 해봤는데요. 가장 좋은 건 필라테스였어요. 온전히 몸의 힘만으로 버텨야 하는 것들은 애초에 체력이 부족하니까 힘들더라고요. 필라테스는 자세나 신체의 균형에 보다 중심을 두고 대기구나 소도구에 조금씩 의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꾸준히 수업받으면서 집에도 폼롤러 몇 개씩 사두고 뭉친 부분을 풀어줘요.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땀 흘리는 것 자체도 의미 있을 것 같은데요.
일상과 일을 분리하는 게 참 쉽지 않아요.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일 생각하고 업무 보고 싶어 하는 게 중독처럼 되더라고요. 게다가 브랜드 운영이라는 게 예측할 수 없는 어려움이 많고, 그중에서도 제조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스트레스 받는 순간이 잦았어요. 기초 체력이 떨어지니까 여유가 없고 날카로워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한 번씩 말끔하게 비워줬죠. 오롯이 내 몸과 마디마디가 어떻게 움직이고 균형을 잡는지에만 신경 쓰고 나머지는 머릿속에서 일단 지우는 거예요. 그러고 나면 집중력도 훨씬 높아지고 수면의 질도 좋아져요. 제 일상의 균형을 잡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불필요한 생각을 할 틈이 없잖아요. 남편분은 어때요? 운동을 좋아하나요?
남편은 자기 전에 한 시간 반씩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이에요. 살면서 집에서 스트레칭을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을 처음 봤어요(웃음). 옛날의 제가 가만히 누워서 쉴 때도 자기는 꼭 매트를 펴고 몸을 쫙쫙 늘린 후에야 잠을 잤어요. 그때는 별나다고 생각했는데 체력의 필요성을 알게 된 지금은 남편의 모습이 대단해요.
엄마 아빠가 운동을 좋아하고 즐겨 하다 보니 아이에게도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될 것 같아요. 지음이도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있나요?
수영이랑 음악 줄넘기를 꾸준히 하고 있어요. 둘 다 지음이가 먼저 하고 싶어 해서 시작했죠. 수영은 여행 다니다 보면 물놀이를 할 때가 많잖아요. 물과 친숙하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배우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리고 줄넘기는 요즘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큰 유행인가 봐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해보더니 되게 잘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요. 학원에 보내주니까 가서 실컷 즐겁게 하다가 와요.
그래서인지 아까 파란색 줄넘기를 꺼내서 보여줬어요. 익숙하게 줄을 당기고 몇 번 뛰어보기도 하고요.
요즘 2단 뛰기와 자유형이 지음이의 가장 큰 관심사거든요. 줄넘기는 카운트가 가능한 운동이니까 기록이 남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수영도 이제 막 자유형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올림픽 경기에서만 보다가 자기가 직접 해보면서 되게 큰 성취감을 느끼더라고요.
원래 알고 있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진 않나요?
물론이죠. 저는 지음이가 만들기나 책 읽기 같은 정적인 활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행동이 얌전해서요. 그런데 막상 밖에 나가 보면 정말 열심히 뛰어다녀요. 승부욕이나 성취하고 싶은 의지도 강한 것 같고요. 여러 사람과 함께 스포츠를 즐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에요.
작고 새로운 시도에서 지음이가 배우길 바라는 게 있다면요?
새로운 일을 도전할 때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요. 사람이 살다 보면 낯선 시도를 해야 할 때가 많잖아요. 그게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다가가는 걸 수도 있고, 공부를 하거나 생각을 말해야 하는 순간일 수도 있고요. 배우다 보면 기술이 체득되는 것처럼,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워도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잘하게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튼튼하게 길러진 몸과 마음이 새로운 경험의 지구력이 되어줄 테니까요. 용기와 끈기를 깨닫는 방법 중에 운동만큼 자연스러운 게 없네요.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일을 시도해 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나 봐요.
아이를 낳고 여러 육아 서적을 살펴보는데, 항상 무언가를 할 때 아이에게 꼭 하고 싶은지 물어보라고 적혀 있었어요. 저는 그 부분을 보면서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은 지금 엄마나 아빠가 말하는 게 뭔지 모르지만 일단 낯선 단어가 들리니까 안 하겠다고 할 때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굳이 하나하나 아이에게 허락을 받지 않아도, 한 번쯤 경험이 필요한 분야라면 새로운 상황에 툭 던져보는 것도 배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운동이나 공부, 예술적 경험 같은 것처럼요.
언제나 그 시도에서 성공만 할 수는 없을 텐데요. 실패를 해도 괜찮을까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나중에 돌이켜보면 겪어온 시간 중에서 쓸모없는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모든 순간이 조금씩 쌓여서 현재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음이가 단지 실패가 두려워서 시작조차 못한다면 많이 속상할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 게 있을 때 주저 없이 도전해 보고 그 결과로 완성된 새로운 나를 만나보길 바라요. 지금까지 저도 그래왔으니까요. 그렇지, 지음아?
지음이는 옆에서 부끄럽게 웃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 이해할 것 같아요(웃음). 마지막으로, 대표님은 어떤 몸과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음, 쉽지 않은 질문인데요. 주변 사람들에게서 닮고 싶은 모습을 떠올려 볼게요. 우선 의연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변수와 결과가 나타나도 쉽게 좌절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어떻게든 흐르는 대로 제 할 일을 해내려고 해요. 또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하면서 저만의 여유를 지키고 싶고요. 지면을 빌려 저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을 하나 남길게요. 앞으로도 건강하게, 열심히만 해줘!
에디터 이명주
포토그래퍼 임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