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s Writing Class

엄마들의 글쓰기 수업: 우리는 엄마 작가입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어떻게 글 쓰세요?” 엄마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엄마들은 글 쓸 시간이 없기에 조바심 내고 불안해하며 좌절하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다른 작가들과 비교해선 안 된다. 결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결혼하고 아이들이 있어도 규칙적으로 글 쓰던 작가들이 있었다. 건강한 산책과 운동을 하고, 누군가 차려준 식사를 먹고, 깨끗이 청소된 공간에서 살림과 육아는 신경 쓰지 않으면서 오로지 글만 쓰던 작가들. 그들은 모두 남성이었다. 히스토리에 조명되지 않았던 수많은 여성 작가들은 모두가 잠든 시간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 깨어 있었다. 깜깜한 새벽과 푸른 아침에. 그들 대부분 엄마였고, 작가라고 사회적 인정을 받기도 어려웠다. 집안일과 아이들을 챙기며 남몰래 글을 써야 했기에,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엄마 작가들에겐 오직 하나, 간절함이 전부였다.

‘엄마’ 작가의 글쓰기

작가라서, 나는 매일 글을 쓴다. 메모와 일기를 기록하고, 일주일에 두세 편의 원고를 쓰고, 글쓰기 강의 자료를 만든다. 주중에 평균 A4 용지 20매 내외, 200자 원고지 160매 정도의 글을 쓴다. 나는 성실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인 작가라서, 나는 매일 살림과 돌봄과 육아를 해내며 글을 쓴다. 이른 아침에 글을 쓰다가 아이들이 일어나면 아침밥을 해주고 씻기고 챙겨서 등원을 시킨다. 등원 후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다시 글을 쓴다. 점심 식사를 거른다면 다섯 시간쯤 쓸 수 있다. 사이사이 빨래를 널고 집안 잡무들을 보고, 예상치 못한 가족들 전화를 받는다. 그러다가 오후 네 시, 아이들이 원에서 돌아오면 글쓰기는 끝난다. 메모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몰입하여 쓰는 일은 다음 날 새벽에야 가능하다. 그렇게 틈틈이 간절하게, 주중에 원고지 160매 정도의 글을 쓴다. 틀림없다. 나는 성실한 작가다. 

엄마 작가의 일은 간절하게 글쓰기. 엄마 작가로 살아가려면 엄마의 일 틈틈이 작가의 일을 해내야한다고 나는 단호하게 말한다. 종종 숨 막히고 마음이 요동치지만, 몰입하지 못하고 자꾸만 툭툭 끊기는 글들을 붙잡아야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죄책감에 작아지지만, 그래도 틈틈이 어떻게든 써야 한다고.

나는 식탁에서도 글을 썼고, 젖을 먹이면서도 글을 썼으며 침실의 낡은 화장대에 앉아 글을 썼고, 나중에는 작은 스포츠카 안에서 학교가 파하고 나올 아이들을 기다리며 글을 썼다. …… 돈이 없을때에도, 타자기를 두드리는 것 말고는 가계에 도움을 주는 게 없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글을 썼다. 마침내 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내가 강인한 성품을 지녔거나 자존감이 높아서가 아니었다. 나는 순전히 고집과 두려움으로 글을 썼다. 내가 정말 작가인지 아니면 교외에서 미쳐가는 애 엄마일뿐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진짜 작가”는 그저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바버라 애버크롬비, 《작가의 시작》

진짜 작가는 그저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라지만,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간절함을 동력으로 이어가는 글쓰기는 몹시 괴롭다. 안락한 조건을 가진 타인들과 자신을 비교하다 보면 끝도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물들기 마련. 하지만 나는 엄마들의 글쓰기가 희생, 감당, 분노, 포기와 같은 무시무시한 말들로 치환되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들의 글쓰기는 도전, 포용, 기쁨, 성취와 같은 반짝이는 말들로 정의되었으면. 자부심과 성취를 주먹밥처럼 꾹꾹 뭉쳐 다진 기쁨을, 조금씩 꼭꼭 씹어 음미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오래 쓰는 에너지는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충전되는 것이어야 하니까.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마음가짐과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은 당연히 어렵고 막막하다. 그래서 먼저 이 과정을 겪어본 엄마 작가가, 당신에게 작은 요령 하나를 알려주고 싶다. 아이들 생활패턴에 맞춰 내 패턴도 바꿔보자고. 어차피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 아침을 엄마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자고. 아침에는 글을 쓰자.

나를 깨우는 리추얼 글쓰기

평생 밤에 글을 쓰던 내가 아침에 쓰게 된 건, 순전히 아이들 때문이다. 밤이 되면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풀썩 쓰러졌다. 겨우 일어나 글을 써봤지만, 예민하고 우울해져 부정적인 글을 토해내기 일쑤였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간절하더라도 기쁘게 쓰고 싶었다.

글 쓰는 시간을 바꿨다. 해 뜨기 전, 아직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깨끗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아침이 밝아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소파에 앉아 글을 썼다. 이른 아침에는 전화나 메시지가 날아오지 않았다. 누군가 현관문을 두드리지도 않았고, 어디선가 쿵쾅쿵쾅 시끄럽게 굴지도 않았다. 고요한 시간. 깨끗한 정신과 마음과 체력을 온전히 나 자신에게 쏟을 수 있었다. 그런 아침이 매일 반복되자, 아침 글쓰기는 나만의 리추얼이 되었다.

제가 언제나 아직 캄캄할 때(반드시 캄캄해야 해요)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내린 다음, 커피를 마시며 동이 트는 광경을 지켜본다는 사실이 떠올랐지요. 생각해보니 이 의식은 저로서는 성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어떤 공간으로 들어가는 준비 과정이더군요. 모든 작가는 뭔가를 만나게 될 공간, 자신이 어떤 통로로 쓰일 공간, 또는 이 신비로운 과정을 경험하게 해줄 공간에 다가갈 방법을 강구합니다. 저에게는 빛이 그런 전환의 신호입니다. 그 공간은 빛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빛이 닿기도 전’에 이미 그곳에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 공간이 저를 움직입니다.

– 파리 리뷰, 《작가라서》 중에서 토니 모리슨의 말

작가 토니 모리슨도 언제나 아침을 열며 글을 썼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만의 글쓰기 세계를 여는 일. 아침의 새 빛처럼 가장 깨끗한 에너지를 나에게 쏟아 나를 깨우는 일. 아이 셋을 키우며 88세까지 꾸준히 글 쓰던 엄마 작가의 리추얼이었다. 나도 이 리추얼을 계속해 왔다. 물론 예상치 못한 사정과 피로로 지키지 못한 적도 많다. 그래도 괜찮다. 오래 꾸준히 쓰려면, ‘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가야 한다. 글을 쓰다가 아이들이 일어나면 나는 다시 엄마의 일을 하러 간다. 그러나 여느 바쁜 아침과는 다르다. 나만의 의미를 충전하며 시작한 하루는 아침 해처럼 충만하게 기쁘다.

나는 엄마 작가다. ‘작가’를 수식하는 ‘엄마’라는 정체성에 자부심을 가진다. 내가 일구고 내가 이룬다. 부지런히 밥을 지어 아이들을 먹이고 키우듯이, 나는 글에만 매몰되지 않고 생활과 사람을 챙기며 나의 삶을 풍부하게 짓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 작가’는 간절하고 기쁘게, 그리고 주체적으로 글 쓰는 작가다. 안락한 공간과 근사한 책상과 여유로운 시간과 사회적 인정 같은 건 없을지 몰라도, 나에겐 내가 있다. 그리고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세 번째 수업

30분 아침 리추얼 글쓰기 <깨끗한 물 한 잔과 아침 글쓰기>

아침 리추얼 글쓰기를 해봅시다. 가장 먼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야겠지요. 전날 잠들기 전부터 ‘내일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쓸 거야. 내 시간을 보낼 거야.’라고 주문을 걸듯 다짐하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지개부터 켜주세요. 그리고 침대 밖으로 나와 제가 제시하는 방법을 하나씩 따라 해보세요. 아주 충만한 경험일 겁니다.

깨끗한 물 한 잔과 아침 글쓰기 가이드

준비물: 깨끗한 물 한 잔, 나에게 편한 필기구. 노트북으로 해도 되지만, 스마트폰은 자제해 주세요. 리추얼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들만 구경하다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말 거예요.

•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잔에 담아 주세요. 이제 물 잔을 들고 창가로 향합니다.

• 창문을 열어 집 안을 환기합니다. 산뜻한 아침 공기가 들어올 거예요.

• 창밖 아침 풍경을 마치 여행자처럼 낯설게 바라보세요. 그리고 내 숨을 의식하며 천천히 호흡해봅니다. 풍경, 색깔, 공기, 소리, 바람, 느낌 같은 아침의 감각을 세세히 느끼면서요. 세상 모든 것들이 작지만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원한다면 오래도록 바라본대도 좋습니다. 아직 푸르스름한 아침이라면, 어느 건물에선가 반짝 불 켜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도 있지요.

• 밝아오는 아침을 보면서 천천히 물을 마십니다. 내 몸을 깨우는 깨끗한 물. 머릿속을 명징하게 만드는 깨끗한 물. 식물처럼 깨어나는 온몸의 감각에도 집중해 보세요.

• 바로 글쓰기에 들어가지 말고, 반드시 여기까지의 과정을 의식처럼 진행해 주세요. 몸과 마음을 깨우는 이 의식이 리추얼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 이쯤 되면 여러분은 충만하지만 가벼운, 신기한 마음을 느낄 거예요. 여러 가지 영감이 떠오르고 기분이 좋을 겁니다. 이제 자리에 앉아서 쓰고 싶은 글을 써봅시다.

• 감정 일기 쓰기, 문장 일기 쓰기, 오늘의 할 일 정리하기, 아침 사진 찍어 모으기, 30일 글쓰기 등 특정한 주제로 리추얼을 진행하면 더욱 좋습니다. 가장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내가 에너지를 쏟아서 해보고 싶은 주제로 글쓰기를 진행해 봅시다.

• 글을 쓰다가 다른 생각들이 떠오른다면 그 생각을 이어서 써봐도 좋습니다. 공기가 움직이듯, 물이 흐르듯 그저 자유롭게 의식을 열어두고 쓰면 됩니다.

•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가장 깨끗한 몰입을 경험해 보는 것. 주체적으로 나의 하루를 여는 것. 이것이 아침 리추얼 글쓰기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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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다은

글 고수리