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Writing Class

엄마들의 글쓰기 수업: 엄마는 어떻게 자랄까

“스페인에선 죽기 전에 해야 할 세 가지 일이 있다고 해요. 아이 한 명을 낳고, 책 한 권을 쓰고,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 방송작가로 일할 때 어느 스페인 숲지킴이가 해준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어느 것 하나도 해내지 못한 사람이었다. 세 가지 일 모두 해낸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궁금했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책 한 권 쓰는 일을 먼저 해냈다. 뭔가 커다란 변화는 없었지만 나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 둘을 낳았다. 그야말로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졌다.

엄마가 된 일은 내 인생과 정체성의 새로운 변화이자 계기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고 요동치는 감정들을 겪었다. 그때마다 나는 글을 썼다. 글쓰기는 청소하듯 나의 감정을 정리 정돈해주었고, 글쓰기는 요리하듯 나의 내면을 만들고 채워주었다. 글쓰기는 아이를 돌보듯 나 자신도 돌봐주었다. 글쓰기는 나의 새로운 인생과 정체성을 다듬고 보듬고 이끌어주었다. 나처럼 글 쓰는 엄마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엄마들의 글쓰기 수업을 이끌어 보려 한다. 언제 어떻게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 엄마들 맞춤 글쓰기를 안내할 것이다. 이 수업이 누군가에겐 공감과 위안이기를, 또 다른 누군가에겐 용기와 응원이기를 바라며 엄마들의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다

나는 자라 내가 되었지

첫 책을 내고 엄마가 되었다. 예상치 못한 쌍둥이 임신이었다. 젤리곰만 하던 아이들은 수박만 하게 무럭무럭 자랐고, 나는 고위험군 산모가 되어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했다. 쌍둥이 형제를 낳았다. 두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고 어르고 달래고 돌보았다. 그러자 3년이 지나갔다. 이렇게 간단한 문장으로 그 시간을 쓰는 일은 어쩐지 좀 억울할 정도로 먹먹하다.

아이들이 두 돌이 될 때까지 육아에 전념했다. 날마다 몸과 마음이 완전 연소되었다. 소통과 관계가 단절되자 우울해졌다. 날마다 선명해지는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만 흐릿해지는 걸 느끼며 옅은 우울증을 앓았다. 아이들은 너무나 예쁘고 소중했다. 그러나 행복하면서도 불안했고 기쁘면서도 우울했다. 가만했지만 초조했고 사랑했지만 두려웠다. 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정돈하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들여다보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막막하고 두려웠다.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을까. 다시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들이 통잠을 자기 시작할 즈음부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돌보고 밥을 짓고 청소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했다. 아이들이 잠들면 엉망이 된 거실로 향했다. 장난감을 헤치고 아이들이 물어뜯어 팔걸이 껍질이 다 벗겨진 소파 구석에 앉아서, 쌓여 있는 설거지와 널브러진 빨랫감을 힐끔거리며 글을 썼다. 자주 깨는 아이들을 들여다보며 글은 쓰다가도 자꾸만 뚝뚝 끊겼고 나는 온몸이 아팠다. 좀처럼 내 맘 같지 않은 날들과 글들. 그래도 뭐라도 쓰고 모았다. 하루, 한 달, 한 해, 글들이 모이자 두툼한 원고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 3년 만에 두 번째 책을 완성했다. 나 자신이 대견하고 고맙고 홀가분하고 뭉클해서, 내가 나로 가득 찬 마음. 충만한 마음을 느꼈다. 내가 그토록 간절하게 글쓰기에 매달린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선명하게 나로 살고 싶어서. 내가 사라질수록 내가 간절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나의 일상, 나의 마음, 나의 서사, 나의 바람을 톺아보고 고민했다. 매일의 기록은 시시했지만 그것들을 모으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인생이 기록되었다. 나는 충만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자라 내가 되었구나. 자란다는 건 오르거나 나아가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자란다는 건 넓어지고 깊어지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커다란 품이 생겨 다른 존재들을 끌어안고 돌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엄마가 되어서야 이런 문장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잘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하지만 나는 매일 자라고 있다. 하루, 한 달, 한 해가 지나면 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자라 있을 것이다. 그때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처럼이 아닌 고유한 나로 살아 있길 바란다. 그리하여 언제까지나. 나는 자라 내가 되고 싶다.

– 고수리,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나의 이야기를 먼저 쓰세요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라고 리베카 솔닛은 말했다. 글쓰기는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일이다. 자발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어떨 때 글을 쓰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마음이 힘들 때라고 답한다. 겪었던 일 중에서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니는 사건이나 감정이 곧 글감이 된다. 기분 좋은 일과 기분 좋지 않은 일 중에서 어떤 사건과 감정이 더 강렬할까.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아프거나 억울하거나 이상하거나 심란하거나. 글쓰기는 내면에 깊숙하게 남아 있는 비밀스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기분 좋은 일은 가까운 사람들과 흔쾌히 나눌 수 있지만, 기분 좋지 않은 일은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도저히 털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와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게 될 때, 글쓰기가 시작된다. 

글쓰기 수업에서 유독 여성, 그중에서도 엄마인 여성들을 많이 만나는 이유도 그래서다. 인생과 정체성에 엄청난 변화를 마주한 엄마들에겐 나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꺼낼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내 삶은 어떠한지, 나는 어떤 감정과 마음을 느끼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정리 정돈하기에 글쓰기처럼 내밀하고 솔직하고 자유로운 방법이 없다.

얼마 전 글쓰기 수업에서 어느 엄마가 쓴 글을 함께 읽었다. “돌봐야 할 존재들이 늘어나면서 내 시간의 대부분은 타인을 위해 흘러갔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새벽에 스스로를 끌어안으며 난 나에게 약속했다. 너를 가장 많이 사랑할 거라고.” 이 글을 읽고 엄마들이 같이 울었다. 문장 하나하나 절절하게 공감되고 위안되는 건, 우리 모두 그 시간을 지나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이야기 말고 나의 이야기를 먼저 쓰세요.” 글쓰기 수업에서 엄마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처음 쓰는 엄마들의 글에는 아이들 이야기뿐이다. 엄마들의 글에는 하나같이 시간이 없고, 공간이 없고, 친구가 없고, 대화가 없고, 내가 없다. 그러므로 점점 사라진다. 나의 이야기가, 나라는 주어가, 나라는 존재가.

엄마들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있다. 집과 부엌과 커피와 책과 창문과 돌봐야 할 존재들이 머문 당신의 작은 세계. 그 작은 세계에서조차 가장 작은 존재는 아이들이 아니라 당신일 것이다. 그곳에 톡.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아둔 작은 점 같아 보이지만, 그러나 알고 보면 가장 깊은 곳에 심어둔 작은 씨앗 같은 존재. 그게 당신이라고. 김소연 시인의 《한 글자 사전》이라는 책에선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을 ‘씨’라고 말한다. 우울과 단절에 나를 다그치고 괴롭히며 쪼개지 말기를. 지금은 이 세계에 나를 심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죽어가도록 그냥 두지 말고, 물 같은 사유를, 바람 같은 음악을, 햇빛 같은 마음을 틈틈이 주면서. 그렇게 나를 키워가며 알아냈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피어날 사람인지, 얼마나 아름다울지. 내내 궁금해하고 읽고 쓰고 생각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알아냈으면 좋겠다. 글 쓰는 엄마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쓰면서 나라는 사람과 나의 세계를 가꾸며 나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어떻게 자랄까. 자라는 건 아이들만이 아니라는 걸, 엄마가 되어 깨닫는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세 가지 일이 아이 한 명을 낳고, 책 한 권을 쓰고,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이라면, 세상의 모든 엄마는 이미 ‘아이 한 명을 낳는 일’을 해냈다. 나머지 두 가지 일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이 말의 진짜 의미를 알 것 같다. 이제는 이렇게 바꿔 말하고 싶다. “나의 인생을 나답게 살기 위해서 세 가지 일이 필요하다. 나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 나의 인생을 쓰는 일, 나라는 씨앗을 심는 일.” 물 같은 사유를, 바람 같은 음악을, 햇빛 같은 마음을 틈틈이 주면서 나를 키워가며 지켜볼 것이다. 조그만 씨앗 속에는 셀 수 없이 무수한 나무가,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이 들어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첫 번째 수업

작가 소개 쓰기

사람은 한 권의 책이라고 비유하지요. ‘엄마들의 글쓰기 수업’을 통해 나라는 책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해볼 텐데요. 제일 먼저 ‘작가 소개’를 써 봅시다. 책의 맨 앞 장을 넘기면 작가 소개가 있습니다. 익명의 독자들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나를 소개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면서도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작가 소개는 책을 모두 완성한 후에 다시 고쳐볼 테니,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한번 써보세요. 나중에 작가 소개가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하며 살펴보는 일도 의미 있을 테니까요.

작가 소개 쓰기 가이드

· 흰 종이 한 장과 펜을 준비합니다. 칸이 나뉜 작은 노트보다는 한눈에 들어오는 커다란 무지 종이가 좋습니다.

· 내 이름이 적힌 씨앗을 한가운데 동그랗게 그려두고, 나와 관련된 모든 단어들을 쏟아내 적어봅시다.

· 머릿속에 자유롭게 떠오르는 단어들을 적어 내 마음의 지도(마인드맵)를 그려볼 텐데요. 오래 생각하지 말고 떠오른 단어들을 즉흥적으로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 종이에 가득 그린 마음의 지도를 참고하여, 300자 작가 소개를 완성해 봅시다. 나를 정의하는 한 줄 카피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마음의 지도는 가까운 곳에 잘 간직하고 자주 펴보세요. 글쓰기가 막막할 때 글감과 영감이 될 수도 있거든요. 말 그대로 나를 찾아가는 지도인 셈이지요.

내가 사라질수록 내가 간절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나.


나의 일상, 나의 마음, 나의 서사, 

나의 바람을 톺아보고 고민했다.


매일의 기록은 시시했지만 

그것들을 모으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인생이 기록되었다. 

나는 충만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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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글 고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